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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잃어버린 제국 백제를 찾아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술뫼도사
작품등록일 :
2022.02.07 14:02
최근연재일 :
2023.02.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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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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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화. 머나먼 남쪽 바다를 향하여!

백제를 향한 긴 여정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DUMMY

34화. 머나먼 남쪽 바다를 향하여!


돌무더기 위에 솟대 여러 개가 가지런히 꽃혀 있고,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평상위에서 노인들이 장기나 바둑을 두며 웅성거렸다.


“뭐시여, 이번에 나라에서 상단 일꾼을 더 뽑는다고라?”

“아따, 여태 뭔 소릴 들었당가?”

“들리는 말로는 이번에는 저 멀리 곤륜까지 간다는구먼.”

“워매! 그 먼길을 간다고라?”

“그렇당께. 대신 한 번 갔다오면 평생 먹고 살 재물을 준다는구먼.”

“어따. 내가 십년만 젊었으면 도전해보는 건데, 아쉽네잉.”

“그라쟤. 나도 쪼까 아쉽구마잉.”


노인들의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마을 청년 반남이와 나불이가 끼어들었다.


“방금 하신 말씀들이 사실이어라우?”

“아, 글씨 반나부리현에서 일하는 아들한테 들은 거라 확실하당께! 더 알고 싶으면 지금 당장 관아로 가보랑께!”


반남이와 나불이는 노인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관아를 향해 달려갔다.


그날 밤,

젊은 남녀 두 쌍이 달빛 아래서 만나고 있었다.

낮에 보았던 반남이와 나불이, 그리고 그들의 짝인 자미와 배꽃이었다.


“안 가면 안 돼? 거기가 어디라고 간다고 그래?”

“이미 관아에 신청을 해놔서 네가 아무리 말려도 어쩔 수 없어.”

“그런 게 어디 있어?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여인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걱정 마!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돌아올 테니까. 내가 돌아올 때쯤이면 뱃속의 아이가 서너 살은 되어 있겠지?”


반남이는 자미의 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몰라!”


투정을 부리는 자미를 반남이가 꼭 끌어안았다.

짙은 구름 사이로 달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종달새가 높이 날고 왕벛꽃이 눈이 부시게 휘날리던 봄날이었다.

영산강가의 나루터에는 여러 척의 황포돛배가 정박되어 있었고, 일꾼들이 볏가마니나 비단 등의 교역 물품들을 싣고 있었다.

그 틈에 반나부리현의 반남이와 나불이도 보였다.

드디어 출항 준비가 끝이 났다.

곰나루에서 출발한 1차 선발대가 영산강에서 다시 합류한 것이다.

엄청난 선단이었다.

이번 선단의 통솔자는 저미문귀 장군과 주리즉차 장군이었다.


“모두들 들어라! 우리는 이곳을 출발하여 탐라, 유구를 지나 대두를 거쳐 곤륜에 이르는 머나먼 항해를 할 것이다! 중도에 태풍이나 해일, 심지어 해적들을 만날 수도 있다.”


선단의 최고 통솔자인 저미문귀 장군의 음성은 비장하고도 자신감에 넘쳤다.


“그러나 이곳에 다시 발을 딛는 순간 여러분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부자가 될 것이다! 나를 믿고 따르겠는가?”

“네, 장군! 따르겠습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먼 길을 떠나는 선원들과 이들을 호위하는 군사들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선원들이 배의 난간에 서서 배웅하는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야, 나불이! 한 눈 팔지 말고 건강하게 잘 다녀와야 해!”

“걱정말랑께! 난 너밖에 없당께!”

“아가씨. 돌아와서 뵐게요!”

“잘 다녀오세요!”


사랑하는 이들과의 작별을 고하며 대선단은 영산강을 떠나 탐라를 향해 힘찬 출항을 시작하였다.

대백제를 알리는 황색의 깃발이 갯바람에 힘차게 펄력였다.


서력 523년(성왕 1년), 백제 곰나루성.


