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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림 님의 서재입니다.

캣츠비안나이트 (catsbian night)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수양림
작품등록일 :
2020.10.26 23:36
최근연재일 :
2024.01.06 21: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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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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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수 :
561,132

작성
21.12.1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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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부. 기형 - 거울방

DUMMY

"크게 다쳤군."


호심래가 말했다.


"녀석이 널 기억하는군."


그리고 호심래와 비슷한 가면이 호심래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오심래다."


그리고 내 앞에 다른 가면들이 또 나타났다.

나를 잡고 있던 호심래가 말했다.


"소개하지. 평심금, 호심금, 오심금이다."


나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있는 힘을 짜내서 몸을 비틀었다.


"쿨럭."


하지만 한계였다. 피만 더 쏟아낼 뿐, 내 움직임은 그저 꿈틀거림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능력을 거둘 수도 없었다.


"움직이지 마라. 우리는 널 죽이러 온 게 아니다."


호심래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난 지즘 컨디션이 극악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고가 전혀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언제 오지?"


평심금이라고 소개받은 남자가 말했다.


"곧."


호심래가 말했다. 호심래는 내게 다가와서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몸을 기대어 부축했다.


"왔다."


오심금이 말하자마자 주현이 나타났다.


"치료해라. 좀 괜찮아지면 데리고 와. 갈 데가 있다."


호심래가 나를 주현에게 건네듯 보내며 말했다.


"···왜 도와주는 겁니까?"


주현이 일단 나를 눕혀 치료하기 시작하며 말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일 수는 없으니까."


평심금이 말했다.

그 말에 주현이 그들을 흘낏 보며 말했다.


"그래도 되겠어요?"

"생각은 계속 바뀔 수 있지."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위험한 짓을 저지르고 계시는 것 같은데······. 생각이 바뀌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아시고?"

"난 그저 지금 하고 싶은 선택을 한 것 뿐이다."


호심금이 말했다.

난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뭔가 대꾸하려 했지만,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이런.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혈압이···!"


그 말을 들은 걸 끝으로 나는 의식이 그대로 날아갔다.




그렇게 눈을 깜박 하고 뜨니 나는 처음 보는 곳에 와있었다.


디자인으로 봐서는 본부 안의 어떤 장소인 듯했다. 그리고 바닥은 한 가지 색의 카펫이 전부 다 깔려 있었다. 다만, 벽에는 사면이 다 거울로 도배되어 있었다.

나는 대충 운동하는 곳이나 춤 연습실 같은 건가 하고 생각했다.


"깼습니다."


주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코에 진한 커피 향기가 스며왔다. 아마도 카페 사장이 커피를 한 잔씩 태워 온 모양이었다.

주현은 내 몸에 이것저것 부착 된 장치들을 확인하며 말했다.


"전부 다 안정적이에요."

"괜찮아진 거에요?"


현사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엄청난 고통에 절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윽."

"일어나지 마. 아직 그 정도로 회복하진 못했어."


옆에 있던 지환이 나를 다시 눕히며 말했다. 주현은 이제 괜찮다며 몸에 붙은 장치들을 전부 다 떼어냈다.

그 때 호심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자리 좀 비켜주길 바란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 바로 얘기해야 될 것 같다."


호심래의 말에 모두 떨떠름한 표정이지만, 일단 밖으로 나갔다.

이 이상한 장소에는 이제 호심래와 나밖에 남지 않았다.


"···여긴 뭐냐? 정신 사납네."


내가 호심래에게 물었다.


"보는대로다. 거울이 많은 곳이다."

"여기도 본부···?"

"그렇다."

"다들 에어로빅 같은 거라도 하는 건가?"

"과거와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살피기 좋은 곳이지."


그의 말에 난 가만히 거울에 비친 호심래와 나의 모습을 바라봤다. 호심래는 언제나처럼 가면을 쓰고 병원 환자복 위에 코트를 입고 있었다. 난 붕대를 칭칭 감은 몸 위에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큰 내 발이 눈에 들어왔다. 이 커다란 발에는 지환이 새 신발을 신겨놓은 상태였다.


"희생이 컸다."


