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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잃어버린 제국 백제를 찾아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술뫼도사
작품등록일 :
2022.02.07 14:02
최근연재일 :
2023.02.05 09:32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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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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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수 :
335,363

작성
22.02.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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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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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화. 고구려를 세우다!

백제를 향한 긴 여정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DUMMY

2화. 고구려를 세우다!


“진짜 부여의 왕자란 자가 왔단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몰골은 별로 왕자 같지가 않았어요.”

“몰골이 어때서? 키는 커? 얼굴은 잘 생겼어? 나이는 몇 살이래?”


소서노가 들떠서 마구 질문을 퍼붓자 시녀는 지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아가씨. 제발요.”

“내가 뭐?”

“이런 말 드리기는 그렇지만, 아가씨는 사실 아가씨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뭐?”


말을 듣던 소서노가 눈을 흘기며 시녀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뭐?”

“아, 아가씨는 애가 둘이나 딸린 아줌마잖아요······.”


시녀는 소서노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있었다.


“아줌마는 뭐 남자한테 관심을 보이면 안 돼? 그런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요······.”


소서노는 시녀에게 머리를 들이대며 따지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그 남자 잘생겼냐고?”

“네. 키가 훤칠하고, 피부는 하얗고, 눈은 부리부리하고, 코는 오뚝하고, 어깨는 떡 벌어진게······.”

“지금 그 남자 어디 있어?”


소서노가 시녀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군장님 방에요.”


시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서노는 이미 방문을 나가고 있었다.


“못 말려 정말! 우태 왕자님이 돌아가시고 울고불고 하던 게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저 난리람?”


낯선 남자가 왔다는 말에 들떠 후다닥 뛰어가는 소서노의 뒷모습을 보며 시녀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래도 우울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네? 호호호!”


방안에서는 계루나부의 군장 연타취발이 주몽과 그의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다.


“왕자님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신궁이시라면서요?”

“너무 과찬의 말씀입니다.”

“아닙니다. 우리 동이족의 이(荑)의 뜻은 ‘큰 것을 숭상하고 활을 잘 쏘는 민족’이란 뜻이 아니겠습니까? 활을 잘 쏘는 것만으로도 왕자님은 이미 하늘이 내신 분입니다.”

“이렇게 저희들을 받아 주신 것만으로도 과분한데, 그런 말씀은 민망합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미 왕자님의 이름인 주몽은 활을 잘 쏘는 신궁에게만 붙여지는 이름이 아닙니까? 주나라의 반을 차지했던 동이족의 나라 대서제국의 서언왕이 명궁이었고, 하나라 때 유궁의 예왕 또한 활을 잘 쏘았지요.”


계루나부의 군장 연타취발은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장사를 한 상인이었고, 고조선의 고서와 한나라의 많은 책을 읽은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였다.


“주나라의 반을 차지했던 서언왕이라고요? 저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주몽은 처음 듣는 서언왕에 대해 궁금하여 물었다.


“그러실 겁니다. 옛 기록에 의하면 서언왕(俆偃王)이 서융과 화이의 땅에서 서국이라는 왕국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나라를 쳐 서쪽으로 황하의 상류에 이르기까지 영토를 넓혔다고 합니다.”

“뭐가 뭔지 어렵군요.”


주몽이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그런데 재미있는 건 서언왕 역시 왕자님과 비슷한 출생을 했다는 겁니다.”

“네? 저와 비슷하다고요?”

“그렇습니다. 원래 서국은 안휘성 사현에 도읍을 정한 비교적 작은 나라였는데, 어느 날 궁인이 알을 낳아 버렸다고 합니다. 며칠이 지난 후 궁인은 다시 알을 가져다 방안에 두었고, 한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왔다고 합니다.”


연타취발의 장황한 설명에 옆에 있던 오이, 마리, 협보가 놀란 표정으로 한마디씩 하였다.


“어? 진짜 주몽 왕자님과 출생과정이 비슷하네?”

“그러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러니까 우리 왕자님은 하늘이 내신 분이란 거야.”


친구들의 말에 주몽은 겸연쩍어하였다.


“왜들 그래? 사람 무안하게······.”


주몽 일행을 빙긋이 웃으며 바라보던 연타취발은 다시 말을 이었다.


“원래 언왕의 언(偃)은 ‘활처럼 굽다’는 뜻을 가진 말이지요. 서언왕이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 운하를 뚫다가 붉은 활과 화살을 얻었고, 이에 양자강과 회수의 제후들이 복종하였는데, 모두 36개국이었다고 합니다.”


“우와! 진짜 엄청난 인물이었군요?”


재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였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서언왕은 제후들을 거느리고 주나라를 공격하였고, 이에 놀란 주의 목왕은 서언왕에게 섬서 동쪽의 제후들을 다스리게 했다고 합니다. 대륙의 반이 서언왕의 발아래에 놓인 것이지요.”


그때였다.


“아버지! 아버지!”


소서노가 호들갑을 떨며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어허! 손님이 계신 데 이 무슨?”

“어머! 손님이 와 계셨네요. 호호호!”


