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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의 서재입니다.

나린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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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5.08.01 16:46
최근연재일 :
2015.08.13 14:59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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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322
추천수 :
16,646
글자수 :
30,882

작성
15.08.08 15:23
조회
1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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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글자
12쪽

一章. 무림출도Ⅱ

DUMMY

“정말 나을 수 있을까?”

“물론이지.”

백사희의 얼굴에 희망이 반짝인다. 자고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실도, 거짓도 아닌 진심이라 하였던가. 백사희는 어느새 포기와 절망을 잊고 두근대는 기대로 여린 체구에 맞지 않게 봉긋한 가슴을 채우고 있었고, 희우보다도 떠나는 날을 기대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런데 아빠가 허락하실까?”

“글쎄.”

희우는 백이건이 자신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가족과 보내는 밤보다 산에서 지새우는 밤이 더 많은 약초꾼 같은 직업의 특성상 가정불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소통두절이 쉬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혈연이고 가족이라지만 가깝지 않고 대화도 없으면 상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가뜩이나 백사희를 위해 더 많은 약재를 캐기 위해 무리하는 아버지를 자식들은 잘 몰랐고,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부님은 자고로 불확실한 일은 무조건 안 좋은 상황으로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라 하셨지.’

심지어 사부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유비무환이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 상식이라고 했었다. 희우는 또 팔랑팔랑 흔들려 불안해지려하는 누나를 보며 말했다.

“허락하시면 좋은 거고, 아니면 설득해야지.”

그렇게 말하면서 나타내는 희우의 자신감은 사부에 대한 맹신의 자신감과도 또 달랐다.

그것은 나린신공이라는 희대의 무공을 통해 얻은 힘이 발산해내는 자신감이었다. 스스로가 무림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작은 언덕만한 크기의 바위를 혼자 부숴버릴 정도라면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하지 않는가.

희우는 자신이 가진 패로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할 궁리를 하면서 저녁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이후, 간단하게 결론만 말하자면 희우의 고민은 기우였다. 그 날 저녁 간만에 집에 돌아온 백이건은 희우의 제안을 듣는 순간, 희우나 백사희의 상상보다 훨씬 더 흔쾌히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래? 네 누나를 고친다고? 그럼 당연히 가야지.”

거기에는 희우의 말을 의심하는 기색이 단 하나도 없다. 희우가 누나의 병을 가지고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희우에게 약초 캐는 일을 가르치며 매일 무공을 배운다고 산에 몇 시진씩 틀어박히는 아들의 능력을 일부나마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일 바로 갈까? 너희 엄마한테 잠시 들렀다가 출발하면 되겠구나.”

오히려 본인인 백사희나 데려가겠다고 말한 희우보다도 더욱 들뜨고 바쁘게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예전부터 이런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도 보였다. 아버지의 지지까지 얻은 희우는 일사천리로 떠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


이튿날 바로 출발할 것처럼 기세를 잡던 것과 달리 백가의 세 가족이 길을 떠날 채비를 마친 것은 사흘 뒤의 아침이었다. 기세야 벌써 도시에 도착하고도 한참이 지났을 기세지만 이래저래 준비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린신공이라는 희대의 무공을 익힌 희우야 평소랑 똑같은 차림으로 대충 여행에 돌입해도 상관없는 몸이고, 직업 덕에 산에서 노숙하는 것이 일상인 백이건도 여행에 그리 까다로운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몸이지만 백사희는 얘기가 다르다.

걷기도 힘들어 희우가 옆에서 부축해주어야 간신히 짧은 거리나마 걸을 수 있는 몸으로는 평범한 여행을 할 수 없다. 탈것이 필요한데 이런 산골짜기의 시골에서 마차 따위를 준비할 순 없으니 급한 대로 수레를 준비해야했다.

백사희가 태어나기도 전, 백이건에게 한참 여유가 있던 시기의 물건이다. 잔뜩 모은 약재를 싣고 도시로 내다 팔기 위한 짐수레였다. 사람을 태우자면 열 명 가까이 태울 수 있는 크기로 어지간한 마차보다도 컸고, 소중한 약재를 옮기기 위해서인지 비교적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아빠. 이거 안 부서지겠죠?”

