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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모자이크 헌터, 이세계 성자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G민네
작품등록일 :
2022.04.28 21:29
최근연재일 :
2022.05.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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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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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6화. 지구로 돌아갈 방법(2)

DUMMY

''저번처럼 예배당에서 마주해야 할까요?'

[그게 더 편하긴 한데, 괜찮아요. 성흔이 반짝이만 하는 건 아니라서요.]


피식-


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정리하고 편한 시간에 하는 게 낫다.


"폐하께 건의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편히 말씀하시오."

"활자(活字) 개발은 어느 정도 되고 있사옵니까?"


지식을 보급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책의 보급. 즉, 활자의 개발. 조선은 금속활자 개발에 있어서 유럽보다 앞섰다. 그럼에도 금속활자가 원활히 이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이유 중 하나는 인쇄 방법의 차이였다.


수많은 글자를 사용했던 동양권과 서양권의 문자의 차이를 떠나, 재료가 금속으로 바뀔 뿐, 큰 혁신이 없었던 조선의 금속활자와 달리 구텐베르크는 인쇄기와 인쇄술을 발달시켜 책의 보급에 크게 이바지했다.


활자 조판 과정을 제외한 '인쇄 속도'만 가지고 비교해도 하루에 20장이 한계였던 조선의 인쇄방식과 달리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숙련도에 따라 1분에 10장까지도 인쇄할 수 있었기에.


그리고 그러한 구텐베르크로 인한 인쇄술의 변화는 머잖아 나타나는 종교개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 황제에게 이러한 것을 묻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레이저 프린터기를 알려줄 필요도 없고, 그저 구텐베르크가 만들었던 인쇄기를 발명해내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 정도로도 기초는 마련할 수 있다.


"활자는 어찌하여 묻는 것이오?"

"여신께서 경고하신 일이 있습니다. 법치가 좋게만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법치. 법으로 다스린다. 좋게만 들릴 수 있지만, 그 법에 무엇이 포함되냐가 문제다. 인권을 박살 내고 타 인종을 탄압하는 법안이 들어간다면 법치라는 이름으로,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범죄가 만들어진다.


그러한 부분들을 황제에게 설명했다. 어째서 인쇄술이 먼저 개발되어야 하는지, 어째서 책의 보급을 먼저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후대에 얼마나 명예롭게 남을 일인지.


"허허! 고맙소. 내 뜻을 이리도 헤아려주다니···."


황제와의 담화는 어느 정도 지난 후에 마무리되었다. 미리 말을 맞춰둬야 할 것도 있었고, 미리 황제에게 알려줘야 할 것도 있었기에.


'교황 측에서도 나를 찾아온 듯한데.'


내일 만나도 늦지 않다. 황제를 먼저 만나고 자신들을 만나지 않는 걸로 오해할 수야 있겠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그들과는 제대로 척질 테니.


그렇게 한 기사의 안내를 따라 내 방으로 이동했다. 혹시 모를 방비를 위해 마법을 준비해두고 침상에 편히 누워 여신을 찾았다.


'됐습니다.'


시야가 하얗게 점멸하며 의식이 여신에게로 이동됐다.


******************************


[왔어요?]

'예. 반갑네요.'


마치, 내내 SNS로만 연락하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았다.


[그거참 불경스러운 생각이네요. 성자라는 사람이.]

'누가 성자 임명하랍디까. 아무튼.'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여신이 내게 허튼소리를 할 리는 없다. 여신이 자신을 원망하지 말라고 했던 말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마워요. 그런 태도로 맞이해주고.]

'생각해보니 저번 일은 참 죄송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그러했다. 여신은 나를 받아준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자신의 차원을 담보로. 나를 쫓아낼 수도, 나를 천강제에게 그저 먹이로 내던져도 된다. 피해가 크긴 하겠지만, 천강제도 굳이 이 세계를 멸망시킬 필요는 없다. 그저 나를 죽이고 환마왕이 안배를 남겼을까 하는 우려도 없애면 된다.


