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Vach의 서재입니다.

지니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Vach
그림/삽화
바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6.02 11:1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4,275
추천수 :
214
글자수 :
174,770

작성
21.05.24 10:45
조회
52
추천
2
글자
12쪽

25화. 검만 잡으면

DUMMY

뉴스에서 연일 방송되는 모습.

거리를 활보하는 몬스터들과의 전쟁.

군인과 경찰이 총동원되어 현대 무기로 그것들을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계속 밀리는 저지선.

현대무기의 대 몬스터 살상 효과가 너무도 떨어졌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생활을 영위하던 지역에 나타난 게이트마다 핵이나 미사일을 쏴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군인과 경찰을 지원하며 밀리던 저지선을 지켜낸 사람들이 나타났다.

각성한 플레이어들이었다.


플레이어들이 들고 싸운 몽둥이는 권총보다 위력이 좋았으며, 그들이 휘두르고 쏘아낸 칼과 화살은 기관총의 위력을 웃돌았다.

자연스럽게 생과 사의 현장에서 지위가 올라가기 시작한 플레이어들.

그들이 선봉에 서며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최후의 저지선이 하나둘씩 수호되기 시작했다.



* * *



수련용 게임을 23레벨까지 올린 택형.

홍길동이 썼다는 축지법 스킬을 배운 듯 연구소 내를 빠르게 이동하며 투덜거렸다.


“내가 용의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 줄이야. 이렇게 몰아가는 놈이 어떤 놈인지 걸리기만 걸려봐라. 조카 신발 같은 놈!”


누군가에게 욕을 해대는 택형.

손바닥 위에 작은 화염구를 만들어 내며 누나가 있는 테스트실에 집어 던진다.

커다란 모종삽을 불러내 튕겨내는 누나.


“오~ 두 분 다 멋진데요.”


이번에는 컵 속에 있는 물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동그란 구 형상으로 뭉쳐진 물.

누나가 있는 테스트실로 빠르게 날아갔다.

손가락 끝에서 빨간 레이저 광선을 뽑아 낸 누나가 그것을 반으로 갈랐다.


“택오빵! 그만행!”


고개를 끄덕이던 택형.

이번엔 조그만 돌풍도 만들어 냈다.

돌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포크와 나이프.

빠르게 돌고 있는 그것들이 탁자의 다리 하나를 잘라내더니, 테스트실에 있는 누나에게로 돌진했다.


“택오빵!”


누나는 맹렬히 돌며 날아오는 돌풍을 보더니 양 팔뚝을 앞으로 모았다.

황금빛을 뿜어내는 커다란 방패가 생겨나며 위협적인 돌풍을 가볍게 막아냈다.


“오~ 잘하는데!”


이번에는 주문을 외우니 손에 번개 모양의 막대기 같은 것이 생겨나며 지지직거린다.

누나를 향해 그것도 집어 던지는 택형.


“자꾸 왜 그래용! 귀찮겡!”


날아오는 번개를 슬쩍 피하는 누나.

강철로 만든 테스트실의 벽에 꽂히는 번개.


쾅!


울림과 함께 그을림도 만들어 낸 그것.

이것저것 한 번씩 사용해 보던 택형이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고민이란 말이야, 33렙에서 전직을 해야 하는데, 풍백, 운사, 우사님의 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단 말이지.”


언제부터인가 멤버들은 고민이 생기면 나를 쳐다보는 버릇들이 생겼다.

그런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나.


“음··· 제가 보기에는 번개가 제일 강력해 보이긴 하던데···.”

“그렇지? 우사님의 번개가 번쩍거리며 폼도 나고 제일 멋있어 보이지?”


강력해 보인다고요!

개량 한복과 하얀색 두건을 둘러멘 머리.

솜뭉치가 두 개 달린 패랭이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 쓴 택형이 다시 번개를 만들어 냈다.

누나에게 또 집어 던지려 하자.

누나가 등 뒤에서 미사일을 불러냈다.


“쏴버릴 거양!”


흠칫 놀라는 택형.

지지직거리는 번개가 손에서 사라졌다.


“결정! 우사님의 번개로!”


번개의 힘을 사용하는 마도사로 전직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중얼거리는 택형.


“강력한 번개를 시전하려면 스태프로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써야 하는데···.”


택형은 게임 레벨이 올라갈수록 혼자서 밖에 나갔다 오는 일이 잦아졌다.

성물과 제물 등을 구해야 한다고.

돌아올 때는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을 많이도 들고 들어왔다.

3년 된 까마귀 꼬리털, 성당에서 가져왔다는 성수, 빛나는 호박 등등.

그런 걸 구해다가 이것저것 만들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나비를 타러 연구소 이륙장으로 바삐 올라가는 택형.

아마도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구하러 가는 모양이다.

다들 제 할 일들에 바빠 텅 빈 연구소 중앙.

소파에 몸을 깊이 묻고 기지개를 켰다.


“사과나 하나 먹을까?”


사과를 집어 들고 반으로 쪼개려는 찰나.


“오빠, 내가 잘라줄게.”


주리가 방에서 나오며 생글거린다.