털중나리와 노루오줌이 수풀사이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지금 또다시 대륙이 요동치고 있다하오. 이곳저곳에서 군사들의 봉기가 연이어 일어난다고 하니 짐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다시 옛 백제의 영토를 찾으려고 하오.”


무령왕의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른 성왕이 신하들 앞에서 소회를 밝혔다.


“하여 짐은 잠시 대륙으로 건너가 고토회복에 주력할 것이니, 경들은 태자를 도와 도성을 잘 지켜주길 바라오.”

“네. 어라하!”


성왕의 움직임은 세작들을 통해 곧바로 고구려에 알려졌다.

안장왕이 신하들과 백제의 정세에 대해 논의하였다.


“뭐요? 이번에 백제의 왕위에 오른 자가 또다시 대륙의 영토를 넓히려 한다고요?”

“그러하옵니다. 태왕 폐하!”

“그럼 그 전에 우리가 먼저 황하 이북의 땅을 되찾아야 하오. 하니 즉시 군사들을 보내 백제를 치시오.”

“네. 폐하!”


안장왕의 명을 받은 고구려의 수만 대병이 흙먼지를 휘날리며 남쪽으로 말을 몰았다.


두두두두두두.


“어라하! 고구려 군사들이 몰려오고 있다하옵니다.”

“뭐라? 고구려가 먼저 군사를 일으켰다고?”

“그러하옵니다. 지금 수만의 군사들이 패수를 향해 몰려오고 있다 하옵니다.”

“흠? 누가 저들을 막겠는가?”

“소장 지충이 막겠사옵니다!”

“좋다! 기병 1만을 내어줄 테니 고구려의 남하를 막아라!”

“네. 어라하!”


지충 장군이 군례를 올리고 나가자 성왕은 미소를 지었다.


“지충은 문무를 겸비한 장수이니 능히 적을 막을 것이오. 하지만 고구려는 계속해서 우릴 위협할 것이오. 하니, 양나라와 신라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여야 하오.”

“그러하옵니다. 어라하! 신라가 한수 유역에서 고구려의 발목을 잡고, 양나라가 등 뒤에서 위협하는 형국이라면, 고구려는 함부로 군사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옵니다.”

“옳은 판단이오.”


성왕은 병관좌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태자에게 일러 웅진성을 축성하여 도성의 방비를 튼튼히 하라 하시오.”

“네. 어라하! 내일 날이 밝는 데로 곰나루에 사람을 보내겠사옵니니다.”


성왕은 대륙백제의 위례성에서 아버지 무령왕에 이어 영토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곰나루 백제는 20대의 태자 장이 이끌고 있었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맑았다.

수천의 군사와 선원들로 구성된 백제의 대선단은 탐라를 뒤로하고 유구를 향해 항해하고 있었다.


끼룩 끼룩.

끼룩 끼룩.


반나부리현 출신의 반남이와 나불이는 갑판에 서서 눈앞으로 넓게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 달 사이에 수염이 자라고 햇빛에 그을려 피부는 검게 변하였다.


“지금 가는 유구는 어떤 나라일까?”

“글쎄? 별다르지는 않을 거야. 이미 근초고왕 때부터 백제인들이 건너가 터전을 닦았기 때문에 성이나 집, 우물 같은 건 곰나루와 비슷할 거야.”


나불이의 말에 반남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검은 얼굴 사이로 드러난 이가 더욱 하얗게 보였다.


“에이, 그럼 별로 재미 없겠는데?”

“아니, 경치가 다르고 음식이 다르잖아. 더구나 거기 원주민 여인들도 예쁘대. 하하하!”

“오, 그래?”


시큰둥하던 나불이의 표정이 금새 밝아졌다.


“자식! 여인은 배꽃이 밖에 없다더니, 여인들이란 말에 금방 화색이 도네. 하하.”

“아니야. 난 거기서 먹을 색다른 음식에 기뻐한 거라고! 저, 정말이야.”

“그래? 그럼 말은 왜 더듬어?”

“내, 내가 언제?”


옥신각신하고 하고 있는 반남이와 나불이를 보며 상단을 이끌고 있는 행수가 빙그레 웃었다.