호심래가 입을 뗐다.


"네가 눈 감고 있는 동안 네 능력으로 보호하고 있던 무리를 돕기 위해 우리가 도왔었지. 그리고 네 몸에 피가 모자라서 오심금이 네게 피를 줬고."

"···고마워."


난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는 내게 바닥으로 물병을 하나 굴려줬다.


"물이다. 진통제라고 생각하고 마셔라. 고통이 덜해질 거다. 고통이 없으면 움직이기에 수월할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을 마셨다. 그는 내가 물을 마시는 동안 말했다.


"나한테 고마워 할 건 없다. 난 네 옆에서 마지막까지 지키고 있기로 했으니까."


그의 말에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그럼 다른 간부들은···?"

"나 뿐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놀란 것과는 별개로 이 감정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데에 대한 기쁨? 아니면 수많은 희생을 낸 것에 대한 씁쓸함? 아니면 지금 눈앞의 호심래에 대한 부채감?


혹은 호심래도 제거해야 되나에 대한 갈등?


그 생각을 떠올린 순간, 나는 이 자리가 거북스러워졌다.


"네가 벌인 일은 이제 수장 앞에 가서 담판을 짓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것도 끝나지 못할 거다."


호심래가 말했다.


"수장의 양자들까지 꺾어야 너는 수장을 만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네가 아무리 날 뛰어도 너와 네가 선택한 무리들이 원하는 것처럼 네 세상이 뒤집힐 일은 없어."

"···나를 왜 도와주는 거지?"


나는 이토록 도와주는 호심래에게 의구심을 갖고 물었다.


"지금은 네 생각에 따르기로 했으니까."

"···언제든 마음 바꿀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하는 거 봐야지. 무작정 따라갈 순 없다."


호심래는 그렇게 말하며 뭔가를 내게 던졌다. 그건 칼이었다.


"···칼?"

"나 뿐이라고 했지 않나."

"내 편 든다더니?"


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로 물에 진통제가 있었던 건지 뭔 지, 나는 서서히 진통제 효과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토록 극심하던 고통이 사라지고 있었다.


호심래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으며 말했다.


"내가 언제 편을 들겠다고 했지? 나는 분명 네가 하는 거 봐서라고 했다. 그리고 어쨌든 날 넘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리고···"


코트를 벗자 안에 입고 있던 병원 환자복이 드러났다. 호심래도 칼을 꺼냈다.


"남겨두면 찝찝할 거 아닌가?"


그렇게 말하며 그는 칼을 던졌다.




그의 칼이 내가 능력으로 둘러 싼 보호막에 튕겨 날아갔다 그는 일부러 먼저 공격해서 내가 공격할 빌미를 주는 듯했다.


기껏 구해놓고 덤비다니.


난 괜히 짜증이 났다.


"하! 양아치네."


난 그렇게 말하며 호심래의 능력에 내 능력을 부딪혀 깨려 했다.


"···!"


갑자기 주변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난 순간 놀라서 뒤쪽으로 확 물러났다.


"환각?"

"그럴리가. 이런 게 된다는 건 몰랐나? 그동안 무식하게 밀어붙이고 찢어발기는 데만 썼나 보군."


그렇게 말하더니,


"으악!"


어느새 방에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난 그 순간, 평성래가 했던 짓이 떠올랐다. 이것도 그가 했던 것처럼 환각이 아닐까? 난 환각이라 생각하고 없애려 했다.


"환각이 아니라면?"


호심래의 말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호심래가 다시 칼을 주워서 내게 휘둘렀다.


"윽!"


칼을 피했더니, 얼음 조각이 반대에서 날아왔다. 얼음 조각을 피하니, 불길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것처럼 내게 위협적으로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불이 얼음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며 차라리 전부 얼려버리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거울이 가득하던 방 안은 순식간에 얼음 동굴이 되었다.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한기가 스며 나왔다.


촤악


하지만 그렇게 얼어붙은 것도 잠시였다. 호심래는 순식간에 얼음을 녹여 물바다를 만들어버렸다.




칼의 서늘한 감촉이 내 목을 스쳤다.


"윽!"


