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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럭비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내게 100억 현상금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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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럭비
작품등록일 :
2021.03.0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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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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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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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화 마왕의 힘을 얻다(2)

DUMMY

연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침 도시락을 사기 위해서였다.

평소 카페에서 브런치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꿈꿨지만 마족 세상이 된 지금 그건 정말 꿈일 뿐이다.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 같은 프랜차이즈부터 시작해서 개인 카페들까지 이제는 모두 마족 손님들이 점령했다.


놈들은 커피숍에서 데이트를 하고 수다를 떨고 모임을 가졌다. 이제 커피숍을 지나가다 보면 영자신문을 읽으며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오크나 고블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커피숍에서 인간 손님을 안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웬만한 인간들은 이제 커피숍에 잘 가지 않는다. 커피 마시러 갔는데 몸에 용문신을 한 형님들이 매장을 꽉 채우고 있으면 거기 커피 사먹으러 가고 싶겠는가.


‘차라리 이런 편의점이 마음 편해.’


연우는 도시락을 골라 들고 잠시 잡지코너에서 잡지를 구경했다. 마침 어느 남성잡지에 연우가 좋아하는 아이돌 티나가 표지모델로 장식되어 있었다.


‘어? 티나다.’


연우는 눈을 빛내면서 그걸 집었다. 얼른 티나의 화보를 찾아 페이지를 넘기는데 순간 마왕이 복근을 뽐내며 포즈를 딱 잡고 있는, 대문짝만한 사진이 나온다. 그 옆에는 ‘특집기사 올해의 섹시한 남자 1위 마왕님을 만나다.’ 라고 적혀있다.


‘젠장, 눈 버렸네.’


다시 페이지를 얼른 넘겨 티나의 화보를 찾는다. 그때 편의점 문을 열고 오크 한 놈이 들어왔다.


“어서오십쇼.”


오크는 인사하는 알바에게 신용카드를 휙 날렸다. 오크의 무지막지한 힘에 핑그르르 돌아간 카드가 편의점 알바의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뒷벽에 팍 박혔다. 뺨에서 핏방울이 흐르는 알바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담배, 항상 피던 걸로.”


오크가 말하자 알바가 정신을 차리고 벽에 박힌 카드를 빼려했다. 그런데 워낙 꽉 박혔는지 빠지지 않는다. 잔뜩 힘을 줘서 겨우 카드를 빼고 결제를 한다. 항상 이런 식이라 벽에 카드 박힌 자국이 많다.


‘저 자식 또 알바 괴롭히네...’


이 놈은 연우도 잘 알고 있는, 이 동네에 유명한 백수 망나니 오크다. 인간들이 만든 온라인게임, 와우의 폐인인데 집에 처박혀서 게임만 하다가 가끔 술과 담배를 사오러 이렇게 편의점에 출몰한다.

지구 침공이후 일도 안 하고 와우 레벨만 올리면서 살고 있는데 그게 가능한 것은 인간들이 일을 해서 마왕에게 반이 넘는 세금을 바치면 그 돈으로 마족들이 먹고 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연우는 저런 마족 놈들만 보면 속이 뒤틀렸다.


‘블루베리 농사 열심히 하면 뭐하나. 다 저런 놈들 담뱃값 술값으로 나가는데.’


오크 놈은 건들거리면서 알바가 담배를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놈의 시선이 문득 연우가 들고 있는 남성잡지로 향했다.


“오우, 티나잖아?”


그리고 연우가 들고 있던 잡지를 아무 말 없이 툭 채간다.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벙찐 표정으로 오크를 쳐다봤다.


‘이런 미친 오크 자식이...?’


오크가 그 표정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왜? 꼽냐? 인간?”


너 같으면 안 꼽겠냐? 이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연우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아닙니다. 재밌게 읽으십쇼.”


자존심이 상해도 할 수 없다. 고블린은 몰라도 오크의 피지컬은 무시무시하다. 예전에 연우는 이 놈에게 시비 털렸다가 한 대 맞고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다. 그나마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하찮은 인간새끼가... 꼬나보긴...”


