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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천재사위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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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작품등록일 :
2024.08.19 21:28
최근연재일 :
2024.09.1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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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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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개안

DUMMY

“그....손가락을 말이오?”


신유월이 떨떠름한 표정이 되자, 유설은 단호하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게 최선이다만? 싫은가?”

“언제 싫다고 했소. 피를 먹는 게 좀 그렇다는 것 뿐이었지.”


신유월이 유설의 손끝을 핥았다.


‘달콤하면서 짭쪼름한....’


혓바닥에 피가 녹아들어 뜨거운 액체처럼 목구멍을 타고 식도를 거쳐 오장육부에 스며드는 순간.

찐득거리는 무언가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


비틀거리는 신유월을 억지로 앉힌 유설이 그 등에 손바닥을 얹었다.


“네게 양강지기가 어울릴 듯하여 그와 관련된 기운을 피에 녹였다. 이 기운은 바로 운공하지 않으면 체내에서 중화되어 사라질 것이니. 집중하여 심공을 외거라.”


명치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사지백해로 퍼져나갔다.

몸이 비좁다고 아우성치며 바깥으로 열기를 토하려 했다.


“외거라, 어서!”


신유월은 사흉심법을 떠올렸다.

입을 다문채 필사적으로 심법을 외우자 밖으로 퍼져나가려던 기운이 양팔과 다리에 맺혀 고정되었다.


퍼퍼퍽!


유설의 나긋한 손길이 사지를 휩쓸었다.

그녀의 손바닥이 닿은 부분에서 정체되었던 기운들이 액체처럼 녹아 다시 명치로 모여들었다.

그 때, 향긋한 향기가 코 끝을 스쳤다.

어느 새, 유설이 정면에 몸을 숙여 신유월과 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코 앞에서 그녀가 옷자락을 흩날린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만큼 신유월은 점점 깊은 어둠 속에 빠져들었다.


무아(無我).


단 한 방울의 피가, 갈망했던 사흉심법의 진의를 이끌어냈다.

명치에 고정된 막대한 기운을 더는 유설이 인도할 필요가 없었다.

가부좌를 튼 신유월이 사흉심법으로 명치의 기운과 단전에 자리잡은 기운을 하나로 융화시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벽면에 매달린 묵룡도에서 웅혼한 울림이 흘러나왔다.


‘도명.’


내력의 기본을 넘어선 순간, 쇳덩이와 기운이 맞부딪쳐 퍼져나가는 파장의 일환으로 흔히 일류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신호로 작용한다.


‘단순히 내력을 온전히 섭취해서만은 아니야. 이제 막 무학을 깨우친 자가, 내력에 걸맞은 심득을 탐구하고 있다.’


유설은 직감적으로 천마동에서 빼간 절심문의 무공들을 떠올렸다.


‘가전무학을 심오하고 있나.’


신유월의 이마에서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오물을 쏟고,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은 심(心)을 얻는 군.’


예상치 않은 성과였다. 오늘 회의를 마무리 시켜준 값으로 치기엔 더 많은 것을 내준 듯했다.

그러나 유설은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함을 숭상하는 마도에서 재능이란 마땅히 우대받아야 할 성장이다.

스물셋.

이제 무공에 입문한 자가 도움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일가에 발을 디디려 하고 있었다.


‘기재였어.’


신유월에게서 흘러내리던 땀이 뚝 멈췄다.

깊은 숨을 내쉬는 얼굴에 홍조가 떠오르고 전신에서 옅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달궈진 몸이 적응되어 내력이 일치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러니, 삼 개월을 잡았던 구양 장로가 육 개월이 되도록 장원에 머무른 거겠지.’


왜 신유월을 만나면 자신이 그토록 장원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알 거라고 얘기하던 구양천의 모습이 떠올랐다.


‘죽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거라. 내 발목을 붙잡지 않도록.’


금관에 뛰어난 오성과 그릇이 넓은 단전.

근골이 굳어 약해진 것만 제외하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단초는 충분했다.


후우우우.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호흡을 유심히 지켜보던 유설이 고개를 돌렸다.

