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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마 님의 서재입니다.

운이 좋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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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마
작품등록일 :
2022.05.18 18:08
최근연재일 :
2022.07.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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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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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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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8화

DUMMY

박재형은 바뀐 나의 기세에 잔뜩 긴장했다. 이런 긴장감은 이영철 사장 같은 거인을 만났을 때 일어났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고등학생에게서 이영철 사장과 같은 위압적인 기세를 느끼자 이영철의 충고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러자 그의 마음에 일어났던 불안감이 싹 사라졌다.

내가 조용하게 물었다.

“혹시 제가 어려서 실망했나요?”

“아닙니다.”

박재형은 바로 부정했다. 처음 느꼈던 불안감 대신에 지금은 긴장감과 더불어 도대체 어떤 학생이기에 이런 기세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채워졌다.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고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사전에 이영철 사장님으로부터 임선규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믿지 않았는데 오늘 만나보니 사장님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기세를 줄였다. 내가 기세를 줄이자 박재형은 그제야 긴장감에서 벗어났다.

내가 차분하게 말했다.

“이 사장님으로부터 저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오셨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박재형 씨의 역할에 관해서 설명함으로써 혹시 있을 오해를 방지하고자 합니다.”

박재형 씨는 나의 말에 수긍했다. 삼자가 전해준 이야기보다는 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 가장 정확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제 주변의 사람이나 가족들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적지 않은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산의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즉 유산 관리인으로부터 돈을 타내기 위해서는 그 돈의 사용처가 유서에 정해진 바를 준수해야 합니다.”


나는 고등학생인 내가 왜 사업을 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둔 스토리를 그에게 말했다. 사신회는 아직 드러내서는 안 되는 조직이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사용처가 어디인지 눈치를 챘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사업입니다.

사실 제가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사업을 시작해도 되지만, 제가 하려는 사업은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경쟁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고등학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뛰어들기로 정했습니다.”

나는 잠시 말을 끊고 박재형을 바라보았다. 박재형은 나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유산 상속 이야기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냥 임선규가 복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복 때문에 본인이 여기에 있다는 현실도 자각했다.


“문제는 제가 학생 신분이라 학교에 다녀야 합니다.

학교 그만두고 사업하면서 돈을 펑펑 쓰며 인생을 즐겁게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런 삶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저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처럼 살고 싶습니다.”

박재형은 이해한 눈치였다.


“사업을 해야 하고 저는 학교 공부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하니 누군가가 저를 대신해서 사업을 경영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박재형 씨가 오늘 여기에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임선규 씨를 대리하여 사업을 경영하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박재형 씨가 저의 제안을 승낙하면 박재형 씨를 대우하는 입장에서 월급을 성삼전자 이사급으로 주겠습니다.”

“성삼전자 이사 월급을 받는다고요?”

박재형은 기함했다. 국내 최고의 월급을 주는 성삼전자의 이사 월급이면 지금 그가 진 빚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영철 사장이 약속한 월급보다 앞에 있는 젊은 친구는 더 주겠다고 제안했다.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저는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접을 하겠다는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재형은 저절로 나에게 감복하는 마음을 느꼈다.

인재들에 대한 처우를 강조하는 경영자는 많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월급은 기본이고 매년 박재형 씨의 경영 실적을 평가하여 별도로 성과급 및 회사의 주식 옵션도 줄 계획입니다.”

“오!”

박재형은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회사 오너가 그에게 저런 제안을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었다.

그래도 좋았다.

그에게 미래의 희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겠습니다.”

나는 박재형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돈으로 그의 마음을 샀지만 상관없었다.

시간이 흘러가면 그는 나의 실력을 인정하고 더 충성을 바칠 것으로 믿었다.


“그러면 앞으로 박재형 씨가 할 업무를 말하겠습니다.

첫째는 지케이 전자라는 회사를 등록하는 일입니다.”

나는 그에게 준비한 주주 명단을 주었다. 회사 주소는 임시로 이영철 사장의 사무실로 정했다.

“둘째는 충무로나 을지로에 백 명의 직원이 일할 수는 사무실 공간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계약 기간은 1년이고요.

셋째는 직원을 채용하는 일입니다.”

나는 그에게 채용 광고 시안을 주었다. 그는 서류를 훑어보고는 놀라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부분 컴퓨터 관련 업무에 경험에 있는 사람을 뽑는군요. 그리고 카세트 플레이어 개발 경험자도 포함되어 있네요.”


그런 후 박재형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카세트 플레이어 개발자를 왜 뽑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직은 비밀이라서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박재형 씨는 카세트 플레이어 개발에 관심이 있으세요?”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은 제가 얼마 전에 카세트 플레이어를 생산하는 회사를 차렸다가 부도가 나서 공장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이영철 사장님의 소개로 여기에 내려온 것입니다.”