소서노는 방안에 있는 사내들을 둘러보며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제 여식입니다. 어릴 때부터 장삿길에 데리고 다녔더니 생긴 거만 계집이지,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사내입니다. 하하하!”

“아, 아버지······.”


연타취발의 말에 소서노가 부끄러워하며 낯을 붉혔다.


“어울리지 않게 웬 내숭이냐? 허허허!”

“아이 몰라요!”

“하하하!”

“하하하하!”


연타취발의 놀림에 소서노가 방을 뛰쳐나가자, 주몽과 일행들은 큰 소리로 웃었다.

부여에서 목숨을 걸고 내려와 모처럼 달콤한 휴식이었다.

주몽 일행은 연타취발 군장의 극진한 대접에 모든 시름을 잊고 쉴 수 있었다.


“여긴 계루나부인데, 졸본부여 또는 구려라고 부릅니다.”


오이가 밖에서 들은 이야기를 주몽에게 하였다.


“그나저나 우린 이제 어떡해야 합니까? 마냥 놀고먹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맞아요. 실컷 먹고 놀아서 좋긴 한데, 몸이 근질거려서 못 견디겠어요.”


마리와 협보도 답답한지 한마디씩 하였다.


“그래. 마냥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되겠지. 그럼 내일부터 너희들은 이곳의 상단 호위를 맡거라. 내가 군장님께 그리 말씀 드리겠다.”

“야호! 칼 쓰고 힘쓰는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주몽의 말에 오이, 마리, 협보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환호하였다.


*****


“호호. 정말 사내답게 잘 생겼단 말이야?”


소서노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씨!”

“또 왜?”


뒤에서 탁자를 닦고 있던 시녀의 부름에 소서노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주몽 왕자님이 몇 살인지나 아세요?”

“알지. 스물하나.”

“그럼 아씨는요?”

“난 스물아홉.”


소서노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였다.


“어머니!”

“엄마!”


소서노와 시녀가 주몽 이야기를 하는 사이 비류와 온조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오! 내 새끼들. 어서 오너라.”


열 살인 비류와 여덟 살인 온조를 안으며 소서노가 밝게 웃었다.


‘우태 왕자님만 그렇게 떠나지 않았어도······.’


시녀는 소서노와 그녀의 아이들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원래 소서노에게는 우태라고 하는 남편이 있었다.

그는 동부여의 해부루 왕의 서손이었다.

십여 년 전 소서노와 혼인을 한 그는 몇 년 전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성왕이 수도를 웅진에서 사비로 옮기고 국호를 남부여라고 했던 것은 백제의 뿌리가 동부여였기 때문이었다.


계루나부의 군장 연타취발이 비류수 강가를 홀로 거닐고 있었다.


“나의 뒤를 이을 우태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누가 있어 졸본을 지킨단 말인가?”


사위 우태가 세상을 떠나자 계루나부, 즉 졸본의 군장인 연타취발의 고심이 깊어졌다.

그에게는 아들이 없이 딸만 셋이었다.


“나머지 사위들이야 하나같이 변변찮으니······.”


그러다 문득 주몽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그가 온 것은 하늘의 뜻이야. 주몽에게는 기댈 언덕이 필요하고, 우리 계루나부에는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필요하다. 더구나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니, 하루라도 빨리 혼사를 성사시켜야겠구나.”


어둡던 연타취발의 얼굴이 비로소 밝아졌다.


“먼 옛날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지. 무리를 이끌고 내려온 환웅을 그곳의 토착세력인 곰족이 도왔고, 마침내 조선이란 나라를 세울 수가 있었지.”


연타취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너무도 맑은 하늘이었다.


“우리 졸본도 단군님들의 조선처럼 훨훨 날아오를 거야. 암 그렇고 말고!”


휘청!


갑자기 연타취발이 쓰러졌다.


“이런, 서둘러야겠구나.”


연타취발은 안간힘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비척거리며 궁으로 향하였다.


주몽과 소서노의 혼인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타취발이 세상을 떠나자 주몽이 졸본의 새로운 군장이 되었다.

주몽은 비류와 온조를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였다.

안으로는 백성을 다독이며 밖으로는 영토 확장을 꾀하였다.


“먼저 말갈 부족을 쳐 복속시킬 것이니, 만만의 준비를 하시오.”

“네. 군장님!”


주몽은 국경에 산재하고 있던 말갈 부족들을 하나하나 복속시켰다.

그리고 비류국을 복속시키고 그곳의 왕이었던 송양을 다물후로 삼았다.

다음으로 오이와 부분노를 시켜 백두산 동남방에 있던 행인국을 점령하였다.

세 번째로 읍루와 접하고 있는 북옥저를 병합하였다.

주몽이 즉위한 지 10년째 되던 해였다.


그 사이 주몽은 나라 이름을 바꾸었다.

당시 압록강 변에는 발달된 제철 기술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정치집단들이 형성되었는데, 이를 ‘나(那)’라고 하였다.

주몽을 도와 나라를 건국한 환나부, 연나부, 관나부, 비류나부, 계루나부 등이었다.

