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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화산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 사생아의 인생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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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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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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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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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 포석

DUMMY

약속 장소로 가보니 문다인과 진서연, 한선영, 세 여자가 깔깔거리고 웃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어, 왔어?”

“최재하, 너 디게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어, 예뻐졌네?”

“진짜? 농담이라도 고마워.”


“근데 너 기부하고 오는 길이라며?”

“내가 돈 좀 벌잖아. 그런 것도 좀 해야 돈이 더 잘 들어와.”

“얼마나 했는데?”

“비밀.”

“참, 별게 다 비밀이다.”


“근데, 너도 남미 가고 싶다며?”

“응, 사실 남미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었거든.”

“우린 둘 다 쌍쌍인데?”

“상관없어. 난 멋진 남미 남자나 하나 꼬시지 뭐.”


남미는 남방계와 북방계가 혼합된 현지 원주민, 유럽인, 아프리카인, 폴리네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다.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우승 횟수가 가장 많은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미남, 미녀도 많다.


“야, 너 박 비서님은 어쩌고?”

“그 오빠가 뭐 내 남친인가?”

“그럼 아냐?”

“그냥 몇 번 만나 본 거야.”


말은 그렇지만, 내가 볼 때는 둘이 꽤 좋아한다. 남미 남자 하나 꼬셔보겠다는 말은 그저 친구들에게 지기 싫어서 해본 말일 것이다.


“그럼, 나도 포기해야겠네?”

“뭘 포기해?”

“다인이 할아버지를 설득해 박강일 선배도 함께 가자고 할 생각이었거든.”

“아 진짜? 그럴 수 있어?”

“있으니 하려는 거였지.”


“그럼, 해. 나 남미 남자 포기할게.”

“싫은데?”

“말해놓고 싫다는 건 또 뭐야?”

“네가 별로 바라지도 않은 것 같은데, 왜 괜히 나서 고생해?”


한선영이 입술을 삐쭉였다.


“못됐어. 기어이 내 항복을 받겠다는 거야?”

“박 선배가 네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섭섭하겠어?”

“치, 그냥 해본 말인데···.”

“어쩔 거야? 내가 움직여, 말아?”

“알았어. 항복할게. 움직여 줘.”


난 신체 나이는 스물하나지만, 정신 연령은 마흔에 가깝다. 이제 스물인 여자애가 내 상대가 될 리 없다.

’진즉 그렇게 나올 것이지.‘


이래야 줄다리기도 없고 박강일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도, 3선 의원을 부친으로 둔 선영이를 내 우호적 친구로 만들기도 수월해진다.


난 아예 오늘 모든 걸 결정할 생각으로 우선 파가니니에 전화했다. 어차피 그곳에서 박강일을 만나야 한다.


“누나, 나 재하.”

“어,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왜요?”

“오늘 꽤 중요한 손님이 오거든.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니 와서 분위기 좀 잡아줬으면 해서.”

“어떤 사람들인데요?”


“국회의원들. 주로 기재위 위원들이야. 위원장도 있고.”

“정말요? 몇 시에요?”

“저녁 먹고 오니 조금 늦을 거야. 한 9시에나 도착할 거니 넌 10시까지 와도 돼. 시험은 끝났지?”

“네, 사흘 후 방학이에요.”

“그럼, 올 수 있는 거야?”


“사실은 오늘 친구들하고 놀러 가려고 했는데···.”

“우리 가게에?”

“네.”

“언제?”

“지금요. 9시엔 강일 선배와 거기에서 만나기로도 했고요.”


“그럼 와.”

“정말요? 가도 돼요?”


나나 강일 선배만 가는 건 상관없다. 그런데 여자들 셋에 난 아예 지훈이도 불러낼 생각이다. 그 자리에서 최종 인원을 확정하고 일정도 정해야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온다고 한다. 그들과는 나이나 분위기가 다르니 자칫 파가니니 영업에 지장 줄 수 있다.


“룸이 있잖아. 너흰 거기에서 놀면 돼. 중간에 너만 나와 드럼 좀 쳐주고.”

“알았어요. 그럼, 바로 갈게요. 근데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

“그분들 오면 저도 좀 소개해 주세요.”

“왜, 부탁할 게 있어?”


“부탁은요? 그냥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저도 금융업을 하잖아요.”

“소개하는 거야 뭐가 어렵겠어?”


재하가 드럼을 치면 어차피 누구냐고 물을 것이다. 그 기회를 이용해서 소개하면 된다.


“근데 그것으로 되겠어?”

“충분해요. 그다음은 내 몫이고요.”


