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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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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연재수 :
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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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9
추천수 :
2
글자수 :
272,567

작성
21.08.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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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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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장 격구 #2

DUMMY

명월이가 가만히 있지 않고 대거리를 한다.

‘아니 노래 값을 내셔야지. 공짜로 명창의 소리를 들으시려오?’

‘그래? 노랫값 치른 노래 한번 들어보자.’

하며 김기준이 명월이의 가슴 고랑에 엽전을 밀어 넣는다.

명월이가 흠칫하더니 일어나 한가락 뽑는다.

‘달빛 휘영하여 세상은 허윰한데

내 마음 속 어이 이리 검검한고

한번 가신 나의 님은 영영 가셨는가.

댓돌 아래 신발이 짝을 잃고 나뒹구누나.

달을 보고 짖어대는 황구만이

임을 향한 나의 마음을 알아줄까.

떠난 님은 기약 없고 타는 마음불 어찌 끄리요.

달기가 회올라 새벽잠을 깨울 적에

벌건 눈을 끔뻑이며 님 생각 긋지 못하누나.

.............’

‘얼씨구 절씨구.’

몇몇이 일어나 흥을 돋운다.

‘이 맛이야. 이 맛. 명월이 노랫값 하는구나.‘

질펀하게 술자리가 이어질 때 곽상진이 옆에 앉아 있던 공도민을 슬쩍 찌른다.

’여보게 자네 너무 얌전하게 격구를 하는 것 같아. 걔들 봐. 얼마나 무식하게 대들어. 과감하게 부딪쳐야지. 그렇게 몸 사리고 얌전하게 하다가는 일이 되겠나. 나는 오늘 절실히 느꼈네. 이제 나이가 나이라 그런지 이젠 젊은것들에게 밀려. 이제 물러나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자네 같은 젊은 사람들이 과감하게 부딪쳐야지. 걔들 봐. 채를 막 휘둘러 막대기 부딪치는 소리가 진동하잖아. 심판이 안 볼 때 반칙도 적당히 해야 경기도 재미있고 우리 쪽으로 경기 분위기가 바뀌지. 패배는 병가지상사라지만 지는 장수를 누가 기억해 주겠나?‘

핀잔같이 들렸는지 공도민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총랑 어른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물러난다는 말은 그만 거두십시오. 총랑 어른 같이 경험 많으신 어른들이 계셔야 젊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는 게지요.’


술자리가 파할 때쯤 이성로가 할 얘기가 있다며 곽상진을 주저앉힌다. 다른 사람들을 배웅하고 기생들도 물리친 후에 다시 차린 술상 앞에 다가앉는다.

‘실은 내가 자네에게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자네를 끌어앉혔네. 회의가 있어서 어전 회의에 들어갔었어. 그래서 내가 경기에 참관 못 했네. 원나라 황제의 생일에 파견하는 성절사 문제가 시급하다더군. 그래서 내가 자네를 성절사로 강력 추천했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거의 정해진 거나 다름없어. 그런데 그놈들이 은 오백 근, 비단 5천 필, 처녀 30명, 말 100마리를 요구했다는 거야.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처녀 30명을 구하는 문제가 만만치 않을 일인 것 같아. 요즈음 몽골 놈들이 걸핏하면 처녀공출을 요구하니 민심이 흉흉해져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여자아이들까지 성혼시킨다는 거야. 쉽지는 않은 일이야. 만만치 않아. 어쨌든 그놈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준비기간 동안 준비하고 떠나는 일까지 성절사가 해야 한다는군. 막중한 일에 자네를 추천했는데 자네에게 괜한 부담만 주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

‘괜한 말씀을요. 이렇게 제게 신경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부담이라니요.’

이성로가 생색을 내려는 듯 한마디 한다.

‘아니야 자네 아버님이 내게 베푼 은혜를 생각하면 내가 한참 부족한 것 같아. 아버님은 잘 지내시지?’

