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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전쟁 프리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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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4.18 11:13
최근연재일 :
2020.05.1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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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5.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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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전쟁_한스 짐버의 이야기(5)

DUMMY

한스 짐버의 이야기


- 기록 10일째.


생각해보니, 그렇게 큰 소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도움은커녕 대피로조차 열어주지 않은 왕국의 수도.


기웃기웃 하늘을 바라보며 초췌한 몰골의 사람들이 발길을 옮긴다. 어제 벌어진 일이 또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제 날개 찢긴 알바트로스 용이 또 다른 무리를 몰고 와 보복하면 어쩌지?

아니, 차라리 날짐승이면 다행이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살쾡이나 표범, 사자 같은 맹수로 성체가 된 용들이 공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저것 몰려오는 걱정에 신경이 곤두선 채 이동을 계속했다.


어제 용에게 엄청난 공격을 성공시켰던 금발의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작은 체구에서 그 거대한 창을 날려 보낸 것도 대단하지만, 어제 그가 던진 창에 휩싸인 푸른색 기운이 더 엄청난 것이라 한다.


용의 무기.

발톱도 근육도 없는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였던 용에게 살아남아 이렇게 번성하고 있는 아주 큰 이유가 바로 ‘용의 무기’ 이다.


아직 얼마나 남아있는지, 그리고 누가 가지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되어 있는 인류의 도구가 그 기사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그것은 우리의 목숨을 살려냈다.


용의 무기에 대해서는 오히려 용보다 더 많은 조사가 이루어져 있었다.

가문의 선조께서도, 대포식활동 전부터 이미 용의 무기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 하나를 얻기 위해 정말 많은 재산과 영지를 쏟아부으셨다고 했다.


일단, 용의 무기는 문자적 표현이 용의 무기이지 실제로 무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간 인류의 역사에 등장했던 여러 용의 무기들을 나열해보면, 오히려 무기의 형태보다는 보석이나 장신구의 형태를 띠는 것들이 많았고 종종 갑주나 방패의 형상을 한 것들도 존재했다.

그 중 유명한 게, 구 서피에르 왕국의 여왕이 착용했었다는 ‘진홍의 아뮬렛’ 이라던가, 아니면 레인교의 3대 보물 중 하나인 ‘부활의 화염칼날’ 정도가 있다.


금발의 기사가 사용한 어제 그 창은 분명 역대급 용의 무기인 게 틀림없는데··· 그 정도 되는 기사가 왜 이런 보충병력 인솔이나 하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다른 기사들도 금발의 기사가 상당히 어려 보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깍듯이 대하는 게 느껴졌었다. 고위 귀족쯤 되나 보다.


어쨌든 이런 용의 무기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용에 대한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한다. 모두 통일되진 않지만 어떤 방식이건 용을 무력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들을 내재하고 있고, 주인의 의지와 무기의 의지가 하나 되었을 때 발현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이 또 굉장히 중요한데,

‘무기의 의지’ 라는 건 용의 무기에 자아가 있다는 말이고 그건 곧 용의 무기도 하나의 생명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꽤나 흥미로운 사실이다.

어떻게 금속으로 된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사유하고 능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


용의 무기의 특징 두 번째는, 앞서 말한 것처럼 형태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특정한 조건을 갖출 때 주인의 의지에 따라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고, 더 강력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기록에 남은 용의 무기 변화는 단 한 번.

대포식활동의 마지막을 장식한 우두머리 용 ‘헬리코프’ 를 처치하였을 때뿐이라고 한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유령기사단의 수장이 완전히 개방한 용의 무기를 사용했었고, 그 덕분에 인류는 이렇게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그렇듯이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며 영웅들에게 전해 내려져 온 보물들이 어째서 세상에 많이 노출되지 않는 것일까.


그건 바로··· 수명 때문이다.

용의 무기는 자격이 있는 ‘인간’ 만이 다룰 수 있고, 그 엄청난 기운은 인간의 수명을 갉아먹는다.

마치 용의 심장을 인간의 몸이 이겨내지 못하는 것처럼, 무기의 기운을 인간의 생명력이 버텨내지 못하는 것이다.


어제 용에게 일격을 날린 그 금발기사도 그래서 처음부터 무기를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 또래도 안되어 보이던데··· 그래도 그는 선택받은 자니까 어떻게든 해내겠지? 귀족으로서도 선택받고, 용의 무기 주인으로서도 선택받고.


나는 숲지기로서의 삶이 좋다.

뭐 가끔 꼬마들에게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용 관련한 이야기보따리들이나 좀 풀어내고, 어머니 건강 챙기면서 굴곡 없이 변화 없이 살고 싶다.


전쟁? 세상의 평화?

솔직히 내 일상에 변화가 없다면, 왕이 누구든 누가 나를 지배하든 별로 관심이 없다.

내가 이 전쟁에 따라나선 것은, 그 일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고 점점 다가오는 위협이 그 일상을 곧 깨부술 것만 같다.