그때 알바가 오크 놈에게 말했다.


“저... 손님...”

“응, 왜?”

“카드 잔액이 모자란다는 데요...”

“뭐? 다시 해봐.”

“그게... 세 번이나 해봤는데요...”


오크는 머리를 마구 긁적이더니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아씨, 마족 생활복지금 벌써 떨어진 거야?”


놈은 그러더니 연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야, 돈 좀 빌려줘 봐.”


연우는 내가 왜? 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놈에게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나중에 얼굴 보면 갚을 테니까 만 원만 빌려줘 봐.”


연우는 지갑에서 만 원 지폐를 꺼내서 놈에게 내밀었다. 놈은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휙 만 원을 채갔다. 물론 티나의 화보가 나온 잡지도.



연우는 농장 숙소로 돌아와 도시락을 전자렌지에 데워서 식탁에 올렸다. 잠에서 막 깨 방에서 나온 김 씨 아저씨가 도시락을 보더니 투덜거렸다.


“임마, 너는 아직도 내 취향을 모르냐? 참치마요 사오라니까.”

“그건 없었어요. 아무거나 드세요.”


연우가 도시락을 한입 뜨는데 창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창문 밖을 보니 멀리서 검은 세단 세 대가 나란히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뭔가 좀 이상했다.

연우와 김 씨 아저씨는 검은 세단의 움직임을 불길한 시선으로 쫓았다. 왜 이쪽으로 오나... 이쪽에는 자신이 일하는 농장이랑 숙소밖에 없는데...


“저거... 여기로 오는 거 맞죠?”


김 씨 아저씨가 눈을 끔뻑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같은데.”


연우의 예상대로 검은 세단들은 김 씨 아저씨의 숙소 현관문 앞에 끽 섰다. 세단 문이 벌컥 열리면서 그 안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오크 여러 마리가 일사분란하게 나왔다.


“뭐야. 쟤네 뭐야?”


김 씨 아저씨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데 곧바로 밖에서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쾅쾅! 쾅쾅쾅!


김 씨 아저씨가 문 여는 걸 망설이는 사이 문이 통째로 퍽 하고 떨어져 나가며 쓰러졌다. 오크가 발로 걷어찬 것이다. 오크들은 저벅저벅 안으로 들어와 김 씨 아저씨와 연우의 목덜미를 잡았다.

김 씨 아저씨가 물었다.


“어어? 왜 이러세요?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농장주 김용식과 직원 최연우. 네놈들을 마왕님 암살 혐의로 체포한다.”

“네? 네? 암살이라뇨?”

“마왕님께서 너희가 납품한 블루베리를 먹고 지금 위독한 상태시다.”

“자, 잠깐만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우리 블루베리가 얼마나 신선하고 몸에 좋은데...!”

“시끄럽고 따라와.”


김 씨 아저씨와 연우는 오크에게 붙들려 집밖으로 끌려나왔다. 김 씨 아저씨는 집밖으로 끌려오면서도 소리쳤다.


“어어! 왜 이래요! 우리 블루베리는 정말 신선하고 몸에 좋다니까요!”



연우와 김 씨는 마왕성으로 끌려왔다. 딱 봐도 고문실처럼 보이는 곳에 둘은 집어던져졌다. 그리고 강도 높은 전기고문이 자행되었다.


“어서 불어!”


둘의 눈 앞에는 어떤 오크들보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오크 한 마리가 서있었다. 마족의 2인자 카인 경. 그는 마왕이 부재할 시 마왕의 대리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저... 저희는 정말 모르는 일이라니까요....! 우리 블루베리는 어느 제품보다 신선하고 심지어 시력에도 엄청 좋은...!”

“시끄럽다. 마왕님께서 너희 블루베리를 먹은 직후에 중태에 빠지셨다!”

“저희... 블루베리가 아닐 수도 있잖습니까.... 다른 음식을 먹고...”