여신은 나를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와 자신의 차원, 그리고 여신까지. '같이' 살아남고자 한 거다. 그렇기에 내가 너무 감정적인 태도로 여신에게 날을 세워 대했던 것을 반성했다.


[아무튼, 저번 이야기에서 마저 이야기할까요? 어디까지 했더라···. 차원이 에피소드 형태라고 말씀드렸죠?]

'예. 운명론과 관련된 겁니까?'


에피소드. 작은 일화, 혹은 줄거리 등등을 의미한다.


[음. 크게 다르진 않아요. 먼저, 제 세계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운명이 정해져 있고 다 제 뜻대로 모든 게 통제되는 느낌이었나요?]

'킥, 절대 아니죠.'


그랬다면 이 꼴이 나진 않았을 테니.


[···비웃음이 신경 쓰이긴 하는데, 참아줄게요. 아무튼, 맞아요. 제가 부족해서도 있지만, 각 차원은 창조주의 뜻에 따라 어느 정도 안배가 되어있어요. 꽉 잡은 차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차원도 있죠.]

'음···. 저희 차원이 그런 운명이 안배된 차원이라는 겁니까?'


[아뇨. 그렇지 않아요. 개인에게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전혀 없어요. 다만, 뭐라고 할까요. 메인 이벤트는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었어요.]

'메인 이벤트···. 자세히 들려주시죠.'


여신은 일부러 게임 속의 표현을 차용한 듯했다. 나를 빠르게 이해시키기 위해.


[개인의 의지를 통제하지 않아요. 개인의 삶을 쥐고 흔들지 않아요. 다만, 그대들의 세계, 인류가 발전할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요.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어떤 문명을 구가할지. 어떻게 멸망할지 등등. 그런 메인 이벤트가 정해져 있던 거죠.]


게임 속의 세계관이 급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메인 이벤트. 이벤트 결과에 따라 도시가 멸망하기도 하고, 새로운 종족이 추가되기도 한다.


[아무튼, 그래서 에피소드 형태라는 거예요. 차원에 정해진 과정과 결과가 있으니까요.]

'···차원에 침입하는 존재는 그걸 비틀어야 하니까 방화벽이 단단할 수밖에 없는 거군요.'


[맞아요. 만마전 서열 7위. 전 우주를 놓고 보아도 대적할 자가 스물이 채 넘지 않는 위대한 존재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죠.]


이해됐다. 왜 환마왕이 모든 것을 잃었는지. 힘을 회복할 기간이 필요했는지. 그렇기에 또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그럼 왜 환마왕은 지구에 오려고 한 겁니까? 그렇게 위대하다는 놈이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왜···.'


[4대 세력 중 하나. 안티 타이탄 연맹(Anti-Titan Alliance). 그 ATA의 수장이 지구 출신이거든요.]

'······.'

[이해가 안 돼죠? 저도 그래서 힘 좀 들였어요. 극비로 취급되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고, 그런 존재와의 접촉 방법을 얻어야 했으니까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자기 4대 세력의 수장이 왜 나오는 걸까. 그리고 그게 환마왕이 움직인 이유와 무슨 상관인 걸까.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할까요?]

'···아뇨. 계속 들려주시죠.'

[그래요. 그럼.]


여신은 그러면서도 내가 진정되길 잠시 기다려주었다.


[의문이 많겠지만, 끝까지 들어줘요.]

'예. 알겠습니다.'

[원래 생각했던 계획은 일단 외차원까지 진출하는 거였어요. 그건 예상했죠? 그리고 타 차원을 넘나드는 강대한 4대 세력. 그들에게서 힘으로 갈취하든 협조해서 얻어내든 차원을 넘을 방법을 찾는 거였죠. 필요한 대가는···. 어렵지만 시온님이 해결할 일이었고요.]


그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불가능이라 생각했고.


[그런데 여기서 변수가 나타났어요. 방금 말했던 ATA의 수장. 그가 도움을 주고자 했어요. 접선 방법까지 알려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신의 말에 집중했다. 의문은 듣다 보면 풀릴 테니까.


