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606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8.12.27 21:15
조회
576
추천
9
글자
10쪽

3. 터를 잡다.

DUMMY

산뜻한 아침을 맞은 원일의 몸은 생각보다 개운했다. 전날만 해도 살려달라고 몸부림쳤던 몸뚱이였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몸이 개운하고 근육도 조금은 풀려 있었다.

단순히 공기가 좋아 그런 거라고 치부한 원일은 몸을 이리저리 풀었다.

군인 시절부터 아침에 일어나버릇해서 그런지 저절로 몸이 움직여졌다.

'간밤에 짐승들이 안 온 게 다행이다.'

전날 일을 상기해보니 참으로 기이하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빛들이 사방천지 날아다니는 거 하며 그 빛 무리가 여자아이들로 변했을 때는 기절초풍하기도 했다.

그것은 원일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암을 발견하고 병원에 다닐 때부터 원일은 숙면을 취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 분명했음에도 푹 잤다는 것은 그만큼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거라고 여겼다.

마음을 다잡은 원일은 다시금 어제 올라왔던 산을 탔다. 안 먹은 지 이틀째였지만 항상 소식하고 육류 위주로 먹었기에 생각보다 허기지진 않았다. 다만 개울 하류 부근에 도착했을 때 장에서 엄청난 기세로 소식이 왔다.

개울 옆 적당한 구덩이에 자리 잡고 볼일을 보았는데 변의 색이 새까맸다. 그것도 황토색이나 갈색이 아닌 완전 검은색이어서 더 놀랐다. 그의 변은 항상 혈이 섞인 붉은빛이 도는 혈변이었지만 이건 거의 독변이라 부를 수준이었다.

볼일을 마치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개울가에서 물로 헹구고 주변에 있던 흙과 나무들로 흔적을 덮었다. 엄청난 냄새를 풍겼기에 손이 썩는 게 아닐 정도로 찝찝했다.

'내 몸에서 나왔지만, 냄새가 정말 구리다.'

식량을 구하고 숙영지를 만드는 걸 오늘의 목표로 정했다. 어떤 맹수가 산에 있을지 몰랐지만 이대로 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어제 왔었던 개울 중류 부근을 좀 더 지나니 완만한 넓이의 물길이 나왔다. 점프 뛰면 넘어갈 정도의 물길엔 물고기가 보였다.

들고 있는 목창으로 조심히 접근한 원일은 몇 번 시도 끝에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얕은 수심이라 몇 번 시도 끝에 성공했다.

불을 피우기엔 아직 꺼림칙한 것들이 많아서 물고기 내장과 뼈를 칼로 제거 후 살코기만 섭취했다.

'초고추장이 있었다면.'

연어와 광어의 중간쯤 되는 식감에 맛은 그저 그랬다. 얇게 썰어 먹으면 횟감으로 딱 맞을 텐데 시장이 반찬이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개울가 샛길을 따라 쭉 올라가 상류 부근에 도달했을 때 큰 연못이 보이는 위치에 도착했다. 수원으로 보이는 연못으로 200평 정도는 족히 돼 보였다. 더군다나 다행인 건 토끼와 사슴으로 보이는 동물들이 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연못 뒤편에는 대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여기서 대나무를 보게 될 줄이야.'

대나무는 쓰임새가 무궁무진할 정도로 유용한 식물이었다. 죽순이란 부산물도 얻을 수 있으니 이것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식수와 사냥감의 유무까지 확인하고 더군다나 집 재료까지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연못 부근을 중심으로 하여 계속 정찰했다. 멀리 왔음에도 동글동글한 배설물들 위주로 보이는 것이 이 산은 초식동물들 위주로 사는 산 같았다.

산 정상보다는 중턱 부근에 은신처를 마련하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칼날을 다시 해체 후 대나무에 대고 돌로 내리쳐 잘라내는 작업 위주로 했다. 너무 큰 나무는 작업이 오래 걸렸기에 3미터 정도 돼 보이는 나무 위주로 작업을 시작했다.

잔가지도 쳐내고 아까 봐왔던 위치에 재료들을 차곡차곡 옮겨 놓았다. 큰 바위들과 나무들이 적당히 우거진 부근에 터를 잡고는 땅을 골랐다.

큰 돌들을 골라내고 낙엽을 치웠다. 그리고 바위를 중심으로 목책 치듯 대나무를 땅에 박아 연결했다. 나무껍질을 적당히 벗겨 매듭지었고 헐거운 부분이 없는지 확인했다. 망치 같은 걸로 박아 고정했으면 좋겠지만, 끝을 뾰족하게 하고 땅에 박자 생각보다 잘 박혔다. 틈새는 긁어모은 잎사귀와 줄기들로 메꿨고 지붕 또한 묶은 대나무를 올리자 꽤 쓸만한 아지트가 완성되었다. 입구는 잘 때만 막기로 하고는 문만 만들었다.

아침부터 시작한 은신처 작업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이어졌다. 도중에 가져온 대나무가 떨어져 다시 수급하고 나무껍질들도 다시 벗겨 마련하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바위 밑 부근에 구덩이를 팔고 적당히 마른 나뭇가지를 골라 넣고 불을 붙였다. 혹시 몰라 남은 재료는 목책 옆에 쌓아 놓고 잔가지는 안으로 옮겨 놓았다.


작업을 끝마칠 즘엔 해가 져 사위가 어둑해졌다.

