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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오메 님의 서재입니다.

성(聖)기사가 아니라 성(姓)기사입니다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사이오메
작품등록일 :
2022.06.02 04:22
최근연재일 :
2022.06.23 07: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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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수 :
142,744

작성
22.06.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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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

DUMMY

“자, 그리고 이제 마지막 참가자분을 소개합니다. 참가번호 5번 나와 주세요!”


병태는 화려한 포즈로 데스나이트의 번호를 호명했다.


그러자 무대 위로 연기가 분사되며 짙은 안개가 깔렸다.


데스나이트에 알맞은 공포 연출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데스나이트는 나오지 않았다.


병태는 조금 초조해졌다.


‘이 자식 튀었나?’


병태는 황급히 무대 뒤쪽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데스나이트는 그곳에 있었다.


“아니, 데스나이트 씨! 빨리 가시라고요!”


“......”


무대 관계자가 그를 등장시키려고 어떻게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무슨 일이죠?”


“아니, 이 분이 지금 입장을 안 하세요!”


“제가 해볼게요.”


병태는 데스나이트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시죠?”


“두렵다.”


‘이 미친 새X가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무대 위에서 주목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놈이 막상 판을 깔아줬더니 두렵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쇼를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가 두려우시죠?”


“내가 나갔을 때 아무도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 것 아닐까... 그것이 두렵다.”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으셨던 것 아니었어요?”


“그랬지.”


“그런데 뭐가 문제에요? 나가면 되지.”


“경쟁자들이 너무 강력하다... 특히 4번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 뭐.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적이긴 했죠.”


“4번 말고도 다른 참가자들 또한 마찬가지... 수준들이 다들 너무 높았다. 난 그들을 이길 자신이 없다.”


“......”


“기사로서 패배는 두렵지 않으나 내가 명예롭지 않을 것이 두렵다.”


“......데스나이트 씨.”


병태는 데스나이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뭔가 착각하고 계신 거 같은데...”


데스나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훗. 나를 위로할 생각인가? 어줍잖은 위로의 말 따위...”


“걔들은 코스프레고 당신은 본인이 직접 나왔잖아요...”


“......”


“......”


“......아!”


‘아! 는 무슨 아! 야. X신아.’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퀄리티가 무슨 걱정이에요. 가짜가 진짜한테 이길 거 같아요? 정 걱정되면...”


“걱정되면?”


“가짜들이 못하는 진짜의 무언가를 보여줘봐요. 자, 입장합시다.”


데스나이트는 뭔가를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무대로 입장했다.


데스나이트는 음험한 기운을 내뿜으며 무대 위에 등장했다.


무대를 가린 새하얀 안개가 짙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훌륭한 공포 연출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와, 연출 굉장한데?”


“대체 어떤 대단한 게 나오는 거지?”


“이딴 대회에 돈을 얼마나 쓴 거야?”


그는 대검으로 안개를 가르며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엄청난 포스에 압도당한 관객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뭔가 부족한 건가?’


하지만 관객들의 행동을 오해한 그는 뭔가 더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짜들은 못하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가 내린 해답은 간단했다.


“다크니스 블레이드!”


그의 대검에 시꺼먼 오오라가 휘감겼다.


데스나이트의 공격력을 상승시키는 버프 효과였다.


“망령의 군대 소환.”


데스나이트의 기운이 땅 밑으로 흘러내려가더니 지하에서 어둠의 군대를 끌어모아왔다.


쫄몹들을 소환해 공격하는 뉴비 학살 스킬 중 하나였다.


그는 자신이 소환한 망령 군마에 올라탔다.


“소드 댄싱.”


그는 대검을 사방으로 마구 휘둘렀다.


피하기가 매우 어려워 뉴비들을 학살하는 패턴 중에 하나였다.


“데스 브링어.”


그는 거대한 검은 손을 소환해 마구 휘둘렀다.


원거리에 있는 적을 근거리로 끌고 오는 스킬이었다.


“길로틴 슬래시.”


그는 대검을 위로 치세웠다.