여인이었다.


성왕의 예상대로 지충은 고구려 군사들을 패퇴시켰다.


그 무렵 가야에서는 미묘한 움직임이 있었다.

섭라 지역의 영토 분쟁 이후 백제와 가까이 지내던 가야는 마음을 바꿔 신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고, 급기야 결혼 동맹까지 맺기에 이른다.

가야의 구형왕은 신라에 사신을 보내 결혼 동맹을 요청하였고, 이에 신라의 법흥왕은 이찬 비조부의 누이를 시집보냈다.


백제는 점점 고립무원의 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뭐요? 신라와 가야가 서로 혼인동맹을 맺은 것도 모자라 가야의 왕이 신라에 북쪽 땅을 떼어줬다고?”

“그러하옵니다. 저들을 그냥 두고 본다면 장차 우리에게 큰 화근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건 짐의 뜻도 같소. 왜와 연합하여 가야를 칠 것이니 지금 즉시 왜국에 사신을 보내시오.”


서력 527년,

성왕의 요청을 받은 왜국 조정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웠다.


“즉시 백제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야를 쳐야 하오!”

“그건 아니 되오. 이 모든 게 백제가 섭라를 강제로 병합하면서 생긴 일이오.”

“허, 그렇다고 본국의 명을 거역할 참이오?”

“본국이라니? 그건 경 같은 백제 출신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 토박이인 나하고는 상관없는 말이오.”


신하들의 갑론을박에 짜증이 난 계체천황은 언성을 높였다

“어허, 그만들 하시오! 군사 파병에 대해 논의를 하라고 했지 누가 서로 싸우라고 했소?”

“폐하! 지금 축자국의 국조 반정이 이 일에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하옵니다.”

“뭐, 뭐요? 그가 왜요?”

“원래 축자국의 국조 반정은 가야 출신입니다. 더구나 축자국은 가야인들이 세운 가야의 식민지이옵니다. 그러니 자신의 조국을 치는 일에 찬성할 리가 없지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감히 천황인 내 명을 거역하다니. 장수 근강모야는 지금 즉시 6만의 군사를 이끌고 가 저들을 징치하라!”

“네. 폐하!”


계체천황의 명을 받은 금강모야의 6만 대군이 축자국을 향해 치달았다.

그러나 가야의 우수한 철로 만든 철제무기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당시 가야의 철이나 갑옷은 주변 어떤 나라보다도 뛰어났다.


“뭐, 뭐라! 6만의 대군을 이끌고도 패하여 도망 왔단 말이냐?”

“송구하옵니다. 폐하! 저들의 저항이 워낙에 거센지라, 더구나 가야에서 가져온 갑옷은 어느 무기로도 뚫을 수 없었사옵니다.”

“허, 이거야! 그렇다면 이번에는 물부대련 녹록화가 군사를 이끌고 가 반정을 치라!”

“네. 폐하!”


결국 계체천황은 온 힘을 다하여 간신히 축자국의 반란을 진압하였다.


“허, 그러니까 왜에서 가야 파병문제로 내분이 일어나 축자국의 반정이 반기를 들었다가 왜왕이 보낸 군사들에 의해 목이 잘렸다고요?”

“네 어라하! 반정의 아들 갈자가 왜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군사를 물리면서 내분이 수습되었다 하옵니다.”

“허, 이거야, 그깟 가야를 공격하는데 뭐라 이리 복잡하단 말인가.”


성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많은 선원들이 뜨거운 열기를 피해 갑판에 나와 바람을 쐬거나 술을 마시는 등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보고 싶다.”

“나도.”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진짜?”


반나부리 출신의 두 시골뜨기들도 갑판 위에 앉아 고향에 두고 온 정인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이는 잘 크고 있을까?”

“잘 크겠지."

“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나도!”


반남이와 나불이가 넋두리를 하고 있을 때 상단행수 부용화도 뱃전에 기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달빛 아래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선녀가 하강한 듯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와! 백제 여인들은 미인이 많다더니 정말이었구나. 딸꾹!”


