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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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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星之男
작품등록일 :
2021.02.07 07:41
최근연재일 :
2021.04.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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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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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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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족 상인의 의뢰

DUMMY

-=플람브라셀의 마족상인=-


레피온이 들어보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케네이드는 말을 시작했다.


"여행의 규칙이란 것들은 운이 좋은 사람에게나 유용한 겁니다. 제 경우엔 안개가 자욱할 때 '잘못된 길'에 들어서서 달을 볼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불만은 없습니다. 고향에서 저는 먹을 걸 찾기위해 흙바닥을 손톱으로 파헤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주방장에게 먹고 싶은 걸 주문하면 다음 식사 시간에 먹을 수 있죠. 전 이 세계에서의 삶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이런 통로를 통해 마족들이 들어올 때가 있죠. 사실 마족이란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검사님이 마족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사실 다른 세계의 주민에 불과합니다. 검사님이 다른 세계로 간다면 거기선 검사님이 마족이 되는 거죠.


단지 이세계의 주민이라면 왜 마족이 왜 공포의 대상이 되었는가?


사고로 이계로 넘어온 자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이계로 넘어온 자들이 문제가 되는 겁니다. 자기 세계에선 물건을 훔치거나 살인을 하면 누군가 쫓아와 응징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를 안다면? 이계에서 저지른 범죄는 거의 응징 당하지 않습니다.


분명 인간 중에서도 마계토벌이라는 명분으로 이계에서 살인과 약탈을 하는 십자군이 있겠죠. 반대로 이곳으로 패악질을 하러 오는 이계인들도 있을 테고요."


그런 건 사실 제 알바가 아닙니다. 죄악이란 건 우유가 썩는 것처럼 보편적이고 당연한 현상이죠. 일개 상인인 제가 세상의 모든 범죄를 신경 쓸 순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터를 다진 이 플람브라셀에 위협이 된다면.... 그건 제 재산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니 내버려둘 수 없죠.


그래서 상황 파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 이곳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차원이 어긋난 존재라 이 세계엔 저를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함부로 이계로의 통로로 들어섰다간 돌아오지 못하게 될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 대신 이 앞에 뭐가 있는지 보고 와주시겠습니까?"


아직 술에 덜 깬 게 문제였을까, 레피온의 머리는 어딘가 멍했다. 동시에 케네이드의 말이 참 사리에 맞게 느껴졌다. 케네이드는 계속 말했다.


"그래요, 여행자의 도리란 곤란할 때 서로 돕는 거죠. 그 대신에 제가 검사님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뭐가 걱정이십니까? 혹시 돈이 필요하십니까?"


레피온은 조금 전에 자신이 여비가 부족한 걸 걱정했던 걸 떠올렸다. 그때 케네이드는 손아귀에 수북한 은화를 꺼내놨다. 그걸 본 레피온은 '그래, 저게 있으면 여비 걱정이 없으니 참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었고, 그 순간 케네이드는 씩 웃어 보였다.


"알기 쉬운 분이시군요. 마음에 들어요. 그거 압니까? 전 여태껏 검사님을 보며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평생을 행복하게 보낼 인연인 사람들이라도 길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이로 끝나기도 합니다. 제대로 관계가 시작되려면 무언가 동기가 필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검사님께 조금 더 호의를 보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왼손에 든 은화를 오른손으로 쓱 어루만지자 금화로 변했다. 환술일지도 모르는 광경을 봤는데 레피온은 경계심이 들긴커녕 신기한 묘기를 봐서 신이 났다. 또 자기가 받을 돈이 금화로 바뀌어서 기뻤다. 그러고 나서 상대의 얼굴을 보니 어째서인지 이 창백하고 뿔난 인간에게 '진실 된 친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자, 그럼 계약을 하죠. 제 손 위에 있는 금화는 180개입니다. 선금으로 드리죠. 이 길을 계속 가시면 곧 평원이 나오고 높은 언덕이 나옵니다. 꼭대기에 별을 보는 자들이 만든 천문대가 있죠. 그 언덕 뒤에 뭔가가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알아봐 주십시오."


금화 180개면 멋진 농장을 사고도 남을 돈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고맙습니다.'라고 기쁘게 승낙하려는 순간....


"그럼 계약서를 작성할까요? 깨끗한 상태에서의 계약입니다."


케네이드가 "깨끗한 상태"라고 말하는 순간 레피온의 기쁘고 즐거운 기분, 상대에 대한 호감 같은 게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에 의심과 겁이 마음속을 채웠다.


"자, 자, 이리 와서 앉아봐요. 오래 걸리진 않아요."