그러자 검은 기운이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무섭게 솟구쳤다.


그는 그것을 그대로 무대 위에 떨어트렸다.


콰가가강!


힘조절을 한 것인지 무대가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흙먼지와 충격파가 관객석을 덮쳤다.


“......”


병태와 관객, 심사위원들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더 부족한가?’


그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여기, 너희의, 죽음이, 왔노라.”


그가 목을 가득 긁으며 말하자 무대는 공포에 휩싸였다.


“꺄아아악!”


“지, 진짜 데스나이트다!”


“살려줘!”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던 앙드레 칸도 놀라서 헐레벌떡 달아났다.


“써, 썸바디 헬프 미!”


존 카밀로는 굉장히 재미있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데스나이트를 바라봤다.


“와... 연출력이 상당한데요? 배우의 재능이 있는 거 같은데...”


대신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데스나이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다, 당장 신전기사단을 부르게! 저 간악한 무리를 빨리 토벌해라!”


병태는 한숨을 내쉬며 데스나이트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된 이상 싸우는 수밖에 없는 건가.’


데스나이트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병태는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저... 데스나이트 씨?”


“...사회자 양반.”


“괜찮...으세요?”


“사람들이 날 무서워하고 있군.”


“...네, 아무래도 그런 거 같네요.”


데스나이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에 호응하듯 망령의 군대도 그를 따라 몸을 떨었다.


병태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카르멘과 사루비아도 무대 위로 올라와 데스나이트와 대치했다.


“작전은 실패인 거야?”


“결국 또 싸움이네. 퍄~햐햐햐.”


카르멘은 마법을 캐스팅하고 사루비아는 주사위를 꺼냈다.


하지만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병태는 데스나이트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봤다.


해골이어서 그 표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건 뭔가 화가 났다거나 하는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웃고 있는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사람들이... 날 보고... 무서워하고 있어...”


목소리가 심히 떨리는 것이 마치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감정에 동조했는지 망령의 군대도 흐느끼고 있었다.


개중에는 눈물을 훔치는 것도 있었다.


“뭐, 뭐야?”


“아무래도 성공인 거 같은데. 퍄~햐햐햐.”


‘설마 저 미친놈이...?’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아본 건 처음이야...!”


설마가 사람잡았다.


“크흑... 드디어 우리 대장님께서 성공하셨어!”


“이 많은 사람들에게 대장님의 존재를 각인시키신 거야!”


“그 어두컴컴한 지하실 생활도 이제 안녕이겠지?”


“대장님 만세!”


“만세!”


“......”


흐느끼며 환호하는 망령의 군대를 보며 병태 일행은 할 말을 잃었다.


데스나이트는 흐를 리 없는 눈물이 흐른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마음을 추스렸다.


그리고 뒤로 돌아 망령의 군대를 바라봤다.


“봤는가, 제군들! 우리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졌다!”


“와아아아!”


“우리는 더 이상 잊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외로이 죽지 않을 것이다!”


“와아아아!”


“대장님 만세!”


“만세!”


그렇게 한바탕 연설을 마친 후 그는 망령의 군세 스킬을 해제했다.


군대는 나타났던 것처럼 다시 땅 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자네에겐 감사를 표하지.”


데스나이트는 다시 땅으로 내려와 병태에게 예를 표시했다.


“예? 어... 예.”


“자네 덕분에 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네. 바지에 지릴 뻔할 정도로 말이야.”


“...허허허.”


데스나이트가 바지에 뭔가를 지린다는 건 도무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으시겠어요? 대회가 엉망이 됐는데...”


“그건 미안하군. 상품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뭐 어떤가. 하하하.”


데스나이트는 호쾌하게 웃었다.


아마 생전에는 꽤 이름 높은 기사였으리라.


‘그랬던 양반이 지금은 왜 이런 변태 관종이 됐는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신전기사단이 오는 군. 여기선 더 싸우고 싶지 않으니 물러나겠네.”


병태는 웃으며 말했다.


“네. 조심히 도망가세요.”


