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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ologia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10.04 22:46
최근연재일 :
2013.12.07 18: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822
추천수 :
150
글자수 :
134,246

작성
13.10.14 18:00
조회
316
추천
6
글자
9쪽

제2장 소녀 (1)

DUMMY

"저질."

"윽."

옷을 입고 문을 열자마자 프레이가 네르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설마 그럴 줄은 몰랐어."

"미, 미, 미안해."

때문에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네르갈은 필사적으로 공격을 피한 뒤, 고개를 푹 숙인 채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 하지만 그땐 어쩔 수 없었어. 불가항력이란 게……."

"변태."

"컥!"

침몰. 네르갈은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의 마음은 일단은 여리다. 둔하긴 하지만 그만큼 순진하다. 경멸어린 시선과 함께 '변태'란 단어를 감당할 강함이 그에겐 없었다.

"네 방에 가서 에로책이나 실컷 봐."

쾅!

프레이는 볼 일 없다는 듯 방문을 세게 닫았다. 그 앞에 놓인 불쌍한 개 한 마리.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실제로 있다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것을. 이런 산골 마을에 빨간 책 같은 희귀하고(대도시엔 넘치지만) 비싼 책이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책 자체도 파는 곳이 없다. 있으면 당장 사서 프레이 몰래 방에 틀어박혀 조금씩……보지는 않았을 거다. 일단은 순진한 소년이니까.

"그리고 에로를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고."

아니, 어쩌면 순진과 가장 거리가 먼 소년일지도.



"뭐 하는 애일까?"

간신히 허락을 받아 프레이의 방으로 들어온 네르갈이 의자에 앉으며 침대 쪽을 바라봤다. 거기엔 아까 숲에서 쓰러졌던 그 소녀가 누워 있었다. 이번엔 제대로 옷을 입고 있었다.

"글쎄, 일단 일어나봐야 알지 않겠어?"

프레이는 침대에 앉았다. 침대는 두 명이 누워서 잘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편이라 앉을 자리정도는 충분했다.

녹발녹안의 소녀는 자그마한 미소를 지은 채 눈을 감고 있다. 이렇게 제정신으로 다시 보니 왠지 모른 신성함이 느껴졌다.

"어쨌든 예전 내 옷이 맞아서 다행이야. 안 버리길 잘 했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프레이는 소녀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네르갈이 현관에서 대기를 하는 동안 그녀는 소녀를 침대에 눕히고 우선 자신의 옷부터 챙겨 입었다. 춥지 않은 따뜻한 날씨라 다행이었다.

옷을 입은 후 몇 년 전 자신이 입던 옷을 찾아 소녀에게 입혔다. 맞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가슴부위가 조금 헐렁한 건 제외하고 옷은 딱 맞았다. 거기서 희미한 승리의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래도 좋은 건 넘어가기로 하자.

"씻겨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했지만 땀 같은 건 전혀 흘리지 않았고. 그리고 이상하게 이 애가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그녀의 말대로 소녀의 모습은 겉보기엔 편안히 잠든 것 같다. 혈색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아프다'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혹시 신 아닐까?"

"뭐어?"

신이란 자연 혹은 개념의 상태에서 인격을 가지고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는 초월적인 존재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사람이 뚝 떨어졌다면 신이 아닐까 의심 해봐도 좋다는 게 이카로스의 가르침이었다.

"에이, 설마. 그런 대단한 존재가 여기에 나타나겠어?"

"하긴. 신이라면 대부분 아스가르드 신국에 있겠지."

아스가르드 신국은 유미르 대륙 대부분을 지배하는 거대한 영토를 가진 국가다. 다른 나라들이 아스가르드의 속국이나 다를 바 없으니, 그냥 유미르 대륙의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스가르드는 '신국'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신이 지배하는 나라다. 죽음의 신 에레쉬키갈이 건국했고, 지금은 하늘의 신 카엘라가 황제를 맡고 있다. 지배자부터 주요요직까지 대부분이 신이며 그 외에는 신과 인간의 혼혈인 신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 프린치피움도 아스가르드의 영토이긴 하지만, 동쪽 끝에 위치한 볼 것 없는 마을이다. 이런 곳까지 신의 지배가 닿진 않는다.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근처를 담당하는 건 불의 신인 아타르이나, 그는 대도시 야즈드 내에 있는 그의 신전인 아테쉬카데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아스가르드의 수도인 위그드라실에나 갈까, 그 외엔 야즈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만큼 프린치피움은 신과 거리가 먼 곳이다. 그러니 신이 여기에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태어난 거라면?"

"그거라면 혹시 모르겠는데."

그거라면 가능성이 있다. 신이 언제 어디서 태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아니, 이렇게 되면 스승님이 의심스러워지는데."

이카로스가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찾아갈 수 없었던 숲. 그리고 이카로스가 떠나자 다시 갈 수 있게 되었고, 거기서 저 소녀가 나타났다.

그런데 아무리 이카로스라도 신이 태어날 위치와 시간까지 알 수 있었을까? 그건 신들도 불가능한 일인데?

"아아, 모르겠다. 역시 스승님을 만나봐야 알겠어."

투덜거리는 프레이와는 달리 네르갈은 한 번 더 깊숙이 생각했다.

'분명 뭔가가 잡힐 것 같은데.'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카로스가 떠나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그랬어."

"응? 뭐가?"