호흡이 안정화되었으니, 이제 궤도에 오른 셈이다.

이제부턴 신유월의 마무리만 남았다.


사르륵.


눈 내리는 창밖을 힐끗 살피며 유설은 조용히 결제안을 넘겼다.

그녀의 붓질과 신유월의 호흡이 감도는 자리에 한 송이 눈꽃이 떨어져 내렸다.


***


탁자를 사이에 두고 사군들이 둘러 앉아 있었다.

회의장을 떠나는 내내 말이 없던 그들은 조촐한 모임에 차 한잔을 띄우며 눈 내리는 천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교주님께서 처음부터 약혼 할 생각으로 그 녀석을 소개한 거라고?”


참다 못한 야흘이 차를 벌컥 들이키며 운을 띄웠다.


“이유가 무에 중요할 꼬. 일은 수순대로 진행될 것을.”


무진평이 인자하게 웃자, 사마령이 아니 꼬운 듯 입매를 뒤틀었다.


“저는 약혼이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지금 교는 안팎으로 뒤숭숭해요. 바깥 일이야 저희들이 담당한다고 하지만, 내부 일은 교주님께서 다스려야 하는데, 후사를 볼 생각도 없이 마냥 천하제패를 꿈꾸고 있으니.....”

“허허허, 용각문주의 말도 틀림이 없지만, 이 이상 강하게 밀어붙였다간 교주님의 심사가 어떻게 뒤틀릴지 모르지.”

“금산장주께선 왜 이리 순순히 교주님의 약혼을 이해하시는 겁니까?”

“그야, 사림주와 같은 생각 아니겠소.”


무진평의 시선이 냉막한 사도성에게 꽂혔다.

야흘과 사마령의 시선이 따라서 움직였다.

그들의 세력은 백중지세라 하였으나, 사도성은 무진평과 더불어 정세와 이치에 밝은 인물이었다.

또한 많은 종주들의 지지를 얻고 있으니, 성미 급한 야흘이나 까탈스러운 사마령도 그의 의견을 대놓고 무시하진 못한다.


탁.


사도성이 찻잔을 내리며 좌중을 쓱 훑었다.

그리고 차분히 말했다.


“약혼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것. 혼인을 치르지 않았다면 교주님께는 흠이 남지 않는 것이니. 약혼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그것은 안타까운 상황에 지나지 않겠지.”

“사람의 마음이란 결국 몸이 멀어지면 자연히 잊히기 마련이고.”


무진평이 거들자 사도성은 피식 웃었다.


“금산장주께서 생각한 바가 있으십니까?”

“사림주와 마찬가지겠지요.”

“하면, 먼저 수를 쓰시렵니까?”

“애석하게도 지금 본 장에서 삼황의 세력과 맞닥뜨려 조금 뒤로 미룰까 합니다.”

“그럼 제가 먼저 시작하지요.”


야흘과 사마령이 물었다.


“무엇을?”


사도성은 웃으며 답했다.


“약혼식이 끝난 뒤, 혼약자를 견적 내겠습니다. 처결은 이후에 진행하지요.”


사도성의 동공을 스치고 지나가는 핏빛 기류를 이들은 놓치지 않았다.


“그 자가 회의장에서 보았듯 고작 이류 수준이라면, 자연히 도태될 판을 깔아버리면 그만이고.”

“그 자가 감춰놓은 수가 있다면?”


무진평이 채근하듯 묻자, 사도성에게서 살소가 피어올랐다.


“뽑아버려야지요. 그 싹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무진평이 나지막이 웃음을 흘렸고, 야흘은 어깨를 으쓱했으며, 사마령은 무언으로 긍정했다.

그 순간 사도성은 한 사람을 불렀다.


“걸아.”


사도걸.

사도성의 셋째 아들이자.

사림의 가장 뛰어난 후기지수로 평가받는 날렵한 체구의 미청년이 조심스럽게 장원 안으로 들어왔다.


“예, 아버님.”

“이번에 본교로 잡종이 한 마리 들어왔느니라. 절심문이라는 과거의 영광을 쫓는 문파의 장이고, 본 림의 평무사보다 조금 나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 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면밀히 파악해서 아비에게 가져오거라.”