갑판 한쪽에서 술을 마시던 곤륜의 사신이 술병을 든 채 비틀거리며 상단 행수 부용화에게 다가갔다.


“괜찮다면 나와 함께 한 잔 하시겠소?”

“아, 아니오. 나는 술을 못하오.”


부용화가 뒤로 물러나며 정중히 거절하였다.


“에이. 비싸게 굴지말고 한 잔 하자니까!”


곤륜의 사신이 다짜고짜 부용화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찰싹!


사신의 뺨이 돌아갔다.


“아, 아니! 이 천한 장사치 계집이 감히 어디다 손을 대는 것이냐?”


사신의 호위무사가 칼을 뽑으며 금방이라도 벨 듯이 부용화를 향해 다가왔다.


“물러서라! 이 요망한 계집은 내 손으로 벨 것이다!”


술과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곤륜의 사신이 호위무사의 칼을 낚아채고는 상단 행수 부용화에게 다가갔다.


“아, 아! 진정하시오.”


그때 승복 차림의 한 사내가 두 팔을 벌리고 사신의 앞을 가로 막았다.


“네 놈은 뭐냐?”

“소승은 불경을 얻으러 천축국에 가는 겸익이라 하옵니다.”


중이 공손하게 합장을 하며 대답하였다.


“흥! 중놈 주제에 어딜 끼어드는 것이냐?”


뻥!


“어이쿠!”


사신의 발길질에 승려 겸익이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 패수

황하이남 산동성에 있는 강으로 오늘날의 소청하다.

* 축자국

오늘날의 기타큐슈

* 곤륜

베트남, 캄보디아, 버마 등이 포함된 동남아시아

* 유구

오키나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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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구토지설 23.02.05 30 0 14쪽
58 58화. 춘추의 눈물 23.01.28 35 0 12쪽
57 57화. 미륵사 창건 23.01.23 43 0 13쪽
56 56화. 조메이 천황, 나는 백제인이다! 23.01.14 42 0 12쪽
55 55화. 수나라의 멸망과 당나라의 등장 23.01.07 45 0 13쪽
54 54화. 수양제의 집착 23.01.02 100 0 12쪽
53 53화. 소용돌이 치는 천하 22.12.27 49 0 14쪽
52 52화. 서동 백제의 황위에 오르다! 22.12.26 52 0 12쪽
51 51화. 옥좌인가? 연모인가? 22.12.23 104 0 13쪽
50 50화. 피어나는 연정 22.12.19 51 0 12쪽
49 49화. 원수에서 연인으로 22.12.16 55 0 12쪽
48 48. 내가 서동이요! 22.12.14 49 0 12쪽
47 47화. 타오르는 불씨 22.12.12 44 0 12쪽
46 46화. 서동요 22.12.10 94 0 13쪽
45 45화. 선화공주 22.12.08 50 0 15쪽
44 44화. 폭풍전야 22.12.07 93 0 12쪽
43 43화. 승천을 준비하는 용 22.12.01 62 0 14쪽
42 42화. 위덕왕의 죽음과 백제의 내분 22.11.30 111 0 14쪽
41 41화. 수나라의 고구려 침공 22.03.31 77 0 12쪽
40 40화. 용의 아들 22.03.28 66 0 14쪽
39 39화. 가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22.03.26 59 0 12쪽
38 38화. 관산성 전투와 위덕왕의 절규 22.03.25 70 0 12쪽
37 37화. 신라의 배신과 성왕의 최후 22.03.23 103 0 13쪽
36 36화. 흑치국을 지나 천축국으로 가다! 22.03.18 74 0 11쪽
35 35화. 곤륜의 사신을 바다에 던지다! 22.03.16 56 0 11쪽
» 34화. 머나먼 남쪽 바다를 향하여! 22.03.15 57 0 12쪽
33 33화, 대백제 다시 날아오르다! 22.03.13 67 0 12쪽
32 32화. 왜국의 천황을 갈아치운 무령왕 22.03.10 97 0 12쪽
31 31화. 무령왕의 등극과 섭라 정벌 22.03.09 5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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