분위기마저 환해지는 미소였다.


“으응? 그래줄래?”


사과를 주리에게 주려 하자.


“오빠, 그거 테이블 위에 올려 놔줘.”

“응? 응.”


주리의 말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은은한 소리로 만파식적을 부는 주리.

사과가 쪼개지며 테이블 위를 뒹굴었다.


“헉···.”

“어때, 오빠?”

“만파식적을 불어서 쪼갠 거야?”

“응, 호호~. 만파식적으로 여러 가지 음을 내며 연습하고 있었는데, 앞에 있던 메모지가 칼에 베인 것처럼 반으로 잘리더라고.”

“오~ 호~.”


특별한 음을 내면 그러는 것 같다는 주리.


“특별한 음?

“응, 그래서 만파식적의 음역대를 알아보던 중 극초단파보다 훨씬 짧은 서브밀리파도 나오는 걸 알게 되었어.”

“아~ 서브밀리파~.”


사실 무슨 파인지 모른다.


“파괴력이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 음을 컨트롤하다 보니 이렇게! 호호~.”


주리가 쪼개진 사과를 가리켰다.

그런데.

쪼개진 사과 조각이··· 7개였다.

보통 칼로 자르면 2조각 또는 4조각 아니면 8조각인데, 7조각이라니!

신이 난 주리의 표정.


“미세하게 컨트롤도 가능하더라고.”


헉! 주리에게 잘못 보였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잘려나갈 수도 있겠는걸···.


“어때? 멋지지?”

“으응···.”

“그리고.”


양손 끝에 잡은 만파식적을 비트는 시늉을 하니, 그것이 길게 늘어났다.

마치 봉처럼!


“헉! 그건 또 무슨 조화야?”

“오빠! 너무 신기하지 않아?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더라고, 얇아지기도 하고 두꺼워 지기도 하고.”


어디서 본 것 같은 신기였다.


“손오공의 여의봉인가 하는 그것처럼?”

“응~ 호호~”


그러면서 길어진 만파식적으로 쪼개진 사과가 뒹구는 테이블의 모서리를 내리쳤다.


서걱!


모서리가 칼에 베인 것처럼 깨끗한 단면을 보이며 잘려나갔다.


“헉!”

“호호호~ 멋지지?”

“둥근 모양의 피리가? 어떻게?”

“원리나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좋은 무기를 얻은 거 같아. 호호호~”


소리로 정신과 육체를 제어할 수도 있고, 물체를 조각낼 수도 있으며 검과도 같은 날카로움까지 숨기고 있는 만파식적.

과연! 신의 피리라고 불릴 만했다.


만파식적으로 신기를 보이며 신세계를 만난 듯 희열에 달뜬 표정의 주리였지만, 급격히 지쳐버렸다.

푹신한 쇼파에 몸을 던지는 주리.


“휴··· 다 좋은데 만파식적을 오래 불면 정신과 육체가 많이 피로해져.”


아름다운 눈 밑에 생긴 다크 써클이 볼까지 내려온 것 같아 보인다.


“음··· 레벨을 올려 얻은 스탯 포인트를 앞으로는 감각과 마력에 찍어 봐.”

“그래야 할 것 같아. 만파식적을 계속 사용하려면 그런 스탯을 많이 올려야겠어.”


서서히 회복되는 듯한 주리.

다크 써클이 점점 옅어져 간다.


“얼마 전에는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 피로를 풀고 있었는데, 나른한 기분으로 만파식적을 불어보면 어떨까 하고 불어봤었어. 피곤해서 그랬는지 얼마 불지도 못하겠더라고. 바로 지쳐버려서.”


엇! 주리가 욕조에···!

머릿속에 상상되는 그림.

피리의 취구에 닿은 탐스러운 입술.

길고 아름다운 목선과 가녀린 뽀얀 어깨.

향기로운 분을 바른듯한 매끈한 팔.

따뜻한 욕조의 물에 반쯤 드러난 부드러움의 결정체인 탐스러운···.

상상만 했을 뿐인데도 숨이 가빠지고 혈압이 상승한다.


[장발장 스킬도 배우셨나요?]

‘갑자기 뭔 소리야?’

[요즘 머리카락 자라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져서요.]

‘뭐라는 거야!’

[아니면 야한 생각 많이 해서···.]

‘시끄럿!’


엉뚱한 이야기를 하던 지니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주리가 한 말을 잘 생각해 보세요.]

‘··· 뭘?’

[욕조에 들어가서 만파식적을 불었더니 바로 지쳤다고 이야기했어요.]

‘피곤해서 욕조에 들어간 거라잖아.’

[바로 전엔 만파식적을 불어서 사과도 쪼갰고, 칼처럼 휘둘러 테이블도 잘랐어요.]

‘그랬지, 그런데?’

[그런데, 욕조에서 만파식적을 불 때는 바로 지쳤다고 했잖아요.]

‘··· 아! 바이오 웨어를 벗었구나!’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바이오 웨어를 벗었더니 빨리 지친다라···.


