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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모자이크 헌터, 이세계 성자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G민네
작품등록일 :
2022.04.28 21:29
최근연재일 :
2022.05.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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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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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너의 의미(2)

DUMMY

밤에 둘이 있으면 무슨 얘기 하냐고요? 에이 그런 거 다 말해줄 수는 없죠. 둘만의 추억인데. 어라? 또 의심하시네? 칼 가져오실래요?


그냥 수다 떨어요. 별일 아닌 농담에 웃고, 시답잖은 얘기도 하다가, 과거 얘기도 나오고. 그러다 고향에서 있었던 일도 얘기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참 다행인 거 있죠? 사람이 눈치가 있으면 보이잖아요. 얼마나 저를 다독여주려고 하는지. 그게 정말 다행스러워요.


그리고 그런 거 때문에 저도 시온님께 참 고마워요.


이분도 이런 얘기를 할 사람이 나밖에 없구나. 그런 걸 다시 한번 느껴요. 그래서 저는 우울해할 틈이 없어요. 저마저 우울해버리면, 저마저 무너져버리면 누가 옆을 지켜주겠어요.


*****************************


똑똑똑-


"들어와."


끼익-


테일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편안한 차림으로 숨겨온 술병을 슬그머니 들며 들어왔다.


"나보고 준비하라면서 잘도 챙겨왔네?"

"시온님이랑 저는 술 취향이 다르잖아요."


그러긴 했다. 독한 술에 익숙한 나와 달리 테일러는 향을 보고 술을 고르니까.


"아무튼, 편히 앉아. 소리는 안 새어나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털썩


테일러는 정말 편하게 침상에 걸터앉았다. 마법으로 감지하지 않아도 그녀의 표정에는 무언가 짐이 실려있는 듯했다. 자신이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시간마저.


그러니 풀어줘야지.


"일단 한 잔 들고 얘기 좀 하자."

"오늘은 분위기가 조금 무겁네요?"

"무겁긴. 그냥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지."


쪼르륵


괜히 분위기 좀 만들고 싶어서 마법으로 만든 불빛들이 잔과 담기는 술잔에 비쳤다. 그리고 조금 긴장한 테일러의 눈빛도 같이.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네? 네. 뭔데요?"

"이상한 소리 할 거 아니니까 굳어있지 좀 마라 좀. 어디 독약 마시러 왔어?"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녀도 나도 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하게 될 거라는 걸.


"일단 한 잔."


쨍-


조금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맑은소리가 조용한 방을 채웠다.

술잔을 금세 비우고 테일러는 포크를 집어 내가 준비한 안주를 오물거리며 먹었다.


"처음엔 어떻게 마셨더라. 피가 덕지덕지 묻은 걸 옷으로 슥슥 닦아내고 마셨어."


테일러는 조용히 들었다. 과거 이야기임을 눈치껏 알아챈 듯.


"먹을 것도 없어서 필요한 열량을 섭취하기 위해. 아니면 동료들끼리 도시를 지켜내고 다 부서진 식료품 가게에 남은 술로 마시거나."


술자리 분위기? 그런 거 몰랐었다. 환상으로나 겪어본 술자리들과 그 분위기들. 동료들과 함께할 땐 그런 분위기를 가지려야 가질 수 없었다.


"깔고 앉은 의자도, 술병을 올려둔 테이블도 우리 몸에 묻은 것도 시체 부스러기나 핏덩이뿐인 곳에서 처음 마셔봤어."


그마저도 분위기에 취하고 싶어 마신 것도 아니었다.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그저, 오늘 하루도 전투가 끝났구나. 살아남았구나.


"장난도 치고 농담도 쳤지만, 모두 눈으론 울고 있었어. 그 시체 더미에는 꼭 친구가 있었거든. 가족이 있었거나."


하루도 제대로 쉴 수 없이 급변하는 전장. 하루하루 버텨내기 바쁜 시기였다. 하루가 멀다고 도시가 함락되고 국가가 멸망했다. 술을 입에 대고 있었지만, 술에 취하기는커녕 모두가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 채 심리적 진통제를 털어 넣는 꼴이었다. 효과도 없는 진통제를.


