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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말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장편
작품등록일 :
2019.02.04 17:31
최근연재일 :
2023.10.23 21:19
연재수 :
492 회
조회수 :
14,960
추천수 :
584
글자수 :
2,078,347

작성
21.03.15 00:08
조회
48
추천
1
글자
11쪽

469화, 똑같은 헛것.

DUMMY

그날 기억이 갑자기 왜 떠올랐을까.


눈 앞에 있는 너를 인정하지않으려는 마지막 발악일지도 모르지.




"......"




무정한 눈길을 받으며 네가 쏘는 얼음결정을 순순히 받아내려 하니까.




"구역질 나와서 더는 못 보겠네."






* * *






"헉-!"




또 다시 극심한 어지러움증에 숨이 막혔다.


어지러움증과 함께 눈 앞에서 쉐도우가 그웬의 공격에 갈기갈기 찢겨 죽는게 보였다.


모든걸 포기한듯 허망한 표정으로 꿋꿋이 그웬을 올려다보며 죽은 쉐도우.


그런 그를 발 아래의 징그러운 벌레를 쳐다보듯 내려다보는 그웬.


코 끝부터 찌르는 비릿한 혈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야? 뭐냐고! 쉐도우씨가...'


죽었다. 거대한 얼음에 반토막이 나서. 그것도 그웬의 손에 말이다!


생기를 잃어 흐릿해진 쉐도우의 갈색눈동자가 내 눈에는 선명하고 생생히 보였다.




"욱!"




그 믿기힘든 상황과 고어한 풍경에 속이 울렁거리고 헛구역질이 치미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다.


이 와중에도 이 망할 어지러움이 가시지않아서 끔찍했다. 어지러움증이라도 없애려고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했다.




"....아! 초아!"


"헉!"




아랑의 다급한 부름에 눈이 떠졌다.


'어라? 어지러움이 가셨어...헛구역질도...'


악몽에서 깨어난것 처럼 어지러움과 속이 뒤집히는 울렁거림은 거짓말같이 가셨다.


아랑이 내 허리를 받쳐 부축하면서 물었다.




"갑지기 휘청거리길래. 쓰러지시는 줄 알았...초아, 괜찮으세요?"




아랑의 목소리를 굳히며 물었다.




"나, 나는 괜찮은데! 아랑!난 괜찮은데 쉐도우씨가...쉐도우씨가..."




그가 죽었다고 말하려는 순간. 다시 들어온 시야 속의 쉐도우가 아직 살있었다.




"응?"




눈을 크게 뜨고, 감았다가 뜨고 쳐다봐도 쉐도우는 살았있었다.


여전히 멀쩡하지 않았지만. 얼음 결정에 반갈죽은 안 당했다.


당혹스러움과 함께 그의 생존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시감이 들었다.


'이거...아까 그때랑 똑...같은 상황인거야?'


에반의 손에 죽는 그 재수없는 헛것처럼 또 그런 재수없는 헛것을 본듯하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왜 이런게 보이는건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잠깐만. 아까와 같은 현상이면 분명 이 다음은...'


헛것에서 봤던것처럼 쉐도우에게 죽음이 닥칠것이다. 나와 아랑에게 그랬듯이다.


'이거 설마...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건 아니겠지?'


헛것에서 봤던것처럼 그웬이 머리 위로 손을 들자 공기 중에서 거대한 얼음 결정이 생성됐다.


그런 얼음 결정을 보고도 쉐도우는 헛것 속의 그처럼 모든걸 체념한 표정으로 그웬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티끌 하나 다른게 없는 상황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분명 이때.'




"구역질 나와서 더는 못 보겠네."


"구역질 나와서 더는 못 보겠네..."




헛것에서 그웬이 했었던 말을 그녀와 함께 중얼거렸다.


내 중얼거림이 들렸는지 그웬의 시선이 짧게 나를 향했었다.


거대한 얼음 결정은 예고했듯 쉐도우를 향해 떨어졌다.


'으악-! 반걸죽! 안돼! 안돼!'




"쉴드! 쉴드! 쉴드-으!!!!"




쉐도우를 향해 손을 뻗치며 외쳤다.


마나조절이 엉망인체로 구현이 이뤄졌다.


쿵- 쿵- 쿵!!!


연이은 굉음과 함께 반동으로 눈 섞인 강한 바람이 사방을 휩쓸었다.


확실히 마나 조절이 엉망이라서 그런건지. 세번 말했다고, 쉴드가 세개가 구현 됐다.


첫번째, 두번째는 얼음 결정에 깨졌고, 세번째에 구현된 쉴드에 얼음 결정이 꽂혔으나 막아냈다.


모양은 엉성하지만 나름 재역활은 해준 덕분에 그 재수없는 헛것처럼 쉐도우가 반으로 갈라져서 죽는건 면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 했다...'


이 와중에도 쉐도우는 허망한 표정으로 그웬을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저 사람 피할 생각이 없었던게 맞잖아! 뭐하는거야!'




