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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필드에서 캠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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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작품등록일 :
2020.05.30 14:45
최근연재일 :
2020.08.04 20:4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2,855
추천수 :
823
글자수 :
151,818

작성
20.06.30 11:00
조회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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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1쪽

제9장

DUMMY

- 5 -


“으아아아!”


파앙!


엘리 씨의 말대로 오우거가 쉴드에 붙을 때를 기다렸다가 강타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은 제대로 발동했고, 데미지가 들어간 것 같은데 왜 나는 뒤로 튕겨 나간 걸까?


분명 방패를 들어 올린 채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는데 어느새 쉴드 안쪽에 들어와 있었다. 방패를 들고 있는 손이 욱신거린다. 강타를 사용한 충격이 작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와아아! 이거 먹혀요!”


동훈 씨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오우거의 안면에 화살 세 발이 고스란히 박혀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 찌른 검에 흠집도 나지 않던 오우거의 가죽이 동훈 씨의 화살에 뚫렸다고?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잘했어요! 정우 씨 스킬 다시 쓰려면 얼마나 걸려요?”


엘리 씨의 질문에 상태창을 보니 대기 시간이 2분 37초라고 나와 있었다.


“2분 36초 남았어요.”


“좋아요. 그럼 동훈 씨 트리플 샷 준비되면 또 한 번 가요. 그동안 저하고 유리 씨가 공격할게요. 정우 씨는 위험할 때 저희 좀 도와주시고요.”


엘리 씨가 도끼를 휘두르며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면, 정확히는 우측 눈에 동훈 씨의 화살을 맞은 오우거는 초점이 어긋나는지 엘리 씨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 보지만 애꿎은 허공만 가르고 있었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눈을 노린 건 아니었지만, 강타로 잠시 공황 상태가 되었을 때 동훈 씨의 트리플 샷이 오우거의 오른쪽 눈에 명중하면서 초점이 깨진 모양이다.


‘응?’


가만 보고 있자니 뭔가 좀 이상하다. 동훈 씨의 트리플 샷이 강력하다고 해도 유리 씨나 엘리 씨의 스킬보다 더 위력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런데 왜 동훈 씨의 트리플 샷은 효과가 있고, 맹공격을 가하는 유리 씨와 엘리 씨의 공격은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는 걸까?


확실히 두 사람의 공격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했다. 처음 오우거를 상대하고 겁에 질렸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오죽하면 베이스캠프에 숨어 한 시간이나 숨죽인 채 오우거의 어그로가 풀리기만을 기다렸을까?


생각해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6미터에 달하는 대형 몬스터를 상대로 아무런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면서 무턱대고 달려드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동훈 씨의 공격이 통한 타이밍이 오우가 잠시나마 공황 상태에 빠졌을 때였다. 그렇다면....


“유리 씨, 엘리 씨! 스킬 쓰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제가 강타 날리면, 동훈 씨가 먼저 쏘고 두 분도 같이 스킬 써주세요.”


“네. 알았어요.”


“전 방금 써서 3분 기다려야 해요.”


엘리 씨에 이어 유리 씨는 스킬 쿨 타임을 알려줬다. 상태창을 열어 보니 엘리 씨 스킬만 쿨 타임이 4분으로 가장 길었다.


강타 스킬의 쿨 타임에 맞추면 엘리 씨의 스킬을 놀리게 된다. 그렇지 않으려면 엘리 씨의 스킬 쿨타임에 맞춰 강타를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방법대로 해보는 거다. 공황 상태에서 오우거의 방어력이 크게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게 바르면 강타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스킬로 딜을 하면 데미지를 누적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오우거를 쓰러뜨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 아닐까 싶다.


크워어어! 쾅! 콰앙! 콰앙!


오우거의 움직임이 더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광기로 물든 놈의 눈동자는 맹수의 그것처럼 점점 시뻘겋게 변해가고 있었다.


놈의 우람한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니 처음 봤을 때도 거대했던 체구가 배는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놈의 전투력도 동반 상승했는지 쉴드를 두들길 때마다 전해지는 충격의 여파에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쉴드 부서지는 거 아니에요?”