50년 전 용들의 대포식활동때의 기록은 꽤 상세하게 남아있었다. 특히 조부께서는 선대에서 물려받은 용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당시 꽤 공을 세우셨다고 들었다.

물론 그게 가문을 다시 일으킬만한 엄청난 부와 권력을 몰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가문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얼마 안 되지만 숲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나 보다.


다른 이야기들보다도, 조부께서 직접 작성하신 대포식활동의 기록을 어렸을 때부터 참 많이 봤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제일 가까이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거니와, 그걸 직접 겪은 조부께서 직접 손자에게 꺼내 보일 수 있는 흥밋거리였나보다.


용들의 대포식활동 무렵, 정체를 알 수 없는 ‘용’ 이라는 미지의 생명체를 대하는 인간의 방법은 ‘경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딱히 잡아서 조련하지도 못할 짐승들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고, 용들도 굳이 자신들에게 손대지 않는 인간들을 경계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의 재난은 항상 몇몇 정신병자들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식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다양한 요리문화가 번성하여 독특한 음식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던 시절, 굳이 용 고기를 먹어보겠다고 사냥대를 만들어낸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왕은 용고기를 먹은 병사들에게서 일어나는 의도치 않은 변화에 굉장히 고무되었고, 사형수나 노예, 자원자에 한해 ‘용살병’ 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용살병은 용을 죽이는 병사가 아니고, 용과 같은 힘을 내고 죽어버리는 일종의 자살부대 같은 것이었다.


목숨을 대가로 얻게 된 엄청난 전투력을 바탕으로 그 왕국은 영토를 넓혀 나갔고, 대륙 모든 국가의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더욱 용살병을 전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생명을 대가로 한 그들의 말로는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결코 인간보다 열등하지 않았던 용들은 생존을 목적으로 그 나라를 기점으로 포식활동, 즉 인간 말살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고 어리석고 무모한 왕 때문에 그 나라의 국민과 문명은 대륙에서 사라져 버렸다.


성난 용들은 더욱 폭주하며 주변 국가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소통조차 할 수 없었던 적과의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그것은 전투라고 할 수 없는 그저 야생의 먹이사슬이었고 용은 분명 인간보다 상위 포식자였다.

왕국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국경을 막아내기에 급급했고, 짐승을 부리는 용들까지 나타나며 전 세계의 인류가 멸종 위기에 이를 지경이 되었다.


남은 사람들은 이제 나라와 국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는 인류 연합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그들은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인간들이 힘을 모아 하나둘씩 전쟁에서 승리하자, 사람들은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곧 ‘그’의 등장으로 인류의 희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우두머리 용, ‘헬리코프’의 등장.


인간들이 굳이 그에게 우두머리 용이라는 표현을 만든 이유는, 헬리코프의 모습이 전설 속 기록된 고대생물의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지금 세상에 지천으로 보이는 용은 짐승에 기생하여야만 성체로 자라날 수 있었고, 그 모습은 숙주가 된 짐승의 모습을 기반으로 한다.

늑대가 숙주인 용은 기본적으로 늑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고, 독수리가 숙주인 용은 독수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헬리코프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전혀 본 적이 없고,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모습의 거대한 생명체.


기록된 묘사는 그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전체적으로 한눈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고, 멀리서 보이는 모습은 마치 엄청난 크기의 상어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것에게는 피막이 덮힌 날개가 있었고, 단단해 보이는 발톱이 돋아난 네 다리가 있었으며, 눈과 콧구멍 그리고 아가미에서는 파란색 불꽃이 어른거렸다.

그리고 가장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것은 바로 아래턱에 솟아나 있는 톱니 모양의 이빨이었는데, 가히 덩치 큰 곰 한 마리 정도는 손쉽게 썰어 내버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와 위용을 쏟아내고 있었다. ]


헬리코프가 활동의 전면에 나선 후, 인간들은 수레바퀴에 깔려 터져버리는 개미 떼처럼 휩쓸려 사라져 갔다.

압도적인 공포로 인해 연합은 깨져 분열되었고, 그저 다음 사냥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다들 도망쳐 뿔뿔이 흩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인간의 멸종이 임박했을 때, 유령 기사단이 등장했고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처절한 사투를 통해 헬리코프를 처치할 수 있었다.


우리를 공격한 알바트로스 용은 내가 보기에 그 헬리코프 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평화는 우리의 의지조차 나약하게 만들어 버렸고, 나약한 의지는 곱절의 공포가 되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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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학살전쟁_한스 짐버의 이야기(7) 20.05.07 18 1 16쪽
6 대학살전쟁_한스 짐버의 이야기(6) 20.05.05 18 1 15쪽
» 대학살전쟁_한스 짐버의 이야기(5) 20.05.03 24 1 10쪽
4 대학살전쟁_한스 짐버의 이야기(4) 20.05.02 29 1 13쪽
3 대학살전쟁_한스 짐버의 이야기(3) 20.05.01 26 1 10쪽
2 대학살전쟁_한스 짐버의 이야기(2) 20.04.30 36 1 12쪽
1 대학살전쟁_한스 짐버의 이야기(1) 20.04.30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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