[4대 세력 ATA의 수장, 4대 세력 모두 놓고 비교해도 비견되는 이가 둘뿐인 위대한 강자. '그'는 지구 출신이에요.]

'···계속. 계속 듣겠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천강제를 잡는 거죠. 천강제를 잡으면 우린 천강제가 뚫어놓은 방화벽의 구멍을 통해서 외차원(外次元)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럼, 지구의 방화벽은 다시 어떻게 통과해야 할까요. 이게 아마 가장 난관이죠. 다 넘는다고 쳐도, 과연 저 두꺼운 방화벽을 넘을 수 있을까.]

'······.'


에피소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 부분에 대해선 계속 고민해왔다. 어떻게 해야 내가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환마왕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비틀어버린 '결과'를 내가 다시 어떻게 비틀 수 있을까.


사건 자체를 되돌리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결과', 달라져 버린 '에피소드의 결말'을 다시 바꾸기 위한 대가. 그 대가를 내가 만들어낼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부분이 맞아요. 다시 또 지구의 방화벽을 돌파하는 건 지난한 일이에요. 천강제를 잡는다고 쳐도, 천강제의 전력(全力)보다 강해진다고 쳐도, 그보다 위에 있던 환마왕의 전력에 도달해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이죠. 그래서 ATA의 수장이 필요한 거예요.]

'아···.'


지구 출신이라서 도와준다는 건가. 같은 동향 사람이니까?


[아뇨. 그는 자신의 본차원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어요. 아무튼,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긴 하겠지만, 그가 시온님을 돕는다면, 그건 동향이기 때문은 아니에요.]

'그럼 어째서입니까?'

[말이 많이 길어질 텐데 들으실 수 있겠어요?]

'···예.'


그렇게 한참을 여신의 설명을 들으며 의문을 가져야 했다.


****************************


여신의 설명은 이러했다. ATA의 수장은 지구 출신이다. 그리고 지구는 '지금은 지워진 한때' 침공을 받았다. 그리고 그 침공의 과정에서 위대한 존재가 탄생했고, 위기에서 지구를 건져냈다. 그때 얻은 힘을 발판으로 ATA의 수장이 되었다.


그 뒤에 지구가 있는 '은하'를 통째로 차원에서 분리했다. 이유는


[침공의 시기에 일어나서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여 사람들을 지킨 이들의 숭고한 업적은 지워져선 안 된다. 그러나, 침공으로 남은 희생 역시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차원을 둘로 나눌 것이다. 라고 했어요.]


침공을 당한 지구와 그 은하를 떼서 별도의 차원을 창조했다고 했다. 그리고 원래 있어야 할 은하를 침공 이전의 시기로 되돌려 원래의 역사가 흐르도록 만들었다고.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멈춰있었다. 인간이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아서. '은하계'를 '복사'해서 하나는 'Ctrl + Z'를 쓰고, 하나는 다른 데에 'Ctrl + V' 했다는 거 아닌가. 고작 한 명의 인간이.


[그래서 시온님을 돕는다는 거예요. 그는 본래의 역사로 흘러갈 지구를 보고 싶어 했어요. 그 어떤 외계의 침략도 없이 홀로 올곧이 발전을 거듭하는 인류를 보고자 했어요. 그걸 환마왕이 깨트린 거죠.]


그래서 더 의문이었던 건, ATA의 수장과 척지면서까지 왜 환마왕이 지구로 침입했을까 하는 거였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ATA의 수장과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 둘 사이에 모종의 일이 있었다고 하네요.]

'···제가 나중에 알아봐야 하는 거군요.'

[언젠가 알 수 있겠죠. 아무튼, 그래서 지구로 돌아갈 방법은 알겠죠?]

'예. 감사합니다.'


지구의 차원이 유독 방화벽이 거센 거지, 다른 곳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ATA의 수장이 있는 '복사 지구' 또한 방화벽이 매우 얇다고 했다.