동훈 씨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식으로 쉴드를 두들겨대면 언젠가 부서지고 말 거다. 그래도 베이스캠프를 강화하고 쉴드의 기본 방어력이 50% 상승한 덕분에 오우거의 무지막지한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거다.


“딴생각하지 말고 스킬 쓸 준비나 하세요. 쿨 타임 거의 끝나가요.”


나 역시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불안한 만큼 더 집중해서 쉴드가 부서지기 전에 오우거를 쓰러뜨리면 된다.


“갑니다!”


엘리 씨의 스킬 쿨 타임이 돌아오기 무섭게 바로 쉴드 밖으로 튀어 나가 오우거의 몸통에 강타를 날렸다. 마음 같아서는 대갈통에 제대로 한 방 먹여주고 싶었지만, 6미터 높이에 있는 놈의 대갈통을 노리다가 내가 골로 가는 수가 있었다. 파티원 중에 놈의 머리를 노리는 공격을 할 수 있는 건 동훈 씨가 유일했다.


“끙.”


하지만 불안한 마음 탓인지 동훈 씨의 트리플 샷이 빗나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우거의 왼 발목을 노린 유리 씨와 엘리 씨의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어 간 것이다.


오우거의 포효에 고막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발목뼈가 허옇게 드러나 보일 정도로 크게 벌어진 상처는 상식을 초월하는 무지막지한 존재인 오우거일지라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역시 엘리 씨는 한방이다. 여러 차례 공격을 가해 너덜거리는 발목을 내려친 도끼가 오우거의 살가죽을 깊숙이 파고들었고, 도끼날이 놈의 발목뼈를 찍으면서 ‘쩡!’하는 소리가 들렸다.


“캬~! 엘리 씨 최고~!”


트리플 샷이 빗나가서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던 동훈 씨가 엄지를 치켜들며 외쳤고, 엘리 씨보다 먼저 스킬을 쓰고 뒤로 물러난 유리 씨도 감탄을 자아냈다.


“와~! 정말 뼈 때리는 소리를 듣게 될 줄 몰랐어요.”


유리 씨 말대로 뼈를 맞은 오우거는 고통스러운지 미친 듯이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지만, 왼발에 힘을 제대로 실지 못해서인지 조금 전까지 보여주던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효과가 있네요. 왼쪽 발목만 노리죠. 왼발을 아예 쓰지 못하게 될 때까지 작살을 내놓으면 좀 더 쉬워지겠네요.”


“확실히 엘리 씨 도끼질이 무섭네요.”


“뭘요. 아직 약해요. 쟤 뼈에 금도 안 갔잖아요. 더 강해져야죠. 강해지면 오우거 발모가지도 단번에 날릴 수 있을 거예요.”


엘리 씨는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재주가 있다. 물론 섬뜩한 일격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냅다 날리는 재주도 탁월했다.


적당히 오우거의 힘을 빼면서 스킬 쿨타임을 기다렸다. 그러고 마침내 강타를 시전하자 있는 힘껏 스킬을 발동한 엘리 씨의 도끼에 오우거의 발모가지가 ‘쩍’하고 금이 가고 말았다.


오우거는 죽는다고 괴성을 질러댔고, 그러는 오우거의 남은 눈 하나를 노리고 쏜 동훈 씨의 트리플 샷이 명중했다. 오우거는 시력을 완전히 잃고, 왼발마저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 뒤로 오우거의 숨통을 끊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5분 정도다.


“못 죽일 줄 알았는데 죽이니까 죽긴 죽네요.”


유리 씨가 마지막으로 오우거의 심장에 꽂아 넣은 검을 빼며 말했다.


“우리가 오우거를 잡았다니......”


“정말 믿기지 않네요.”


동훈 씨와 유리 씨는 아직도 얼떨떨해하고 있었고, 엘리 씨는 ‘죽였으니까 죽었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놈 이거 칼도 잘 안 들어가더니 죽고 나니까 칼이 쑥쑥 들어가네요?”


