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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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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연재수 :
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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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
글자수 :
272,567

작성
21.08.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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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2장 성절사#4

DUMMY

‘총랑님. 숫자는 채우기는 채워야겠지요. 기회만 있으면 그렇게 집요하게 여자들을 요구해 오니. 참. 몽골 땅이 척박해서 계집들이 달리는가? 아니면 고려 계집들이 마음에 든다는 소문이 나돌았는가? 우리가 자체 조달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 줄 모르겠고. 결국 중간 고을에서 지방관에게 부탁하는 수밖에는 없겠네요.’

‘그래야지. 아무래도 서경에서 조금 지체하면서 서경 유수에게 부탁을 하는 수밖에는 없겠네. 그리고 자네는 조정에 달아났던 계집들에 대해 알리고 그 뒷조사를 좀 하도록 부탁을 하게. 애들을 어떻게 허술하게 했길래 중간에 달아나도록 해. 단단히 고리를 매달아 놓아야지. 그건 그렇고 열일곱 번째 계집 이름이 뭔고?’

‘열일곱 번째 계집이라. 아 곱단이라 하는군요. 마음에 드시나요? 대령할까요?’

김기준이 코맹맹이 소리까지 내며 능청을 떤다.

‘예끼! 이 사람. 내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서···. 이따가 저녁 후에 내 방으로 좀 보내게. 그리고 다시 한번 단속을 잘하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하도록 하자고. 우리가 지금 유람 가는 건 아니잖아? 중국 땅에 놀러 가는 건 아니잖아?’

‘네 알겠습니다.’

김기준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중간에 지체해서 일정이 늦춰질 것을 염려해 좀 무리를 해서 강행군을 하여 저녁 어스름에 객관에 도착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 코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일행들을 배불리 먹이고 내일을 대비해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단속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곱단이라는 계집이 겁먹은 얼굴로 방 한구석에 동그마니 앉아 있다.

‘너 잡아먹지 않을 테니 마음을 풀어라. 너를 어디서 많이 본 듯해서 궁금해서 어디서 인연이 있었던가 알아보려고 이렇게 불렀다. 너 혹시 용인에서 오지 않았느냐? 내 어릴 적 추억에 자리 잡은 아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 정도로 네가 낯익은 얼굴이다.’

‘아닙니다. 용인은 근처에도 가 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나주 사람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주를 떠난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잘못 보신 듯합니다.’

‘아 그렇구나. 그래 너는 어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느냐.’

그 말에 곱단이는 쓸데없는 소리도 다 듣는다는 듯 빤히 곽상진을 바라다본다. 볼수록 예쁜 얼굴이다. 그래서 어디서 본 듯하다고 착각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참 뜸을 글이다가 곱단이가 주저리주저리 말을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저는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도 안 납니다. 제가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아버지는 부곡에서 쇠붙이를 만드는 기술자로 기술이 좋아서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삼 남매를 낳고 도란도란 사셨다는데 저는 그 삼 남매 중 셋째입니다. 너무 어려서 저는 그때 기억도 없습니다. 저도 확실한 거는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몽골이 일본에 쳐들어가면서 배를 만들 때 배에 들어갈 쇠붙이를 만들고 배를 고치는 일로 차출되어 배에 올랐다가 일본까지 끌려갔다고 하는데 그 이후 다른 사람들이 돌아오는 중에도 돌아오지 않는 걸 봐서는 태풍으로 배가 가라앉으면서 많은 사람이 물고기의 밥이 되었다는데 어쩌면 그때 돌아가셨거나 아니면 포로가 되어 일본 땅에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이 될 뿐입니다. 어머니는 그 후로 우리 삼 남매를 구걸해가며 먹여 살리느라 고생고생하신 것 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동네 사람들 말로는 보쌈을 당해서 공출녀로 몽골에 끌려갔다고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가녀린 여인네의 무거운 짐을 감당하지 못하고 짐을 내려놓으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이번에 연경에 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어쩌면 어머니를 수소문하여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곱단이의 눈에서 눈물이 비추기 시작한다. 타오르는 등불에 비친 곱단이의 얼굴은 흐르는 눈물로 곤혹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삼 남매가 어떻게 살았는고?’