“음… 아마도? 네 누나 태어나기 전에 쓰던 물건이니…….”

수레에 희우가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사흘간 모은 약재를 싣고, 장기간 집을 비우는 터라 남겨둘 수 없는 가재도구들과 백사희의 친구인 책을 그득하게 쌓아 수레의 대부분을 채워버리니 영 불안하다.

아무리 기초적으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해도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을 방치해두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 수레를 마련하기도 어려우니 희우와 백이건은 망가지면 적당히 고쳐가면서 가기로 합의를 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사희가 탈 자리에 이불을 가득 깔아 안전을 도모했다.

“아주 집을 통째로 들고 가는구나.”

희우의 도움으로 수레에 앉은 백사희는 짐으로 가득한 수레를 보며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아깝잖니.”

“아깝잖아.”

난데없이 자린고비 정신을 발휘하는 부자를 보며 백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희우는 많이 활기차진 누나의 모습에 웃으며 수레의 손잡이를 잡아들었다.

“그럼 아빠도 타세요. 이제 출발합시다.”

“그래. 수고하렴.”

백이건은 미안한 듯 희우를 보고는 자신도 백사희의 옆에 올라탔다. 원래 이렇게 커다란 수레는 사람이 끌지 않고 짐승이 끌기 마련이지만, 원래 수레를 끌던 나귀를 가뭄 때 잡아먹는 바람에 사람이 끌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데요, 뭐. 방향이나 잘 잡아주세요.”

“그러냐?”

사람이 둘에 온갖 짐이 그득한 수레가 가벼울 리가 없지만 희우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하며 수레를 끌었다. 짐이 가득 들어찼음에도 얼마나 낡았으면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레가 거의 달리는 수준으로 빠르고, 또한 흔들림 하나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으, 으잉?”

“엥?”

끄는 사람이 아니라 타고 있는 사람이 놀랄 정도. 희우는 여유롭게 걷는 것처럼 걸었음에도 수레는 어지간한 마차보다도 빠른 속도로 달려 근처의 도시로 향했다.


희우가 살던 산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는 고릉이라는 도시였다. 호남에서 중경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있어 그런대로 부흥하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별로 크지도 않은 수준으로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런대로 시골보다는 커다란 건물들과 간간이 마차가 지나다니고 말을 탄 사람들이 달리는 거리. 작은 마을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숫자의 사람들이 와글거리는 모습은 작은 도시여도 촌부들에겐 엄청나게 인상적인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희우랑 사희는 도시에 처음 와보는 거구나.”

“그러네요. 생필품은 항상 아빠가 구해왔으니.”

도시에 접어들어 속도를 평범한 수레 정도로 낮춘 희우는 대놓고 감탄하며 주위를 보느라 바쁜 백사희를 대신해 대답했다. 그 역시 처음 보는 도시의 모습에 눈이 돌아가는 상황으로 구경하는 상태였지만 백사희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오늘은 그냥 객잔에 틀어박혀서 묵어야 할 것 같은데, 객잔은 어디로 잡는 게 좋을까요?”

희우는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말했다. 도시에 도착하기까지 출발부터 꼬박 반나절. 꽃향기가 만발하며 태양이 높이 뜨는 봄이라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지만 저물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시간이다. 장사치들도 전부 자리를 접고 있는 모습이 객잔에 가는 것 외에는 다른 여지가 없었다.

“저쪽으로 가자. 소풍객잔이라고 평소에 가던 객잔이 있어.”

“아, 저기 있네요.”

백이건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던 희우는 멀리서 소풍객잔(笑風客棧)이라는 간판을 발견하고는 그리로 수레를 몰았다. 덜그럭거리는 수레 소음과 사람 하나가 커다란 수레를 끄는 진풍경과 거기에 타고 있는 백사희의 미모에 사람들의 시선이 어느새 그들에게로 꽤나 몰렸다.

