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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h의 서재입니다.

지니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Vach
그림/삽화
바치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6.02 11:1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4,271
추천수 :
214
글자수 :
174,770

작성
21.05.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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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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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6화. 멸망의 서막(1)

DUMMY

띠링.


처음 보는 휴대폰 번호였지만,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니 누군지 금방 알았다.


「한태 씨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요.」


그랬다. 그녀의 휴대폰 번호조차 입력이 되어있지 않았던 나였다.

커피와 메모에 이어 메시지까지 먼저 받게 될 줄이야!


「아! 예. 주리 씨 좀 어떠세요?」

「많이 안정되었어요. 한태 씨 덕분에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어제보다 다소 쾌활해진 듯한 분위기의 문자 메시지.


「안정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하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그리고 저··· 오늘 저녁 시간 어떠세요?」

「네? 무슨 일로···.」

「시간 내주시면··· 감사의 뜻으로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오호~~ 대박~~~!’


「네. 제가 좀 바쁘긴 한데, 오늘은 다른 스케줄이 없군요.」

「다행이네요~ 그럼 오늘 저녁 7시 라임 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뵈어요~.」

「뭐··· 그러시죠.」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이따 뵈어요~.」


푸하하하!

이게 꿈이냐? 생시냐?

오~ 나의 여신님이~~~.

이런 날이 내게도 오다니!



* * *



서울의 스카이라운지 중에서도 가장 좋다고 손꼽히는 장소.

80층이 넘는 라임 빌딩의 스카이라운지.

조금 일찍 도착했다.


“지니야.”

[네?]

“하주리 위치 좀 알려줘.”


눈앞에 보이는 라임 스카이라운지 평면도.

하주리의 현재 위치가 표시된다.


[7번 좌석에 앉아 있네요.]

“먼저 와있었네. 흐흐흐흐흐흐···.”


실없는 웃음은 왜 이리 멈추질 않는지.

거울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렸다.

거울에 반사되는 나.


“꽤 괜찮네. 뉘 집 자식인지~.”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머리카락도 정리하는 중이었다.


[··· 한태님. 뉴스 좀 봐야 할 것 같아요.]

“응? 지금이 뉴스를 볼 상황이야? 이따 볼게. 조용히 좀 있어.”


지니가 뉴스를 강제로 눈앞에 띄웠다.


[뉴스를 보셔야 한다고요!]

“아! 왜 지금···?”


<현재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서 일어나는데요. 미국의 센트럴 파크에서는···.>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를 왜 지금!”


흥미도 없는 뉴스를 보여주는 지니.

화를 내려는 찰나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나며 건물이 흔들리더니 암흑에 휩싸였다.

뭔지 모를 충격에 의해 정전이 된 것이다.


“헉··· 뭐지?”


비상용 UPS로 전환되었는지 LED 전등이 군데군데 몇 개만 들어 온다.

상황을 알리는 뉴스는 계속되었다.


<한국에는 강남의 놀이 공원 부근에서···.>


“강남의 놀이 공원이면 이 근처인데?”


다시 “콰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빌딩이 조금 더 기울어진다.

다행히 더는 기울지 않는 빌딩.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근처 놀이 공원에 커다란 싱크홀이 생겨난 큰 사고가 발생했어요.]

“뭐라고? 싱크홀?”

[자연현상이 아닌 거 같아요!]


쿠쿠쿠쿠쿵. 쾅!


멀리서부터 건물들이 계속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 온다.

라임 빌딩에도 큰 진동이 느껴졌다.

80층이 넘는 이 빌딩이 무너진다면?


“헉···!”


일단 빨리 내려가서 대피하자!

비상계단의 문을 열려 할 때!


“아차! 하주리!”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는 틈 사이를 가르며 스카이라운지로 뛰어들었다.


“7번 좌석이라 했었지.”


최소한의 밝음만 유지된 채 아무도 보이지 않는 스카이라운지.

그녀도 보이지 않는다.


“벌써 대피했을 테지.”


나도 대피하기 위해 움직이려는 순간.


[아직 그 자리에 있어요!]


지니가 그녀의 위치를 다시 알려 주었다.

테이블 뒤 의자 옆에 고개를 숙이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녀.


“주리 씨!”


불안하고 두려운 표정이 안도감으로 물든 미소로 바뀌며 나를 올려다보는 주리.


“아··· 한태 씨.”

“사람들은 다 대피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한태 씨 기다리느라고···.”


