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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의 서재입니다.

나린신공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5.08.01 16:46
최근연재일 :
2015.08.13 14:59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61,300
추천수 :
16,646
글자수 :
30,882

작성
15.08.01 16:51
조회
15,977
추천
363
글자
6쪽

零章

DUMMY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해 농사지어 한 해를 근근이 입에 풀칠이나 하며 먹고 사는 이들에게 있어서 지옥과도 같았던 지난 삼 년의 가뭄이 종식됨을 선포하듯 뿌려지는 비는 하늘이 눈물이라도 흘리고 있는 것처럼 거세게 쏟아진다. 평상시라면 탈이 났을 비였건만, 오랫동안 굶주렸던 대지는 오히려 모자라다는 듯 비를 먹어치우며 미소 짓는다.

“…….”

그리고 대지가 배불리 채우고, 산천초목이 갈증을 달래는 사이로 마녀가 걷고 있었다.

아직 지학에도 이르지 않아 보이는 자그마한 마녀. 흡사 결계라도 쳐놓은 것처럼 머리카락 한 올까지 철저하게 덮는 면사 덕에 드러나는 것은 보통 옷보다도 더 노출이 적게 지어진 옷 사이로 찔끔찔끔 드러나는 부드럽고 새하얀 피부뿐인 신비한 소녀.

얼핏 모르는 이가 본다면 마녀라기보다 어느 지체 높은 집안의 금지옥엽처럼 보이는 자태. 하지만 거센 빗물을 맨몸으로 받아내면서 벗겨져버린 면사 속에 숨어있던 얼굴을 본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해안가에 사는 사람이라면 바다를, 내륙에 사는 사람이라면 하늘을 떠오르게 하는 푸른빛이 그곳에 있다. 사람에게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빛깔의 머리카락은 구름같이 폭신폭신한 부드러움을 자랑하며 파도처럼 흘러내리는 절경은 마녀의 상징이라는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기다란 속눈썹 사이로 엿보이는 눈동자는 잘 세공한 청옥과 같은 푸른빛이다. 사람이 가질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로 중원에서는 이질적인 푸른빛의 향연은 소녀의 인형 같은 미모와 어우러져 어린 외모에도 불구하고 절세가인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한참 비를 머금고 있는 작은 숲길을 걷는 그 모습을 세상 누가 보더라도 경국지색의 마녀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애…….”

그런 마녀는 빗물로 옷이 축축하게 푹 젖어버리는 것은 물론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그녀를 숨기던 면사마저 떨어져나가는 것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그저 빗속을 걸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스스로도 어째서 이런 곳을 자신이 걷고 있는지 모르면서 지남철(指南鐵)에 이끌리는 쇠붙이처럼 무언가에 이끌리듯 걷는 모양새였다.

“…응……애…….”

그런 마녀의 귓가로 여태까지는 빗소리에 묻혀버리던 목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닿았다. 마녀와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음에도 고작 빗소리정도에 묻혀버릴 정도로 가느다랗고 미약한 아기의 울음소리. 간신히 닿는데 성공했지만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로운 목소리는 이내 흐려져 사라진다.

“……?”

마치 단말마처럼 쥐어짜낸 듯한 아기의 아슬아슬한 울음소리가 정신을 일깨우기라도 한 듯, 홀린 듯 걷기만 하던 마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이는 광경은 사람이라면, 아니… 설령 마녀라도 움찔할 수밖에 없는 정경이었다.

빗줄기를 막기는커녕 그 위력을 약화시키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작은 나무 밑에 한 여인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빗물에 젖어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탯줄도 채 끊지 못한 아기가 숨만 간신히 붙은 상태로 애써 울음을 짜내고 있었다.

마녀는 아기에게로 다가갔다. 제법 식견 있는 이가 관심 있게 살펴본다면 대강이나마 여인과 아기가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해볼만한 모양새였지만 마녀는 딱히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듯 아무 생각 없이 아기의 앞에 주저앉았다.

“끄…으…….”

코앞에 주저앉아서 자신을 살펴보는 마녀의 존재를 알았음인가? 눈도 뜨지 못한 아기는 엄마를 찾는 것처럼 신음을 짜내며 손을 내밀어 마녀의 손을 잡았다.

“……!”

마녀는 아기가 자신의 손을 잡자 깜짝 놀라며 흠칫했다. 그러고는 이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단단히 결심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기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 자신의 새하얀 피부만큼이나 부드럽고 세심한 손길로 아기를 붙들어 포근하게 껴안는다. 그러나 아기의 몸은 어른보다 체온이 높은 아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고, 마녀의 옷도 더 물이 스며들 여지도 없을 정도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빈말로라도 아기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상태가 아니다.

“꺄아아우웅…….”

헌데 놀랍게도 아기는 마녀에게 안기는 순간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더니 지금까지 다 죽어가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그대로 새근새근 눈을 감고 잠들어버린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황당한 상황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마녀는 그저 아기가 안정을 되찾은 모습을 보며 손으로 그새 어느 정도 체온을 되찾아 약간은 따뜻해진 아기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었다. 마치 엄마를 대신하려는 것처럼.

정성스러운 손길로 아기를 쓰다듬고 있는 마녀는 아기를 돌보면서 자신이 생애 처음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쓰다듬는 데만 온 정신을 기울였다.


샤아아아아아!

또한, 마녀는 몰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로부터 태양조차 얼려버릴 것처럼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와 아기의 몸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스며든 한기(寒氣)가 영혼마저 잠식하며 아기의 운명을 지배해버렸다는 사실 또한.


아무것도 모른 채 마녀는 그저 아기를 안고 보듬는다. 그런 마녀와 아기의 사이로 가느다란 실이 찰나의 순간 연결되었던 것처럼 새하얀 몸을 자랑하더니 금세 사라졌다.


작가의말

※소개글 낚시 아닙니다. 이거 다음 1화 아니고 서장임.


드디어 나린신공 연재 개시! 근 한 달을 쉬고도 비축분은 한개도 없다는게 함정이지만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나린신공을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전 이제 연재대박 기원 고사를 지내고 오겠습니다.

진짜 돼지머리로 하는건 아니고요. 그냥 마비 고세공 100개 쓴다는 얘기죠. 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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