도시구경에 바쁜 희우와 백사희, 그리고 그런 자식들을 흐뭇하게 보느라 바쁜 백이건은 미처 몰랐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가족 전체가 생각보다 안면이 두꺼운 듯도 하다.

“오. 이건 아저씨! 이게 얼마만이야? 요새 너무 뜸하신 거 아니에요?”

수레를 끌고 객잔 앞에 도착하니 약관이 조금 넘어 보이는 점소이가 객잔에서 튀어나와 백이건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가끔 도시로 나올 때마다 여기서 묵는 백이건인지라 객잔 사람들이 얼굴을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도 오랜만이군. 매일 관둔다고 투덜대더니.”

“에이. 뭐… 제가 여기 말고 먹고 살 곳이 있겠어요? 다 투정이지. 아, 이쪽 분들은? 자녀분들이신가요? 아저씨랑 안 닮아서 다들 미남미녀네요.”

“이게 한 대 맞으려고?”

우선 미남보단 범인의 수준이 되느냐를 더 논해야할 희우와 천하의 누구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진 않을 백사희가 같이 엮일 만한 미모는 아니었지만 점소이는 능숙하게 둘을 묶어서 칭찬했다. 남자라면 어지간해선 흔들릴 백사희의 외모에 시선이 힐끔힐끔 가긴 해도 꽤나 태연한 모습이 상당히 성실한 남자였다.

“에이. 뭘… 산적 같은 아저씨 닮았으면 이런 자식들이 안 나오지. 자, 자, 수레는 내가 갖다놓을 테니 들어가셔요. 주인아저씨 기다리겠… 어쿠!”

어느새 안에 들어가는 것을 기정사실로 해버린 점소이가 희우에게서 수레의 손잡이를 넘겨받는 순간 크게 휘청거린다. 가볍게 들고 있던 희우의 태도에 비해 수레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나린신공을 익힌 희우나 쉽게 끌었지 평범한 사람은 제대로 끌기도 힘든 무게였지만 백사희와 백이건이 내리고 객잔 안에서 읽기 위해 책 꾸러미까지 희우가 들자 점소이는 낑낑대면서도 수레를 끌 수 있었다.

수레가 객잔 뒤편으로 사라지자 희우는 책 꾸러미를 든 채 객잔의 문을 열었다. 생애 첫 객잔. 사부에게 객잔에 대해서도 꽤나 많이 들었지만, 직접 와보는 것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열댓 개의 탁자에는 절반 정도 사람이 차있었다.

밖에서 수레를 끌고 있는 점소이 말고도 점소이가 더 있었는지 한 명의 점소이가 발발대며 돌아다니다가 새로 들어온 손님을 보고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멈춘다. 평소라면 갑자기 손을 멈춘 점소이를 탓할 손님들이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 역시 점소이처럼 멍해졌기 때문이다.

‘음. 그래. 이게 보통이지?’

희우는 자신들을, 정확히는 희우에게 기대 있는 백사희를 보고 있는 손님들을 보고 생각했다. 원래 아름다운 여인을 본 사람들은 대체로 저런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까 그 점소이가 특이한 것이었지 이게 보통이다.

다만 멍하게 쳐다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정신을 차린 뒤로는 백사희를 보는 눈에 욕망까지 깃드는 모양새를 보니 희우는 오늘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 기분 나쁜 예감을 느꼈다. 그런 희우의 머릿속으로 사부의 말이 스쳐지나간다.

[원래 사람들은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라면 환장을 해. 특히 여자는 더. 나도 객잔 같은 데 가면 항상 고역이었지. 사람을 빤히 쳐다보질 않나, 시비를 걸질 않나… 사건 하나는 꼭 터지지. 혹시 네가 예쁜 여자 데리고 다닐 거면 조심하렴.]

역시 사부의 말은 틀리질 않는다고 속으로 중얼거린 희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 사건이 그다지 두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이라는 사실은 두근대는 가슴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작가의말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지각인지 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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