"아랑! 쉐도우! 쉐도우씨 좀 어떻게 해봐! 저 사람 멘탈 나가서 움직이지도 않아!"


"......"


"아랑?"




아랑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내려다보다가 쉐도우를 쳐다보고 다시 나를 쳐다보고를 반복 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내 눈밑을 어뤄만졌다.




"초아 가급적이면 앞으로 달의 힘은 사용하지 마세요."


"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지금 그런 소리를 할때가 아니...악! 쉐도우씨!"




쉐도우를 죽이지 못한게 불만이였던 그웬이 또다시 쉐도우를 향해 얼음 결정을 쏘았다.


거대한 얼음 결정이 이번에는 세개씩이나 떨어지는대도 쉐도우는 미동조차 없었다.


아랑이 혀를 차고는 그에게 텔레포트했다.


급했는지 평소에 내게 하듯이 공주님 안기 식으로 쉐도우를 안아들고 얼음 결정을 피했다.


'앗...'


쉐도우를 안아든 아랑의 표정이 심히 불만스러워 보였다.




"풉-!"




등 뒤에서 웃음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케인이 아랑을 보고 비웃고있었다.




"넌 뭘 웃고있어! 도와주란 말이야! 그웬부터 어떻게 좀 해봐!"




'나 마나 조절 못해서 뭘 못한다고!'


갑갑한 마음에 씩씩 거려도 케인은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 거릴 뿐이였다.




"알아서 잘하는 뭘...뭐야."


"뭐긴 뭐야! 씨..."


"애기야."


"...!!!"


"애기야...왜 자꾸 방해해?"




번번히 방해당한게 짜증났는지 그웬이 핏발선 눈으로 으르렁거렸다.


'히익! 무슨 애가 저렇게 무서워! 아, 정확히는 애는 아니지만...그래도 무서워!'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내 머리 위로 얼음 결정이 떨어지고, 바닥에서는 얼음 송곳이 나를 향해 빠르게 자라났다.




"꽵!"




뒤에서 케인이 내 뒷덜미를 잡아 당기는 바람에 숨이 턱 막혔다.


케인의 손에서 뿜어져나오는 황금빛 빛줄기들이 방패가 되고 화염이 되어 날아든 얼음들은 부수고 녹여버렸다.


'아...녹이는 방법이 있었지. 얼음이니까. 불에 약하겠구나. 불 관련한 구현이 확실히 효과가 있겠어.'


로드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콱! 케인이 내 얼굴을 한손으로 움켜쥐고는 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뭐야."


"므가! 파하-! 왜 남에 얼굴을 짱돌 쥐듯이 잡아! 뒷덜미를 잡아당기를 않나!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그건 됐고. 너 눈 이거 왜 이러고 묻잖아."


"뭐! 눈이 뭐!"


"왜 눈이...하양이처럼 파랗게 변했냐고."


"...뭐? 내 눈이 파래? 또?"


"또?"




또라는 소리에 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눈이 또 파랗게 변했다니. 거울이라도 좀 보면 좋겠는데.'


케인이 장난치는 것 같지않았다. 생각해보니 조금 전 아랑이 나를 보고 굳어졌던것도 이것 때문인것 같다.




"짐작가는게 있어. 아랑도 비슷한 생각을 한것 같고."


"하양이가 뭐랬는데. 설마 이거 그 녀석이 이랬어?"


"아랑이 그럴리가 없잖아. 달의 힘 때문에 이런 것 같아. 그리고...헙, 케인! 뒤, 뒤, 뒤!"




얘기 할 틈도 없이 공격이 날아들었다.


하늘이 어둡게 보일 정도로 수많은 얼음 창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케인이 황금빛 방패를 구현을 해 막아냈다.


연한군들도 각자의 힘으로 그웬의 공격을 막아냈다.


'화살도 아니고...창이...'


케인의 방패에 꽂힌 얼음창의 굵직함에 진저리가 났다. 저거에 맞았다간 벌집이 아니라 다져질테니 말이다.


그웬의 힘답게 얼음 창에 닿은 부분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케인!"


"뭐."




놀란 마음에 도와주려했지만 케인의 방패는 아주 말짱했다.


방패에 꽂힌 창은 뜨거운 햇빛에 놔둔 아이스크림마냥 녹아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짜 애는 무슨......이런걸 보고 먼치킨? 먼치킨이라고 하던가.'


머쩍은 마음에 "아니...힘 내라구." 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줬다.


걱정했던 케인과 달리 연합군은 여기저기서 고함과 비명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연합군 중에 어떤 이는 불을 다루는 자연자인지 그웬의 얼음 창을 향해 불꽃을 쏘아댔다.


아까의 기대와 달리 불꽃에 닿은 얼음 창은 겉만 살짝 녹아 이슬만 맺힐 뿐 불꽃을 뚫고 무지막지하게 날아들었다.


'아까 불로 어찌 막아보겠다고 생각한건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상성으로 밀어붙이는것도 힘이 되야 가능한가봐...'


새삼 그웬이 단순히 귀염뽀짝한 어린애가 아니라 타란의 수호자였던 실력자라는걸 자각했다.