사실 내가 그들을 만나려는 이유는 그저 알아두려는 것 때문이 아니다. 그들에게서 얻어낼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하이닉스반도체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대한민국 최초의 반도체 기업이다. 1979년, 금성반도체로 설립되어 현대전자, LG반도체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고 세계 최초로 4Mb DRAM 양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반도체 공황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몰렸고 주인이 현대그룹에서 채권단으로 바뀌었다. 이후 계속 고전하던 하이닉스는 2005년, 반도체 생산 기계의 리사이클링 전략에 성공하고 이후 D램 가격 상승으로 안정기에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에 다시 위기에 몰렸다. 워낙 허약한 체질이라 작은 바람에도 휘청이는데, 이번 위기는 작은 바람이 아니라 태풍이었다.


’결국, 정부와 채권단은 매각을 결정해.‘


그런데 그 방향이 국내가 아닌 해외 매각으로 흘러간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다른 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이라 공룡급인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다 그들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과거 한보철강이나 대우건설 등의 사례 때문인데, 그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하이닉스는 현재 미운 오리 새끼나 곧 백조로 변할 것이다. 난 그런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정말 무척 가지고 싶다. 하지만 너무 큰 회사라 현재 내가 가진 자본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난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자본 부족으로 드랍했던 STX의 강상수 회장과 접촉했고 그가 자본을 낭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SH에셋에 투자금이 몰리고 다인이와 관계도 진전되면서 내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그런 보물을 강 회장에게만 안겨줄 수는 없지.’


물론 나도 힘이 닿는 대로 투자하겠지만, 하이닉스는 덩치가 너무 크다. 내 투자는 일부에 그치고 대부분은 강 회장이 댈 것이다. 그럼, 그 과실도 그에게 넘어간다.

난 바로 문 부회장에게 연락했다.


“할아버님, 저 재하예요.”

“그래, 무슨 일인가?”

“내일, 혹 시간 되세요?”

“언제쯤?”

“아무 때나요.”


“그럼, 4시쯤 볼까?”

“네, 시간 맞춰 찾아뵐게요.”

“그래, 밑에다 이야기해 놓지.”


만나자고 하는데 그 바쁜 양반이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시간을 내준다.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조서혜와 문무진에 이어 마지막으로 지훈이와 통화를 마친 후 돌아오니 다인이가 핀잔을 놓았다.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하니?”

“쇠뿔은 단김에 빼라고 할아버지와 만나기로 했어.”

“우리 할아버지?”

“어, 지훈이도 오라고 했고.”

“지훈이는 왜?”

“남미에 가려면 오늘은 일정을 확정해야 해. 그래야 항공편이나 숙소를 예약할 수 있어.”


항공이나 숙소는 가끔 이벤트 저가상품이 나온다. 가는 걸 일찍 확정해 놓고 저가 상품 일정에 맞추면 훨씬 싸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촉박하게 잡으면 정가 그대로를 줘야 하니, 사실은 지금도 늦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여자들은 모두 부잣집 딸들이다. 지훈이 경비는 내가 대주기로 했으니 굳이 여행경비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근데, 강일이 오빠는 아직 확정 안 됐잖아.”

“확정된 것으로 하고 밀어붙여야지. 나중에 취소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나아.”


숙소야 조금 넓게 쓰면 되고, 항공권은 취소 수수료가 붙겠지만, 예약이 안 되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낫다.


“그래서 지훈이를 여기로 오라고 했어?”

“아니, 파가니니.”

“파가니니에 가게?”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선영이 먼저 나섰다.

“난, 찬성.”


진서연도 손을 들었다.

“나도 찬성. 말만 들었는데 꼭 가보고 싶었어.”


“그럼, 박 비서님도 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박 선배도 올 거야.”

“정말?”

“사실은 다른 일 때문에 오늘 거기에서 만나기로 했거든.”


다인이가 나를 가볍게 흘겼다.


“넌 정말···.”

“정말 뭐?”

“그냥 그렇다고.”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이야 뻔하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노는 손오공 같은 심장일 것이다.


***


저녁 7시, 술 마시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라 파가니니는 손님 하나 없이 무척 조용했다. 그래도 내 전화를 받은 조서혜가 우린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라. 어, 다인이도 왔네?”

“네, 잘 계셨어요?”

“나야 항상 잘 지내지.”


“언니, 저도 왔어요.”

“선영이도 왔구나. 어서 들어와.”

“안녕하세요. 전 다인이 친구, 서연이라고 해요. 진서연요.”

“반가워요. 어서 들어오세요.”


“지금은 괜찮으니 그냥 홀에 앉을래?”

“아뇨, 이야기할 게 많아 룸으로 들어갈게요.”