“어제 너희들이 블루베리를 납품한 강남 클럽에서도 마족들이 23명이나 죽었다. 모두 너희 블루베리를 먹은 인원들이었지. 그런데도 너희 블루베리가 아니라고 발뺌할 셈이냐.”


그 말에 김 씨가 멍해져서 말했다.


“그...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너희... 인류저항군인가? 누가 시켜서 겁도 없이 마족에게 이런 테러를 한 거지?”

“아... 아닙니다! 무슨 저희 따위가...”


인류저항군. 인류가 공식적으로 마왕에게 항복했지만 군데군데 항복하지 않고 게릴라 활동을 이어가는 저항군들이 있었다. 그들을 가리켜 인류저항군이라고 불렀다.


“배후를 대라. 배후만 대면 더 이상 고문은 하지 않겠다. 고통 없이 죽여주지.”


처음에는 김 씨처럼 비명을 지르며 고문 받던 연우는 고문이 계속되자 점점 마족놈들에게 빡이 쳐서 말이 없어졌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한창 인생이 풀리려고 할 때 지구에 쳐들어와서 다 망쳐놓더니 세금은 반이나 뜯어가고 인간 취급도 제대로 안 해준다. 그런데 이렇게 억울하게 고문까지? 연우는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젠장, 뭘 알아야 배후를 대지!”


연우가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자 카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연우를 쳐다봤다.


“뭘 봐! 이 미친 오크 새끼야! 얼른 그냥 죽여! 죽이라고!”


카인이 어이가 없어 콧방귀를 끼었다.


“니들 때문에 인생 망친 것도 서러운데 내가 이런 고문까지 당해야겠냐? 너희 마족 놈들 밑에서 사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그냥 죽이라고!”


씩씩거리는 연우를 카인이 재밌다는 듯이 쳐다봤다.


“너희를 죽이는 건 기정사실이야. 다만 그 타이밍이 문제지.”


그리고 말을 이었다.


“아직 고문이 받을 만한가 본데... 더 강도를 높여주지.”


카인이 옆에 오크 병사들에게 눈짓했다. 잠시 손을 떼고 있던 오크병사들이 김 씨와 연우가 앉은 전기의자에 달린 레버를 다시 손에 잡았다. 김 씨와 연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그때 오크 병사 한 명이 헐레벌떡 고문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카인 님. 마왕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카인이 그 말에 놀라 말했다.


“뭐? 잘됐군.”

“그리고 블루베리에서 검출 된 독의 성분이 밝혀졌는데 말입니다.”


오크 병사가 카인의 귀에 귓속말을 했다. 그걸 들은 카인의 눈이 커졌다.


“그럴 리가!”


카인이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전기의자 옆의 오크 병사들에게 말했다.


“잠깐 고문을 중지한다. 너희들은 날 따라와.”


그러고는 고문실 바깥으로 서둘러 나갔다.



카인이 알현실로 가니 마왕이 해쓱한 얼굴로 왕좌에 앉아 있었다. 마왕이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카인이 서둘러 무릎을 꿇고 말했다.


“마왕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마왕은 카인을 뚱하게 보다가 말했다.


“블루베리에서 검출된 게 카일론 마력독이라지...?”

“네... 네... 방금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건 우리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거라 인류저항군이 입수하긴 힘든 마력독인데... 그렇지?”

“네... 맞습니다.”

“그 마력독의 관리 총괄은 네가 하고 있고.”


카인이 그 말에 안색이 새파래지며 말했다.


“하... 하지만... 우리 귀족들 중에 카일론 마력독은 누구나 가져가 쓸 수 있습니다. 여러 마력 연구에 쓰이니까요...”

“그래. 그렇지... 그러니 누구나 가능성이 있어. 그게 제일 거지같은 점이야.”


마왕이 카인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그 중에 지금 네가 제일 강력한 용의자인 거 알지?”

“아... 아닙니다. 마왕님. 제가 정말 범인이라면 멍청하게 카일론 마력독을 썼겠습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음...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내가 없으면 네 놈이 일단 대리 마왕이 되잖아?”