오우거의 가슴팍을 가르는 동훈 씨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동훈 씨의 말을 듣고 생각이 났다.


‘내 촉이 틀리지 않으면 저건······.’


동훈 씨 옆으로 가서 단도로 오우거의 가죽을 최대한 넓게 도려냈다. 허벅지 가죽을 잘라냈는데 오우거의 몸이 워낙 크다 보니 갑옷 하나를 만들고 남을 크기다.


신장이 6미터가 넘는 대형 몬스터니 가죽 크기에 놀랄 건 없었다. 다만 오우거의 가죽이 내 생각대로 마나에 반응한다면 최고의 방어구 제작 재료가 될 거다.


“엘리 씨.”


“네. 정우 씨.”


“마나 다룰 줄 아시죠?”


“아직 마음대로 잘은 못하고 그냥저냥.....”


엘리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오우거 다리에서 베어낸 가죽을 내밀어 보였다.


“혹시 할 수 있으면 여기에 마나를 흘려 보세요.”


엘리 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죽 위에 손을 올리고 마나를 움직이려는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니 오우거 가죽에서 미약하지만 마나가 느꼈졌다.


“역시.....”


오우거 가죽을 팽팽하게 당겨놓고 검을 찔렀더니 검 끝이 들어가질 않았다. 말랑말랑한 감촉은 그대로인데 신기하게도 검에 뚫리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말없이 지켜보기만 하던 유리 씨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고, 동훈 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마나에 반응하나 보네요.”


유리 씨가 오우거 가죽을 만져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죽에서 엘리 씨의 마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 생각에 말이죠. 오우거한테 공격이 잘 먹히지 않았던 게 아마도 마나 때문인 것 같은데요.”


“네. 정말 그런 것 같네요. 보세요. 마나가 사라지니까 이렇게 칼이 쉽게 들어가잖아요.”


유리 씨가 가죽 끄트머리를 칼로 찔렀는데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칼끝이 잘만 들어갔다.


“그래서 정우 씨가 강타를 쓰고 나면 우리 공격이 먹혔던 건가 보네요.”


엘리 씨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강타를 먹이고 딜을 하면 되는데 문제는 베캠 쉴드 없이 강타를 제대로 적중시키기가 쉽지 않아요. 레벨이 조금 더 오르면 쉽게 공황 상태를 걸 수 있지만, 당분간은 쉴드의 도움이 필요해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다들 위험하니까 쉴드가 있어야 해요.”


“처음이 어렵지 계속 잡다 보면 쉬워질 거예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금방 적응하게 될 거고, 오늘 오우거를 잡으면서 확인했듯이 엘리 씨의 도끼질은 역시 무서운 위력을 지녔다. 그 단단한 오우거의 뼈가 쩍 소리를 내며 쪼개질 줄은 생각도 못 한 일이었다.


선빵은 역시 원거리 한방이 가능한 동훈 씨의 몫이다. 오늘 잡은 오우거의 경우 트리플 샷으로 시력을 빼앗을 수 있었지만, 동훈 씨의 전투력이 조금만 더 오르면 아마 원샷으로 오우거의 뇌를 파괴하는 기염을 토할지도 모른다.


“역시~! 마정석이 있네요!”


동훈 씨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엄청난 크기의 마정석을 볼 수 있었다. 오우거의 몸통이 워낙 크다 보니 마정석을 찾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린 모양이다. 그런데 그 크기가 정말 오우거스럽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트롤의 마정석이 달걀 크기인 데 비해 오우거의 마정석은 타조알만 한 크기였다.


앞으로 오우거만 잡는 거다. 오우거가 주는 마정석으로 어쩌면 베이스캠프를 또 한 번 강화하는 게 가능할지 모른다. 오우거 가죽도 쓸모가 있고, 경험치도 제법 많이 주는 편이니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보다.


“후딱 챙기고 다음 놈 잡으러 갑시다!”


유리 씨, 엘리 씨도 칼을 들고 방어구 제작용으로 최상의 재료가 될 오우거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동훈 씨는 오우거의 허벅지 살을 따로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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