"그렇게 마시다가 나이가 돼서 술맛 좀 알겠구나 싶은 나이에는 동료가 모두 죽었어. 그 원흉 때문에."


이제 막 대가리가 굵어졌는데. 이제 좀 동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같이 술로 울어줄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러다 보니 정작 제대로 술을 마셔본 건 환상이 처음이었어."


그러나 그 자리가 편할 리가 없다. 진짜가 아닌 환상 쪼가리의 사람들,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환상 속. 환마왕의 군단을 돌파하고 있을 육신을 알기에 조금도 무뎌질 수 없었던 시간일 뿐이었다.


"언제쯤. 도대체 언제쯤에야 나는 편해질 수 있을까···."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무게를 흘릴 줄 알고 견딜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수도 없이 쏟아지는 무게와 세월이 마냥 흘려질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빨리 왔어.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마음 편히 술잔을 기울일 시간이 찾아왔어."


조용히 테일러의 눈을 바라봤다. 그 맑은 눈을 봤고, 그 맑은 눈에 비친 나를 봤다. 예전의 잘 갈린 칼처럼 늘 날 서 있는 모습이 아닌 나를. 마음 편히 장난도 치고, 여유롭게 술자리 자체를 즐기고 있는 나를.


처음엔 테일러와 거리를 허물기 위해, 권위를 낮추고 편해지기 위해서였다. 그저 같이 다니는 여정이 조금 편안했으면 했다. 그러다 점점, 나 자신이 편해져 가는 걸 발견했다.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야."


그러니까. 조금도 미안해하지 마.


"네···."


그렇게 밤이 기울고, 술잔을 기울였다.


******************************


"으어어···."


시체가, 아니 테일러가 걸어 다녔다.


"얼씨구."


어쩐지 어제 신난다고 들이붓더니.


누군가 자신에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그게 부담이 될 때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러하다. 특히나 테일러처럼 부채감을 느끼고 있던 사람이면 더더욱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덕분에 신나서 독한 술도 좋다고 마셨지 아마.'


"워어억-"

"절씨구."


좀비는, 아니 테일러는 덕분에 숙취로 고생하는 중이었고.


"···성법은 뒀다 스튜 끓여 먹을래?"

"그렇게 날려버리면, 마신 게 무슨 소용이에요!"

"그건 취할 때나 하는 소리고. 숙취 즐기려고 마시냐?"


화악-


신성력이 빠르게 구조를 만들며 테일러의 숙취를 모조리 해소했다.


"아, 아까워···."

"······. 갑옷이나 제대로 입고 나와."


오늘부터는 메건과 함께 수련하는 날이니까.


테일러가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같이 연무장으로 향하는 길에 소란이 들려왔다.


"아니 자리를 비우시면 어떻게 하라고 그러십니까!"

"이유가 있다."

"예! 가시면 안 될 이유가 있죠! 단장님이 자리를 비우시면 백은은 누가 맡아서 관리합니까!"

"네가."

"아···. 제발."


리어와 메건이었다.


"아침부터 기운 좋네."

"시온님 편히 주무셨습니까."

"그럼 그럼. 리어는 왜 아침부터 죽상이야?"


사실 묻지 않아도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게···."

"내가 허락했어."

"예? 아니, 시온님! 자칫하면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시에이팅을 쓰네.


"그래서 지금 가르치려는 거야. 같이 할래? 어차피 교황파도 몰락했고, 백사자도 건재한데 둘이 자리 비워도 문제없잖아?"


이런 거대한 제국에서 내전이 쉽게 발발할 리는 없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두 집단이 서로를 견제하곤 했다. 그러나 이젠 같은 편으로 있고, 파벌 싸움도 끝났다. 그저 민생의 안정을 위한 과정들만 남아있을 뿐. 그러니 한쪽이 자리를 완전히 비워도 문제 될 게 없다.