비명과 고함 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잇따른 굉음 소리에 연합군들이 걱정됐다.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부상자가 나오지 않은것 같았다.


'확실히 그웬이 수호자라서 그렇지...연합군의 실력이 나쁜게 아니였어. 내가 누굴 걱정한거람.'


나보다도 훨씬 더 훈련하고, 실전도 더 겪어봤을 이들이다.


노련하게 훈련이 잘된 그들답게 일사불란하게 연합군 스스로가 이렇다할 명령이 없는 중에도 서로의 힘으로 협력하여 공격을 막고틈이 있을때마다 그웬을 공격하고 있었다.


연합군의 모습에 감탄하고 있는 나를 보고 케인이 말했다.




"잘 보고 잊어버리지않게 머리 속에 잘 저장해. 이런건 보기 드무니까."


"어?"


"행동, 대응력, 공격 모두 다 눈에 담고 기억하고 있으란 소리야. 넌 종종 뜬구름 없는 생각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들처럼 능숙하지 못하니까."


"그거야...그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뭐든 많이 보고 머리 속에 저장해놔. 많이 봐두어야 상상력이 늘고 구현력도 느니까."


"응..."




'이런 상황만 아니였으면 정말 장관이였을거야.'


이렇게 많은 자연자, 구현자, 변형자들이 각자의 다양한 힘을 발휘하는 모습은 케인의 말대로 보기 드물 것이다.


마치 앞으로 내가 어떻게 구현을 해야할지, 어떤 구현을 해야할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눈에 들어오는 온갖 능력들로 머리 속이 가득 쌓여갈때쯤 아랑이 쉐도우를 데리고 무사히 나타났다.


아랑의 등장에 케인이 꼬집듯이 말했다.




"왜 이렇게 늦어?"


"하도 집요하게 이 자를 노리는 탓에 빨리 돌아오지 못 했습니다. 초아가 위험해지면 안되잖습니까."


"별 걱정을 다 하네."


"아랑! 괜찮아? 아까 보니까 창에 닿으면 얼던데 어디 닿거나 그러지않았지?"


"그럼요."




아랑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고...'




"별 일 아닐거야. 아프지 않으니까."


"그래도 아직 정확한 이유는 모르잖아요. 지금부터는 달의 힘을 사용하지마세요."




역시 아랑도 내 눈이 파랗게 변한건 달의 힘 때문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쉭쉭하고 바람을 가르고, 케인의 방패에 튕겨 떨어지는 매서운 소리를 뚫고 한이 외쳤다.




"다들 발 밑에 잘 붙잡고 있어!!!!!"


"응?"


"느낌이 안 좋은데요..."


작가의말

오늘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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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 491화, 큐라는 령. 23.09.17 9 0 6쪽
490 490화, 에반의 악몽. 23.08.01 11 0 7쪽
489 489화, 날 꼬드기려고 했어. 23.01.27 22 0 6쪽
488 488화, 가문인지, 나인지. 22.10.16 20 0 7쪽
487 487화, 칼렌가문. 22.10.11 23 0 5쪽
486 486화, 내 흔적을 찾는걸 아주 잘하거든. 22.06.26 29 0 5쪽
485 485화, 그러라고 만든거야~ +1 22.04.02 26 1 9쪽
484 484화, 어서 끝내자. +1 22.02.02 25 1 11쪽
483 483화, 없어졌습니다. +1 22.01.03 31 1 9쪽
482 482화, 완전해진 달. +1 21.10.14 42 1 7쪽
481 481화, 만능 월석. +1 21.09.28 28 1 7쪽
480 480화, 떨어지다. +2 21.09.22 24 1 3쪽
479 479화, 미래를 본다. +1 21.06.13 52 2 3쪽
478 478화, 동화. +1 21.05.23 35 1 4쪽
477 477화, 내가 잡았어. +1 21.05.17 68 1 12쪽
476 476화, 진짜 어이없어! +1 21.05.03 34 1 9쪽
475 475화, 그냥 내가 싫어하는건가? +1 21.04.26 30 1 8쪽
474 474화, 우리 애를 어쩌면 좋니. +1 21.04.19 56 2 16쪽
473 473화, 느긋한 호랑이. +1 21.04.12 50 1 5쪽
472 472화, 뭘 물어봐. +1 21.04.05 64 1 9쪽
471 471화, 궁금하면 해봐. +1 21.03.29 97 1 12쪽
470 470화, 어이차! +1 21.03.22 34 1 3쪽
» 469화, 똑같은 헛것. +1 21.03.15 49 1 11쪽
468 468화, 혹독한 겨울. +1 21.02.22 42 1 10쪽
467 467화, 이럴리가 없어. +2 21.02.15 53 1 7쪽
466 466화, 그럼 얼려봐. +1 21.02.11 77 1 7쪽
465 465화, 안심이지! +1 21.02.07 36 1 4쪽
464 464화, 잠자코 지켜봐. +1 21.02.01 77 1 6쪽
463 463화, 나는 널 의심하고 있어. +1 21.01.25 3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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