가녀린 그녀의 어깨가 떨고 있다.

주리가 이런 위험 속에서도 대피하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고 한다.

기울어진 빌딩을 다시 세울 수도 있을 것 같은 힘이 솟아오른다.


주리! 이리와! 하며 손을 잡아끌어 가슴에 포근히 안아주며.

오빠가 왔으니 이제 걱정할 거 없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트리플 A형인 나···.


“주리 씨. 일단 우리 대피해요.”


그녀의 손을 잡고 라운지 밖으로 나왔다.

불이 났는지 연속으로 터지는 스프링클러.


‘지니야. 최적의 대피로 좀 찾아줘.’

[건물 엘리베이터 전체 이용 불가. 31층에 화재. 동쪽 비상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내려가는 시간이면 불이 번질 듯합니다. 옥상 헬기장으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려야 합니다.]


지니가 빌딩 제어시스템을 해킹하여 알려주는 정보였다.

그녀의 손을 잡고 옥상으로 내달리며 지니에게 다시 말했다.


‘응급구조 요청해 줘!’


옥상에 다다르자 많은 사람이 구조를 기다리느라 모여 있었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라임 빌딩 주변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 커다란 싱크홀이 생겼네!”


쓰러진 건물들과 그 한가운데에 생긴 커다란 싱크홀.


즐거운 놀이 공원이 있었던 곳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처참했다.

공원이 있었던 장소.

높이 솟아 있던 익스프레스 레일이 꼭대기만 드러낸 채 싱크홀에 가라앉아 있었다.

나머지 시설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막힌 도로 위에 차를 버리고 뛰는 사람들.


“이럴 수가···!”


하주리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울먹인다.


“··· 저기에 놀이 공원이 있었는데··· 오면서 본 그 많은 사람들이···.”


지니가 강제로 보여주었던 뉴스.

우리나라만 이렇지 않다고 했다.

자연현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던 지니.


‘누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커다란 굉음과 함께 빌딩이 진동했다.


기기기깅!


굉음을 내며 빌딩이 좀 더 기울어진다.

난간 손잡이와 내 가슴 사이에 하주리를 끼워 넣고 지탱했다.

난간을 잡지 못해 옥상을 구르는 사람들.

퉁겨지며 건물 밖으로 떨어졌다.


“아아앜!”


아비규환과도 같은 옥상.

하주리가 내 허리를 꽉 잡아 온다.


“한태 씨··· 무서워요.”


나 또한 무서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하주리를 안심시켜야 했다.


“헬기가 구조하러 올 겁니다. 조금만···.”


멀리서 구조하러 오는 헬기 소리에 그쪽을 쳐다보았다.

빌딩 사이를 어렵게 뚫으며 다가오는 헬기.

고층 빌딩 사이로 지나는 매서운 바람에 의해 기체가 흔들거린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내려오는 구조 케이지.

서로 먼저 타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


“내가 먼저 왔으니 나 먼저 타야 해!”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왔다고!”


그런 사람들에게 밟혀 뒹구는 할머니.

아기를 케이지 안으로 던져 넣는 엄마.

10여 명 정도를 겨우 태운 구조 케이지가 무심히 올라갔고 헬기는 떠났다.

떠나는 헬기를 보며 하주리가 내 허리를 꼭 껴안고 울먹인다.


“한태 씨 우리··· 구조될 수 있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린 살 겁니다.”


안심시키기 위해 뱉은 말일 뿐이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하주리.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어 고맙다는 흐느낌인 듯 느껴졌다.


‘헬기가 몇 대 더 와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떠나가는 헬기를 바라보았다.

방향을 잡지 못하는 헬기.

빙글빙글 돌더니 맞은편 빌딩에 부닥친다.

구조 케이지를 올리며 떠나가던 헬기가 빌딩 사이의 난기류를 이기지 못한 것이리라.


꽈쾅!


엄청난 폭발음과 퍼지는 화염.

지옥에 온걸 환영한다는 듯 내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절망하는 사람들.

그 광경을 보는 하주리.

희망을 잃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한태 씨···.”


구조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

라임 빌딩도 다른 빌딩들처럼 싱크홀 쪽으로 계속 기울어지고 있었다.

기대를 걸고 있었던 구조용 헬기.

희망의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는다.


‘지니야.’

[구조용 헬기가 많이 모자랍니다. 라임 빌딩도 20분 정도 후에는 무너질 것 같아요.]


바라만 보았던 여신과의 첫 데이튼데···.

