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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마 님의 서재입니다.

운이 좋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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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마
작품등록일 :
2022.05.18 18:08
최근연재일 :
2022.07.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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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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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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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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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9화

DUMMY

나의 물음에 박재형은 고민에 빠졌다. 본인을 믿고 회사 경영을 맡기겠다는 임선규가 도저히 고등학생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박재형 자신이 임선규 입장이라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생각해보았다.

본인은 절대로 임선규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릇의 차이가 뚜렷했다.

그렇다고 그를 믿고 사장직을 제안한 임선규를 실망하게 할 수는 없었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임선규 씨의 사장직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좋은 결과를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의 대답을 듣고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에게 준 지케이 전자 주주 명단에 박재형 이름을 추가하고 0.1% 지분을 적었다.

“0.1% 지분은 제가 박재형 씨가 지케이 전자 사장 취임을 축하하는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박재형은 임시 채용이 아니라 지케이 전자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박재형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는 갑자기 떠오른 어떤 기억 때문에 표정이 굳어졌다.

“임선규 씨가 한 가지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은 바로 예전에 명운전자가 개발했던 기술을 지케이 전자가 사용하지 못합니다.”

나는 걱정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개발하려는 카세트 플레이어는 이전 제품과 전혀 다른 제품이니까요.”

“그렇다면 안심이 됩니다.”


박재형 사장과 헤어지기 전에 나는 대략 내가 개발하려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에 대해서 설명했다. 나의 설명을 듣고 박 사장은 너무 놀랐다. 또한 그는 이 제품이 시대를 뛰어넘는 제품임을 알았다. 다만 소리를 이어폰으로 들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휴대용이라서 좋기는 하지만 이어폰을 사용하기에 혼자만 듣는지라 팔릴지 걱정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시 그에게 별도의 스피커를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와 연결해서 일반 카세트 플레이어처럼 들을 수 있으며 특히 전용 스피커 독을 사용하면 집에서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형 사장은 나의 설명에 그저 놀랐다. 앞으로 개발할 제품에 대한 의욕으로 가득 찼다.

나는 헤어지기 전에 그에게 부탁했다.

“스피커를 생산할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니 미리 업자들을 조사하기 바랍니다.”


*****


이영철 가주는 김영한 가주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이영철이 말했다.

“광법 선사께서 그가 청룡검주임을 보증했습니다.”

김영환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청룡 가문의 가주를 우리 세대에서 찾아냈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10월 4일에 정식으로 우리 사신회가 출범하는 회동을 열 예정입니다.”

“10월 4일이면 너무 늦게 약속 날짜를 잡은 것 같습니다.”

“청룡 가주도 마음의 준비를 한 후 만나고 싶어 해서 회동 날짜를 조금 늦췄습니다.”


그제야 김영환은 급한 마음을 다스렸다.

“나만 생각하고 그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았군요.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청룡 가주를 만나보니 어떻습니까?”

이영철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청룡 가주에 대한 설명은 회동 때까지 즐거움을 위하여 남겨두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는 절대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 말만 들어도 마음이 놓입니다.”


이영철은 박문성 가주에게도 김영환에 전한 것과 같이 말했다.


*****


박재형은 임선규와 회의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서 이영철 사장에게 청룡 가문의 돈을 받아서 명운전자의 은행 부채를 갚고 예전 공장을 되찾았다.

그는 옛 명운전자의 공장장이었던 정명철에게 전화하여 만날 약속했다.

영등포에 사는 정명철을 고려하여 둘은 영등포역 근처에 있는 다방에서 만났다. 50대 중반의 정명철은 전자업체에서 잔뼈가 굳은 기술자였다.

박재형은 은성전자에 근무할 때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는 정명철을 눈여겨보았었다.

그의 기술을 높이 산 박재형은 명운전자를 설립하면서 그를 공장장으로 초빙했다.

자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경제적 부담을 느끼던 정명철은 월급을 올려 받는 조건으로 명운전자에 입사하였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사가 문을 닫게 되자 정명철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쳤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박재형에게 보상해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정명철은 박재형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돈을 달라기는커녕 보태 주어야 할 판이었다. 그는 명운전자를 퇴사항 후부터 직장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다방에서 만난 정명철은 몸무게가 예전보다 5kg는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안색도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런 정명철을 보자 박재형은 미안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정명철은 어두운 안색이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박 사장도 나름대로 애를 많이 썼으니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네.”

“아닙니다. 저 때문에 공장장님이 마음고생하신 걸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 금할 수가 없습니다.”


  “되었네. 이미 지나간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지. 그런데 오늘 갑자기 만나고자 한 이유가 궁금하네.”

그제야 박재형은 얼굴을 펼 수가 있었다.

“명운전자의 옛 공장을 되찾았습니다.”

정명철은 깜짝 놀랐다.

“그 공장 은행에 넘어가서 법원 경매에 부쳐진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죠. 그런데 제가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아서 은행 부채를 다 갚고 공장을 되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명운전자는 새롭게 출발합니다. 또한 이제까지 밀렸던 월급도 바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명철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 마음의 고초가 싹 치유된 느낌이었다.

“고맙네. 자네 정말 수고 많았네. 그런데 무엇을 만들 계획인가?”


박재형은 조용히 말했다.

“여기는 설명하기에 곤란해서 사무실로 출근하면 설명하겠습니다.”

