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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화산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 사생아의 인생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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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화산
작품등록일 :
2024.03.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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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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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

DUMMY

박강일의 주 업무는 경호나, 문무진의 최측근 비서로서 다양한 일을 수행한다. 그런 사람답게 눈치도 빠르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나와 다인이를 보호해 주는 거잖아요. 이왕 가는 거니 마음에 드는 사람과 즐거운 여행도 겸하면 더 좋지 않아요?”

“말은 좋네. 근데 이젠 나도 너에 대해 조금은 알아. 그래, 자신을 미끼로 이주희를 끌어들이겠다는 네가 그깟 남미의 치안이 두려워 나를 데리고 가?”


“내가 아니라 다인이요.”

“그렇다고 쳐. 근데 부회장님이 허락하실까?”

“다인이에 대한 부회장님 부부의 사랑을 잘 아시잖아요. 분명히 허락할 겁니다.”


거기에 난 다인이를 통해 할머니를 움직일 생각이다. 할머니까지 나서 ‘다인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라고 하면 허락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무튼 네 수완 하나는 알아줘야겠다. 그리고 솔직히 신경 써 줘서 고맙다.”

“그럼, 함께 가는 겁니다?”

“부회장님이 허락하시면.”

“그건 제게 맡기라니까요. 그럼, 이제 들어가요. 여행계획을 좀 들어 봐야죠.”


박강일을 데리고 들어가서는 아예 그 사실을 못 박았다.


“박 선배도 우리와 함께 가기로 했어. 근데 핑곗거리가 필요해 다인이를 지켜주는 것으로 하려고.”

“어머, 정말 잘됐네. 박 비서님, 우리도 함께 지켜주실 거죠?”

“가게 되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근데 아직 부회장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또 그러신다. 그건 저와 다인이에게 맡기라니까요. 다인아, 넌 할머니를 통해 이야기해. 박 선배가 함께 가서 지켜주면 좋겠다고.”

“알았어.”


다인이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영이 부탁을 받은 후 그녀도 어떻게 하면 할아버지를 설득할까, 고민했는데, 내가 좋은 핑계를 찾아낸 것이다. 휴가가 아니고 출장 형태가 되니 박강일의 경비 문제도 바로 해결된다.


“자 그럼, 여행 내용과 코스 설명은 선영이가 맡아. 저쪽 방에 가니 조용하니 좋더라. 우린 다시 들을 필요가 없잖아. 어서 가.”

“좋은 생각. 선영아, 설명 잘해드려.”


그렇게 우린 한선영과 박강일을 옆의 방으로 쫓아낸 후 홀가분하게 맥주를 홀짝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여행을 앞둔 터라 당연히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렇게 한참 즐겁게 보내는 데, 노크와 함께 웨이터가 들어왔다. 파트 타임으로 조서혜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최재하 씨, 사장님이 드럼 좀 쳐달래요.”

“네, 바로 갈게요.”


이것 역시 친구들에게는 미리 이야기해 놓았다.


“그럼, 나는 알바 뛰러 간다~”

“그래, 수고해. 올 때 메로나.”

“난 올 때 붕어싸만코.”


‘올 때 메로나’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기본적인 뜻 외에 ‘너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라는 뜻이나 ‘올 테면 와라.’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물론 지금은 알바비를 받아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는 말이다.



노래반주기는 키보드가 중심인데 거기에 기타와 드럼이 합세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특히 밝고 빠른 노래에서 드럼이 주는 효과는 무척 크다. 내 드럼 실력은 과거에도 꽤 괜찮았는데, 밴드에 들어가 일 년 동안 더 연습하니 지금은 완전히 프로급으로 모두 탄복을 금치 못했다.


“와, 저 친구, 드럼 잘 치는데?”

“맛깔나게 치죠?”

“어, 아주 시원하게 쳐대네. 근데, 못 보던 청년인데 새로 채용했나?”

“제 주제에 어떻게 전문 드러머까지 채용해요? 아는 후배인데, 오늘은 의원님이 오신다고 해서 특별히 와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 고맙구먼.”


그러면서 정수길은 지갑에서 5만 원권 두 장을 꺼냈다.


“저 친구에게 줘.”


조서혜가 웃으며 그의 손을 가볍게 밀었다.


“놔두세요. 저 친구 돈 많아요. 금융회사를 하나 설립해 운영하고 있거든요.”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카이스트 신입생이니 어린 건 맞아요.”

“집안이 부자인가?”

“아뇨. 홀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평범한 학생이에요.”


“그런데도 금융회사를 설립해 운영한다고? 어떤 회사인데?

“펀드 회사라는데, 그쪽에 있는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척 잘 나간대요. 자산운용 수익률이 업계 최고래요.”

“지금과 같은 불황 속에서?”

“그러니 대단한 거죠.”

“허, 놀랍구먼.”


“네, 그러니 돈보다는 불러서 격려나 좀 해 줘요.”

