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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곤이 님의 서재입니다.

탑 씹어먹는 히든 클래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곤이
작품등록일 :
2023.08.11 16:47
최근연재일 :
2023.08.30 18:00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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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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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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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DUMMY

모든 각성자의 몸에는 일정량의 마나가 흐르고 있는데, 체내의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게 되면 마나를 몸 밖으로 분출 시킬 수가 있다.

그렇게 체외로 방출된 마나의 형태가 바로 오러.

물리계열 각성자들은 주로 무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오러를 사용하는데, 망치와 같은 둔기에 오러를 두르게 되면 파괴력이 대폭 증가하게 되고, 단검과 같은 예기에 두를 경우 단단한 쇳덩이를 마치 두부 자르듯 썰어버릴 수 있을 만큼 절삭력이 크게 상승한다.

하지만 물리계열 각성자가 마나를 느끼고 다루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일, 오러를 발현하는 것은 최소 3급 이상의 각성자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마법사들처럼 마나의 운용을 뒷받침해주는 서클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힐러들처럼 신성력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여우는 3급 이상의 암살자인가?

아니!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드시 3급 이상의 각성자만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암살자의 고유 패시브 스킬 중엔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 존재한다.

‘게임 상에서는 ‘초감각’이라는 스킬명이었지······’

물론 초감각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극악 중의 극악이라 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암살자 케릭을 키울 당시 초감각을 얻기 위해 리세마라를 무려 한 달하고도 보름 동안이나 했었다.

이는 현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단순히 확률적으로만 따진다면 여우가 초감각을 익힌 3급 이하의 암살자일 확률 보다 오러를 익힌 3급 이상의 헌터일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전세계 각성자 인구 수의 1퍼센트도 되지 않는 3급 이상의 각성자가 고작 10급의 히든 클래스를 죽이기 위해 움직였을 확률보다 희박한 것이 암살자가 초감각이라는 패시브를 얻을 확률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녀를 초감각을 익힌 암살자라 생각하는 이유.

만약 그녀가 3급 이상의 헌터라면, 그리고 지금까지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면 굳이 지금 타이밍에 오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오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고작 1층 몬스터에 불과한 해골 거신병 따위는 단순한 칼질 한두 번만으로도 순삭 시킬 수 있는 것이 3급 헌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3급 이상의 헌터일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절대 안되겠지만······

어쨌든 여우가 희대의 살인마 조윤진일 가능성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6급 각성자에 불과한 조윤진이 초감각을 익혔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거든.

숨기고 있었을 확률?

글쎄? 당시 사회 분위기상 조윤진은 거진 사형 확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사형은 당하지 않았지만······’

목숨을 잃을 위기의 순간까지도 초감각을 숨겨야 했을 이유가 있었을까?

그보다는 저기 바닥에 누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숨만 쉬고 계신, 해골 거신병을 상대로 딱! 6급 헌터의 실력만큼만 보여 주셨던, 저 여성분을 희대의 살인마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 이 여자는 누구고, 여긴 왜 온 거지?’

조윤진의 헌터명을 사용한 이유는 또 뭐고?

여우를 용의 선상에서 지우자마자 드는 의문.

‘혹시······ 그들이 보낸 구원자?’

항간에 떠도는 소문 중에는 꽤 재미난 얘기가 있다.

히든 클래스의 생존율이 무려 6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소문.

얼핏 들으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또 한 가지의 소문이 있다.

바로 천공의 섬에 거주하며 죄수가 된 히든 클래스들을 돕는 비밀 단체가 존재한다는 소문이다.

비밀 단체의 이름은 크립트.

소문에 의하면 크립트는 마녀사냥이 한창이던 시기, 천공의 섬으로 도망친 히든 클래스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라 한다.

그들은 헌터 연합 내부에 수많은 조력자들을 심어 놓고 정보를 수집, 천공의 섬으로 넘어오는 히든 클래스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으로 성장한 히든 클래스들이 크립트에 합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세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크립트에 관한 건 그저 소문일 뿐, 실재하는 조직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서 해골 거신병을 유린하고 있는 여우가 크립트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헌터연합에 잠입한 몇몇을 제외하고, 크립트에 소속된 자들은 모두 히든 클래스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크립트의 일원이라면 그녀 또한 히든 클래스여야 한다.

하지만 조금 전, 거신병과의 전투에서 그녀가 선보였던 스킬들은 모두 암살자의 스킬.

스킬은 해당 클래스가 아니라면 익힐 수도 없고, 흉내 낼 수도 없다.

붉은 여우는 희대의 살인마 조윤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 목숨을 노리고 있는 그 누군가가 보낸 해결사일 가능성은 아직 그대로인 것이다.

서걱!

투두둑······!

이런 저런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 여우가 학살을 끝마쳤다.

우드득! 우드득!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지루할 뻔 했는데······ 나름 괜찮은 이벤트였어!”

씨익!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졸라 강한 미친년······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어쩌지? 그냥 모른척할까?’

아니, 어차피 물은 엎질러져 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어설프게 발뺌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차라리······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하지. 미안하다!”

나는 정중하면서도.

“하지만 파티장으로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당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는 건······ 무슨 말이지?”