“조만간 파악해서 올리겠습니다.”


사도걸이 읍하며 사라지자, 세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사도걸. 못 보던 사이에 많이도 컸군.’

‘절정을 코앞에 두고 있나.’

‘자신만만할 법해, 사림주. 하나, 내 손주가 더 재기 넘치는구나.’


아주 잠시, 혼인이란 단어로 묶였을 뿐이나.

이들은 본래 서로의 세력을 걸고 경쟁하는 사이다.

혼약자라는 공통의 목표를 제거할 때까지만 이들은 한 몸처럼 움직일 것이다.


‘네놈들이 아무리 용을 써도, 내 손주만이 차기 교주가 되리라.’


사도성은 웃으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대천마교의 천하 제패를 위하여.”


세 남녀도 잔을 올렸다.


“위하여!”


같은 생각, 다른 목적을 지닌 자들은 서로에게 미소 지으며 잔을 부딪쳤다.


***


정신을 차려보니 처소였다.

곱게 덮인 이불을 걷어내고 나서야, 누가 이곳에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교주님께서 사람을 시키셔서 이곳으로 문주님을 뫼시게 되었습니다.”


피를 핥아 먹은 뒤의 기억은 깜깜한 밤처럼 어둡기만 하다. 그런데 심공을 떠올려보면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아니, 단순한 느낌을 넘어섰다.

막연했던 구결이 내 생각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운을 움직이고 있었다.


우우우웅!


걷거나, 누워 있거나.

혹은 수저를 들어 올리는 행동에도 내력이 흘러나온다.

단전이 포만감에 젖는 듯했다.


“이게 반 갑자를 넘어서는 내공인가.”


마령단과 유설의 피.

두 개의 내력이 합쳐진 몸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신유월은 장원 뒤편의 연무장에 목검을 쥐고 섰다.

철심이 박힌 목검이 한 손으로 가볍게 들리며 발과 손목을 타고 부드러운 검세를 그려냈다.


쉐쉐쉑!


바람을 가르는 소리마저 경쾌하다.


‘한 방울만 더 핥게 해달라고 부탁해볼까.’


욕심이 치밀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소맷자락이 펑 터지며 기본 검공에 힘을 실어보내니, 신유월의 동작이 더욱 과감해졌다.


쉐에에에엑!


바람을 역으로 가르며 손목을 세차게 터는 발검즉살의 묘리.

절명검의 일초를 전개하자 반 갑자에 달하는 내력이 순식간에 목검으로 뭉쳐 직선을 가른다.


서걱!


눈송이가 검 끝에 반으로 잘렸다.


“돼, 됐.....으윽!”


성공의 기쁨도 잠시.

신유월은 목검을 떨어뜨리며 손목을 움켜쥐었다.

근육이 놀라 경직된 듯한 통증이 올랐기 때문이다.


“처음 펼쳐서 그런가.”


아직은 몸에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그럼에도 성공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워 입가에 미소를 지을 즈음.


“이른 아침부터 무에 그리 열심히 하는가?”


낯익은 목소리에 손목을 털어내며 신유월이 고개를 돌렸다.


“기껏 영약을 먹었으니, 아침 운동 좀 하고 있었소.”

“교주님께서 좋은 걸 주신 모양이구나. 마령단? 아니면 옥보단?”


피를 마셨다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하면 설매한테 물어보시오. 그보다, 이른 시각에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혹 본인과 점심 국수라도 드시려고?”

“설마하니 한가하게 국수나 말러 왔겠느냐. 교주님께서 따로 당부하신 일을 처리하러 왔다.”

“무슨 일을 말이오?”

“검을 하나 맞추기로 하지 않았더냐.”

“아......맞아. 검! 그것도 맞춰준다고 했었지. 한데, 검은 어디에 있소?”

“이제부터 찾으러 가야지.”

“하나 사주려고?”


구양천이 피식 웃었다.


“아니, 네놈과 딱 맞는 것으로 하나 만들어야겠다.”


***


대천마교의 외성으로 마차를 몰았다.

