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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10.04 22:46
최근연재일 :
2013.12.07 18: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824
추천수 :
150
글자수 :
134,246

작성
13.11.15 18:00
조회
124
추천
2
글자
11쪽

제3장 천사 (4)

DUMMY

처음과 똑같은 물음. 거기에 네르갈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나오는 대로 마음대로 지껄일 수 없었다. 비타는 당장이라도 집을 나갈 것처럼 진지했다.

물론 네르갈의 마음은 비타가 떠나지 않고 자신들과 함께 있어줬으면 했다. 비타의 지적이 사실이었기에 그녀가 상처입지 않고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말을 해야 했다.

똑똑똑!

"……!"

그때 집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어제의 예도 있었기에 네르갈은 잔뜩 긴장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나중에 얘기하자. 뒤로 물러나 있어."

그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밖에는 무장을 한 남자들이 서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네르갈의 말투는 자연스럽게 날카로워졌다. 경계 태세를 높이며 오른손을 검으로 가져갔다. 그들이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한몫 했다.

"여기에 신이 있지?"

"무슨 소리죠?"

다짜고짜 묻는 말에 이들이 불청객이라 여겼다.

"다 알고 왔다. 신은 우리가 보호하겠다."

"무슨 소리냐고 묻고 있습니다."

네르갈은 흥분하지 않고 침착히 되물었다. 그 차분한 모습에 흥분하는 건 오히려 불청객들이었다.

"흥, 꼭 힘으로 해결해야겠나?"

스르릉

남자가 손짓하자 뒤에 서 있는 남자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안에 있겠지? 비켜."

그 모습을 본 네르갈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퍼억!

"컥!"

네르갈은 검을 반쯤 뽑으며 팔꿈치로 무방비하게 서 있는 남자의 명치를 찔렀다. 이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을 도로 집어넣더니 그 반동으로 더욱 빠르게 검을 뽑았다.

빠악!

검날이 아닌 손잡이 끝부분으로 남자의 관자놀이를 찍었다. 눈 깜짝할 사이 펼쳐진 이연격이었다.

"으어어."

콰당!

남자가 쓰러지자 검을 뽑은 이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뭔가 번쩍한 것만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지 못했다. 그저 눈을 한 번 깜빡이니 네르갈이 검을 뽑아 들고 있고, 리더격인 남자가 쓰러지는 것만 봤을 뿐.

"당신들이 어제 말하던 기간테스인가?"

어제 습격했던 디프러더는 자신을 정찰조라 밝혔다. 그렇다면 지금 이들이 진짜 신들을 상대하는 실력자들일 터. 사정을 봐주고 할 여유가 없었다.

"내가 있는 한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네르갈은 문밖으로 나왔다. 그가 한 걸음 내딛으면 불청객들은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어리다고 우습게 볼 수 없다. 자신들의 상대가 아님은 방금 이연격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대단한 실력이군."

그때 불청객들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왔다. 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옷에서 불꽃을 연상케 하는 남자였다.

"당신은 또 누구지?"

"이들을 책임지는 사람이네."

쉬익!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었다. 적이라고 인식한 이상 먼저 검을 휘두를 뿐.

"대단해. 하마터면 베일 뻔했군."

붉은 남자는 자신의 목 바로 앞에서 검이 스쳐 지나간 걸 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그의 목은 벌써 베였을 것이다.

"당신이군."

네르갈은 그에게서 위험한 냄새를 맡았다. 기간테스의 실력자가 이 남자임을 직감했다. 이 남자만 처리하면 나머진 아무것도 아닌 조무래기였다.

"검을 놓고 대화를 하지 않겠나?"

"헛소리."

쉬익, 카캉!

네르갈이 검을 휘두르자 붉은 남자도 재빨리 검을 뽑아 막았다. 이어 몇 번의 공방전이 펼쳐졌지만 만만찮은 실력에 쉽게 승기를 잡지 못했다.

"대단해. 위그드라실에서도 흔치 않은 실력이야."

남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조금씩 수세에 몰리고 있었지만 전혀 긴장한 표정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믿는 것처럼.

"칫."

네르갈은 빨리 승부가 나지 않아 초조했다. 지금은 멍하니 구경하고 있지만, 이 남자에게 붙들려있는 사이 남은 불청객들이 집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승부를 걸자.'