“마, 마왕님. 저 카인입니다. 마왕님과 50년이나 같이 전장을 누빈 충직한 신하 카인. 제가 감히 마왕님의 자리를 노리겠습니까?”


그러나 마왕은 그 말이 와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표정을 읽은 카인이 허겁지겁 말했다.


“이, 이건 모함입니다. 아마 다른 귀족 놈들 중에 누군가 저를 모함하려고 하는 걸 겁니다. 저와 마왕님의 끈끈한 군신관계를 끊어뜨리려고... 마왕님. 저와 마왕님의 관계가 틀어지면 누가 가장 이득을 볼지 생각해보십시오.”


마왕은 잠깐 생각하며 카인의 표정을 살폈다. 맞다. 카인은 자신의 가장 충직한 신하. 전장에서 몇 번이나 등을 맡겨도 될 만큼 믿는 녀석. 하지만 모르는 거다. 왕의 자리는 그런 거 따위 아무 의미없을 만큼 탐나는 거니까.


“일단 물러가 있어.”

“마왕님.”

“물러가 있으라고 했다.”


마왕의 눈이 무섭게 가늘어졌다.


“알겠습니다.”


카인이 물러가자 마왕이 부관에게 말했다.


“그 블루베리 납품한 인간 놈들은 고문실에 있나?”

“네 그렇습니다.”


마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안내해라. 내가 직접 놈들을 심문하겠다.”



김 씨 아저씨와 연우는 카인과 병사들이 고문실을 떠난 뒤 서로를 쳐다보며 물었다.


“갑자기 뭐지? 왜 놈들이...”

“그러게요. 그 자식은 왜 갑자기 놀라서 사라지고...”


둘은 이유를 생각해보려 했지만 알 수 없었다. 김 씨 아저씨가 문득 물었다.


“연우야... 혹시 너 인류저항군이냐? 신분 위장하려고 내 밑에서 일하는 척 하는 거고?”

“아니에요...”


김 씨가 피식 웃었다.


“그렇지? 하긴 니가 무슨...”

“그러는 아저씨는요... 진짜로 인류저항군 아니에요?”

“임마, 내가 그런 거 할 깡다구가 되어 보이냐... 무엇보다 나는 내 블루베리에 장난 안 쳐...”


그건 맞았다. 블루베리는 이 남자의 인생이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문득 김 씨가 말했다.


“우린 죽겠지...?”

“더 고문 받고 죽거나 바로 죽거나 둘 중 하나겠죠.”


김 씨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다. 월급 더 많이 못 챙겨줘서... 이럴 줄 알았으면 보너스도 팍팍 주는 거였는데...”

“됐어요. 이 마당에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보너스 받으면 낼 세금만 늘어나지.”

“연우야, 우리 다음 생엔 마족으로 태어나자. 마족으로 태어나서 떵떵거리면서 살자.”


연우가 힘없이 웃었다.


“마족 중에서도 제일 대우받는 용족으로 태어나죠.”


“크크... 그래, 고블린이나 오크는 좀 그래. 기왕 태어나는 거 용족으로.”


그때 바깥에서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연우와 김 씨는 웃음을 멈췄다.

고문실로 들어 온 건 마왕과 병사들이었다. 마왕이 둘에게 물었다.


“누가 시켰나?”


김 씨가 거의 애원하며 말했다.


“시키다뇨. 마왕님, 정말 저희는 모르는 일입니다.”

“모를 수가 있나. 네 놈이 기른 블루베리인데.”


연우가 말했다.


“우리는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지금 당신들 생사람 잡는 거야.”


마왕은 김 씨 아저씨와 연우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폈다. 마치 거짓말을 읽을 수 있다는 듯이. 그리고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병사들이 김 씨와 연우의 전기의자 양 옆으로 위치했다.


“충격 강도를 더 올려.”


마왕의 지시에 병사들이 레버를 당겼다. 김 씨와 연우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잠시 후 다시 전기충격을 멈추고 마왕이 물었다.