한겨울에도 후끈거리는 열기가 넘실거리는 곳에 멈춰섰다.


“본교의 야장간이다. 들어는 봤겠지?”


모를 수가 있겠는가.

대천마교의 야장간은 천하에서 손꼽히는 장인들이 모인 곳으로 유명하다.

교의 간부급들 이상에게 진상하는 ‘마장간’과 외부인도 살 수 있는 ‘구장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곳에서 검을 맞춰준다고?”

“모두 솜씨 좋은 대장간들이지만, 역시 마장간이 최고지.”


야장간의 절반을 넘어서자, 무인들이 지키는 새로운 통로가 나타났다.

구양천이 패를 드러내자 무인들이 길을 비켰고, 두 사람은 짧은 통로를 지나갔다.

앞선 곳들보다 훨씬 뜨거운 열기가 두 사람을 반겼다.


캉캉!


“끝 마무리가 어설퍼!”

“뭐야, 이거? 이딴 것도 도라고 만들었냐?!”

“옆 대장간보다 쉽게 부러지면 오늘 네 뼈마디부터 분지를 줄 알아!”


그곳은 겨울을 빗겨나간 듯했다.

촉촉함마저 사라진 땅은 건조했고, 귀가 때일 것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쉬지 않고 두들겨졌다.


“구장간은 외부 상인에게 물건을 팔기 때문에 좌판처럼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면, 마장간은 교내에 헌상하기 때문에 도제(徒弟)의 교육까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세습되는 기술.

그리하여 날카로워지는 병장기.

수백 해의 세월이 쌓인 이곳은 그야말로 강호의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장인들의 성지라 할 수 있었다.


“교주님께선 대외적인 너의 모습도 있고 하니, 마장간에서 무기를 맞추길 바라고 계신다.”

“역시, 우리 설매밖에 없소. 으하하하!”

“쉰 소리 말고, 잘 눈 여겨 보거라.”

“이 중 최고가 누구요?”

“모두 실력이 출중하고, 병장기의 검수가 엄격한 곳들 뿐이다. 어딜 가더라도 명가의 보도만 엄선하고 있지.”

“하나, 그 중 제일은 있지 않겠소?”

“그놈 참. 어디보자......요새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긴 하다. 저 우측의 별자리가 박힌 곳. 저곳은 교내의 이름난 무사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그럼 저기로 가봅.....”


고함과 풀무질 소리가 어지럽게 얽힌 그곳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쩌어어어엉!


이곳의 그 어떠한 소리보다 맑고 웅장한 쇳소리가 신유월의 가슴을 두드렸다.


“.......?”


신유월이 저도 모르게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좌측 끄트머리.

사람들의 시선이 잘 미치지 않는 으슥한 곳에 외팔의 비쩍 마른 노인이 불 지핀 대장간에 앉아 곰방대를 뻐끔거리고 있었다.


“후우우.”


긴 연기에 스며든 무언가가 금관에 포착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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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금충 +1 24.09.15 908 24 14쪽
17 금충 +1 24.09.14 905 22 13쪽
16 지현 +2 24.09.13 925 24 13쪽
15 지현 +2 24.09.12 1,008 23 13쪽
14 무월당주 +1 24.09.11 1,014 22 15쪽
13 무월당주 +1 24.09.10 1,011 26 13쪽
12 무월당주 +1 24.09.09 1,015 27 14쪽
11 개안 +1 24.09.08 1,028 30 14쪽
10 개안 +1 24.09.06 1,027 28 15쪽
» 개안 +3 24.09.05 1,068 24 13쪽
8 대천마교 +3 24.09.04 1,073 28 12쪽
7 대천마교 +3 24.09.03 1,084 25 13쪽
6 대천마교 +2 24.09.02 1,103 30 14쪽
5 대천마교 +1 24.09.01 1,152 27 14쪽
4 혼인계약 +2 24.08.30 1,164 25 12쪽
3 혼인계약 +1 24.08.29 1,181 28 13쪽
2 혼인계약 +3 24.08.28 1,320 35 13쪽
1 서장 +4 24.08.28 1,380 3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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