‘결국은 삼 남매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오빠와 언니는 못 만나고 말았습니다. 어느 하늘 아래 살아 있겠지요. 저는 그 마을 한 부부가 이쁘게 봤는지 데려다 키웠습니다. 아마 잡일, 허드렛일을 거들게 할 목적으로 저를 거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몽골에 보낼 색시들을 모은다는 소문이 돌더니 그 아주머니가 저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도 찼고 우리도 다 큰 목숨을 이제는 더는 거두기도 어렵고 시집이라도 보내주어야 하는 게 도리이기는 하나 우리 형편상 그러기도 어렵고 하니 이 기회에 몽골에 갈 생각이 없느냐? 엄마가 그곳에 갔다는 소문이 있으니 한번 생각해 보아라. 항상 그리워하던 엄마를 찾을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어차피 여기 남으나 거기 가나 네 처지에서 인생 사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 처음에는 물설고 낯설어서 힘들기는 하겠지만 들려오는 소문에는 그곳에서 터 잡고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도 들려오더라. 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어머니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 아줌마 말마따나 여기서 사나 거기서 사나 한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예 나를 모르는 아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동네에서는 그 아주머니가 저를 몽골에 보내면서 사례금을 두둑하게 챙겼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동안 저를 키워준 값이라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이제는 곱단이의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같이 하염없이 흐른다.

‘그렇구나. 내가 괜히 네 눈물샘을 건드린 모양이구나. 네가 얘기하는 걸 보거나 용모를 봐서는 널 몽골 놈들한테 데려다주기는 아깝구나. 너 오늘부터 당장 내 시중을 들어라. 물론 돌아올 때는 너도 다시 데려와서 한 살림을 차려 주마.’

‘네?’

뜻밖의 제안이라는 듯 곱단이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올린다.

‘아닙니다. 저는 연경에 가서 할 일이 있습니다. 우선 어머니를 찾고.’

‘잔말 말아라. 오늘부터 당장 내 시중을 들도록 해라.’


서경에 도착하자마자 앞뒤 가릴 것 없이 서경 공관으로 찾아들었다. 서경 유수 하금도는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반갑게 맞아들인다.

‘어서 오시오. 먼 길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시오.’

‘감사합니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부탁 먼저 드려야 하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는 도중에 연경으로 데리고 가던 계집들이 달아나는 일이 생겨서 인원 부족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니 유수께서 좀 도와주셔야 하겠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 건 도와주시면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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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3장 팔관회#8 21.09.13 22 0 10쪽
20 3장 팔관회#7 21.09.12 21 0 7쪽
19 3장 팔관회#6 21.09.11 20 0 7쪽
18 3장 팔관회#5 21.09.10 21 0 7쪽
17 3장 팔관회#4 21.09.09 30 0 7쪽
16 3장 팔관회#3 21.09.08 28 0 7쪽
15 3장 팔관회#2 21.09.07 28 0 7쪽
14 3장 팔관회#1 21.09.06 27 0 7쪽
13 2장 성절사#9 21.09.05 27 0 8쪽
12 2장 성절사#8 21.09.04 28 0 7쪽
11 2장 성절사#7 21.09.03 27 0 7쪽
10 2장 성절사#6 21.09.02 30 0 7쪽
9 2장 성절사#5 21.09.01 30 0 7쪽
» 2장 성절사#4 21.08.31 32 0 7쪽
7 2장 성절사#3 21.08.30 34 0 7쪽
6 2장 성절사#2 21.08.29 50 0 7쪽
5 2장 성절사#1 21.08.28 6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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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장 격구#3 21.08.26 7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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