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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로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7.08.21 01:30
최근연재일 :
2021.02.13 09:16
연재수 :
116 회
조회수 :
14,603
추천수 :
182
글자수 :
530,484

작성
17.09.23 05:02
조회
155
추천
3
글자
8쪽

19화

DUMMY

마른 체형의 남자 두 명이 양손이 밧줄로 묶인 채로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한 남자 앞에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었다. 마른 남성들 중 하나는 키가 작았고, 하나는 다른 하나에 비해 비교적으로 장신이었다. 두 남자는 손에 각각 야구방망이와 쇠꼬챙이를 들고 있었다.


두 남자 모두 마스크와 털모자로 안면을 가리고 있어서 표정이나 감정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봄이는 저 두 남자와 묶인 남자의 관계는 잘 몰랐지만 확실한 건 결코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두 사냥꾼은 묶인 남자의 귓속에 무엇인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얼굴상을 대강 유추할 수 있을 만한 거리였지만 사냥꾼들이 이 남자에게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상훈이 트럭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다 봄이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친한 친구들 같지는 않군.”


봄이는 이를 악물고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두 사냥꾼들은 묶인 남자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무어라고 계속 말하다가 둘 중 키 작은 남자가 묶인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어금니를 강타하는 강렬한 타격음이 봄이의 귓속에까지 전해졌다. 봄이는 난데없이 벌어진 폭력사태에 어깨를 움츠렸다.


묶인 남자가 침을 뱉더니 큰 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큰 목소리였기 때문인지 봄이도 대충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는데 ‘쓰레기들’, ‘개 같은 자식들’ 따위의 욕설이 대부분이었다. 봄이는 이 사냥꾼들과 남자 사이에서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며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두 사냥꾼은 체념했는지 잠시 땅에 놓아둔 쇠꼬챙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묶인 남자의 정수리에 쇠꼬챙이를 힘껏 내리쳤다. 묶인 남자가 픽 고꾸라지자 사냥꾼들은 쓰러진 남자의 머리 위로 두 번, 세 번이나 더 둔기를 내리쳤다. 진하고 강렬한 선홍색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두 사냥꾼이 묶인 남자의 맥박을 짚어 사망 사실을 확인한 다음 시체에게서 겉옷을 벗겼다. 상의도 벗겼다. 묶인 남자가 입고 있던 모든 의류를 빠짐없이 벗겼다. 팬티도 벗겨갔다.


두 사냥꾼은 시체의 팔과 다리를 잡고 흙탕물 웅덩이로 던져 처박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봄이와 상훈은 이 사냥꾼들이 완전히 모습을 감춘 뒤에도 5분이나 더 꼼짝않고 숨어 있었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트럭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봄이는 최대한 그것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보고 말았다. 흙탕물에 쓸쓸히 처박힌 시체의 얼굴은 괴로운 듯이 일그러져 있었다. 정수리에서부터 흘러나온 피가 젖은 검은 머리카락의 중심부에서부터 흙탕물을 물들이고 있었다.


봄이는 그 끔찍한 광경을 눈으로 봐 버리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목구멍에서부터 덩어리 같은 것이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토할 것 같았지만 이내 재빨리 시체에게서 시선을 홱 치워버렸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는 봄이를 보며 상훈이 말했다.


“정말 끔찍하군. 이런 범죄가 대놓고 공공연히 일어난다는 건 통제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야. 쓸데없는 데에 시선 끌리지 말고 어서 가자.”


발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봄이의 어깨를 상훈이 토닥이며 밀어 주었다. 그의 도움으로 봄이는 끔찍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점차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봄이는 그 일이 일어난 후에도 시체를 몇 구 더 보았다. 하나같이 양손이 묶인 채로 옷들이 전부 벗겨져 있었다. 아까 보았던 그 사냥꾼 무리가 한 짓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시체들에게 조그마한 유품 하나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빼앗아갔다. 봄이는 사방에 알몸으로 처참히 널브러져 있는 시신들을 보며 예전의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 순간에 자신의 권총이 없었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봄이는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우발적 살인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이 순간만큼은 아까 전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그녀를 방해했던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의 손목에서부터 얼얼하게 전해졌던 반동이 뇌리에 박혀 아직까지도 기억났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은 마구 뒤틀려서 배배 꼬이는 것 같았다.