“그럼!”


데스나이트는 재빨리 달려나가더니 이윽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카르멘은 캐스팅을 멈추고 데스나이트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봤다.


“근데 그래서 결국 쟨 여기 왜 온 거야?”


“......”


사루비아가 옆에서 거들었다.


“뭐, 어찌됐든 잘 된 거 아니야? 잘됐군, 잘됐어. 퍄~햐햐햐.”


‘그냥 죽고 싶다.’


그는 피규어고 뭐고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데스나이트는 산중턱에 앉아서 숨을 골랐다.


“설마 여기까지 쫓아오진 않겠지.”


죽음의 화신이라 불리던 그였지만 오늘은 왠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만족한 하루였다.


“음... 근데 1등을 못 한건 아쉽긴 하군.”


1등 상품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


성검 호프레이.


그의 주군이 그에게 찾아오라고 명령했던 물건이었다.


어찌 보면 그것을 눈앞에서 놓쳐버린 셈이었다.


“뭐,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저런 나약한 인간들 따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성검이 있는 위치도 대략 짐작이 되는 바.


지금 이 즐거운 기분이 끝나갈 때쯤 다시 쳐들어가면 그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그때였다.


갑자기 그의 밑에 보라색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이, 이건...”


마법진이 빛나는 순간 그의 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대충 종합해보자면...”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화려한 의자에 앉아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밑에는 데스나이트가 소위 말하는 원산폭격 자세로 머리를 박고 엎드려 있었다.


“그 코스프레인지 뭔지 대회에 성검이 상품으로 나와서 거기 참가했는데 그 대회를 깽판치고 나왔다고?”


“예, 옙!”


“하하, 재미있네.”


남자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데스나이트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럼 그냥 1등하고 오지 그랬어. 왜, 이렇게 되는 쪽이 더 재미있을까봐 그랬니?”


“죄, 죄송합니다!”


“네가 왜 죄송해. 재미있었다니까? 그럼 됐지.”


남자는 의자에서 내려와 데스나이트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말이야. 덕분에 더 재미있는 게 생각났어.”


“예, 예?”


남자가 손으로 허공을 휘저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칼 한 자루가 나타나 데스나이트의 옆에 꽂혔다.


데스나이트는 곁눈질로 그 칼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성검 호프레이였다.


“이, 이게 어째서...”


“아, 그 멍청이들이 재미있게도 다시 봉인을 안 해놓고 있더라고? 그래서 가져왔지.”


‘보고 계셨단 말인가?’


데스나이트는 흐를 리 없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말인데, 네가 이 칼을 갖고 다시 거기로 가면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예? 제, 제가 성검을요?”


성검이 어떤 검인가.


성스러운 힘이 들어있는 검.


악한 존재인 데스나이트가 만질 수도 없고, 접근하기도 힘든 물건이었다.


그 예로 지금 데스나이트는 성검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어라? 너 모르나보네?”


남자는 데스나이트의 옆으로 다가왔다.


“원래 성검이라는 건 말이야...”


그리고 성검 호프레이를 움켜쥐었다.


“누가 힘을 불어넣었는지에 따라 결정이 되는 거거든.”


남자의 팔을 따라 어두운 기운이 성검을 타고 올라갔다.


어두운 기운이 성검을 완전히 감쌌다.


그리고 이윽고 어두운 기운이 흩어지며 성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미 그것은 성검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새하얗던 흰색 칼날이 시꺼먼 검정색 칼날이 되어 있었다.


“흠... 어디보자. 원래 이름이 성검 호프레이였으니까... 마검 호프리스라고 할까? 이름 재밌네.”


그는 칼을 다시 데스나이트 옆에 떨어뜨렸다.


“자, 다시 가서 날 재미있게 해줘. 지금보다 더. 훨씬 재미있게.”


“조, 존명!”


그가 제대로 대답하기도 전에 데스나이트는 다시 그가 원래 있던 산중턱에 돌아와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군이 내려준 물건을 손에 쥐었다.


“이, 이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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