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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곤이 님의 서재입니다.

탑 씹어먹는 히든 클래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곤이
작품등록일 :
2023.08.11 16:47
최근연재일 :
2023.08.30 18:00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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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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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650

작성
23.08.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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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DUMMY

‘무슨 솥뚜껑도 아니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기가 막힐 것처럼 생긴, 시커먼 무쇠로 만들어 진 동그란 방패는 그렇게까지 작은 사이즈는 아니었지만, 커다란 덩치의 흑인 남성의 몸을 보호하기에는 너무나 작고 초라해 보였다.

“아직 한 명이 더 올 수도 있으니까······ 5분 정도만 더 기다려 볼까요?”

여성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같은 지점으로 떨어지는 인원은 보통 다섯 명이지만 네 명, 또는 세 명이 전부인 경우도 다반사다. 내가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바스락!

그때 등뒤에서 나뭇잎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예요. 여기!”

환하게 미소를 띄우며 손을 흔드는 여성의 모습에 뒤를 돌아보니, 작은 체구의 동양인 여성이 단검을 든 채로 걸어오고 있었다.

‘한국사람인 건가?’

나와 같은 하얀색의 죄수복을 입은 여성.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서와요! 당신이 마지막이에요.”

그렇게 다섯 명의 인원이 모두 모이자.

“자···! 그럼 서로 인사도 나눌 겸 간단하게 자기소개 먼저 할까요?”

나무 막대기를 든 여성이 나를 비롯한 죄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 먼저 할게요. 제 이름은 소니예요.”

소니라는 이름은 당연히 헌터명일 거고······

“중국 상하이에서 왔어요!”

역시 중국인인 건가?

중국은 인구 수가 무색하지 않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헌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세상의 모든 파티에는 중국인이 있다는 농담이 나올 만큼 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들이 중국인이다.

어쨌든, 소니는 그리 강해 보이진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로 보아 헌터 생활은 제법 오래한 모양이다.

참고로 그녀는 각성등급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 지금 이 자리에 모여있는 이들 중,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사이코 패스가 섞여 있을 지 모르고, 누가 언제 어디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춘 것이다.

“나는 테리. 국적은 미국. 이상!”

소니와 마찬가지로 백인 궁수 역시 자신의 등급을 밝히지 않았고.

“루디우스. 네덜란드에서 왔다.”

흑인 전사 또한 아주 짧게 자기소개를 마쳤다.

‘저 둘은 9급 정도 되려나? 잘 쳐줘도 8급으로는 안 보이는데······’

테리와 루디우스 역시 그렇게까지 강해 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

나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있는 힘껏 눈에 힘을 주었고.

“내 이름은 빅터! 한국에서 왔다!”

최대한 목소리를 내리깔면서 말했다.

그야 당연히 얕잡아 보이면 안 되니까······

“이제 내 차례인가?”

마지막으로 합류한 동양인 여성.

꿀꺽!

나는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어쩐지 음산한 분위기의 그녀.

얼굴 곳곳에 새겨져 있는 흉터자국들도 그렇고······

보통내기는 아닌 듯 보였다.

“내 이름은······ 조윤진. 빅터와 같은 한국에서 왔다.”

“···뭐, 뭐!?”

조윤진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미친······ 저 이름이 왜 여기서 나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실룩거리는 눈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조윤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

그녀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총 서른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원도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2년 전이다.

그녀가 서른한 명의 사람들을 죽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년.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건 그 다음이었다.

헌터명 붉은 여우, 연쇄살인사건 외에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백 명이 넘는 각성자 및 일반인을 살해한 헌터 출신의 살인 청부업자.

매스컴에 얼굴이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진 그녀의 진짜 정체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경찰당국은 어수선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그녀를 체포할 것을 약속, 조윤진 체포에 총력을 기울였다.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자 조윤진은 주 활동 무대였던 강원도를 벗어나 전국을 누비며 돌아다녔고, 도망을 다니면서도 살인을 지속, 반 년이라는 시간동안 무려 스물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단 한 명의 미치광이 살인마로 인해 전 국민이 밤마다 불안에 떨어야 했고, 6개월 동안 경찰이 보여준 무능력한 모습에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흉흉해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사를 지휘, 군대를 투입하고 10억 원이라는 전무후무한 현상금을 내거는 한편, 헌터 연합에 지원을 요청하는 초 강수를 두었다.

군경도 모자라 헌터연합까지 가세한 역대 급의 합동수사.

하지만 조윤진은 5개월 동안이나 미꾸라지처럼 수사망을 빠져나갔고, 추가로 열 여덟 명의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빼앗은 뒤에야 헌터연합에 의해 체포되었다.

총 74명······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조윤진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숫자였다.

그렇게 전국을 공포로 물들였던 인물이 바로 조윤진이다.


‘도대체 저년이 여기 왜 있는 거지?’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의 등장에 잔머리가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설마······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건가?’

연쇄살인을 저지르기 전, 조윤진의 직업은 살인청부업자.

그리고 히든 클래스인 나를 제외한 세 명은 모두 강력범죄를 저지른 죄인들.

한두 개 정도의 원한관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아니, 괜한 억측은 하지 말자······’

이예린이 준 정보에 따르면 천공의 섬에 처음 투입되는 수감자들은 오직 그들끼리만 묶인다고 한다.

