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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림 님의 서재입니다.

캣츠비안나이트 (catsbian night)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수양림
작품등록일 :
2020.10.26 23:36
최근연재일 :
2024.01.06 21: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3,052
추천수 :
87
글자수 :
561,132

작성
21.12.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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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부. 기형- 마지막 칸

DUMMY



내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눈, 코, 입, 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속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욱!"


입을 여는 순간 피가 왈칵 쏟아졌다.


'···젠장. 뭐야? 어떻게 내 능력을 한 순간에?'


난 방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능력을 이용해서 몸을 감싸고, 싸우려는 자세만 취했을 뿐이었다. 그 순간 내 능력이 한 번에 찢기는 게 느껴지더니,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 후 나타난 결과가 지금이었다. 아마 나의 내장과 혈관들도 찢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심하면 안 돼요."


시비가 내가 방심한 것을 눈치채고는 말했다.

그 때, 옆에 있던 사가 시비에게 화를 냈다.


"뭐 하는 짓이야! 아직 준비가 덜 됐잖아!"

"무슨 소리야? 분명히 싸울 준비를 다 끝낸 상황이었어. 방어중이었다고.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방금 전처럼 다쳤을 리가 없어."


시비가 말하는 동안 측이 내가 다가왔다. 측이는 내게 수건을 건넸다. 나는 얼굴을 찝찝하게 타고 흐르는 피를 닦았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죽을 거에요."


측이는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피를 흘리는 것과 고통을 멎게 해주며 말했다. 치유를 한 건지, 진통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멀쩡해진 느낌이었다. 나는 그동안 나와 마주친 이들이 경고했던 것을 떠올렸다.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그래. 최선을 다 할게."


나는 측이에게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측이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수건을 받아 들고는 다시 돌아갔다.


"하아."


나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나는 총을 쏘듯 아이들에게 곧장 튀어나갔다.




시비가 발을 굴렀다.


"!?"


갑자기 시야가 뒤바꼈다. 방이 그대로 위아래로 뒤집히는가 싶더니, 아이들이 어느새 있던 자리에서 확 멀어졌다.




시비가 다시 발을 구르자, 난 갑자기 감각이 이상해진 것을 느꼈다.


"어?"


이 방을 통채로 들어서 어디론가 이동하는 듯했다.




시비가 다시 한 번 발을 굴렀다.

벽이 상자를 펼치듯 뒤로 넘어갔다. 나는 주변을 풍경을 본 순간 분노가 확 끓어올랐다. 벽 너머에 드러난 장소는, 내가 능력을 연습하던 곳, 그리고 현사엽과 길선웅을 뿌린 곳이었다.


"어?"


다시 시비를 돌아봤을 때 난 깜짝 놀랐다. 아까 일곱 남매 중 정로가 쓰던 거대한 오함마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비는 자신의 몸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정로의 오함마를 가볍게 휘두르며 바닥을 내리쳤다.






정로를 만났을 때 처럼 불길이 치솟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불길은 붉다 못해 푸르게 치솟았다. 푸른 불길은 주변의 지형을 모두 태워버릴 듯이 삽시간에 불이 번졌다.


하지만 나는 이 불길을 어떻게 잠재울지 알 것 같았다.


"···아저씨들은 이미 죽었어."


화악


순식간에 불길이 소화됐다. 내 말을 듣고 잠재워진 불길을 바라보던 측이 얼굴을 가렸다. 측이 얼굴에서 손을 뗀 순간, 아까 만났던 남자 정애가 했던 것처럼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성난 파도가 되어 나를 덮쳐왔다.


나는 몰려오는 파도 앞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가만히 말했다,


"고마웠어요."


나는 발이 시원해지는 감각에 다시 눈을 떴다. 성난 파도는 어느새 해변가의 부드러운 물결이 되어 내 발을 한 번 감싸고 썰물이 되어 쓸려나갔다.


그 때, 그 물들은 이제까지 내가 죽인 이들의 형상으로 변했다. 간부들과 일곱 남매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윽!"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그들의 형상을 밀어내며 나는 안간힘을 썼다. 몸에서 다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까지 능력으로 내보지 못한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러나 몰로 된 형상들은 여전히 나를 맹렬하게 공격해 왔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그들을 밀어내고 계속 있었다. 난 가슴 속에 몇 마디를 묻어두고, 뒷 말을 중얼거렸다.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게."




그동안 조용히 있던 수가 내 앞으로 나오더니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갑자기 모든 형상들이 사라졌다.


"잘 알았어요."


수가 나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더니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하자."


사도 내 쪽으로 오며 수를 거들었다.