네르갈은 양손에서 편수로 검을 쥐었다. 그리고 다소 큰 동작으로 원을 그리며 붉은 남자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 베기를 했다. 동작은 컸지만 피하거나 틈을 노려 공격하기엔 애매한 빠르기였다.

"흐음."

붉은 남자는 회피를 포기하고 머리 위로 검을 들어올렸다. 내려 베는 검을 흘려버리고 동작이 흐트러진 네르갈을 향해 반격을 할 생각이었다.

팟!

내려 베어오던 검이 붉은 남자의 검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뻗은 팔이 굽혀지며 네르갈의 자세가 낮아졌다. 그리고 탁 하며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당했, 컥!"

퍼억!

네르갈의 팔꿈치가 붉은 남자의 명치에 정확히 꽂혔다. 네르갈은 단순히 검만 단련하지 않았다. 검술을 보조하고, 검이 없을 때를 상정하여 격투술도 상당한 수준으로 단련했다. 팔꿈치를 사용하는 패턴은 수도 없이 연구했었다.

퍽!

이어 팔꿈치채로 오른손을 거둬들이며 레프트 스트레이트. 상대를 가격하여 밀어냄으로써 검을 찌를 공간을 만들어냈다.

"핫!"

슈욱!

마무리로 붉은 남자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들어갔다. 이 삼연격은 프레이에게 이기기 위해 개발한 일종의 필살기였다. 비록 그녀에겐 먹히지 않았지만, 이카로스에게도 굉장하다며 칭찬받은 기술이었다.

그렇다고 네르갈은 자만하지 않았다. 붉은 남자의 실력이라면 피할 수도 있다. 그걸 상정해서 후속 공격을 준비해야…….

씨익

그러나 그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면서 앞으로 달려들었다. 네르갈의 장기인 검을 피해 파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다.

푸욱!

"어엇?"

몸을 꿰뚫는 감촉. 네르갈의 검은 정확히 붉은 남자의 심장을 관통했다. 이해할 수 없는 그 행동에 당황했고, 아직도 죽지 않고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당황했다.

"흐읍."

당황해서 검을 뺄 생각도 못해 멍하니 쳐다보는 사이 남자는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 네르갈은 피 섞인 기침을 하려나 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마치 불을 뿜을 것 같다는 우스꽝스런 생각도 했다. 옷도 머리카락도 모두 불을 연상시키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화르르르륵!

"아악!"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남자가 정말로 불길을 뿜어낸 것이다. 네르갈은 서둘러 검을 뽑으며 뒤로 물러났지만, 오른팔이 불길에 휩싸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아아악!"

"휴우, 드디어 대화를 나눌 수 있겠군."

치이이이익!

남자가 불이 붙은 네르갈의 오른팔을 바라보자 거짓말처럼 불길이 금방 꺼졌다. 그러나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네르갈은 검만은 꽉 쥐고 있었지만, 그게 한계였다.

"거친 방법을 써서 미안하네. 하지만 이 정도 하지 않으면 얘길 전혀 안 들을 것 같더군."

이야기하는 남자의 가슴에 새겨진 상처가 급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이 조금 찢겨졌을 뿐 거짓말처럼 상처는 사라지고 없었다.

"당신은 대체……."

고통을 최대한 억누르며 네르갈이 말문을 열었다.

"소개하지. 내 이름은 케루비엘이라 하네. 불의 신 아타르님을 모시는 천사지."

"천사?"

천사라면 신의 피를 이식받은 초월자이자 신의 충실한 종이다. 인간으로선 보통의 방법으론 천사를 죽일 수 없다. 신과는 달리 방법은 있지만, 지금 화상에 검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네르갈에겐 무리다.

"난 그대의 적이 아니네. 오히려 같은 편이라고 해도 되겠지. 자넨 신을 한 명 보호하고 있지 않은가?"

"……."

네르갈은 대답하지 않았다. 심장을 찔러도 죽지 않는 몸과 인간은 흉내도 못 낼 특이한 능력을 볼 때 저 붉은 남자가 천사임은 확실해 보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믿을 순 없었다.

"말하기 싫으면 일단 듣기만 하게. 우린 어제 기간테스 한 무리를 붙잡았다네. 그들에게서 자네와 자네가 보호하고 있는 신에 대한 얘길 들은 것이지."

그의 말을 믿는다면 어제 도망친 그들은 재수 없게도 케루비엘이란 저 천사에게 붙잡힌 모양이다. 천사는 신의 종, 일단은 신의 편이다.