행운이 여기에서도 터졌다.

적재적소!

이영철 사장은 정말 내가 원하는 사람을 추천해 주었다. 나중에 그에게 제대로 보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 회사가 망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박재형은 자세하게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박재형은 은성전자를 나온 후에 후배와 함께 명운전자를 구로동에 세웠다.

은성전자에서 카세트 플레이어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그는 회사 설립과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섰다.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생산 도중에 후배가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조일전자라는 회사로 이직했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조일전자가 특허로 등록하고는 변호사를 통해서 명운전자가 신제품을 생산하는 일을 중단하도록 했다.

가진 돈과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공장 설비에 대부분 사용한 탓에 제품 생산이 중단되자 자금이 들어올 곳이 막혀 버렸다.

이미 구입한 자재비와 인건비, 은행 이자를 갚지 못해서 회사는 부도가 났다.


박재형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후배를 너무 믿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지요.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지요.”

내가 물었다.

“그러면 지금 공장은 어떤 상태입니까?”

“은행에 넘어가서 곧 법원 경매에 부쳐질 거라고 합니다.”

“얼마면 공장을 되찾을 수 있겠습니까?”

“5천만 원이 필요합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개발하려는 제품들은 전부 보안이 요구된다. 즉 연구 개발팀이야 서울 시내 건물에서 근무할 수 있지만 시제품 생산은 우리 공장에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카세트 플레이어 같은 제품은 누구나 쉽게 복사해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판매에 들어갈 때까지 비밀리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전자제품 생산 공장을 하나 인수할 계획이었다.


내가 박재형에게 물었다.

“공장에 아직도 사람이 남아 있습니까?”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공장이 폐쇄되어 남아 있는 직원은 없습니다. 공장이 은행으로 넘어가서 공장 출입문 열쇠도 은행에서 가지고 있지요.”

“제가 그 공장을 인수한다면 기존의 직원을 다시 모을 수가 있습니까?”

“공장이 문 닫은 지가 2주밖에 지나지 않아서 대부분 실직 상태에 있기 때문에 쉽게 채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공장을 인수하고 예전 공장에서 근무했던 분들을 예전과 같은 조건으로 지케이 전자 소속으로 재고용하겠습니다.”

박재형은 일어나서 나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 옛 직원들이 매우 고마워할 겁니다.”


나는 약간 낯간지러움을 느꼈다. 그래도 돈이 있으니 좋았다.

“채용한 직원분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 전액을 지케이 전자에서 지불하겠습니다.”

순간 박재형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고용한 것만 해도 고마운 일입니다. 지난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아닙니다. 앞으로 먼 길을 함께 가야 하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마음에 회사에 대한 불평을 놔두고 가기보다는 깨끗하게 털어버리고 출발하는 게 좋다고 보기에 내린 결정입니다. ”


박재형은 다시 한번 임선규 같은 좋은 회사 주인을 만나도록 주선한 이영철에게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왔다.

그의 추천이 있었기에 오늘 좋은 소식을 옛 직원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말을 덧붙였다

“추석이 곧 다가오니 다음 주에 밀린 임금을 지불해 주세요.”

박재형은 거듭 감사했다.


지케이 전자 조직에 대한 구상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가장 큰 고민은 회사 사장 자리였다. 나는 학생 신분이기에 할 수 없었고 주위에 아는 지인, 친척 중에서 사장을 맡은 인재가 없었다.

당초 박재형 씨의 과거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를 부사장으로 채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이 달라졌다.

오늘 사장 적임자를 운 좋게 만났다. 박재형 씨에게 사장 자리를 제안하기 전에 그의 호감도를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속으로 포인트 상점을 열어 다시 박재형의 호감도를 확인했다. 놀랍게도 박재형의 호감도는 처음 10%에서 80%로 올라가 있었다.


이 정도 호감도라면 박재형이 나를 배신할 확률이 매우 적었다. 그래서 그를 사장으로 임명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나는 박재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설립하려는 지케이 전자의 사장에 박재형 씨가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이 됩니다. 그래서 박재형 씨에게 지케이 전자 사장 자리를 제안합니다. 받아주겠습니까?”

박재형은 사장 자리 제안에 놀라서 그만 반문했다.

“저를 사장으로 채용한다고요?”

“그렇습니다. 당초 생각은 형식상이지만 제가 사장직을 맡고 박재형 씨가 부사장직을 맡아 회사를 경영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재형 씨가 제가 개발을 계획한 카세트 플레이어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미 전자업체 경영 경험이 있는 박재형 씨가 사장직을 맡아 경영을 책임지고 저는 뒤에서 기술을 지원하는 게 회사가 앞으로 발전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봅니다.

박재형 씨 의견은 어떤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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