조윤진이 헌터연합에 붙잡혀 수용소에 갇히게 된 것은 8개월 전, 적어도 서너 번은 탑을 올랐어야 정상이다.

즉, 그녀는 절대 이곳에 나타날 수 없는 인물.

눈 앞에 서있는 조윤진은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 같은 경우도 강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흑형이라는 헌터명을 지으려 하지 않았던가.

저 여자 역시 마찬가지 일 수도 있다.

‘이예린이 잘못된 정보를 알려줬을 수도 있고······’

물론 저 여자가 진짜 조윤진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반가워요. 조윤진씨!”

중국인인 소니는 강원도 연쇄살인사건을 모르는 모양인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윤진에게 인사를 건넸고, 루디우스와 테리 또한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소니의 뒤에서 그저 고개만 까딱거렸다.

일단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나는 루디우스의 옆에 서서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그런 내 모습에 흥미가 돋은 돋은 걸까?

씨익!

조윤진이 비릿하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

섬뜩하리만치 날카로운 눈빛.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뭐지? 왜 나를······?’

노골적으로 시비를 거는 듯한 그녀의 행동.

단순한 기 싸움일 확률이 높다.

헌터들의 세계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 어느 정도의 기 싸움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녀의 눈엔 조윤진이라는 이름을 모를 리 없는 한국인이자 가장 약해 보이는 내가 기를 꺾어놓을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이름 때문인 걸까?

그녀가 미치광이 살인마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만약 저 여자가 진짜 그 조윤진이고 내 목숨을 노리고 있는 거라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목숨을 위협당할 만큼의 원한관계를 쌓은 적이 없다. 또한 성골 흑수저인 내 주변에는 살인을 의뢰할 만큼의 재력을 지닌 사람도 없다.

내가 누군가의 타겟이 됐다면 이유는 오직 하나.

모든 헌터들의 공공의 적 히든 클래스가 되었다는 것.

그 이유는 나를 납득시키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세상에 알려진 조윤진은 6급 암살자.

게다가 수많은 살인경험까지······

나 정도의 피라미는 눈깜짝할 새에 목을 따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실력자였다.

하지만 저 여자는 내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재미있는 눈빛이군!”

나는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제법 여유 있는 목소리로 조윤진의 미소에 화답했고.

“으힛!”

흥분을 억제하지 못한 것인지 조윤진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섬뜩한 웃음소리와 함께 싸늘하게 식어버린 분위기.

‘어쩐지 좆된 거 같은데······’

나는 본능적으로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진짜 그 조윤진이라면?

어차피 그녀가 나타난 순간 내 목숨은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

이제 와서 꼬리를 내릴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엔 나 이외에도 전력을 알 수 없는 탑 유경험자가 셋이나 있는 상황.

아무리 희대의 살인마 조윤진이라 해도 섣부르게 행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뭐지? 그 웃음은? 한번 해보자는 건가?”

나는 조윤진의 눈빛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당당하게 말했다.

소니와 그녀의 친구들이 말려 주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

“······”

소니와 테리, 그리고 루디우스는 비스듬히 고개를 돌린 채 애꿎은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삥 좀 뜯겨본 모양인지 상당히 자연스러운 모습······

세 명 모두 사태를 수습할 의사는 없어 보였다.

“그래 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스릉!

꽤나 기꺼운 표정을 지으며 검집에서 단검을 꺼내는 조윤진.

그녀의 모습에 세 명의 죄인들은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재빨리 좌우로 흩어졌다.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과연 내가 버텨낼 수 있을까?

6급 각성자와 10급 각성자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아마 순식간에 목이 떨어질 것이다.

꾸욱!

하지만 나는 자세를 낮추며 허리춤에 꽂혀있는 단검 손잡이를 잡았다.

결코 의도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가만히 서서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 깡다구는 제법인데?”

조소를 머금으며 비아냥거리는 조윤진.

그런데 그때.

“어머! 다들 여기에 모여 계셨네요?”

풀숲을 헤치며 또 다른 동양인 여성이 나타났다.

“정말 죄송해요.”

새하얀 죄수복을 입고 있는 여성.

“제가 좀 늦었죠?”

오른손엔 단검이 들려 있었다.

“초행길이라 조금 헤맸어요. 헤헤!”

어떤 상황인지 뻔히 보고 있음에도 여유가 넘쳐 흐르는 말투와 표정······

“다들 반가워요.”

이 여자 역시 보통내기는 아닌 모양이다.

“저는 붉은 여우라고 해요. 편하게 여우라고 부르면 돼요.”

“······?”

“···뭐, 뭐?”

“한국에서 왔어요.”

“!?”

“!!”

젠장할······ 너는 또 누군데?


[박태용님의 생존확률이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생존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졌다.


뒤늦게 합류한 붉은 여우까지 자기소개를 마치고 찾아온 잠깐의 휴식시간.

편하게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두 명의 대한민국 출신 여인네들이 내 옆에서 으르렁거리며 대치 중이었기 때문이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

‘그나저나 저것들은 이 상황에서 저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나?’

소니를 비롯한 외국인 삼인방은 나무아래에 모여 앉아 노닥거리며 에너지바를 먹고 있었다.

‘아니면 지들끼리 작전회의라도 하는 건가?’

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상황이 정상이 아니란 걸 모를 리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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