난 가까스로 피했지만, 따끔한 느낌이 있었다. 아무래도 칼 끝에 피부를 베인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깊었어도 죽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안에서만 생각하기엔 아쉽지 않나?"


호심래가 말했다.


"!"


거울이 유리처럼 변했다. 그리고 그 밖은 내가 한 짓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새까만 우주 공간과 별들이 보였다.




그리고 유리 같은 거울이 깨졌다. 우주 공간에서 숨을 쉴 수 있을지 없을지, 몸이 터질 것인지, 살 수는 있는지, 어찌 될 것인지 등등, 그런 생각은 그 순간에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냥, 깨버리고 싶었다.


"하."


난 숨을 확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신기하게도 우주 공간에 모든 것이 노출된 그 순간, 나는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원래 자리로 돌아온 느낌.


새까만 우주에, 수많은 별들이 보였다. 촘촘히 박혀 있는 별들은 어디까지 있을까? 깊이도 모르고 넓이도 모를 그 광활한 우주가, 신기할 만큼 무섭지 않았다.


"하아."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쉬었다. 이 넓은 우주 속에서 나라는 이 작은 존재는 정말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나는 자유롭고 커진 느낌이었다.




갑자기 귓가에 뭔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눈앞이 변했다.


"어?"


다시 나는 방 안에 있었다. 그리고 거울은 또 유리가 되서 투명하게 비쳤다. 그리고 거기엔 내 모습이 비쳤다.




다시 유리 같은 거울은 깨졌다.


'잘못봤나?'


난 방금 본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마치 우주 공간에 동화된 것처럼 크고 투명하게 보였었다. 나는 형체가 없이 우주가 그대로 투과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투과된 모습이 마치 우주가 내 안에 담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치 건물주의 흰자 없는 새까만 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의 눈 안에서 별들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분을 그렇게 투과해서 본다면 그의 눈도 그렇게 보이려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어떻게 할 거냐?"


난 고개를 돌렸다. 호심래가 보였다. 그리고, 난 그의 모습에서 방금 전 본 내 모습이 또 떠올랐다. 그의 가면의 색과 문양이 마치 내가 방금 전에 투과되어 보이는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직도 수장의 양자들과 싸울 생각이 있나?"


그는 우주 공간에 둥둥 떠서 내게 물었다.

순간, 나는 이상한 느낌에 옆을 돌아봤다.


"어?"


어쩐지 내가 몇 입 베어 문 사과가 옆에 둥둥 떠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 사과로 손을 뻗었다.


"물론."


난 그렇게 말하고 그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다. 이제 사과는 먹을 부분이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사과를 베어물었나 싶더니, 난 어느새 호심래의 앞에 있었다. 내 손은 어느새 칼을 쥐고 있었고, 호심래의 몸에 칼을 쑤셔 넣은 상태였다. 그의 환자복 위로 피가 천천히 번지는 게 보였다.




도자기 같은 것이 터지면서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호심래의 가면이 약간 깨졌다. 그는 다급히 가면을 만졌다. 그러자 가면은 다시 원래대로 붙었다.


"쿨럭"


하지만 그는 가면 아래로 쏟아지는 피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


"하아."


갑자기 머리가 사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한 번 깜빡이니, 어느새 사방이 거울로 도배된 방에 서있었다.


"이제 수장의 양자들을 만나도 괜찮겠군."

"뭐야? 그 한 수 가르쳐 줬다는 듯한 태도는? 그 딴 클리셰 같은 짓거리는 집어치워. 죽을 거면 당장 뒤지라고."


내 말에 호심래가 가면 아래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큭큭거리며 계속 웃었다. 난 이 놈이 몸에 칼이 박히더니 미쳐버렸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별안간 웃음을 멈추고 호심래가 말했다.


"난 역시 네가 맘에 든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6.25 1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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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3부. 광대/ 토끼와의 재회 22.08.13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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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3부. 신화 上 22.07.30 30 1 17쪽
78 3부. 책 반납/ 토끼 22.07.23 3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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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2부. 오래 전의 고양이 4 22.03.05 37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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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2부. 오래 전의 고양이 2 22.02.19 37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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