케네이드는 길가의 바위에 레피온과 함께 앉았다. 그리곤 서류철을 꺼내 능숙히 서류를 작성했다. 레피온은 그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방금 은화가 금화로 바뀌었는데 그게 다시 또 돌로 바뀌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환술사들은 의외로 그런 사기를 치지 않는다. 환술이라는 희귀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그걸로 합법적인 일을 해도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럼 방금 내가 본 건 뭐지?!'


그 사이에도 케네이드는 한쪽 팔로 필기판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 계약서를 써나갔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또박또박한 글솜씨였다. 그는 계약서를 레피온에게 같이 보여주면서 내용을 확인시켜주었다.


"일단 비밀엄수의 의무가 있고... 당연하겠죠. 많은 금화를 들인 제 의뢰의 목적은 결국 정보를 사는 겁니다, 그 정보는 필요하다면 제가 독점 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액수에 대해선데.... 오늘만 장사하는 놈들은 정작 계약서엔 '주머니에 들은 것 전부', '당신이 봤던'같은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즐겨쓰죠. 하지만 케네이드 상회 이름으로 나오는 계약서엔 그런 게 없습니다.

계약서엔 금화 180개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선금 지급이죠."


믿음직한 말이었지만, 레피온은 아버지가 가르쳐줬던 것이 떠올랐다.


'노련한 거짓말쟁이란 99마디의 알 수 있는 진실로 믿게 만든 뒤 확인할 수 없는 1가지로 거짓말을 한단다.'


레피온은 생각한다. '그러면 여기서 알 수 없는 한마디의 거짓말은 무엇일까?' 그러나 콕 찍어 짚이는 게 없었다. 어쩌면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게 다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사실이고, 계약에 속임수가 없다면 엄청난 행운이다. 레피온은 방금 전까지 여행의 마지막에 며칠을 굶을 걸 걱정하고 있지 않았는가? 만약 금화 180개를 벌 수 있다면 아버지가 용병대에 졌다는 빚 자체를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더는 이 힘들고 불안한 여행을 그만해도 되는 게 아닐까?


아버지는 레피온에게 '기회비용'이란 것도 배우게 했다. 너무 생각이 많아 판단이 더딘 아들을 걱정한 아버지가 일부러 돈을 주고 선생님을 사 와서 배우게 한 개념이었다.


그걸 위해 레피온이 자신이 잃을 걸 세어보았다.


'나한테 남은 게 뭐가 있지? 나를 내쫓아낸 부모? 주린 배를 움켜쥐며 앞으로 5주를 걸어가야 하는 여행? 앞으로 용병대에 들어가 화살받이로 죽을지도 모르는 미래?'


....없었다.

차라리 일이 잘못되어 여기서 끝난다면 덜 괴로울 삶일지도 모른다.


"계약하죠."


레피온은 더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자포자기였다.


그런 레피온을 보는 케네이드의 표정에는 마치 끝내주는 브랜디를 맛본 듯한 만족감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자조감에 젖은 레피온은 그걸 살필 여유가 없었고, 케네이드는 곧바로 친절하면서도 또박또박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검사님이 가게 될 곳은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공간이죠. 사실 제가 제공하는 위험수당의 상한은 금화 300개입니다.

하지만 마계와 비슷한 환경에서 저는 약간의 힘을 쓸 수 있습니다. 그걸로 검사님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적당한 보수는 금화 30개를 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제가 드리는 금화 중 150개는 검사님께 제 이름을 좋게 기억하게 하기 위한 호의인 거죠.

그렇다고 '최선을 다하겠다' 같은 아무 의미 없는 내용을 계약서에 쓸 수는 없죠. 그래서 다음의 대목이 있는 겁니다."


-만약 피의뢰인이 이 의뢰로 사망, 실종, 중상해를 입을 경우 의뢰인의 유가족에게 300골드를 지급한다.-


케네이드는 레피온의 지갑이 있는 곳을 펜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검사님의 그 돈에는 냄새가 납니다. 쪼들리는 상황에서 힘껏 짜내어 모아서 준 돈의 냄새가. 분명 사연이 있는 거겠죠. 그 돈을 마련해 준 건 소중한 가족일 테고요. 금화300개면 최악의 상황에도 충분한 보상이 될 겁니다. 하지만 죽은 자를 위해 300골드를 잃는 건 제 입장에서도 최악의 상황 중 하나니 일어나지 않게 해야겠죠."


돈의 내력이 냄새로 난다니, 얼핏 들으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건만, 레피온은 한 구절만 마음에 되새기고 있었다.


'짜내어 모아서 준 돈...'


레피온은 부모님이 얼마 전부터 씀씀이를 줄이려고 했던 게 떠올랐다. 농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역시 뭔가 이유가 있었을까?