“그래라. 참, 아직 식사 전이지?”

“네, 여기서 피자와 치킨을 배달해 먹으려고요. 그래도 되죠?”

“당연히 되지. 내가 시켜줘?”


“그냥 저희가 시킬게요. 누나도 드실 거죠?”

“응, 한 조각 얻어먹을게.”


그렇게 우린 피자와 치킨을 시켜 맥주와 함께 마셨고 지훈이가 오자 본격적으로 여행 일정을 상의했다.


“우선 각자 각자 가고 싶었던 곳을 불러 봐.”

“난 마추픽추.”

“난, 우유니 사막.”

“난 이과수 폭포.”


예상했던 대답으로 모두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는 유명 관광지다.


“그럼, 난 모레노 빙하.”

“모두 남미 쪽이네? 혹 중미는 없어?”

“왜 없어? 멕시코의 테오···. 뭐라고 했는데?”

“테오 티우와?”

“맞아. 거기에 볼 게 많다고 들었어.”


“맞아. 태양의 피라미드, 달의 피라미드, 죽은 자들의 길 등 이름들도 모두 멋있어.”

“그럼, 나도.”

“넌 어디?”

“쿠바 하바나.”

“와, 쿠바는 나도 가고 싶어.”


그쯤에서 내가 끼어들었다.


“중미까지는 안돼. 우리 일정으로 너무 벅차.”

“왜, 한 달이나 되잖아.”

“남미만 제대로 보려고 해도 최소한 두 달은 잡아야 해. 우린 이곳 페루 리마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여기 리우데자네이루까지만 갈 건데, 사실 한 달만으로는 무척 빡빡해.”

“왜, 여행사 상품을 보면 열흘이나 보름짜리도 많던데.”

“그냥 점만 찍고 다니니까 그렇지, 그건 여행이 아니야. 사진으로 기록만 하는 거지.”


“그럼, 어떡해? 기간을 늘려?”

“방학을 모두 여행으로만 보낼래? 각자 할 일들도 있잖아.”


거기에 박강일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야 방학이니 시간을 더 뺄 수도 있겠지만, 문다인 부회장의 최측근 일꾼인 박강일에게는 한 달도 사실 무리다.


“그럼, 중미는 다음에 가자.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맞아. 미국에서는 금방이니, 나중에 미국에 갈 일 있을 때 들려도 돼.”


그렇게 멕시코와 카리브해 국가들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모두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많이 아쉽네. 멕시코도 꼭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우린 젊잖아. 시간도 많고.”


처음엔 내가 제의했고 다인이나 서연이는 망설였다. 서연이를 좋아하는 지훈이는 관광 그 자체보다 서연이와 함께 한다는 것에 혹했고. 나중에 선영이가 합세했다. 근데 지금은 얘들이 더 적극적이다.


“알았어. 그럼, 우리 리마로 들어가?”

“어, 그곳이 남미의 관문이야. 그곳에서 시작해서 쿠스코와 마추픽추, 와카치나와 나스카, 우유니, 산티아고를 거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돌아오는 일정이야.”

“그럼, 총 몇 개국인데?”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 6개국.”

“다른 곳은 못 가?”


“또 욕심낸다. 거기만 보기에도 빡빡하다니까?.”

“알았어. 재하 네게 모두 맡길게.”

“와, 임금도 주지 않고 거저 부려 먹으려고? 난 총괄할 테니, 숙박이나 교통편은 서로 나눠서 예약해. 그렇게 준비하는 과정도 여행이고 경험이야.”


그러면서 난 필요한 일들을 하나하나 배분했다.


“세부 일정은 다인이가 친구들과 상의해서 짜. 항공권은 선영이가 예매하고 숙소는 인터넷에 능통해야 하니 지훈이가 예약해. 현지 교통편은 서연이가 맡되, 지훈이 네가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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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인맥 쌓기 +12 24.04.24 5,347 9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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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유료화 +6 24.04.20 5,835 94 12쪽
38 새로운 의욕 +4 24.04.19 5,883 9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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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BC포럼 +6 24.04.17 6,054 98 13쪽
35 유비무환 +7 24.04.16 6,171 103 13쪽
34 글피아 +4 24.04.15 6,207 100 13쪽
33 돈이란 도는 것 +4 24.04.13 6,608 126 13쪽
32 전환사채 +4 24.04.12 6,724 116 12쪽
31 에코 비전 +4 24.04.11 6,916 1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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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도발 +5 24.04.09 7,343 121 12쪽
28 대면 +6 24.04.08 7,526 127 12쪽
27 변수 +6 24.04.06 7,700 136 12쪽
26 동수상응 +4 24.04.05 7,888 1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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