“노래도 적당히 했으니, 끝나면 이리 데리고 와.”

“네, 의원님.”


그는 바로 내가 만나기를 원했던 국회 기획재정위 위원장으로 여당 내 최고 경제통이었다.


겨우 대학교 1학년, 그것도 이과 대학으로는 가장 유명한 카이스트 학생이 순수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펀드 회사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는 사실은 그 외에 다른 의원들에게도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난 과거 문무진과 강상수를 탄복하게 만든 탁월한 식견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그들의 감탄을 상승시켰다.


“허, 정말 대단하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젊은이는 처음 보네요.”

“자네 혹 정치에 관심 없나?”


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하긴 피 투표 연령이 18세로 낮춰지면서 각 당은 젊은 층 표심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을 영입해 홍보하면 꽤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하지만 난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권력욕이 특히 강하면 모르겠으나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뭐 하러 말도 많은 정치를 하겠는가? 그래도 그와 인연을 맺고자 하는 난 딱 잘라 거절할 수도 없었다.


“학생이잖습니까? 배우고 익힐 것이 많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자네와 같은 젊은이가 정치에 참여해야지 우리 정치가 좋아져. 아무튼 오늘 반가웠네. 경제를 보는 눈도 아주 날카로운 것 같으니, 우리 가끔 만나세. 자 여기 내 명함일세. 자네 것도 하나 주게.”

“네, 여기 있습니다. 혹 기회가 되면 제게 자금도 좀 맡겨 주십시오. 책임지고 크게 불려드리겠습니다.”

“하하, 업계 최고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니, 그렇게 하세.”


그렇게 난 정수길 의원을 비롯한 그 자리에 있는 의원들 명함을 모두 받았다. 재정위 위원이 셋,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하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 하나, 모두 다섯 이었다.


내 목적도 충분히 달성했고 노래도 이제 끝난 것 같아 난 그들에게 인사하고 룸으로 돌아왔다.


“어? 아이스크림은?”

“알바비를 못 받았거든. 갈 때 사줄게.”

“잊어버리지 마.”

“알았어. 근데 일정 논의는 끝났어.”

“대충, 나머지는 서로 의논하면서 맞추면 돼.”


“그럼, 우리 단톡방 하나 만들까?”

“단톡? 그게 뭔데?”


아차!


반사적으로 나오다 보니 실수했는데 아직 카카오는 메신저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았다. 단체 카톡은 물론 일반 톡 서비스도 개시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더 늦다.


“아, 실수. 딴생각 좀 하다가 말이 잘못 나왔어.”


근데 그런 실수가 또 하나의 투자 기회로 돌아왔다.


‘카카오는 지금이 성장 초기지?’


카카오가 성장한 계기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서비스가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고 나서의 일이다. 그들은 카톡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해 성공했다.

난 곧바로 메모장에 그 사실을 기록했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회귀한 터라 기억은 이렇게 계기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게 많다.


“뭐해?”

“어, 갑자기 투자 대상이 하나 생각나서. 이런 건 떠오를 때 바로 기록해 둬야 하거든.”

“참, 너도 대단해.”

“그러니 돈을 버는 거야.”


“그런데 남미에 인터넷은 잘 터져?”

“아니, 그래서 미리 준비해야 해. 스페인어도 좀 익혀두고.”

“스페인어라면 서연이 너 배웠잖아.”

“고등학교에서 잠깐인데?”

“그래도 우리보다는 낫지. 너만 믿을게.”


“안돼. 나 자신 없단 말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

“어쭈, 지훈이 너도 못 하잖아.”

“지금이라도 열심히 하면 되지 뭐.”


역시 지훈이는 서연이에게 푹 빠져있었다.


여행은 실제 경험하는 것보다 계획하는 것이 더 즐겁다는 말이 있다. 우린 그렇게 남미 각지의 환상적인 사진들을 보며 꽤 늦은 시간까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일정을 잡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


진서연의 아버지와 절친이라는 이성재가 설립한 에코 비전은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친환경 사업, 배터리 제조, 리튬 등을 다루는 곳으로 현재 주가는 3천 원대, 시가총액은 천억 원 내외의 중기업에 불과했다.


‘이런 기업이 나중에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라설 줄 누가 알겠어?’


아무도 모르고, 오직 미래에서 회귀한 나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옥 입구에서 내 이름을 대니 바로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나를 맞이했다.


“대표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대표님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성재 대표는 50대 초반 정도로 마치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최재하라고 합니다. 현재 SH에셋이라는 작은 회사 대표로 있습니다.”

“반갑네요. 서연이와 친구라고요?”

“사실은 한 단계 건너 친구입니다. 그래도 친구는 친구죠.”


진서연은 다인이 친구였고 난 다인이를 통해 그녀를 알았다. 안 지도 겨우 두 달이라 친구라고 말하기엔 조금 애매하다. 그렇다고 그런 사실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는 데 굳이 이야기한 건 지금 이 자리가 친분 관계를 떠난 객관적 자리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아무튼 우리 회사에 100억 정도를 투자하고 싶다고요?”