“누가 시켰지?”

“..... 몰라... 으... 모른다고....”

“...저... 정말.... 모... 모릅니다....”


마왕이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다시 전기충격이 가해졌다. 그렇게 몇 번쯤 더 하자 김 씨가 말했다.


“자... 자백하겠습니다. 제가 한 겁니다. 배후는 없습니다. 제가... 혼자... 연우 녀석은 상관없습니다.”

“아... 아저씨...”


마왕이 김 씨를 바라보다가 훗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 그 구하기 힘든 독을 네가 혼자 어디서 입수했다는 거지?”

“그... 그건...”


김 씨가 명쾌하게 답을 못하자 마왕이 다시 손짓했다. 또 전기충격이 가해졌다. 김 씨와 연우의 얼굴이 다시 고통으로 굳었다.


“그만.”


한참 뒤 전기충격을 멈췄을 때 연우가 이를 갈고 마왕을 똑바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그만! 그만 해 이 새끼야! 우린 진짜 모른다고!”


마왕이 씩씩거리는 연우를 말없이 쳐다보다가 김 씨를 보고 시선을 멈췄다. 김 씨의 상태가 이상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온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병사가 확인을 하고 마왕에게 말했다.


“죽었습니다.”


연우는 충격을 받고 김 씨를 얼떨떨하게 쳐다보다가 마왕에게 소리쳤다.


“개새끼야! 우린 진짜 모른다고 했잖아! 왜 생사람을 죽여!”


마왕은 싸늘한 표정으로 연우를 쳐다보다가 병사에게 말했다.


“계속 해.”


그러자 연우가 마왕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래 계속 해라! 계속 해! 근데 있잖아, 이건 똑똑히 들어둬. 내가 정말 하지 않았는데 이제 정말 너희들을 다 죽이고 싶어졌어. 난 여기서 죽겠지만 죽어서도 어떻게든 너희들한테 복수할 거다. 두고 봐. 한국인의 한이라는 얼마나 무서운지.”

마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그 후로 고문은 이틀 더 계속 되었다. 계속 된 강도 높은 고문에 연우 역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죽기 직전까지 연우가 생각한 것은 단 하나였다.


‘내가 마왕 새끼 죽인다.... 죽어서도 마왕 새끼 죽인다....’


마왕은 죽을 때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연우를 보면서 정말 이 녀석은 자기도 모르게 이용당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한 짓일까. 어떤 새끼가 감히 나를...’


그때 마침 마왕의 집무실로 나쟈크가 들어왔다. 그는 마족 귀족으로 네크로맨서 일족이었다.

마왕은 꾸벅 고개를 숙이는 나쟈크의 인사를 받으면서 생각했다.


‘나쟈크... 이 새끼도 의심스러워...’


하지만 특별히 이 자식만 의심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마왕 암살 시도 사건 이후로 마왕은 눈 앞에 나타나는 모든 놈들이 수상해보였다.


‘젠장, 이러다가 판단력을 잃겠군...’


마왕은 얼른 잡생각을 털어버리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지?”

“마왕님, 블루베리 납품업자들 시신의 처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시신 가지고 뭐하려고?”


그 말에 오히려 나쟈크가 의아해 했다. 마왕성에서 인간의 시신이 생기면 네크로맨서가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으니까.


“네크로맨서가 시신 가지고 뭘 하겠습니까, 언데드로 만들어서 시종으로 부리는 거죠.”

“으음... 그렇지.”


마왕은 아차 싶었다. 왠지 당연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암살 시도 사건 이후로 자신이 쫄보가 되었다는 것을 들킨 것만 같았다.

마왕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맘대로 해.”

“감사합니다.”


나쟈크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서서 말했다.


“마왕님, 괜찮으십니까?”

“뭐가? 괜찮아. 나 아무렇지 않아. 어서 나가 봐.”


나쟈크는 마왕의 손짓에 다시 뒤를 돌아 집무실을 나갔다. 마왕은 그의 등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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