“알겠네.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는가?”

“예전에 근무하던 직원 중에서 아직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직원을 채용하여 사무실을 깨끗하게 청소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월요일에 출근하면 예전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월급을 받아 가시면 됩니다.”


*****


성북동에 위치한 고택. 집주인은 예종순. 그는 일본 강점기에 만들어진 황신회라는 일본 천황에 충성하는 조직의 당대 회주였다.

1948년에 있었던 반민특위 조사 때 가진 재산 대부분을 타인 명의로 재빠르기 이전하였기에 보존할 수 있었다.

그 덕택에 지금까지 떵떵거리며 잘 살 수 있었다.

그는 6·25전쟁으로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서 극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친일파라는 색깔을 지우는 데 성공하였다.

제3공화국 시절에는 박 정권에 정치 자금을 내면서 정권 실세와 가까이 지냈다.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조일전자의 사장이었던 예종순은 나이가 60이 넘어가자 사장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회장이 되었다.

그는 비록 회장이지만 회사 실권은 온전히 가지고 있었다. 명운전자가 개발한 카세트 플레이어 기술을 빼앗도록 지시한 사람도 예 회장이었다.

현재 조일전자는 명운전자에서 빼앗은 기술을 가지고 카세트 플레이어 제품 생산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전 세상에서 80년대 말까지 조일전자는 대기업 가전업체에 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으나 90년대 불어 닥친 닷컴 버블을 타고 IT 회사로 변신하여 자금을 엄청나게 축적하였다.

축적한 돈으로 IMF 시기 때 망한 회사들을 인수하여 대기업 그룹으로 성장하였다.


예씨 가족이 가진 친일파 후손이란 꼬리는 돈의 위력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예종순 회장은 기업 경영에 감이 무척 좋았다. 그렇기에 그는 죽기 전에 조일 그룹을 국내 10위로 키웠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예 회장 서재에서 예찬준 사장은 회장에게 명운전자의 변화를 보고했다.

“그러니까 박재형 사장이 명운전자 옛 공장을 되찾았으며 퇴직한 직원들을 다시 고용하는 중이란 말인데 어디서 돈이 나서 은행 빚을 다 갚았다는 것이지?”

“알아본 바로는 박재형의 부친이 명동에서 사채왕이라는 불리는 이영철 씨와 막역한 사이라고 합니다. 아마 사채왕이 자금을 도와준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예종순은 의아심이 생겼다.

“그렇다면 왜 공장이 폐쇄되기 전에 도와주지 않고 법원 경매에 부쳐지는 시기에 도와주는 걸까? 조금 이상하구나.”

“제가 생각이 짧아서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좀 더 조사해보겠습니다.”

“만약에 사채왕이 박재형 뒷배라면 조심해야 한다. 비록 자금이 풍부한 우리라도 그와 싸우면 백전백패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예찬순이 걱정 어린 말투로 말했다.

“혹시라도 박재형이 우리가 받은 특허를 돌려 달라고 요청하면 어떡할까요?”

예 회장이 냉정하게 말했다.

“이미 우리 것이 되었다. 만약에 그가 우리에게 특허를 돌려 달라고 한다면 약간의 돈을 줘서 무마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구로동에 있는 조일전자 연구개발실.

지형수 수석연구원은 정순원 개발실장의 부름을 받고 그의 사무실로 갔다.

노크를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40대의 야비한 얼굴의 정순원 실장은 지형수에게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앉도록 지시했다.

지형수는 명운전자의 기술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박재형 사장과 함께 개발한 카세트 플레이어 기술을 가지고 조일전자에 합류한 덕분에 수석연구원이 되었다.


정 실장이 지형수를 보고 말했다.

“명운전자가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겠지?”

“예.”

“옛 동료부터 별도로 들은 이야기가 있나?”

지형수는 간사한 웃음을 지었다.

그도 명운전자가 옛 공장을 찾았다는 소문을 듣고 가까이 지냈던 양민정 사원에게 전화했다가 배신자란 욕을 잔뜩 들었다.

얼굴이 두꺼운 지형수는 양민정의 욕을 개의치 않고 물어본 결과 예상하지 못한 정보를 얻었다.


“제가 알고 지낸 직원과 전화했는데 놀라운 정보를 들었습니다.”

“놀라운 정보?”

“예. 지케이 전자라는 회사가 명운전자를 인수해서 회사 이름이 이제는 명운전자가 아니라 지케이 전자라고 합니다.”


정순원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케이 전자? 처음 들어보는 회사 이름인데.”

“그럴 겁니다. 지난주에 등록된 회사라고 합니다. 회사 조직은 이전 명운전자와 같답니다. 박재형 사장 체제랍니다.”


‘흠······ 그렇다면 박재형 사장은 월급쟁이 사장이란 말인데 누가 빈껍데기에 불과한 명운전자를 무슨 이유로 인수했을까?’

속으로 중얼거린 정 실장은 지형수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라도 지케이전자에 대한 소식을 더 얻으면 바로 알려줘. 명운전자 관련 소식은 사장님 관심사이니까.”

“알겠습니다.”


정순원은 곧 예찬순 사장에게 지형수에게 들은 정보를 보고했다. 정순원 실장은 사장으로부터 지케이 전자의 움직임을 계속 지켜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작가의말

오늘 한 편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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