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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다시 한 번 마검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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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08 14:31
최근연재일 :
2024.05.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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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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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 북부 비무제

DUMMY


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에레베? 정말 에레베야?”


청색 눈과 은발. 얼핏보면 다가가기 힘든 차가운 인상을 가진 전속 시녀.


반가운 마음에 손을 뻗어 안으려 했지만, 그녀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평소라면 도련님의 응석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렸지만 오늘은 안 됩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데?”


해맑게 물어보자 한숨을 푹푹 내쉬는 그녀.


“비무제 아닙니까.”


“아 그게 오늘이었어?”


“예. 그러니 일찍 가서 이들에게 성실함으로라도 눈도장을 찍으셔야 합니다.”


성실함으로 눈도장을 찍으라는 그녀의 말에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어땠었는지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특기와 강점을 찾아 개척해나가는 와중 제 자리에 서 있는 반푼이.


그것이 내 현 주소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정확히 어느 시기로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기에 한 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번 비무제 득표율은 첫째 누님? 아니면 셋째 형님? 두분이 막상막하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두 분도 막강하시지만 여전히 철옹성 같은 에데브레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아하. 그랬지. 참. 에레베도 알잖아. 나 원래 그런거에 잘 관심 없는 거.”


“잘 알죠. 너무 잘 알아서 문제입니다. 언젠가 다른 분들이 가주님의 자리를 물려받으실텐데.이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셔서야 살아남으실 수 있으실지.”


다른이들이 이런 소리를 했다가는 경을 칠테지만, 에레베는 괜찮았다.


그녀는 시녀임과 동시에 죽을 때까지 나를 지켜야 할 기사이기도 했으니까.


그녀애게 내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 하는 대신. 그녀가 기억하는 익숙한 로난의 모습을 연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 옆에는 에레베가 있을텐데. 뭐 어때.”


“도련님!”


에레베는 눈 앞의 유약한 소년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을 지킬 힘은 조금 부족할지언정, 다른 이들이 가지지 못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강점 또한 자신에게 의존하기만 해서는 전혀 빛을 볼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에 날을 잡아 그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주려 했다.


하지만 이윽고 들려온 로난의 목소리 때문에 그 직후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나는 널 믿거든. 네가 스스로 생각하는 거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평소의 응석받이 도련님의 눈빛이라고는 한 톨도 보여주지 않은 채 진지하게 자신에게 말한 게 처음이었고, 진심이라는 것 또한 잘 전해져 왔으니까.


“저를 그렇게 띄워줘봤자, 제가 더 드릴 건 없어요. 이미 최선을 다해 로난님을 보필 중이니까요.”


그녀는 나에게 잘 손질된 검과 눈에 띌만한 옷들을 건네었다.


‘바뀌는 모습은 차차 보여주는게 좋을 것 같네. 한 번에 바뀌면 무슨 일 생긴거냐고 물을테니. 마침 아버지를 만나서 바뀔 계기가 되었다. 이 정도면 설득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테니까.’


“그럼 다녀올게. 집 잘 보고 있어. 에베라.”


***


비무제.


‘황도 비무제가 모든 이들의 출셋길이라면, 북부 비무제는 뒤가 구리거나, 사정이 있어 자신을 숨겨야 하는 이들의 출셋길이지. 가주의 혈통들에게는 우리가 이만큼 성장했어요라고 가주에게 보이는 행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저번 생에서는 나는 바깥에 나오지도 않았지만.’


비무제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북부인들을 보자 사색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저들의 미소를 지켜야 한다. 이거 꽤나 어깨가 무겁네.”


하지만 해야했다.


그러기 위해 다시 한 번 계약을 맺은 것 아닌가.


‘일단은 세피로트를 먼저 찾고나서 북부를 뜬다.’


하지만 그 계획에 앞서 나의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문제.


‘이번 생은 누구를 가주로 만들어야 할까.’