안으로 위치를 옮겨서는 작살과 목창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했다.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잘라 물고기를 잡기 좋게 만들었고 나무는 끝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부러질 걸 염려해서 넉넉히 3개 정도 만들어 대비했다.

대나무 마디를 잘라 물통도 만들어 한쪽에 놔뒀다.

비가 오는 게 가장 걱정이었지만 차차 생각하기로 했다.

삼일차에 은신처도 만들었으니 이제는 생존이 문제였다.

각종 맹수와 괴물들이 가득한 이 세계에서 원일은 마음을 다잡았다. 알량한 마음가짐으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약육강식의 대자연 앞에서 원일의 존재감은 미약했고 그는 약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들불처럼 일어난 생존 욕구가 마음 한쪽에 자리 잡았다.

원일은 하루를 뒤로하고 새소리와 짐승의 울음소리를 벗 삼아 잠을 청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다음날 원일이 시작한 일은 물고기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전날 만들어 놨던 대나무 컵에 물을 떠 마시고 작살로 물고기를 잡았다. 사냥 도중 신호가 와서 변을 보았는데 색은 어제와 같았다. 적당한 물고기를 5마리 잡고 은신처에 도착해서 손질한 물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구워 먹었다. 소금간을 하지 않아 밍밍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순식간에 5마리를 다 먹었다.

오후엔 산을 순찰하고 본격적으로 짐승의 흔적을 찾았다. 산 능선을 타고 은신처에서 멀리 떨어지자 보지 못했던 맹수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배설물에 섞인 털들과 짐승들의 뼛조각이 보였다.

아무래도 여기서부터는 어떤 맹수의 영역인 것 같았다. 산짐승들이 다니는지 자그마한 오솔길도 나 있었고 각종 털도 나무에 있었다. 발톱의 위치가 어깨높이에 있는 것으로 보아 대형견 정도의 크기라 판단하고 후일을 기약했다. 여기서 저 짐승과 마주친다면 최악이었다.

쓸만한 짐승 뼈를 추려 은신처에 도착한 후 창을 좀 더 보강했다. 뾰족하게 부러진 뼈들을 낚싯줄과 나무줄기로 묶어 그럴싸한 무기로 바꿨다.

비가 왔을시 대비하기 위해 가져온 대나무들을 쪼개 결을 만들고 빗물을 모을 통을 밑에 놓는 한편 배수로도 파서 혹시 모를 침수에 대비했다. 바닥엔 산을 기점으로 맹수들이 사는 위치와 연못 개울을 대략 그려 머릿속에 기억했다. 또 돌아올 때 연못을 보니 새들이 있어 놈들을 잡을 요량으로 새총을 만들었다. 잠바 밑단의 고무줄을 끊고 Y자 형태의 나무를 구해 양쪽으로 고정했다. 돌을 댈 부위에 고무줄을 몇 번 감아 두껍게 하니 꽤 튼튼한 새총이 되었다.

남은 시간에 적당한 거리에 나무를 하나 세우고 그걸 새라고 가정 후 맞추는 걸 연습했다. 처음에는 돌멩이가 계속 빗나갔지만 요령이 생기자 10번 중의 6번은 목표물을 맞힐 정도로 발전했다. 새총의 사정거리는 대략 8미터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맞춰도 잡는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최대한 접근해서 사격하는 걸로 하고 목책의 문을 닫았다.

다음날은 어제 봐왔던 연못에 가니 산 새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가까이 접근해도 도망가지 않는 걸 보니 이놈들은 사람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 보여 무릎 앉아 자세로 기다린 후 멈췄을 때 돌을 쏘아 단번에 맞췄다. 머리에 맞았는지 놈은 몇 번 날갯짓 하더니 축 늘어져 배를 보였다.

물이 적당히 깊어 보였기에 옷을 죄다 벗고 헤엄쳐서 새를 건져 오고 그 자리에서 내장만 제거 후 은신처에 돌아와 꽁지깃과 날갯깃을 뽑아 한쪽으로 모아놨다. 나중에 화살을 만들 생각이었다.

손질한 고기는 꼬챙이에 꿰어 불에 구워 먹었다. 기름기도 쏙 빠진 것이 먹음직스러웠다.

간밤에 동물들이 접근하는 것 같아서 어찌 될지 몰라 대나무 통에 돌을 담고 덩굴을 엮어 침입에 대비했다. 또 올무 형태로 낚싯줄과 덩굴을 엮어 나무 밑에 설치해 놓았다. 대나무들도 더 잘라오고 뾰족하게 다듬은 후 벌어진 틈 사이에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시간을 들여 삽 형태로 대나무를 비스듬히 깎아 만들었다. 아직 짐승 사냥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 물고기 위주로 사냥하기로 하고 오후에는 물고기를 위주로 잡았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보여 비를 대비하게 좋을 거 같아서 가지들을 잔뜩 잘라와 최대한 틈새를 매웠다. 침수되면 끝장이었기에 꼼꼼히 작업했다. 바위 쪽은 아무래도 어쩔 수 없어 대나무 삽으로 배수로를 파 바깥으로 물길을 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밤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다음날까지 계속 내렸다. 불을 피워 안을 습하지 않게 만들었다. 다행히 비는 바위에 타고 내려 배수로를 따라 침수는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 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3. 터를 잡다. +1 18.12.27 577 9 10쪽
4 2. 생존 +1 18.12.27 524 9 9쪽
3 2. 생존 +1 18.12.27 583 7 10쪽
2 1. 낯선 세계 +1 18.12.26 633 7 10쪽
1 프롤로그 +1 18.12.26 673 8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