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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림 님의 서재입니다.

캣츠비안나이트 (catsbian night)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수양림
작품등록일 :
2020.10.26 23:36
최근연재일 :
2024.01.06 21: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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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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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수 :
56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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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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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부. 좋아하는 것/ 헌터

DUMMY

좋아하는 것


고양이는 맛있는 냄새에 눈을 스르르 떴다.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선물로 준 쥐돌이 인형을 껴안고 자던 중이었다. 고양이는 이 쥐돌이 인형을 참 좋아한다.


"밥 먹자."


고양이는 밀 메이커의 목소리에 번쩍 일어나 자신의 방 밖으로 나갔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옹."

"고기 볶음."

"밀 메이커의 본분을 아주 잘 수행했다옹. 훌륭하다옹!"


고양이가 기쁜 얼굴로 밀 메이커를 칭찬하고는 촵촵 먹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맛있는 고기를 좋아한다.


맛있는 고기를 다 먹은 고양이는 1월 치고는 따뜻한 날의 햇볕을 쬐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갔다. 고양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


"흐아암."


고양이가 햇볕을 쬐며 하품을 길게 했다. 고양이는 햇볕을 쬐는 걸 좋아한다.


고양이는 거대한 쟁반이 있는 지붕 위에 앉아 식빵 자세를 하고는 동네를 내려다 봤다. 지나가는 사람들, 지나가는 새들을 보며 귀를 쫑긋거렸다. 고양이는 이렇게 높은 곳에 앉아 동네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 한다.


"저 형사는 왜 또 왔냐옹."


고양이는 밀 메이커가 일 하던 시절 아는 사이라던 젊어 보이는 형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미경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 형사는 예전에 동네 고양이들이 사라진다며 잠시 조사를 나온 적 있었다. 형사는 고양이 있는 집을 집집마다 조사하다가, 고양이와 같이 사는 밀 메이커의 집에 들러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오늘도 저 형사는 밀 메이커와 고양이의 집에 방문해 집 대문 앞에서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다 어디 간 걸까옹······."


고양이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휘이이잉


갑자기 찬바람이 싸늘하게 고양이를 덮쳤다.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털을 파고들었다.


"···추운 건 싫다옹."


고양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난 따뜻한 게 좋다옹."


고양이는 그렇게 말하며 좋아하는 쥐돌이를 안고 따뜻한 아랫목 누웠다.


"나른 하다옹."


따뜻한 곳에 누워 있으니 잠이 오는 고양이가 하품을 하고는 중얼거렸다. 고양이는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자는 걸 좋아한다.


스륵


어느새 집에 들어온 밀 메이커가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었다. 고양이는 꼬리를 살짝 움직였다가 다시 새근새근 잠을 잤다. 그저 가만히 배만 오르락 내리락 하며 잘 뿐이었다.


밀 메이커는 잠든 고양이 옆에 앉아 책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자고 일어났을 때 밀 메이커가 옆에 있는 걸 좋아하니까.





헌터


오늘도 고양이는 커다란 쟁반이 달린 집 지붕 위에 올라가 햇빛을 쬐며 졸고 있었다. 그런데···


콰-앙-!


하늘에서 무언가가 지붕 위로 떨어졌다. 그것도 고양이가 있는 곳 근처로 떨어졌다.


"키야오오오옹!"


고양이는 놀라 펄쩍 뛰었다. 하마터면 고양이도 큰 피해를 입을 뻔 한 순간이었다.


"뭐, 뭐냐옹!?"


고양이는 자신의 옆에 난 곳에 난 커다란 구멍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고양이가 지붕에 난 구멍을 통해 집 안쪽을 보니, 지붕 잔해와 함께 널브러진 이가 보였다.


"···거지냐옹?"


고양이가 거적대기를 입고 산발한 머리, 그리고 꾀죄죄한 몰골을 한 놈을 보고 말했다. 놈은 밀 메이커 집 텔레비전 뉴스에서 나온 헌터였다. 놈은 집 거실 정중앙에서 부스러진 천장과 지붕 파편, 거대한 케이블 쟁반 파편에 뒤섞여 미동도 없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


"···죽었냐옹?"


고양이가 그 놈을 보고 말했다.


꿈틀


하늘에서 떨어진 놈이 그 말에 반응하기라도 한 건지 손 끝을 살짝 움직였다.