미래를 보고 온 입장으로서 북부는 이 곳 아스타시아는 가장 든든한 철벽이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후계자의 선정이 너무 늦었다는 것.


황도는 지금 이 시기부터 그들의 첩자가 활동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에 차질을 빚게끔 만들어야 했다.


상념을 방해하는 기분 나쁜 목소리.


이대로만 성장해 간다면 유력한 소가주 후보가 될 카르테. 그의 목소리였다.


“네가 이 곳까지는 어쩐 일이냐?”


주변에서도 그리고 스스로도 천재라고 믿고 있어서인지 말투에서부터 동생을 무시하는 느낌이 넘처 흘렀다.


아마 주변에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자신을 무시했겠지.


약강강약 그것이 그의 본성이니까.


“오셨습니까. 셋째 형님?”


지금 우리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인지 내 옆에 앉아 말을 걸었다.


말을 거는 와중에도 위 아래로 나를 읽어내려 제단하고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사냥하려는 독사처럼 말이다.


“너도 어쩔 수 없는 북부의 혈통이구나. 비무제를 보면 피가 끓고.어떠냐 지금이라도 비무제에 참가한다고 하는 것이.”


그와 한 마디라도 말을 섞는 것이 불쾌했지만 참아야 했다.


“형님이 무엇을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이유로 나온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어떠한 이유로 바깥을 나온게냐? 바깥을 나오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네가 말이야,”


“시녀의 잔소리를 피해 이 자리로 온 것입니다. 오늘 비무제만 참석한다면 일주일 동안 뭘하든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거든요.”


이 자리에 없는 에베라를 잔소리 쟁이로 만든 대답은 반만 맞은 것이었다.


본래의 나는 잔소리를 싫어했으나, 지금은 그런 잔소리마저 좋았다. 같이 떠들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나에게도 예외란 존재했으니 그 중 하나가 눈 앞에 있는 셋째였다.


“쯧. 북부의 혈통이라는 놈이 계집 하나도 휘어잡지 못해서야.”


좋은 형을 연기하며 주변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던 그였지만 내 말에 어딘가 빈정이 상했는지. 본래의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주었다.


“하하. 천성이 이런 것을 어찌합니까. 형님.”


“되었다. 좋은 말을 해주려고 해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잔소리로 들릴테니 내 입만 아프지.”


“하하하. 저는 이 자리에서 형님의 선전을 기원하겠습니다.”


선전을 기원한다는 말에 안 그래도 올라가 있던 어깨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그 자리에서 두 눈 뜨고 똑똑히 보도록. 우리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보여주마.”


어느 정도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여긴 것인지 그는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말만 남기고 바람 같이 사라졌다


카르테가 사라지자마자 그를 흉보는 존재.


그 존재가 나타나자 아까 카르테가 나타났을 때보다 웅성거림이 커졌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입만 산 불청객이 갔구나. 동생아.”


그녀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신경을 쓰는 대신 한 손을 휘저어 우리와 그들을 분리하는 장벽을 만들어냈다.


“오셨습니까. 작은누님?”


넷째. 오르테가도 카르테처럼 나를 훑어보았지만 사람을 제단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처럼 보였다.


이후 놀랍다는 듯이 내 양 어깨를 붙잡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게 물어왔다.


“일주일 새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니? 눈빛이 많이 깊어졌구나.”


카르테는 눈치채지 못했기에 그녀 또한 나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거라 생각했지만 자타공인 천재와 자칭 천재는 달랐다.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 되었다.


마법사라는 종족은. 그리고 천재 마법사의 호기심은 세상 그 어떤 욕망보다 강력한 원동력이었으니까.


“하하하..잘못 보신 것 아닙니까? 아니면 비무제 때문에 긴장을 한 제 모습을 착각하셨거나?”


머리를 긁적이며 몸의 힘을 한층 더 뺀 다음 우물우물거렸다.