"이젠 보내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


사가 발을 구르자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갑자기 우주 공간이 보였다. 그리고는 마치 빛의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한없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의미 없어. 이젠 앞으로 나아가면서 알게 되실거야."


사가 측과 시비에게 말했다.


나는 아이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갑자기 주변 풍경이 정지했다. 빛이 가득한 방 안에 있는 듯했다.


'···아까 우주였는데···?'


난 이곳이 어디인지 몰라서 두리번거렸다. 나는 이 주변의 빛나는 모든 것이 다 별이고, 아직도 우주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한참이나 걸렸다.


행성, 항성들이 모여 이뤄진 은하, 그리고 그 은하가 모인 은하단, 그 은하들이 모인 초 은하단. 그리고 그 거대한 초은하단들마저 아주 작게 보였다. 온갖 반짝이는 것들이 자세히 보면 그물, 아니, 심지어 스펀지의 조직처럼 미세하고 촘촘하게 보였다.


"···어?"


난 그러다 이 빛나는 융단 같은 곳 안에서 검게 아무 것도 없는 부분을 발견했다. 나는 홀린 듯 그곳에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려 했다. 그 어둠은, 너무 깊어서 마치 반타 블랙이라는 검은색 물감으로 칠해놓은 것 같기도 했다. 또는 이 빛의 공간과 융단을 마구잡이로 찢어놓은 것 같기도 했다.


내가 그 이질감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사가 내 손을 잡았다.


"보내드릴게요."


내가 사를 돌아본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 졌다. 그 이유는, 너무나 빠르게 주변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윽!"


멀미인지 뭔지 모를 두통이 강하게 몰려왔다.




시비가 다시 발을 구르자, 아까 그 방으로 돌아왔다.


"고생 많았어요."


측이가 어느새 내게 닦을 수건을 갖다 주고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문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줬다. 나는 이 아이들이 진정으로 끝까지 싸웠다면 나를 죽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피를 닦을수록, 몸이 씻은 듯이 상쾌해지고 낫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의 상처가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잘 가요."


옆에 있던 사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악수를 하기 위해 사의 손을 잡았다.


'!'


나는 뭔가 기운이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릴 잊지 말아 주세요······."


수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다.

나는 수의 손도 잡고 악수를 했다. 이번에도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솟구치는 듯했다.


"지켜볼 거예요."


시비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다. 난 시비와도 악수를 했고, 역시나 알 수 없는 기운이 솟았다.


"앞으로 잘 되길 바랄게요."


측이도 그렇게 말하고는 문 앞에서 악수를 했다. 나는 그리고는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덜컥


문을 여는 순간 바람이 문 너머에서 확 불어왔다.


쏴악-


나는 뭔가 쓸려가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잿더미 같은 모래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모래는 문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쓸려가듯 사라지고 있었다.


"······."


난 아이들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바라보고서야 고개를 돌렸다. 문 너머에는 계단이 있었다. 나는 천천히 길고 긴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저 너머에서 계속 바람이 불어왔다. 한참을 계단을 오르고 나자, 계단 끝에는 야외로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쏴아아


그곳은 드넓은 평야의 초원이었다. 바람결에 따라 풀이 일렁였다.

초원 한가운데 서 있는 단 한 명이 내게 말했다.


"기다렸다."


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그 자리에서 잠시 가만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


나는 대답 없이 마지막 계단의 마지막 칸을 올랐다.


작가의말

신년부터는 평균적으로 주 1회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종종 여유가 되면 더 올릴 수도 있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6.25 1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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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3부. 광대/ 토끼와의 재회 22.08.13 26 0 12쪽
80 3부. 신화 下 22.08.06 29 0 9쪽
79 3부. 신화 上 22.07.30 30 1 17쪽
78 3부. 책 반납/ 토끼 22.07.23 3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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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2부. 오래 전의 고양이 4 22.03.05 37 1 17쪽
74 2부. 오래 전의 고양이 3 22.02.26 26 0 10쪽
73 2부. 오래 전의 고양이 2 22.02.19 37 0 19쪽
72 2부. 엑스칼리버/ 오래 전의 고양이 1 22.02.12 28 0 17쪽
71 2부. 탐사 22.02.06 32 0 12쪽
70 2부. 기형 - 나를 위한/학생의 보은 22.02.05 27 0 7쪽
69 2부. 기형 - 마지막 선택 22.01.29 35 0 12쪽
68 2부. 기형 - 돌고 돌아 22.01.22 27 0 13쪽
67 2부. 기형- 쳇바퀴 22.01.15 26 0 14쪽
66 2부. 기형 - 정점 22.01.09 32 0 15쪽
» 2부. 기형- 마지막 칸 21.12.29 2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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