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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곤이 님의 서재입니다.

탑 씹어먹는 히든 클래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곤이
작품등록일 :
2023.08.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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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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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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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천공의 섬.

섬의 원주민들이 세운 왕국 테르베시아와 온갖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소원의 탑이 공존하는 태평양 상공에 떠있는 거대한 섬.

천공의 섬이 지구에 나타난 것은 2000년 01월 01일.

최초로 천공의 섬을 발견한 미국은 섬을 조사하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탐사대를 보냈지만, 섬 인근에만 도달하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연락이 두절, 파견된 탐사대는 모두 행방불명이 되었다.

이에 미국은 천공의 섬을 지구를 침공하기 위한 외계 생명체의 전진기지로 규정, 핵무기까지 사용해가며 섬을 파괴하려 하였다. 하지만 섬에는 그 어떤 타격도 줄 수 없었고, 미국은 그들이 자랑하던 제7함대의 항공모함까지 잃어버리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후에야 공습을 멈췄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전세계 주요 도시에 천공의 섬과 연결된 게이트가 나타나기 시작, 온갖 마수들이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마수들은 닥치는 대로 도시를 파괴했고, 인류를 유린했다.

특별한 내성이라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총이나 미사일, 대포 등 인류가 가진 무기는 마수들에게 이렇다 할 데미지를 주지 못했고, 인류는 끊임없이 패배와 후퇴를 반복하였다.

말 그대로 대재앙이었다.

공식적인 집계로는 무려 8억 명,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마수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때, 세계 곳곳에서 마수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을 얻게 된 이들, 소위 각성자라 불리우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 그들의 활약으로 인류는 지구를 지켜낼 수 있었다.

각성자들은 마수들이 게이트를 넘어오는 현상, 게이트 브레이크의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기 위해 게이트를 넘어 천공의 섬으로 이동, 마수들의 소굴인 소원의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 * *


“삼백칠십팔, 삼백칠십구······”

탑을 오르며 마수를 사냥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이들 헌터.

그리고 세상의 모든 헌터들을 관리하는 헌터연합.

헌터연합은 지구에 있는 모든 국가들을 발 아래 두고 제 마음대로 주무르는 세계 최고의 권력집단이다.

“삼백팔십삼, 삼백팔십사······”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제주도에 위치한, 대한민국 헌터연합이 운영하고 있는 특수 범죄자 수용소.

이곳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일반인을 상대로 살인, 폭력,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각성자들을 가두고 있는 각성자 전용 감방이다.

사람들은 흔히 특수범죄자 수용소를 각성자들의 무덤이라 부르는데, 수용소에 갇힌 이들 대부분이 형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죽거나 행방불명되기 때문이다.

죽는 거야 그럴 수 있다 쳐도 감옥에 갇혀 있는 자들이 왜 행방불명 되는 걸까?

그 이유는 수용소에 수감되고 세 달이 지난 수감자들은 게이트 브레이크를 막기 위해 천공의 섬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를 막는 방법이 마수들을 사냥하여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라서?

탑을 막 오르기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다들 그렇게 생각했었다. 따라서 수많은 헌터들이 게이트를 넘어 목숨을 걸고 탑의 마수들과 싸웠다.

하지만 게이트 브레이크는 그 이후로도 종종 발생했고, 헌터 연합은 마수들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것과 브레이크가 일어나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수많은 헌터들의 희생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인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헌터연합은 끝내 게이트 브레이크의 발생을 막아내는 방법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그 방법은 바로.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총 3만 명이라는 인원이 탑에서 목숨을 잃는 것.

즉, 3만 명이라는 각성자들을 제물로 바치는 방법이었다.

문제는 탑에 들어간 이들이 잘 죽지 않게 되었다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탑에 관한 각종 노하우와 공략법들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갔고, 그만큼 안정적인 사냥이 가능해지면서 사망자 수는 점점 줄어갔다.

결국 탑에서 목숨을 잃는 헌터의 수가 3만 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되었고, 헌터연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세계각지에 특수 범죄자 수용소를 설치, 흉악범죄를 저지른 각성자들을 붙잡아 탑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사백이십일, 사백이십이······”

나는 어떤 범죄를 저질렀냐고?

미안하지만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범죄라는 걸 저질러 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이 곳에 갇히게 된 이유······

각성을 했기 때문이다.

각성을 하게 되면 무조건 수용소로 끌려오는 걸까?

아니, 각성을 한 이들 대부분은 헌터가 되어 착실하게 탑을 오르고 어마어마한 부와 명성을 쌓으며 살아간다.

문제는 내 클래스가 하필 히든 클래스였기 때문.

전사, 암살자, 궁수, 힐러, 그리고 마법사까지······

이렇게 총 다섯 개의 클래스를 흔히 기본 클래스라 부른다.

그리고 흑마법사, 네크로맨서, 성기사 등등 기본 외의 직업이 바로 히든 클래스.

천 명에 한 명꼴로 나오는 각성자들 중에서도 다시 천분의 일이라는 극악의 확률로 나타나는 희귀한 클래스이다.

확률이 낮은 거면 더 좋은 거 아니냐고?

물론 예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과거의 한 사건으로 인해 히든 클래스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쓰레기 직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백사십육, 사백사십칠······”

천공의 섬이 나타난 이래로 딱 한번! 인류는 탑을 공략한 적이 있다.

맹호 공격대.

역사상 최강의 전력을 갖추었다고 평가 받는 공격대로 유일하게 탑을 정복했던 공격대의 이름이다.

헌터연합 직속의 특수부대였던 맹호 공격대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공격대였다.