격구에서 지고 나서 분위기에 취해 떠들어대며 마셨던 술에 더해 이성로와 마신 술로 몸이 풀어지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이성로가 자기 편이라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누그러지는 듯하다.

‘그나저나 대감님 우리가 언제까지 몽골 놈들 계집 심부름해야 하는 건지. 딸자식 빼앗기는 부모들 원성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원. 이 몽골 놈들 원수를 갚을 날이 언제 오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누가 엿듣기라도 하는 듯이 이성로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두리번 두리번거리기까지 하며 말을 잇는다.

‘말조심해. 괜히 몽골 놈들 귀에 들어갔다가는 뼈도 못 추려.’

곽상진은 머리를 조아린다.

‘네. 죄송합니다. 은연중에 제 속에 있는 생각이 말로 튀어나온 듯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이성로가 더한층 목소리를 낮추고 가까이 다가앉는다.

‘우리끼리니까 그런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는 거지. 자네의 이야기도 틀린 건 아닐세. 그렇게 어려운 일이니까 자네 같은 능력 있는 인사에게 맡기려는 거지. 충분히 문제없이 잘 해낼 거야.’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항상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어쨌거나 대감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서쪽 하늘로 붉은 노을이 물들어 온다. 이성로와 헤어져 서래정을 뒤로 하고 개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 털레털레 말을 끌고 돌아오는데 그 모습이 개천에 그림자로 그대로 비친다. 개구리라도 뛰어들었는지 파문이 일어 그 그림자가 산산이 깨어지는 것을 보며 상념에 잠긴다. 성절사. 은근히 맡아보고 싶은 일이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걱정도 된다. 집에 가기 전에 술도 깰 겸 생각도 정리할 겸 찻집에 들려가기로 했다.

다리를 건너니 성불사 대로변이다. 연등회 행사를 위한 연등이 길가를 따라 죽 늘어서 있다. 절 입구에 말을 매어 놓고 경내로 들어선다. 승복을 입은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절의 사무를 돕느라 바삐 돌아가고 있다. 한쪽에 있는 찻집에 들어섰다.

‘아유. 술 냄새. 웬 술을 이리 자셨나. 앉으세요.’

찻집 아이가 함박웃음을 웃으며 다가온다.

‘윤선아. 이리 앉아라.’

‘앉기는요. 한창 바쁠 때 오셨는걸요. 차는 무얼로 하실까요?’

둘러보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떠들썩하다. 아는 사람들이 있는가 둘러보아도 눈에 뜨이는 사람이 없다.

‘술 깨는 차 없으려나? 이슬 차 한잔. 네 거도 한잔 가져와라.’

윤선이 차를 가져와 바쁘다면서도 궁둥이를 붙여 앉는다.

‘주지 스님 한번 뵙고 갈까 해서 왔는데 너무 술에 취했지? 나중에 다시 와야겠어. 그건 핑계고. 사실은 말이야 술도 깰 겸, 윤선이 얼굴도 한 번 볼 겸 이렇게 들렸지. 오늘 둔실에서 군부사 놈들하고 격구 한판 했는데 졌어. 이래저래 한잔했지. 놀라운 소식이 하나 알려주지. 내가 성절사 책임을 맡고 연경에 가게 되었구나. 글쎄. 나 당분간 못 보게 되었지 뭐야.’

‘아. 그러세요. 축하드려요. 어쩌나 이제 나으리 얼굴을 못 보게 생겼으니. 이 몸을 위한 선물은 잊지 마시고.’

그러는 사이 찻집 주인이 자꾸 윤선이에게 눈짓을 보낸다.

‘이걸 어쩌나. 좀 한가할 때 오셨으면 말동무라도 해 드릴 텐데. 주지 스님은 나중에 뵈세요. 남들 눈도 있는데 술 잔뜩 취해 스님 뵈면 좀....’

뭔가 깊이 챙겨 주는 말투다.

‘바빠서 그만 일어날게요.’

윤선이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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