젠장··· 내 인생 왜 이러냐···.

초고층 빌딩의 꼭대기에서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니···.

··· 잠깐!

안전하게 뛰어내린다면?


‘낙하산!’


한 번도 안 타봤는데···.

아! 몇 년 전에 보았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지니야!’

[네?]

‘이 건물에 헬기 착륙장이 설치된 걸 보면 갖춰 놓은 낙하산도 있지 않을까?’

[건물 설계도에 헬기 조종사들이 쉴 수 있는 공간과 정비실이 있어요.]

‘이 건물 CCTV로 내부 확인할 수 있어?’

[아까의 충격으로 CCTV 시스템이 망가진 것 같아요. 확인할 수 없어요.]


이렇게 죽음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해봐야 한다.

빌딩 옥상 구석에 헬기장과 사무실 같은 조그만 건축물이 보였다.


‘조종사들이 쉬는 공간과 정비실로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


빌딩이 싱크홀 쪽으로 기울어져 그곳까지 가기도 쉽지 않았다.


“주리 씨, 여기에 잠깐 있어요.”

“··· 예? 어디 가시게요?”

“다른 탈출 방법이 있을지 빨리 찾아보고 올게요.”


몸을 돌리려는데 내 팔을 잡는 하주리.


“혼자 있기 무서워요. 한태 씨···.”


그래. 같이 가자. 죽어도 같이 죽지 뭐!

기울어진 옥상 끝에 있는 조그만 사무실.

자물쇠로 잠겨 있는 손잡이를 옆에 있는 소화기로 부수고 들어갔다.

어둑어둑한 사무실에서 없을지도 모를 낙하산을 찾기 시작했다.


‘이건가?’

[맞아요. 낙하산! 오래전에 사용되었던 MC-6 저공산용. 등에 착용하는 배장식이고 패킹방식이 예비용 낙하산인 보조산이에요.]

‘다행이긴 한데 하나뿐이네···.’


일단은 다행이다.

하주리라도 살릴 수 있으니.


‘지니야. 사랑의 불시착에서 낙하산 나오는 회차 16배속으로 보여줘.’

[4화를 16배속으로 보여 드릴게요.]


주인공 리정혁이 세리와 함께 낙하산을 타는 장면.


‘낙하산 타는 스킬 배울게!’

[Lv. Max 「리정혁의 낙하산」 스킬을 배우셨습니다.]


빌딩이 다시 굉음을 내며 싱크홀 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나.

MC-6은 저공산용이고 보조산이다.

사랑의 불시착처럼 두 명이 타고 안전하게 내려오기에는 무리다.


“주리 씨 탈출 장비인 낙하산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렇지만 하나뿐···.”


하주리가 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나를 똑바로 응시한다.


“한태 씨··· 저는 낙하산을 사용해 보질 않았어요. 그러니 한태 씨가 낙하산을 이용해 탈출해서 저를 구하러 와주세요.”


나라도 살라는 말이다.

그럴 수는 없지!

하주리에게 흐뭇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등에 낙하산을 메어주며 말했다.


“하하하. 저도 이번이 처음인걸요.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내려가보죠.”

“한태 씨···.”


기울어진 빌딩의 끝으로 다가가 낙하산을 펴주는 장치인 후크를 기둥에 잡아맸다.

이 낙하산. 보조산이다.

둘의 무게 때문에 하강 속도가 빠를 것이다. 착지 시에 충격을 최소화해야 했다.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착륙 장소가 있는지 80층 아래를 둘러보았다.

아득히 멀어 보이는 아래.

찬 바람이 비수처럼 온몸을 찔러온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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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언제 죽을지 알게 된(1) +3 21.05.19 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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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레벨업 +2 21.05.17 9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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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몬스터와 대적할 무기(1) +4 21.05.16 129 6 12쪽
11 11화. 세나 누나를 위한 탈취작전(2) 21.05.15 121 5 14쪽
10 10화. 세나 누나를 위한 탈취작전(1) +4 21.05.15 157 6 11쪽
9 9화. 투명 슈트 +5 21.05.14 178 7 13쪽
8 8화. 각성 +4 21.05.14 197 9 13쪽
7 7화. 멸망의 서막(2) +2 21.05.13 201 10 13쪽
» 6화. 멸망의 서막(1) +1 21.05.13 223 7 12쪽
5 5화. 스킬을 사용한 첫 싸움(2) +1 21.05.12 22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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