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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련자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가 검술천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만련자
작품등록일 :
2023.11.13 15:30
최근연재일 :
2023.12.08 12: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179
추천수 :
21
글자수 :
44,982

작성
23.12.01 12:04
조회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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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4화

DUMMY

“자. 이것부터 깨우치거라.”

마우드가 준 것은 신전에서 사용하는 고대어였다.

그동안 마우드가 연구해온 고대어가 수십여 장에 걸쳐 빽빽하게 적혀 있었는데 드자이크는 20여분 만에 고개를 들며 말했다.

“다 익혔습니다.”

“벌서?”

“네. 아버님.”

“허어. 정말 대단하구나. 그럼 이걸 읽어 보겠느냐?”

마우드가 내민 것은 탁본이었다.

“신이시여. 당신...의 종...이 간절...히 비...옵니다. 하찮다 여...기지 마시고 아량을 베풀어 제물을 받으시고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순간 마우드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에 내려앉는다는 느낌.

“어떠냐?”

“어떠냐니요?”

똑똑하기 짝이 없는 드자이크였지만 이 때만큼은 질문의 의도를 몰라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스테고니아 신을 모시는 자들의 기도문이다. 그것을 암송하면 암송할수록 신심이 깊어진다고 한다. 신심이 느껴지지 않았더냐?”

“아!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게 신심이었군요.”

“그렇다. 이제부터 그것을 잠을 깼을 때와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잠들 때마다 암송하며 스테고니아 신을 믿어야 한다. 진심으로 말이다. 알겠느냐?”

“스테고니아 신을 섬기라는 것입니까?”

“그렇다. 우리가 연구해야 할 것은 경전이 틀림없다. 그 분을 섬기는 마음을 가진다면 경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

“알겠습니다. 아버님.”

“나는 탁본을 떠올 테니 넌 이 것들을 해석해 두거라. 플라잉!”

마우드는 탁본을 뜰 재료를 챙겨 5써클 마법인 플라잉을 펼쳐 날아올랐다.

신전에 있는 경전들은 모두 탁본을 떴기에 마을에 있는 집들에 새겨진 경전까지 탁본을 떠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드자이크는 우두커니 앉아서 마우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자이크의 해석 속도는 아주 빨라서 더 이상 해석할 탁본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글 조각들은 모두 탁본을 떴으며 이제 제법 멀리 있는 것들의 탁본을 떠야 했기에 제법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마우드를 기다리고 있자니 저 아래 텐트에서 보았던 다잉 메시지가 생각이 났다.

그러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 그 메시지는 다잉 메시지가 아니었어. 고약한 장난에 불과했던 거야. 그런 말을 써놓아 다음에 올 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다니. 다음에 올 후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기를 바랬던 걸까?’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을 망치려 하다니 인간이란 참으로 악의로 가득한 존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자이크는 고개를 절래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텐트 밖으로 나와 제단 뒤로 새겨진 조각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경전으로 보이는 글 조각과 삽화에 해당하는 그림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그렇게 제단 뒤의 배경을 바라보다 보니 묘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참 이상하단 말이야. 왜 경전을 책으로 만들지 않고 조각으로 새겨둔 걸까? 게다가 탁본으로 볼 때랑 이렇게 직접 보는 거랑은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든단 말이지?”

그때 마침 호롱불이 크게 일렁였는데 ......

“마...맙소사!”

드자이크는 깜짝 놀라 자신의 두 눈을 비볐다.

호롱불이 일렁일 때 생긴 그림자가 글씨들을 가리자 새로운 글자들이 떠올랐다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드자이크는 호롱불을 들고 나와 손바람을 불어넣어 크게 일렁이게 만들었다.

그러자 또 다시 숨겨진 글자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 신심이 가득한 제물을 바치는 자 신의 축복을 받을 것이다. ]

[ 내가 원하는 제물은 오직 나를 향한 신심으로 가득한 인간들뿐이다. ]

[ 너희들은 제물의 일부를 돌려받을 것이다. ]

[ 신심은 경전을 읽어 얻을 수 있다. 나를 섬기는 자 아침저녁으로 경전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마라. ]

......


‘빌어먹을. 스테고니아가 왜 두 얼굴을 가진 신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구나. 경전조차도 숨겨진 모습이 따로 있었다니.’

드자이크는 황급히 텐트 안의 책상에 들어와 앉았다.

자신이 제단의 배경에 새겨진 글 조각들을 보고 있었다는 것이 마우드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조각 경전에서 새로 드러난 말에 의하면 신심을 쌓은 인간들만이 제물로 쓸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빌어먹을. 내게 하루에 다섯 번씩 경전을 읽고 믿음을 키우라고 한 건 경전을 해석하기 위함이 아니었어. 나를 제물로 쓰기 위함이라니......’

드자이크는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그동안 마우드가 무뚝뚝할 뿐 자신을 아들로 삼고 후계자로 삼은 것이 진심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제물로 키우기 위함이었다니?

그것도 모르고 마우드의 말을 따르기 위해서 진심으로 암송했던 것이 너무나 분하고 억울했다.

“허! 별일이구나. 내가 온 것도 모를 만큼 깊게 생각에 빠져 있다니?”

“오셨습니까?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버님.”

드자이크는 벌떡 일어나 마우드가 들고 있는 장비를 받아냈다.