[어쩌면, 지구 차원에 개입한 적이 있던 만큼 '그'는 지구의 방화벽을 약화시킬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내가 할 일은 천강제를 잡는 것. 그러기 위해 지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질 것. 그리고 천강제가 뚫어놓은 방화벽을 이용해 차원 바깥으로 나가고 ATA의 수장과 접촉할 것. 그리고 그의 도움을 받아서 지구로 귀환하는 것. 이 정도였다.


'······정말 아득하게 머나먼 일이군요.'

[미안해요···. 제가 도와드릴 수가 없네요.]


여신의 잘못이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된 것뿐, 그녀가 잘못한 게 뭐가 있겠나. 그저 상황이 너무 암담해서 문제지. 심지어 ATA의 수장과 접촉할 상세한 방법까지 알려준 여신인데 원망하려야 그럴 수도 없다.


'감사합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힘 좀 쓰신 거 같은데.'

[알면 잘 이겨내 줘요. 당신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그럼요. 최선을 다해야죠.'


정말 머나먼 길이 되겠지만, 하다 보면 언젠가 도달할 테니. 그리고 희소식도 있지 않은가.


정말, 정말 불가능에 더없이 가깝지만, 희생을 완전히 되돌릴 수 있다는 소리니까. 수천만도 채 되지 않는 인구만 남은 지구. 원전이 폭발하고 핵이 쏟아지고. 온갖 전쟁의 여파로 멸종만이 기다리던 지구를 내가 태어나기 전의 황금기로 되돌릴 수 있다.


그러다 문득


'···나를 기억하는, 내가 아는 사람은 누구도 남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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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마도 제국(1) 22.05.17 90 0 11쪽
44 44화. 삼 개월(3) 22.05.16 22 0 12쪽
43 43화. 삼 개월(2) 22.05.16 23 0 12쪽
42 42화. 삼 개월(1) 22.05.13 34 0 13쪽
41 41화. 너의 의미(2) 22.05.12 30 0 13쪽
40 40화. 너의 의미(1) 22.05.12 30 0 12쪽
39 39화. 깽판, 아니 개판(3) 22.05.09 46 0 12쪽
38 38화. 깽판, 아니 개판(2) 22.05.09 34 0 13쪽
37 37화. 깽판, 아니 개판(1) 22.05.08 42 0 12쪽
» 36화. 지구로 돌아갈 방법(2) 22.05.08 39 0 13쪽
35 35화. 지구로 돌아갈 방법(1) 22.05.07 40 0 12쪽
34 34화. 신성 제국의 수도(3) 22.05.06 34 0 13쪽
33 33화. 신성 제국의 수도(2) 22.05.06 33 0 14쪽
32 32화. 신성 제국의 수도(1) 22.05.05 40 0 12쪽
31 31화. 동행(2) 22.05.05 36 0 13쪽
30 30화. 동행(1) 22.05.04 39 0 12쪽
29 29화. 성기사 메건(4) 22.05.04 37 0 14쪽
28 28화. 성기사 메건(3) 22.05.03 43 0 15쪽
27 27화. 성기사 메건(2) 22.05.03 40 0 13쪽
26 26화. 성기사 메건(1) +1 22.05.03 46 0 12쪽
25 25화. 사짜, 아니 성자입니다(3) 22.05.03 42 0 13쪽
24 24화. 사짜, 아니 성자입니다(2) 22.05.02 44 0 13쪽
23 23화. 사짜, 아니 성자입니다(1) 22.05.02 38 0 12쪽
22 22.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5) 22.05.02 41 0 15쪽
21 21.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4) 22.05.02 46 1 13쪽
20 20.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3) 22.04.30 44 0 14쪽
19 19.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2) 22.04.30 43 0 14쪽
18 18. 깽판 후 히랄 산맥으로(1) 22.04.30 42 0 13쪽
17 17. 왕성에서 깽판(2) 22.04.30 4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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