막말로 흔한 판타지 세계관처럼 마족들이 있어서 이 땅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하는 상황도 아니고.


"타국이 시비 걸면 내가 가서 반쯤 박살 내줄게. 걱정하지 마."

"아니, 그게 아니라···. 단장님 성격이···."


앗···. 아아···. 그렇구나.


"뭐라는 거냐. 내 성격이 뭐?"


리어. 너는 나를 걱정하였구나. 그런 걱정은 감사하지만, 다행히 해결법이 존재한다. 메건을 가장 오래 보고 조절해온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그럼 더 괜찮겠네. 같이 가면 되겠어."

"예?"

"같이 가자고. 티리안 마도 제국까지."

"아······."


너. 내 억제기, 아니 내 동료가 돼라.


******************************


한차례 소란 이후 메건과 리어가 일행으로 합류했다. 같이 다니기 위해 신성력을 숨기는 수련을 같이 받았고, 리어의 합류 덕분에 테일러의 수련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꽝-! 꽈앙!


-거기선 힘을 흘려내고 틈을 보는 게 나았다.

-반 스텝 더 들어갔어야지. 좀 더 과감하게 해도 돼.


수준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상대가 있으니 대련으로 점점 성장할 수 있게 된 것.


"하아- 하아-"


대련 도중에 입는 부상은 그 자리에서 바로 치유할 수도 있으니, 시간 효율에서도 압도적이었다. 지칠 틈도 없이 대련에 수련에 다시 대련에. 필요한 것은 정신력뿐이고, 그마저도 같이 단련한다 생각하면 가능한 최고의 효율로 실력을 붙여나갔다.


"리어, 방패를 좀 더 믿어라. 우리 백은의 방어는 단단하다."

"틈을 노리되 집착하지 마라. 우린 성기사다."


메건 역시도 내 옆에 앉아서 리어의 검을 틈틈이 교정했다.


"시온님, 어떻게 보십니까?"

"좋은데? 확실히 많이 발전하고 있어."


수도로 오면서 성기사의 전투술을 많이 배웠었다. 그렇지만 확실히 부단장은 부단장일까. 완성도에서 확연히 달랐다.


"조금만 가르치면 되겠어."

"부족한 게 아직 많지요. 갈 길이 멉니다."

"그거야 네가 잘 해줄 텐데, 그거 말고."


백사자, 백은과 교류하면서 여러 가지를 가르쳤지만, 대부분 형(形)에 관한 것들이었다. 좀 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더 위력적으로 날카롭게 검을 휘두르기 위한 방법 같은 것들이었다. 리어는 그런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완성됐다. 이제 필요한 건 현대적인 기교였다.


이 세계의 무술은 마나를 이용한 부분에선 지구보다 앞선다. 정확히는 심법(心法)에서 앞선다. 방어할 때의 심상, 공격에 나설 때의 심상 등등에서 한 번의 전투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듯 수많은 심상이 오고간다.


반대로 지구에서의 마나 활용은 물리학과 수학의 접목이었다.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 어떻게 해야 증폭이 원활할지. 내가 이 세계에서 배울 부분도 많지만 그렇기에 가르칠 부분도 많았다.


"다른 성기사들이야 아직 자신의 것도 완성하지 못했으니 가르칠 수 없었거든. 리어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겠어."


어설프게 자신이 배우던 걸 두고 다른 것에 손을 데는 것은 좋지 않다. 충분히 자신의 길을 잡고 난 다음에 다른 시각의 길을 참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리어는 그런 의미로 충분했다.


"가만보면 시온님은 기준이 정말 높으신 거 같습니다."

"그거야 뭐. 어쩔 수 없어."


대륙에 이름 높은 백은 성기사단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70억 인류의 시체를 발판으로 길러진 인류 최종병기였다. 메건과 리어를 제외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슬슬 끝나가는군요."