‘어라? 통한 건가?’

호기심을 보이는 여우.

되지도 않는 변명을 지껄이면 바로 죽여버리겠다는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최소한의 시간은 번 것 같다.

“네가 거신병 한두 마리쯤은 찜 쪄 먹을 실력이라는 건 진즉 간파하고 있었다.”

“······?”

굳게 닫힌 여우의 입술, 하지만 계속 지껄여 보라는,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좋아! 여기까지도 오케이.’

“너도 알다시피 지금 우리는 심각한 중상자와 함께 왕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네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정확히 가늠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네가 수세에 몰린다면 바로 개입할 생각이었고···!”

나는 말을 끝마치는 동시에 소니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마, 맞아요. 그, 그랬어요······ 하하!”

소니는 뭔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내 말에 동조해 주었다.

“뭐, 그런 거였다면······ 어쩔 수 없지.”

‘오케이! 좋았어!’

여우의 긍정적인 반응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내 뱉은 개소리가 먹혀 들었다는 이 짜릿함.

“그런데 말이야.”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이유는 잘 알겠는데······”

“···그런데?”

“내 기분이 나빠진 건 어떻게 할거지?”

‘제길······’

가지고 놀고 있는 건가?

하지만 그것 나름대로 기회일 수도 있었다.

“눈부신 미모만큼 마음까지 아름답지는 않은 모양이군.”

“···뭐라고?”

일그러지는 여우의 얼굴, 하지만 미세하게 올라간 입 꼬리.

영 기분 나쁜 건 아닌 모양이다.

“아니다! 어쨌든 정 억울하면 너도 똑같이 해보는 건 어떻겠나?”

“똑같이?”

“그래, 어차피 내가 다음 순번이니, 내가 한 짓을 너도 똑같이 하라는 말이다.”

“흐음······!”

잠시 고민에 잠기는 여우.

‘너는 절대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년의 정체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 년은 지금 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

장난감이 새로운 놀이를 제안했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겠지······

“실력에 자신 있나 보지? 그럼 그렇게 해볼까?”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

“만약, 그래도 내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그땐 어떻게 할거지?”

‘진짜······! 적당히 좀 하자! 앙?’

“마, 만약 기분이 안 풀린다면 네가 제안하는 방법을 따르겠다. 그럼 되겠나?”

나는 다시 한번 지키지도 못할 공수표를 날렸다.

왜냐고?

의미가 없었으니까······

어차피 이년이 오러를 방출했을 때, 성공을 바로 코앞에 두었던 내 계획은 모두 물거품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내 목숨도 끝장난 거나 다름없었다.

“음······ 재미있겠는데?”

입 꼬리를 올리며 흥미를 보이는 졸라 강한 미친 년.

그녀의 섬뜩한 미소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잠시 후, 세 마리의 해골 거신병들이 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내 차례가 온 것이다.

[종합 전투력 – 199]

단검 착용으로 상승한 내 전투력.

그러나.

[적응도 – 40%]

단검은 익숙하지 않은 무기였기 때문에 적응도는 떨어져 있었다.

나의 실제 전투력은 79.6.

맨손일 때 보다 못한 수치.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랴.

설사 적응도가 100퍼센트였다고 해도, 고작 10급 각성자의 실력으론 저 무시무시한 해골 거신병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

지금까지 꽁꽁 숨겨왔던, 마지막까지 꺼내고 싶지 않았던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순간이 찾아왔다.


“휴우······!”

나는 길게 숨을 내뱉어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가운데에 서있는 해골 거신병을 향해 한발한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 계획이냐고?

그야 당연히······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수밖에······

“크으으······!”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거신병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푸른 안광을 빛냈다.

놈의 시야 범위 내에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거신병은 비선공 몬스터.

먼저 공격당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나는 단검을 움켜쥐고 조금 더 거신병을 향해 다가갔고, 놈과의 거리가 제법 가까워졌을 때.

“흐아앗!”

놈을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다급하게 전투자세를 취하는 해골 거신병.

‘겁먹지 마라. 어차피 선공은 없다!’

나는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놈의 몸 속 깊숙이 파고들었고.

“······?”

“!?”

“뭐, 뭐야?”

그대로 거신병을 지나쳐, 들판 끝 절벽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타앗!

지면을 박차올라 그대로 점프!

“으아아악······!”

절벽아래로 몸을 던졌다.

“자암··· 까안······!”

소니의 절규에 본능적으로 돌아가는 고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소니와 여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

“······”


시커먼 어둠 속을 향해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는 몸뚱아리.

내가 고원지대의 끝을 사냥터로 정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어느 정도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상대가 불가능한 강적을 두 명이나 마주하게 됐는데, 당연히 빠져나갈 쥐구멍 하나 정도는 마련해 놔야지.

그럼 이제 살수 있는 건가?

사실 그게 확실하지는 않다.

낭떠러지 끝에 제법 수심이 깊은 강물이라도 흐르고 있다면 좋겠지만······

아래는 그냥 맨 땅이다.

다만

그때, 보들보들한 감촉의 무언가에 온 몸이 감싸이고.

투웅······!

마치 트램펄린에 튕기듯 몸이 다시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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