“네, 에코 비전의 미래를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의 미래가 어떨 것 같은데요?”

“친환경 사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잖습니까? 음극재와 관련한 기술력도 좋고요.”

“그래도 우리 기술력은 이웃 일본과 비교해 많이 떨어집니다.”


“현재나 그렇지요. 대표님이 R&D에 지속 투자하면 조만간 일본을 따라잡을 거로 믿습니다.”

“사실은 저도 그걸 노리고 있습니다. 자신도 있고요. 근데 자금 사정이 여의찮네요.”

“그래서 제가 왔잖습니까? 지금은 백억이지만, 추가로 필요하면 얼마든지 더 투자하겠습니다.”

“자금력이 꽤 풍부한 모양이네요?”

“이제 겨우 1,000억을 넘겼으니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지요. 근데 그게 설립 1년 6개월의 성과입니다. 2, 3년 내로 1조 원을 넘길 계획이고요.”


펀드 회사의 운용 자금은 눈덩이와 비슷하다. 굴리면 굴릴수록 규모가 급속히 커진다. 난 SH에셋을 설립한 지 1년 6개월이 되었지만, 1년이 다 되어서야 겨우 100억 원을 넘겼다. 그런데 그게 6개월 사이 10배 가까이 불었다. 문무진 부회장과 강상수 회장의 홍보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런 불황에 나 홀로 수익률 고공행진을 거듭한 덕분이었다.


“허,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그러면서도 크게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우리 회사에 대해 알아본 모양이다. 하긴 나라도 그런 제안이 들어오면 이 회사가 과연 어떤 회사이고, 믿을 만한 곳인지, 그것부터 알아볼 것이다.


“그건 대표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래서 이런 불황에서도 투자를 확대하려고 하시는 거죠.”

“하하, 그런가요? 그럼, 우린 꽤 좋은 파트너가 될 것 같군요.”

“네, 맞습니다. 서로 상생 관계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그런데 투자 방식은 어떻게 할까요?”

“이 회사 미래를 믿는다고 했잖습니까? 제삼자 배정 유증도 좋고 전환사채도 좋습니다. 대표님 편한 대로 제시해 주세요.”


“그럼, 당장 유증 하기가 그러니 전환사채로 하죠. 전환 기간은 2년, 전환가는 최근 한 달간 평균 주가로 하면 어쩔까, 싶습니다만···.”


그러면서 이성재 대표는 말끝을 흐렸다. 지금 상황은 투자자가 갑이다. 평균 주가가 아닌 할인된 가격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난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서류만 준비되면 당장 100억을 집어넣지요.”

“하하, 젊은 분이라 그런지 성격까지 시원시원하네요.”

“이 회사의 미래를 믿는다고 했잖습니까. 대표님을 이렇게 직접 뵈니 인상도 아주 좋으시고요.”

“하하, 그렇게 봐주면 고맙지요.”


이성재의 입가엔 연신 웃음이 흘렀다. 이래저래 내가 마음에 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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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하이닉스 인수전 (3) +1 24.05.04 3,986 103 13쪽
50 양 날개 +1 24.05.03 4,118 88 13쪽
49 출범 +1 24.05.02 4,422 100 13쪽
48 하이닉스 인수전 (2) +2 24.05.01 4,477 93 12쪽
47 하이닉스 인수전 (1) +8 24.04.30 4,702 94 12쪽
46 1억 배 +5 24.04.29 5,163 101 13쪽
45 요행 +3 24.04.27 5,449 102 13쪽
44 정글의 법칙 +3 24.04.26 5,320 94 13쪽
43 마굴 +8 24.04.25 5,286 103 13쪽
42 인맥 쌓기 +12 24.04.24 5,480 96 12쪽
41 오해는 깊게 +5 24.04.23 5,656 99 13쪽
40 뜻밖의 호의 +9 24.04.22 5,765 95 12쪽
39 유료화 +6 24.04.20 5,970 95 12쪽
38 새로운 의욕 +4 24.04.19 6,012 91 13쪽
37 메기 효과 +2 24.04.18 6,032 113 12쪽
36 BC포럼 +6 24.04.17 6,196 99 13쪽
35 유비무환 +7 24.04.16 6,311 105 13쪽
34 글피아 +4 24.04.15 6,348 100 13쪽
33 돈이란 도는 것 +4 24.04.13 6,748 126 13쪽
» 전환사채 +4 24.04.12 6,869 116 12쪽
31 에코 비전 +4 24.04.11 7,060 113 12쪽
30 다목적 포석 +6 24.04.10 7,449 114 12쪽
29 도발 +5 24.04.09 7,490 121 12쪽
28 대면 +6 24.04.08 7,672 127 12쪽
27 변수 +6 24.04.06 7,841 136 12쪽
26 동수상응 +4 24.04.05 8,035 1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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