높은 육체 성능과 달리 검기 수준에 머물러있는 테일러. 그리고 검형을 완수하게 다루며 검혼의 경지 직전에 다다른 리어. 테일러의 육체 수준과 재능 덕에 어찌어찌 버티는 것이지, 애초에 경지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난다.


"후- 수고하셨습니다."

"어우, 계속 지기만 하네요. 수고하셨어요, 리어 경."


테일러는 아쉬워하면서도 끝없이 직전의 대련을 복기했다. 무얼 고쳐야 하는지,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


"대련은 이 정도로 하고, 리어와 메건만 이쪽으로 와. 연습하자."


테일러는 다시 홀로 복기하면서 수련을 이어가는 동안 메건과 리어에게 신성력을 숨기는 방법을 전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티에 근접 딜러만 네 명이네. 밸런스가 안 맞는걸.'


전문직이라는 '사'자 돌림, 그중에서도 마법사. 그게 필요하다. 어차피 네 명 다 자기 회복은 가능하니 별도의 힐러는 필요 없고.


'마도 제국 황제 멱살이라도 잡아 와야 하나.'

[···제발. 깽판은 그만 좀 쳐줘요.]


무시했다. 이건 나 좋자고 그러는 게 아니니까. 모두를 위해서였다.


[어차피 천강제는 홀로 상대할 거면서, 왜 그러시는 거예요.]


깔끔하게 무시했다.

원래 파티는 딜탱 밸런스가 맞춰져야 한다. 정석 조합이 괜히 정석 조합이 아니니까.


[그건 그렇다 쳐도 왜 황제 멱살을 잡아요, 왜.]

'아 좀. 천강제 따까리는 상대 안 한답니까.'


절대 재미있어 보여서 그러는 게 아니다. 모두를 위해서다. 그렇고말고.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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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마도 제국(1) 22.05.17 90 0 11쪽
44 44화. 삼 개월(3) 22.05.16 22 0 12쪽
43 43화. 삼 개월(2) 22.05.16 23 0 12쪽
42 42화. 삼 개월(1) 22.05.13 34 0 13쪽
» 41화. 너의 의미(2) 22.05.12 30 0 13쪽
40 40화. 너의 의미(1) 22.05.12 30 0 12쪽
39 39화. 깽판, 아니 개판(3) 22.05.09 46 0 12쪽
38 38화. 깽판, 아니 개판(2) 22.05.09 34 0 13쪽
37 37화. 깽판, 아니 개판(1) 22.05.08 42 0 12쪽
36 36화. 지구로 돌아갈 방법(2) 22.05.08 38 0 13쪽
35 35화. 지구로 돌아갈 방법(1) 22.05.07 40 0 12쪽
34 34화. 신성 제국의 수도(3) 22.05.06 34 0 13쪽
33 33화. 신성 제국의 수도(2) 22.05.06 33 0 14쪽
32 32화. 신성 제국의 수도(1) 22.05.05 40 0 12쪽
31 31화. 동행(2) 22.05.05 36 0 13쪽
30 30화. 동행(1) 22.05.04 39 0 12쪽
29 29화. 성기사 메건(4) 22.05.04 37 0 14쪽
28 28화. 성기사 메건(3) 22.05.03 43 0 15쪽
27 27화. 성기사 메건(2) 22.05.03 40 0 13쪽
26 26화. 성기사 메건(1) +1 22.05.03 46 0 12쪽
25 25화. 사짜, 아니 성자입니다(3) 22.05.03 42 0 13쪽
24 24화. 사짜, 아니 성자입니다(2) 22.05.02 44 0 13쪽
23 23화. 사짜, 아니 성자입니다(1) 22.05.02 38 0 12쪽
22 22.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5) 22.05.02 41 0 15쪽
21 21.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4) 22.05.02 46 1 13쪽
20 20.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3) 22.04.30 44 0 14쪽
19 19.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2) 22.04.30 43 0 14쪽
18 18.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1) 22.04.30 42 0 13쪽
17 17. 왕성에서 깽판(2) 22.04.30 4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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