끝없는 시체들의 산과 흙탕물 홍수를 넘어서 그들은 결국 도착할 수 있었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콘크리트 담이 세워진 임시 초소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봄이가 본 적 없었던 담벽을 둘러싼 가장자리에는 철조망과 함께 접근을 통제하는 노란 폴리스 라인(Police line)이 빽빽이 감싸고 있었다. 초소 같이 보이는 건물 옆에는 경찰차 몇 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전에 봄이가 노숙했던 주차장 건물과는 다르게 제대로 작동하는 차량 안전바도 보였다. 봄이는 드디어 제대로 된 치안기관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놓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참을 수가 없을 만큼 불안함에 요동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봄이는 통제소로 들어가기 전에 치마폭에서 권총을 꺼내 메고 있던 가방에 집어넣고 근처의 부서져 버린 자동차 잔해 속에 가방을 숨겼다. 그리고 나서 통제소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자 봄이 일행을 본 경찰관 한 명이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두 분이십니까? 다른 일행이 있으십니까?”


호리호리한 청색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시선을 봄이에서부터 상훈으로 옮겨 가며 물었다.


“보시다시피 둘입니다.”


“잠시 소지품 수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찰관이 형식적이고 딱딱한 말투로 대충 대답하고는 뒤에 서 있던 경찰관 한명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그 경찰관이 봄이에게로 다가왔다. 봄이는 다가오는 경찰관을 보자 눈앞이 캄캄해지고 불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그것은 봄이 자신의 자아에 맞서 혼자서 마음 속으로 느끼는 감정이었겠지만.


다른 경찰관이 상훈의 옷을 뒤지는 동안 방금 왔던 경찰관이 봄이의 몸을 샅샅이 뒤졌다. 주머니뿐만 아니라 옷소매, 신발, 치마폭조차 모조리 확인했다. 상훈은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상의를 탈의했지만 봄이는 후드 겉옷을 벗는 정도에 그쳤다.


상훈의 가방 역시 싸그리 검사당했다. 경찰관이 가방을 뒤집자 통조림과 회중전등, 물통, 지갑, 약간의 붕대 따위가 바닥에 와르르 쏟아졌다. 봄이는 그 광경을 보고는 침이 꿀꺽 넘어갔다. 봄이의 가슴 한구석이 날카로운 것에 찔리는 것만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봄이가 혹시나 목격자가 있어서 들키지는 않을까 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중에 경찰관이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은 채로 그들에게 말했다.


“성함이?”


“유상훈입니다. 이쪽은 윤 봄.”


경찰관이 들고 있던 서류 뭉치에다가 볼펜으로 뭐라고 휘갈겼다. 잠시 후 작성이 끝났는지 경찰관이 고개를 들고 아무런 감정 없는 어투로 말했다.


“이상 없습니다.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들어가신 다음에 통제소 옆 보건소에 들르셔서 이 확인증으로 건강검진 받으시고 항생제 주사를 맞으시면 됩니다.”


“수고하십니다.”


경찰관은 그렇게 말하며 서류 뭉치를 그들에게 한 장씩 주고 나서 센서로 작동되는 출입구를 열어 주었다. 봄이는 경찰관에게 받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서류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상훈과 함께 통제소의 출입구 너머로 들어섰다.


작가의말

매번 읽어주시는 티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감정표현이 서툴러서 전하질 못하겠어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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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1 17.09.28 145 4 10쪽
21 21화 +2 17.09.26 176 3 9쪽
20 20화 17.09.25 169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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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1 17.09.20 157 2 8쪽
17 17화 +1 17.09.17 205 3 8쪽
16 16화 +1 17.09.13 188 2 9쪽
15 15화 +2 17.09.12 171 2 8쪽
14 14화 +2 17.09.08 190 2 7쪽
13 13화 17.09.01 1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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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1 17.08.28 225 2 9쪽
10 10화 17.08.27 216 3 8쪽
9 9화 17.08.26 24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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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17.08.24 27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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