터벅 터벅


부엌에 있던 밀 메이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컵을 들고 천천히 이 끔찍한 현장 쪽으로 걸어왔다.


"······."


밀 메이커는 음울한 기운을 풍기며 구멍난 천장을 바라봤다. 구멍 아래로 보고 있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개박살이 났다옹."

"······."


밀 메이커는 말 없이 시선을 내려 거실에 지붕과 천장 잔해와 함께 퍼져 있는 놈을 바라봤다. 언제나처럼 표정이 없는 밀 메이커지만, 고양이는 그 모습에서 착잡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초 더 어둑한 모습으로 놈을 바라보던 밀 메이커가 입을 열었다.


"···물어내."


그 말을 들은 고양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살아있냐고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니냐옹?"

"살아 있어."

"그럼 괜찮냐고 물어야 되는 거 아니냐옹?"

"당연히 크게 다쳤겠지."

"매정하기 그지 없다옹."


고양이가 그렇게 말하는 밀 메이커가 맘에 안 든다는 눈빛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말했다.


탓 탓 탓


고양이는 뚫린 구멍으로 몇 번의 발구름을 통해 순식간에 거실로 내려왔다.


"정신차려 보라옹."

"······."

"괜찮냐옹?"


고양이는 야옹야옹 울며 하늘에서 떨어진 놈을 툭툭 건들였다. 하지만 놈은 움찔거리기만 할 뿐 그 외에는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 고양이는 기웃거리며 놈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밀 메이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크게 다친 것 같다옹. 안다미로를 부르자옹."


고양이의 말에 밀 메이커는 조용하게 말헸다.


"이 부랑자놈."


밀 메이커의 반응에 고양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는 사이냐옹?"

"응."

"···도대체 주변인들이 왜 다 이 모양이냐옹······."


고양이가 영 신뢰가 가지않는다는 듯한 눈으로 밀 메이커를 보며 말했다.

밀 메이커는 전화기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안다미로는 지금 바빠."

"?"


고양이가 뭔 소린가 싶어 의문스런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밀 메이커를 바라봤다. 얼마 후, 이내 동네에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구급차 한 대가 밀 메이커 집 앞으로 도착했다.




근처 대형 병원 중 하나인 백일 병원. 헌터는 그 병원의 1인실 병동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눈 떴어."


도서관 관장의 목소리였다. 헌터의 눈 앞에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 있는 엑스칼리버와 도서관 관장이 서 있었다.




밀 메이커가 읽고 있던 책을 닫는 소리가 났다.

고양이는 이동장 안에서 자리에서 일어서는 밀 메이커를 봤다. 어쩐지 이들이 모여있는 지금 이 느낌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느낌일까?


헌터의 시야 안에 밀 메이커의 무표정한 얼굴이 들어왔다. 헌터는 밀 메이커가 보이자 힘겹게 입술을 뗐다. 하지만, 헌터의 입에서 어떠한 소리가 나오기 전에 밀 메이커가 먼저 소리를 냈다.


"집 물어내."


그 말이 들리는 순간,


"캬오오오옹! 매정하다오오옹!"


밀 메이커가 앉아있던 자리 옆의 이동장 안에 있던 고양이가 짜증내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


도서관 관장이 어색하게 웃었다.


"···수리공 녀석 불러."


헌터가 메말라서 갈라지는 목소리로 드디어 첫 마디를 꺼냈다.


"네 기체는 어디가고 맨 몸으로 떨어졌어?"


엑스칼리버가 물었다.

헌터가 육신의 고통을 느낀 듯 다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고장 났지."

"미친 놈."


엑스칼리버가 담백하게 말했다.


"얼마나 누워있었지?"


헌터가 도서관 관장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3시간 정도?"

"그게 어느 정도지?"

"찰나."

"다행이군."

"하지마 모든 걸 그르칠 수도 있는 시간이지."


도서관 관장의 말에 헌터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키려 하며 물었다.


"광대랑··· 으윽··· 미로는?"

"움직이지 않는게 좋을 껄. 네 머리통 빼고 모든게 다 박살 났으니까. 광대랑 미로는 우리 중에 가장 바빠서 보기 쉽지 않을 거야."