[바이오 웨어가 인간의 신체적 능력, 감정 그리고 지성적인 능력까지 올려주기도 하고, 특정 능력에 그 수치를 집중시켜준다고도 했어요.]

‘택형이 그렇게 이야기했었지.’

[주리가 욕조에 있을 때는 바이오 웨어를 벗었기에, 순수한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만파식적을 다루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 그럼 바이오 웨어에서?’

[그래요. 마나의 힘을 웨어에 모았다가 필요한 때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니가 하는 말.

쉽게 풀이하자면 마나를 모아놓을 수 있는 곳이 몸뿐만이 아니라 바이오 웨어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웨어를 만든 택형과 상의해봐야겠는걸?’

[주리를 보세요. 지쳐 있다가 금방 활기를 되찾았잖아요.]


주리가 쇼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빠, 나 방에 좀. 이따 봐~.”

“응,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겠어~ 오빠.”


크고 아름다운 한쪽 눈으로 귀엽게 윙크하며 방으로 들어가는 주리.

언제 보아도 뒷모습은 아쉽다.


‘바이오 웨어가 단순히 몸의 발란스를 맞춰 주고, 신체 능력을 조금 높여주는 기능만 있는 줄 알았더니, 어쩌면 힘의 원천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럴 것 같아요.]


지니가 한 이야기는 중요한 이야기였다.

지난밤.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 혼자 나갔을 때.

아이와 엄마를 구하고 주변의 몬스터들을 도륙할 때만 해도 정신이 멀쩡했었다.

땅 위에서 몰려드는 놈들에게는 양손에 잡은 검을 휘둘렀고, 하늘에서 공격하는 놈들에게는 활을 쏘았다.

무수히도 많은 놈들을 도륙해 나가던 중.

마나가 바닥을 보일 무렵···.


‘내 입꼬리가 올라가며··· 다 죽인다. 라고 되뇐 그 순간부터 기억이 나질 않아···.’


먹먹하게 들려오는 지니의 목소리로 인해 정신을 차려보니 홍제역 부근에 있었다.

시작이 무악재역 근처였는데···.

인왕산으로 돌아오며 본 광경.

수많은 몬스터들의 주검.

거리마다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바이러스 센터 전투 때처럼 검에게 또 끌려다닌 거야···.’


두려운 건 그것이다.

검에게 정신을 빼앗겼을 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것.

그 대상이 몬스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정신력과 이겨낼 힘이 더 필요했다.


‘바이오 웨어에도 마나를 모아놨다가 사용할 수 있다면···.’


검의 노예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니 플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21.06.07 35 0 -
33 33화. 폭주(3) +4 21.06.02 42 2 13쪽
32 32화. 폭주(2) +2 21.06.01 39 2 12쪽
31 31화. 폭주(1) +4 21.05.31 39 2 11쪽
30 30화. 세계 최초 던전 클리어 영상 +5 21.05.30 41 4 12쪽
29 29화. 던전 네임 : 학교 던전(3) +2 21.05.29 46 1 12쪽
28 28화. 던전 네임 : 학교 던전(2) +4 21.05.27 55 4 12쪽
27 27화. 던전 네임 : 학교 던전(1) +4 21.05.26 59 4 12쪽
26 26화.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4 21.05.25 61 2 11쪽
» 25화. 검만 잡으면 +2 21.05.24 53 2 12쪽
24 24화. 던전 네임 : X등급 레어 던전(3) +2 21.05.23 59 4 12쪽
23 23화. 던전 네임 : X등급 레어 던전(2) +2 21.05.22 67 5 12쪽
22 22화. 던전 네임 : X등급 레어 던전(1) +2 21.05.21 76 4 12쪽
21 21화. 멸망의 시작(2) +2 21.05.20 72 6 13쪽
20 20화. 멸망의 시작(1) +4 21.05.20 68 5 12쪽
19 19화. 언제 죽을지 알게 된(2) +2 21.05.19 65 5 12쪽
18 18화. 언제 죽을지 알게 된(1) +3 21.05.19 87 3 12쪽
17 17화. 용의자 4명 +4 21.05.18 68 3 11쪽
16 16화. 조선시대 무인의 스킬 +4 21.05.18 76 4 13쪽
15 15화. 레벨업 +2 21.05.17 91 4 12쪽
14 14화. 서로 읽히지 않는 사람들 +4 21.05.17 95 5 12쪽
13 13화. 몬스터와 대적할 무기(2) +4 21.05.16 101 4 12쪽
12 12화. 몬스터와 대적할 무기(1) +4 21.05.16 129 6 12쪽
11 11화. 세나 누나를 위한 탈취작전(2) 21.05.15 121 5 14쪽
10 10화. 세나 누나를 위한 탈취작전(1) +4 21.05.15 157 6 11쪽
9 9화. 투명 슈트 +5 21.05.14 178 7 13쪽
8 8화. 각성 +4 21.05.14 197 9 13쪽
7 7화. 멸망의 서막(2) +2 21.05.13 201 10 13쪽
6 6화. 멸망의 서막(1) +1 21.05.13 223 7 12쪽
5 5화. 스킬을 사용한 첫 싸움(2) +1 21.05.12 226 1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