누가 보았다면 참으로 예의바른 아들이라고 할 것 같은 장면이었다.

“그래. 이제 경전을 찾는 것도 어렵구나. 이제 이쯤 했으면 진리의 조각이 보일 듯한데 아직도 소식이 없구나.”

마법사들은 다음 써클로 넘어가기 위해 명상을 통해 정신적인 각성을 하거나 정신세계의 확장을 불러올 정도로 획기적인 지식을 얻어야 한다.

그러니까 진리의 조각은 마법사가 가진 정신세계를 확장시켜줄 정도로 획기적인 지식을 의미했다.

“곧 때가 오실 겁니다. 고대의 기록은 헤아릴 수 없는 지식의 보고이니 말입니다.”

“그렇지. 내가 이 스테고니아 신의 신전을 찾은 후에 지금까지 두 번이나 진리의 조각을 얻었다. 이제 한 번만 더 나아간다면 궁정 수석 마법사가 아니라 마탑의 수석 마법사가 될 수 있지.”

‘7써클이 된다면 인신공양은 멈추실 겁니까?’

마우드의 의지가 가득한 얼굴을 보자 그렇게 묻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었다.

적당한 선에서 멈출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스테고니아 신에게 제물을 바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인신공양만을 받는다는 두 얼굴의 신에게 말이다.


저녁을 먹기 전.

“기도문을 외우자꾸나.”

“네 아버님. 신이시여. 당신의 종이 간절히 비옵니다. 하찮다 여기지 마시고 아량을 베풀어 제물을 받으시고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기도문을 외우자 드자이크의 몸에서 빛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그 순간 마우드의 눈이 반짝였다.

“허허. 허허허. 드디어 신께서 너의 신앙심을 인정해 주셨구나. 기쁜 날이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내일은 제단에서 제를 지낼 것이다. 그리 알거라.”

“네 아버님.”

드자이크는 싹싹하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를 증오하고 있었다.

기도문을 읽고 신의 응답을 받자마자 제를 지낸다는 것은 자신을 제물로 삼겠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내일 제를 올릴 것이니 몸을 깨끗하게 씻고 자거라.”

“네 아버님.”

드자이크는 뭐 하나 싫다는 표정 없이 싹싹하게 대답을 했고 마우드는 기쁘다는 듯이 만면에 미소를 띠운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마우드는 기상을 하자마자 제 준비를 서둘렀다.

제에 참가하는 사람은 마우드와 드자이크 단 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마우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어를 잔뜩 읊어댔다.

입구를 열 때 주문을 외운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대어를 해석하는 방법은 배웠지만 발음하는 건 배운 적이 없었다.

아마도 드자이크가 고대어의 발음을 익히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숨겨온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이걸 들려주는 건 이제 곧 생명이 끊어지기 때문일 것이었다.

고대어가 울려 퍼지자 제단에는 불길처럼 보이는 검은 기운이 너울대기 시작했다.

마우드의 주도에 따라 같이 절을 했다.

그러자 마우드와 드자이크의 몸에서도 검은 불꽃이 올라왔다.

“이게 무엇입니까, 아버님?”

드자이크는 자신의 몸에서 올라온 불꽃을 보며 물었다.

“이 불꽃은 신앙심의 증거이니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마우드는 다시 한 번 나서서 제단 앞의 작은 받침대에 올라 절을 올리고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너는 제단에 올라 절을 올리거라.”

“네 아버님.”

돌아 나오는 마우드와 드자이크가 교차되는 바로 그 순간.

꺽! 마우드가 단말마를 내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파...이어 볼!”

손을 뻗어 드자이크를 가리키며 주문을 외웠지만 소용이 없었다.

드자이크의 손에 들린 길고 뾰족한 돌멩이가 그의 심장을 꿰뚫어 써클을 파괴했기 때문이었다.

드자이크는 광산 시절 여우굴에 가까운 그 비좁은 굴에 들어갈 때도 판자와 막대기를 놓고 들어간 적이 없었다.

비좁아 터져 숨이 막히고 몸조차 돌릴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판자와 막대기를 배에 묶고 들어갔었다.

드자이크에게 대비란 그런 것이었다.

아주 단순한 준비물이었지만 하루도, 단 한 순간도 빠트리지 않는 그런 것. 그리고 지금 그 결실을 보았다.

스트랭쓰? 페이스트? 마법사이니 그런 것으로 대비할 수 있었다고?

웃기는 소리다.

6써클의 마도사에게 마법으로 승부를 거는 순간 그것은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오늘 그랬던 것처럼 마법을 사용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드자이크는 자신의 승부수를 복종에 두었다.

대비를 하겠다고 맘먹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결단코 마우드의 지시에 두 번 말을 하게 한 적이 없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뭐든지 하는 노예. 그 어떤 것이든 거부하지 않고 복종하는 노예.

마우드는 자신도 몰랐겠지만 드자이크를 보며 그렇게 느꼈을 것이었다.

드자이크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드자이므에게 살길을 열어주었다.

6써클의 마도사가 방심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아! 이제 다 끝난 건가?”

드자이크는 그 자리에 무너져 앉아 큰 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들 첫 살인은 그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으니까.

“정말이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야.”

그 순간이었다. 마음속으로 울리는 뜻이 느껴졌다.

[ 호오. 이번엔 제법 큰 제물을 바쳤구나. 좋아. 아주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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