"그때 스승님이 뭐라고 말씀하셨지? 여행하기 좋은 때라고,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하셨잖아."

"으음, 아아!"

프레이도 네르갈의 말뜻을 알고는 손뼉을 치며 소녀를 바라봤다. 분명 평범한 만남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신성함. 그리고 애매해서 굳이 입 밖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녀 곁에 있으니 활력이 솟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래서? 결론은?"

"으음,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네."

그러나 그건 이카로스가 이 모든 걸 안배하고 예상했다는 추측은 가능하나 확실한 증거가 되진 못한다. 조금 더 확신할 수 있다는 것뿐.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다. 결국 이카로스를 만나야 풀릴 의문인 것이다.

"으음."

그때 소녀의 입에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어어?"

"드디어 깨어나려나 보네."

네르갈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프레이도 좀 더 가까이 가 앉으며 얼굴을 살펴봤다. 약간 아미를 찌푸리는 게 깨어날 모양새다.

"아."

"떴다."

"깨어났다."

소녀가 눈을 뜨자 둘은 약간 호들갑을 떨며 조금 뒤로 물러났다. 소녀는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더니 곧 몸을 일으켰다.

"괘, 괜찮아?"

"아픈 덴 없어?"

두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소녀는 고개를 움직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곤 그 녹색의 눈동자를 움직여 네르갈과 시선을 맞췄다.

"여긴 어디?"

"어?"

그 물음에 네르갈은 당황하며 프레이를 바라봤다. 당연히 정신을 잃었다가 전혀 다른 장소에서 깨어난다면 저런 반응을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소녀의 반응은 뭔가 달랐다.

"설마……."

프레이도 네르갈의 생각을 눈치 챘는지 불안한 시선으로 소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번엔 소녀의 에메랄드 같은 눈동자가 프레이를 향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누구?"

"……."

불안이 적중했다.

"저기, 혹시 정말 네가 누군지 몰라?"

소녀가 깨어나면 가장 먼저 하려했던 질문을 확인 차 물어본다. 소녀는 아무런 불안감이 없는 맑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응."

"하아."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고개를 숙이며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 아, 아냐."

그러다 소녀의 말 한마디에 둘의 고개가 번쩍 세워졌다. 그리고 시선은 물론 귀까지 소녀의 입에 집중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겐 반말을 하면 안 됐었지? 응응, 그게 예의라는 것 같아. 그리고 인사도."

소녀는 자신에 찬 미소를 짓곤 두 사람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안녕하세요, 인간들."

"이, 인간들?"

"응? 인간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사람? 인간과 사람은 똑같은 의미라는 것 같았는데."

뭔가 말하고 싶지만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라 입술을 실룩거리는 네르갈을 보며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예의가 뭐지? 인사도 뭔지 모르겠어."

방금 자신이 한 행위도 모르고 소녀는 계속 갸우뚱거렸다.

"먹는 건가?"

"아냐!"

프레이의 외침에 소녀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옮겨갔다.

"혹시 아시면 가르쳐주시지 않을래요? 아, 가르쳐주시는 김에 인간과 사람의 상관관계도 가르쳐줘요. 그런데 인간과 사람은 또 뭐지?"

또 갸웃거리며 골똘히 생각하는 소녀. 그리고 답을 찾았다는 듯 손뼉을 짝 쳤다.

"먹는 건가요?"

"절대 아냐!"

네르갈과 프레이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러자 소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절대'와 '아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요? 벌과 꽃과 같은 관곈가요? 아니면 먹는……."

"먹는 거 아냐!"

"우웅?"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소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또 한 번 고갤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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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5장 사도 (2) 13.12.05 203 3 13쪽
27 제5장 사도 (1) 13.12.04 345 6 9쪽
26 제4장 신 (4) 13.11.25 232 6 10쪽
25 제4장 신 (3) 13.11.22 160 4 9쪽
24 제4장 신 (2) 13.11.20 119 2 11쪽
23 제4장 신 (1) 13.11.18 202 6 9쪽
22 제3장 천사 (4) 13.11.15 124 2 11쪽
21 제3장 천사 (3) 13.11.13 130 4 10쪽
20 제3장 천사 (2) 13.11.11 209 4 10쪽
19 제3장 천사 (1) 13.11.08 178 6 13쪽
18 제2장 소녀 (11) 13.11.06 158 3 8쪽
17 제2장 소녀 (10) 13.11.04 219 7 10쪽
16 제2장 소녀 (9) 13.11.01 202 6 11쪽
15 제2장 소녀 (8) 13.10.30 222 7 11쪽
14 제2장 소녀 (7) 13.10.28 164 6 14쪽
13 제2장 소녀 (6) 13.10.25 217 5 10쪽
12 제2장 소녀 (5) 13.10.23 193 4 11쪽
11 제2장 소녀 (4) 13.10.21 287 4 9쪽
10 제2장 소녀 (3) 13.10.18 232 4 12쪽
9 제2장 소녀 (2) 13.10.16 152 2 15쪽
» 제2장 소녀 (1) 13.10.14 31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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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1장 조우 (5) 13.10.11 294 5 8쪽
5 제1장 조우 (4) 13.10.09 255 6 8쪽
4 제1장 조우 (3) 13.10.07 138 3 9쪽
3 제1장 조우 (2) +1 13.10.05 393 4 8쪽
2 제1장 조우 (1) 13.10.04 41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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