레피온이 순순히 집을 떠났던 데엔 부모님에 대한 일말이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부모님이 얼마 안남은 돈을 자신을 위해 짜내어 모아준 것이라면.... 부모님에겐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뿐 레피온을 사랑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믿기엔 지금의 레피온은 너무 괴로운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소중히 여겨준 부모님이 날 갑자기 버린 건 역시 이상해.'


하지만 정말 버려진 것이라면? ....하는 불안도 든다. 하지만...


'설령 버린 것일지라도, 17년 동안 그 어떤 부모보다도 날 사랑해주셨으니 그것만으로 감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계약서에 서명해야겠단 마음이 강해졌다. 자신이 죽어도 금화 300개나하는 보상금이 돌아간다면 부모님은 곤경을 벗어나리라며.


사실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불하겠다는 말부터가 의심스럽다. 아무도 모르게 죽은 자의 유족에게 누가 보상금을 지불할까?


그러나 거짓말이래도 레피온에겐 더 잃을 게 없다. 레피온은 서류에 자신의 이름과 부모님의 인적사항을 적었다.


레피온이 계약서에 서명하자 한동안 서명을 들여다보던 케네이드는 뭔가 복잡한 미소로 레피온을 바라본다.


"레피온 리어스덴... 이것 참... ....재미있네요. 검사님은 어쩌면 다른 이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서류를 정리하고 케네이드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보이지 않는 줄을 허공에서 잡아 늘이는 듯한 행동을 하더니, 곧 레피온에게 팔을 벌려보라고 하고는 허리에 그것을 묶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레피온의 허리에도 뭔가 감기는 감촉이 있었지만, 곧 사라졌고, 손으로 만져봐도 잡히는 건 없다.


레피온은 계약서에 사인도 했으니 천문대를 향해 길을 간다.

케네이드는 레피온이 10m 정도 길을 가는 걸 지켜보다가 허공에서 뭔가를 당기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레피온은 잠깐 배가 조이며 당겨지는 느낌과 주의의 광경이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잘 작동하는군요."


10미터 뒤에 있어야할 케네이드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자 레피온은 깜짝 놀랐다. 케네이드가 바로 곁에 있는 것이다.

케네이드가 레피온을 쫓아온 건 아니다. 계약서에 서명한 바위를 보니 케네이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놀란 레피온과 눈이 마주친 케네이드는 씩 웃으며.


"저는 마계와 비슷한 환경에선 몇 가지 재주를 부릴 수 있죠. 설명해드리긴 어렵지만, 검사님의 무사귀환을 위한 겁니다. 자, 행운을 빕니다. 천문대 너머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주세요!"


거수경례를 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13 A5
    작성일
    21.03.05 20:31
    No. 1

    삽화는 직접 그리시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凶星之男
    작성일
    21.03.06 00:18
    No. 2

    네, 직접 그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하무린
    작성일
    21.04.05 17:37
    No. 3

    작가님 잘 보고 가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凶星之男
    작성일
    21.04.05 18:43
    No. 4

    제 글은 철포삼의 경지로, 평범한 내공을 가진 자는 조회조차 힘들고 연독이 가능한 자는 수십만이라는 문피아 독자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외다.
    추천을 박을 수 있는 자는 그들 중에도 없어, 적어도 다음 세대까지는 없으리라며 내심 자신했건마는 나의 오만이었소.

    한번은 요행이려니 넘어갈 수 있지만 두 번째를 가벼이 넘어가선 경적필패리니, 사정을 알아보니 문피아에서도 내놓으라는 본좌셨구료.

    덕택에 이 후배가 문피아의 넓음을 배웠으니 선배께선 앞으로도 방문하시어 가르침이 되시길 청하리이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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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협력하는 정탐꾼 21.03.08 31 0 12쪽
12 칼한제국의 결사대 21.03.07 48 0 11쪽
11 천문대가 있는 언덕 21.03.06 46 0 12쪽
10 칼한제국의 통치 21.03.05 84 0 11쪽
9 마수 글라운트 21.03.04 74 0 11쪽
8 800년 전의 만남 21.03.03 45 0 12쪽
7 꼬치로 꿰인 인연 21.03.02 67 0 13쪽
6 캐트시 21.03.01 74 0 12쪽
5 죽음의 문턱 21.02.28 109 0 12쪽
4 소년과 마족과 결사대 21.02.27 89 0 13쪽
3 사냥개 고블린 21.02.26 82 0 14쪽
» 마족 상인의 의뢰 +4 21.02.25 115 1 12쪽
1 쫓겨난 소년은 악마를 만났다 (표지+삽화) +2 21.02.24 18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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