도서관 관장의 말에 몸을 일으키는 걸 포기하고 다시 원상태로 누우며 말했다.


"그런 건 좀 일찍 말해주는게 어때?"


그 때 고양이가 시선을 돌리니 병실 문틈 사이로 연기가 일렁이는게 보였다. 이동장 안에서 대화를 듣고 보던 고양이가 그 연기를 보고는 소리쳤다.


"큰일 났다옹! 불 났다옹!"


고양이의 외침에 밀 메이커가 고양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전혀 동요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 났어."

"저기 연기가 흘러들어오고 있다옹! 불이다옹! 불!"

"불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돼."


그렇게 말하고는 밀 메이커는 다시 고개를 돌려 대화에 두런두런 합류했다.


"어휴, 저 답답이들! 저렇게 안일해서야 되겠냐옹!"


고양이는 발톱을 세워 이동장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렸다.


찰칵


고양이는 순식간에 이동장 문을 따고 나와 병실 문 쪽으로 부드럽게 다가갔다.


스륵


고양이가 병실 문을 앞발로 열심히 밀자 미닫이 문이 스르륵 열리고 말았다. 고양이의 머리가 들어갈 크기만큼 열리자 고양이는 몸을 유연하게 밀어넣어 슥 빠져나갔다.


고양이가 문 밖으로 나가보니, 문 앞에는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연기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 연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거냐옹?"


고양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킁킁거리며 길쭉한 연기를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가 토도도 달리기 시작했다.


"···저거 같은데옹?"


고양이는 병원 복도에 놓인 의자 위, 허공에 둥둥 떠 있는 파이프 담배를 발견했다. 파이프는 연기 뭉치 중간에 혼자 둥둥 떠 있었다.


"이상한 연기다옹."

"······."

"전에 본 적 있지 않냐옹?"

"······."


고양이의 질문에도 연기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그저 파이프에서는 고양이의 말에 맞춰 대답 대신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기묘하다옹."


고양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진 듯 했다.


"그나저나 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옹? 생긴 건 병원 같은데옹. 내가 다니는 병원이랑 좀 다르게 생긴 것 같다옹."


고양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연기를 뚫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파이프는 고양이가 달리는 방향으로 천천히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는 이내 고양이가 빠져나온 병실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병실 방향으로 둥둥 떠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도도도


고양이는 계단을 통해 순식간에 병원 1층으로 달려갔다. 중간중간 고양이를 발견한 이들의 웅성거림을 들은 것도 같지만, 고양이는 그저 신나게 뛰어갔다. 그리고 이내 병원 후문 앞까지 나왔다.


"재밌는 곳이다옹. 산이 있다옹."


고양이는 병원 뒷편의 산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때-




"!?"


고양이의 몸이 휙 들렸다.


"안녕,"


고양이를 들어올린건, 어두운 선글라스와 검은 마스크를 끼고, 검은 모자를 쓴 이였다. 염색으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않을 투명한 머리칼이 모자 밑으로 삐죽 튀어나온 이. 고양이는 그가 초면이 아니었다.


"고양이야."


예전에 고양이에게 밥을 줄려던, 매혹적인 냄새가 났던 그 자가 고양이 눈 앞에 다시 나타났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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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4부. 그게 문제가 아냐/ 리모컨 전쟁/ 털 빗기 23.12.23 5 0 12쪽
89 4부. 운 좋은 날 23.12.16 5 0 13쪽
» 4부. 좋아하는 것/ 헌터 23.12.09 6 0 11쪽
87 3부. 뒷수습 (3부 完). 후기 22.09.24 25 1 17쪽
86 3부. 옥실이 22.09.17 24 0 20쪽
85 3부. 학생의 우상 22.09.10 23 0 15쪽
84 3부. 고양이의 생일/ 안다미로의 비밀 22.09.03 19 0 9쪽
83 3부. 또 봐/ 리모컨 쟁탈전 22.08.27 26 0 12쪽
82 3부. 마마스 클라우드(Mama's cloud) 22.08.20 27 0 13쪽
81 3부. 광대/ 토끼와의 재회 22.08.13 26 0 12쪽
80 3부. 신화 下 22.08.06 29 0 9쪽
79 3부. 신화 上 22.07.30 30 1 17쪽
78 3부. 책 반납/ 토끼 22.07.23 3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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