이곳 졸본, 즉 구려 사람들은 고조선이나 한나라, 부여 등을 상대로 무역을 하였으며, 필요에 따라 협력하거나 저항하며 자신들의 세력을 키워왔던 것이다.

주몽은 작은 나라였던 구려에 ‘위대한’, ‘숭고한’ 등의 뜻을 지닌 고(高)자를 덧붙여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해씨였던 자신의 성을 고씨로 바꾸었다.


*****


쏴아아아아아아.


한줄기 소나기가 시원하게 쏟아졌다.


비가 그치고 비안개가 자욱하게 낀 늦여름 오후,

부여의 어느 작은 마을에 한 여인이 물동이를 이고 오고 있었다.

반대쪽에서는 열 살가량의 사내아이가 자신이 직접 만든 활로 나무 위에 앉아있는 새를 잡기 위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핑.


화살이 날아갔다.


퍽!

쨍그랑!


화살이 적중한 것은 새가 아니라 여인이 이고 오던 물동이었다.


“세상에! 이를 어쩜 좋아?”


여인은 깨진 물동이를 보며 화가 나 소리쳤다.


“누구야! 도대체 어느 놈의 짓이야?”

“죄송해요. 제가 실수로 그만.”


활을 겨눴던 사내아이가 여인에게 다가가 머리를 조아렸다.


“오호라! 유리 바로 너였구나. 역시 아비 없이 자라 버릇이 없구나.”


여인은 말에 큰 충격을 받은 아이는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갔다.


“어머니. 왜 저는 남들 다 있는 아버지가 없는 거예요? 엉엉엉!”


서럽게 우는 아이를 보며 예씨 부인은 모든 것을 털어놓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유리야. 사실은 네 아버지는 살아 계신단다. 사정이 있어 남쪽으로 내려가셨는데, 가시면서 말하기를 '일곱 개의 모가 난 돌 위 소나무 아래 칼 조각을 숨겨놓았으니, 아이가 자라거든 그것을 찾아서 내게 오라 하시오'라고 하셨단다.”

“네?”


아이는 그날 이후로 산과 들을 다니며 소나무 아래 일곱 모가 난 돌을 찾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지만, 아버지가 남겼다는 신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들과 산을 헤매다 돌아온 소년, 아니 이제 청년은 초가 툇마루 위에 지쳐 쓰러졌다.

깜빡 잠이 들었던 청년은 불현 듯 뭔가 생각이 났는지, 초가집 기둥을 바라보았다,

소나무로 만든 기둥을 받치고 있는 것은 일곱 모가 난 주춧돌이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버지의 신표가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소년은 기둥과 주춧돌 사이에서 부러진 검 조각을 꺼내 들고 망연자실 서 있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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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구토지설 23.02.05 30 0 14쪽
58 58화. 춘추의 눈물 23.01.28 35 0 12쪽
57 57화. 미륵사 창건 23.01.23 43 0 13쪽
56 56화. 조메이 천황, 나는 백제인이다! 23.01.14 42 0 12쪽
55 55화. 수나라의 멸망과 당나라의 등장 23.01.07 45 0 13쪽
54 54화. 수양제의 집착 23.01.02 100 0 12쪽
53 53화. 소용돌이 치는 천하 22.12.27 49 0 14쪽
52 52화. 서동 백제의 황위에 오르다! 22.12.26 52 0 12쪽
51 51화. 옥좌인가? 연모인가? 22.12.23 104 0 13쪽
50 50화. 피어나는 연정 22.12.19 51 0 12쪽
49 49화. 원수에서 연인으로 22.12.16 55 0 12쪽
48 48. 내가 서동이요! 22.12.14 49 0 12쪽
47 47화. 타오르는 불씨 22.12.12 45 0 12쪽
46 46화. 서동요 22.12.10 94 0 13쪽
45 45화. 선화공주 22.12.08 51 0 15쪽
44 44화. 폭풍전야 22.12.07 95 0 12쪽
43 43화. 승천을 준비하는 용 22.12.01 63 0 14쪽
42 42화. 위덕왕의 죽음과 백제의 내분 22.11.30 113 0 14쪽
41 41화. 수나라의 고구려 침공 22.03.31 78 0 12쪽
40 40화. 용의 아들 22.03.28 68 0 14쪽
39 39화. 가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22.03.26 61 0 12쪽
38 38화. 관산성 전투와 위덕왕의 절규 22.03.25 71 0 12쪽
37 37화. 신라의 배신과 성왕의 최후 22.03.23 105 0 13쪽
36 36화. 흑치국을 지나 천축국으로 가다! 22.03.18 75 0 11쪽
35 35화. 곤륜의 사신을 바다에 던지다! 22.03.16 57 0 11쪽
34 34화. 머나먼 남쪽 바다를 향하여! 22.03.15 60 0 12쪽
33 33화, 대백제 다시 날아오르다! 22.03.13 69 0 12쪽
32 32화. 왜국의 천황을 갈아치운 무령왕 22.03.10 99 0 12쪽
31 31화. 무령왕의 등극과 섭라 정벌 22.03.09 5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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