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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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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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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567

작성
21.09.0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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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성절사#8

DUMMY

기온이 많이 내려가 춥기는 하지만, 바람도 불지 않고 구름 한 점 없어 나돌아다니기에는 그지없이 좋은 날이다. 황제에게 하례하는 날에 조금은 시간 여유가 있어 곽상진은 사절단원 몇몇과 함께 연경 시내 구경도 하고 부탁받은 물건 구경도 할 겸 해서 연경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시전 거리로 나서니 처마를 맞대고 늘어선 가게들이 번화하다. 개경 시내 시전 거리도 번화하기는 하지만 연경 시전 거리에 비한다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할 것이다. 물건 구경 나온 사람들로 시전 거리는 북적거리고 손님을 부르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로 옆에 서 있는 사람의 소리를 듣기도 어려울 정도다. 가게들은 품목별로 나란히 늘어서 있어 물건 사기도 편하고 비교해 가면서 흥정을 할 수도 있어 상거래의 천국이다. 우선 대감들에게 부탁받은 서책을 살펴보기 위해 책방을 찾았다. 벽에는 새로 묶어 나온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데 일 보는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는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책 좋아하는 사람, 새로운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곳에 들른다면 하루 꼬박 낭비해 가며 책 삼매경에 빠지리라. 책 사는 건 다음으로 미룬 채 눈요기만 하고 아낙들에게 할 선물로 분갑이나 장신구를 파는 가게를 찾았다. 분갑을 파는 가게는 색색 가지 분갑과 머릿기름, 향수로 눈도 혼란스럽고 냄새도 요란하다. 혼을 쏙 빼놓을 정도이다. 같이 데리고 나온 곱단이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건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곽상진이 슬쩍 다가가 넌지시 묻는다.

‘하나 사 줄까?’

‘아닙니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분갑 하나를 골라 돈을 치르자 입이 함박만치 벌어진다.

강을 가로질러 다리가 놓여 있다. 그 넓은 강에 어떻게 다리를 놓았는지 그 기술이 신기할 따름이다. 한가운데는 마차가 지나다니고 양옆으로는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구분을 해 놓았다. 난간은 돌로 되어있는데 각종 동물, 기화요초를 새겨놓아 한겨울에도 동물원, 식물원을 구경하는 듯하다.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건너는데 마차들이 사람도 실어나르고 장사하는 데 쓰일 물건도 쉴 새 없이 실어나른다.

‘고려에도 이렇게 큰 도로가 있으면 백성들이 생업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겠구나. 물건을 만들어도 팔아먹을 곳을 찾지 못하니 물산도 풍요롭지 못하여 생기가 없고 농사가 없을 때는 사랑방에 틀어박혀 도박이나 하며 소일하니 어찌 산업이 부흥될 수 있을꼬?’

한편으로는 넋이 빠져 번화한 거리와 물산을 구경하느라 두리번거리고 한편으로는 원나라 연경과 고려 개경을 비교해 가며 한숨을 쉬어본다. 찬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다리를 건너니 시전 거리가 이어진다. 비단, 무명, 모시 등 옷감을 파는 가게. 어찌 그리 각양각색 옷감이 진열장이 무너질 정도로 쌓여 있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옷가게. 개경과는 다른 풍습으로 사서 가서 개경에서 그대로 입기는 어렵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옷들은 편리함, 멋 등 옷이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릇 가게. 청자에, 아랍을 통해 들어왔다는 유리그릇에, 쇠로 만들어진 그릇 등 그 다양함에는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그다음은 그림, 서화, 골동품 등을 파는 가게, 신발가게, 과일가게, 생선 가게, 정육점 등등. 한참을 돌아다녔더니 속이 출출하다. 마침 음식점이 눈에 들어온다. 음식점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술 한 잔 곁들여 식사한다. 출출하기는 한데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건 여전하다.

‘그래 궁궐에서 연락은 왔는가? 시종장님이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곽상진이 술을 한 잔 따르며 김기준에게 묻는다.

‘네. 내일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글쎄 전하는 말로는 황제를 측근에서 모시는 환관이라고 하는데 환관을 통하면 모든 일에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뇌물을 듬뿍 준비하라고 노골적으로 귀띔을 하던데요.’

‘그런가? 그럼 내일 다시 시내 출입을 해야겠군. 그리고 그 사람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평소에 출입하는 음식점이나 술집은 어디인지 하는 것도 잘 알아내서 음식점이나 술집을 준비해 놓도록 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해 온 물건이야. 그 사람 섭섭하게 해 놓으면 안 만난 것만 못 할 수도 있어.’


찻집에 들어서니 차만 파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군것질거리, 게다가 술도 취급하고 있는 듯했다. 어김없이 찻집도 중국 특유의 양식으로 실내장식이 되어있었고 많은 사람이 몰려 왁자지껄 떠들어 대고 있었고 술도 파는 집답게 흥건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빈자리를 찾아 앉으니 종업원인 듯한 여성이 빈방으로 안내한다. 미리 사전에 준비한 듯 방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한겨울임에도 생생한 꽃이 탁자 중간 화병에 꽂혀 향기를 발산하고 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좀전의 찻집 분위기와는 달리 잘 가꾸어진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한겨울이라 잎을 떨군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서 있었지만 그런데도 운치가 있는 풍경을 이룬다. 잠시 후에 시종장이 직접 황제의 최측근 인물을 데리고 나타난다.

‘요즘 너무 바쁘신 분인데 대왕마마의 특별 부탁도 있고 해서 제가 안 되는 일을 억지로 이렇게 모셨습니다. 바쁘신 몸이니까 시간 지체하지 말고 빨리 용건을 끝냅시다. 이렇게 특별히 제가 모시고 나왔다는 거 잊지 마십시오.’

시종장이 꽤 공치사를 한다. 곽상진과 사절단 일행은 읍을 하며 중국식 예절을 표시한다.

‘내무관 공시입니다. 빨리 용건만 듣고 들어가 봐야 합니다. 각국 사절단이 예를 갖추는 데 잠시 일을 맡겨 놓고 나왔으니 서둘러 주세요.’

‘내무관님 얼마나 공사 두루 얼마나 바쁘시겠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고려에서 매년 원 조정에 바치는 공물이 너무 과다하여 고려 조정과 백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전쟁이 계속되어 국토가 황폐해져 농사지을 땅은 줄어들고 더구나 수년간 가뭄, 홍수 등으로 소출은 반감되어 너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황제님의 아량으로 고려가 은혜를 입기를 간청드립니다.’

찻집에는 어울리지 않은 푸짐한 음식상이 들어온다. 잠시 후에는 여인네들이 음식상에 끼어 앉아 술을 치고 음식을 집어 권하며 향긋한 분 내음을 풍긴다. 한켠으로 병풍이 열리며 악공들이 악기를 들고 나타나 중국풍의 곡을 연주한다. 단번에 술상이 아련한 분위기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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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3장 팔관회#5 21.09.10 2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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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3장 팔관회#3 21.09.08 28 0 7쪽
15 3장 팔관회#2 21.09.07 28 0 7쪽
14 3장 팔관회#1 21.09.06 27 0 7쪽
13 2장 성절사#9 21.09.05 27 0 8쪽
» 2장 성절사#8 21.09.04 29 0 7쪽
11 2장 성절사#7 21.09.03 27 0 7쪽
10 2장 성절사#6 21.09.02 30 0 7쪽
9 2장 성절사#5 21.09.01 30 0 7쪽
8 2장 성절사#4 21.08.31 32 0 7쪽
7 2장 성절사#3 21.08.30 34 0 7쪽
6 2장 성절사#2 21.08.29 5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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