"아는지 모르겠네만, 아타르님은 야즈드를 다스리고 계시네. 야즈드는 아스가르드 신국에 속해있지. 무슨 뜻인지 알겠나?"

아스가르드 신국은 하늘의 신 카엘라를 중심으로 신이 다스리는 대륙 대부분을 지배하는 국가다. 신의 국가, 신을 위한 국가. 그 말이 의미하는 건 뻔했다.

"우린 신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네. 자네도 신을 보호하고 있다면 알겠지만, 갓 태어난 신은 백지라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신으로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해. 그런 이들은 기간테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야."

그러니 비타를 자신들이 보호하겠다고 케루비엘은 말하고 있다. 인간만이라면 네르갈이나 프레이가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기간테스 중에는 타락한 천사나 신들도 있다고 한다. 그들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강요하진 않아. 하지만 무엇이 옳은지 잘 생각해보게."

"……."

결국 아까 비타와 나누던 대화의 연장선. 네르갈은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가겠어요."

그때 등 뒤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타?"

어느새 그녀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언제부터?"

"네르갈이 밖으로 나가니 걱정돼서 문틈으로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비명 소리가 들려서……."

비타는 눈을 찔끔 감고 짧게 심호흡을 했다. 어렵게 내린 결정을 말해야 할 때다.

"전 네르갈이 상처 입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네르갈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화상을 입은 팔을 품에 꼭 안았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평생 잊지 않을게요."

"비타, 너……."

"아무 말 말아요. 울기 싫으니까."

비타는 조심히 네르갈의 팔을 내려놓았다. 그의 팔은 화상에서 치유되어 있었다.

"제가 가는 게 옳겠죠?"

"물론입니다. 현명한 판단, 감사드립니다."

비타의 물음에 케루비엘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어떻게 부르면 되겠습니까?"

"비타라고 불러요."

"예, 알겠습니다. 비타님을 모셔라."

케루비엘은 부하들에게 지시를 하곤 네르갈을 향해 다가갔다.

"미안하군, 운명이라 생각하게. 그리고 언제 한 번 야즈드의 아테쉬카데로 찾아오게나. 자네의 실력은 이런 시골에서 썩히기 아까워. 천사가 된다면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네. 어쩌면 비타님과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 말을 남기곤 케루비엘은 부하들을 이끌고 비타를 정중히 모시면서 네르갈에게서 멀어져갔다. 비타는 길을 가다가 잠시 멈칫했으나 뒤돌아보진 않았다.

"비타……."

네르갈은 멀어져가는 비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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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5장 사도 (2) 13.12.05 203 3 13쪽
27 제5장 사도 (1) 13.12.04 345 6 9쪽
26 제4장 신 (4) 13.11.25 232 6 10쪽
25 제4장 신 (3) 13.11.22 160 4 9쪽
24 제4장 신 (2) 13.11.20 119 2 11쪽
23 제4장 신 (1) 13.11.18 202 6 9쪽
» 제3장 천사 (4) 13.11.15 125 2 11쪽
21 제3장 천사 (3) 13.11.13 130 4 10쪽
20 제3장 천사 (2) 13.11.11 209 4 10쪽
19 제3장 천사 (1) 13.11.08 178 6 13쪽
18 제2장 소녀 (11) 13.11.06 158 3 8쪽
17 제2장 소녀 (10) 13.11.04 219 7 10쪽
16 제2장 소녀 (9) 13.11.01 202 6 11쪽
15 제2장 소녀 (8) 13.10.30 222 7 11쪽
14 제2장 소녀 (7) 13.10.28 164 6 14쪽
13 제2장 소녀 (6) 13.10.25 217 5 10쪽
12 제2장 소녀 (5) 13.10.23 193 4 11쪽
11 제2장 소녀 (4) 13.10.21 287 4 9쪽
10 제2장 소녀 (3) 13.10.18 232 4 12쪽
9 제2장 소녀 (2) 13.10.16 152 2 15쪽
8 제2장 소녀 (1) 13.10.14 317 6 9쪽
7 제1장 조우 (6) +1 13.10.13 227 7 8쪽
6 제1장 조우 (5) 13.10.11 294 5 8쪽
5 제1장 조우 (4) 13.10.09 255 6 8쪽
4 제1장 조우 (3) 13.10.07 138 3 9쪽
3 제1장 조우 (2) +1 13.10.05 393 4 8쪽
2 제1장 조우 (1) 13.10.04 41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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