총 서른 명으로 구성된 맹호 공격대는 헌터연합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탑을 오르기 시작, 마침내 마지막 층 보스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공격대원 스물여덟 명 전사라는 참혹한 기록을 남겼지만, 공대장 김근철과 부공대장 이지승은 끝까지 살아남았고, 보스를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사건은 그 이후 발생했는데, 탑 공략 후 이틀 뒤에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부공대장 이지승이 공대장 김근철을 살해한 것이었다.

전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던 인터뷰 도중 발생한 대참사.

이지승은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고, 두 달 뒤 사형에 처해졌다.

문제는 이지승의 클래스. 그는 히든 클래스 중 하나였던 소환사였다.

이지승이 처형된 이 후, 헌터연합은 세상의 모든 히든 클래스를 악으로 규정, 마녀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연합은 수많은 히든 클래스와 새로이 히든 클래스로 각성하는 이들을 모조리 붙잡아 특수 범죄자 수용소에 수감시켰다.

“사백육십구, 사백칠십······”

내가 수용소에 갇히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 일이었다.

신의 축복이라고도 불리는 각성은 15세에서 35세 사이의 남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 일종의 로또라고 할 수 있다.

15세에서 35세 사이의 전세계 모든 사람들은 1년에 두 번씩 의무적으로 헌터연합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헌터연합은 이 검진을 통해 각성자를 가려낸다.

물론 검사비용은 전액 헌터연합이 제공한다.

“사백칠십오, 사백칠십육······”

내가 각성자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두 달 전 받았던 건강 검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올해 나이 서른 다섯 살인 나에게는 이번 검진이 마지막이었기에 사실상 나는 헌터의 꿈을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진을 받고 일주일이 지난 뒤, 헌터 연합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검사결과를 확인했을 때.

[축하합니다. 박태용님! 검사 결과 각성자로 판명되었습니다.]

“좋았어! 됐어! 나이스······!”

동네가 떠나가도록 소리쳤다.

정말 로또가 된 기분.

결혼 한번 해보지 못하고 평생 노총각으로 노가다 판만 전전하며 살아갈 줄 알았는데······

온 천지가 암흑이었던 내 인생에 한줄기 빛이 내려온 것만 같았다.

그때까지는······

‘그런 줄 알았지. 젠장!’

결과를 확인하고 사흘이 지난 뒤, 나는 서면에 있는 헌터 연합 부산지부를 방문하였다

각성한 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 클래스선택 때문이었다.

클래스를 선택하기 위해 모든 각성자들은 캡슐처럼 생긴 기계장치에 들어가게 되는데, 캡슐에 들어가면 저절로 잠이 들게 되고 모두가 같은 꿈을 꾸게 된다.

돌잔치 때 돌잡이를 하는 것과 비슷한 꿈.

꿈속에서는 방패(전사), 단검(암살자), 활(궁수), 지팡이(힐러), 보주(마법사) 이렇게 각 클래스를 상징하는 총 다섯 개의 무구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중 원하는 걸 잡으면 해당 클래스가 선택된다.

나 같은 경우 다섯 개가 아닌 총 여섯 개의 무구들이 나타났는데, 나머지 하나는 바로······

낫이었다.

물론 농사지을 때 쓰는 그런 낫은 아니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기분이 드는, 날이 아주 잘 벼려진 커다랗고 시커먼 낫이었다.

그래서 낫을 잡았냐고?

아니! 아무리 꿈이었다 해도 미세하게나마 의식은 남아있었기 때문에 낫을 잡으면 인생 종친다는 것쯤은 인지하고 있었다.

애당초 점 찍어 놓은 직업도 있었고······

만약 내가 헌터가 된다면?

예전부터 내가 꿈꿔오던 클래스는 궁수였다.

궁수는 직업 특성상 근접전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탑 클래스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랭커가 되긴 상당히 힘들다.

근접전에 약한 만큼 대인전이 약하기 때문.

랭킹을 집계할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대인전 실력이다.

하지만 궁수의 장점은 다른 클래스에 비해 성장이 까다롭지 않고, 비용 또한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나 같은 흑수저가 돈을 벌기에는 가장 적당한 직업이 궁수였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활을 향해 손을 뻗었고, 당연히 활을 잡은 줄 알았다.

하지만 손에 들려있던 것은 활이 아닌 낫!

‘이런······ 니미랄!’

이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이후, 나는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죄수복을 입은 채로 이곳에 갇혀 있었다.

“사백구십구, 오······백!”

한번도 쉬지 않고 팔 굽혀 펴기를 오백 개나 했음에도 땀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각성자라서?

각성자도 땀은 똑같이 흘린다.

내가 땀을 흘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의 수용소 생활을 평가한다면?

갇혀있다는 것만 빼면 꽤나 만족스럽다. 아니 솔직히 그 이상이다.

우선 이 곳의 수감자들은 모두 독방을 사용하는데, 족히 스무 평은 넘어 보이는 넓은 방에 침대, TV, 냉장고, 노트북, 세탁기 등등······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수용소에 입소하기 전까지 내 보금자리였던 여덟 평짜리 원룸에 비한다면 초호화 호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끼니는 하루 세 번, 항상 넉넉한 간식과 함께 간수가 직접 가져다 주었는데, 요리사의 실력이 제법인지 메뉴도 다양했고 어지간한 맛집보다 맛이 좋았다.

이렇게 다른 교도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대우를 받는 이곳, 특수범죄자 수용소의 죄수들은 딱 한 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수용소에서 정해놓은 운동량을 채우는 것.

팔 굽혀 펴기 500회, 윗몸 일으키기 500회, 러닝머신 10Km 달리기, 그리고 지금 방 한쪽 구석에서 나를 바라보며 서있는 전투 로봇과 대련 세 시간.

이것이 죄수들에게 주어지는 할당량이다.

하루도 빠짐 없이······

안 하면 어떻게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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