다행히도 이 전략이 먹혀든 듯 오르테가 누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내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이내 햇살을 머금은 미소로 화답했다.


“비무제? 너는 비무제를 안 나가는데 무슨 긴장을 하니?”


“제가 안나가더라도 가족들이 다칠까봐 걱정이 됩니다. 사람은 언제나 실수를 하는 법이니까요.”


“싱겁기는. 가족들끼리 그렇게 살벌하게 하겠니?”


‘예. 누님만 빼고 나머지 인간들은 인정에 목마른 족속이니까요.’


헤실헤실 웃는 누나에게 차마 내뱉지 못하는 말을 속으로 집어삼킨 나.


이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회귀하기 전부터 그녀에게 가지고 있던 거대한 의문을 던졌다.


“누님. 저야 약해서 가주 자리에 욕심이 없다고 하지만 누님께서는 왜?”


“나는 또 무슨 소리를 하냐 했네.북부의 마탑도 좋지만 마탑 중 최고는 황도에 있잖니?”


“···그렇습니까.”


누나의 입에서 나온 짧은 대답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무언가를 스스로 눈치채고 있음을.


“그리고 황도에서 우리를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아. 내 감으로 봤을 때 우리를 배제한 채 계략을 꾸미고 있어. 가령 우리를 적출해낸다던가. 하는 그런 안 좋은 것들.”


“불행 중 다행으로 나는 가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가족들과 자리를 놓고 다투고 싶지도 않고 도저히 오빠를 내가 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들거든. 하지만 마법에 있어서는 일인자가 될 수 있을거야. 몇 년 안에 지금도 내 위에 있는 존재들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어.아 이런 말 하면 조금 재수 없어 보이려나?”


나를 향해 자신의 포부를 당당히 내뱉고 있는 오르테가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아뇨. 누님. 너무 멋집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사람이었네요. 누님은..”


“그렇게 띄울 필요도 없어.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 적성에 맞는 걸 하는 것 뿐인데. 알다시피 그런 일을 맡을 사람이 나 밖에 없잖니. 다들 북부에 미쳐서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어. 그렇다면 내가 하는 게 낫지. 북부의 가훈 알잖니. 말보다는 행동으로 증명하라.”


여태까지의 대답으로도 나를 충격에 빠트린 그녀였지만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말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회귀를 하고나서야 그들의 계획이 있다는 것들을 알았다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런 생각을 벌써부터 가지고 있었구나.’


미래에서도 시간이 흐른 뒤에 미련 없이 북부를 떠나 황도의 마탑으로 향한 그녀였다.


“부럽습니다. 진심으로.”


진심이 그녀에게 닿은 탓일까.


“응? 북부에서 도망가는게 뭐가 자랑이라고..”


그녀는 내가 아까보여주었던 것과 똑같이 머쓱거리며 이 자리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벌써부터 목표를 찾으셨다니 부럽기만 하네요.”


“너는 아직 어리잖니? 언젠가는 하고 싶은 것을 꼭 찾을 수 있을거란다. 아니면 누나를 따라 마탑에 와도 되고.”


그녀는 자리를 피하는 대신에 내머리를 애정을 담아 쓰다듬으며 살풋 웃었다.


그녀의 손길을 얼마나 느꼈을까.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뿔피리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아버지.


“북부의 지배자이시자, 우리의 주인이신 카르츠 펠란님 등장하십니다.”


“와아아아!!”


수 많은 이들의 함성과 기대가 한 사람을 향해 쏟아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듣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을 것이 분명했지만, 아버지는 북부의 주인은 이런 함성쯤은 당연하다는 듯 무덤덤히 자신만을 위한 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북부의 자랑인 만년설로 만들어진 옥좌.


그 옥좌에 앉은 아버지의 모습은 세상을 굽어보는 절대자 같았다.


찌르면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는 절대자이지만 자식들과 가신들은 저 존재가 얼마나 여리고 따스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당신의 그런 모습은 강점이기도 하지만 약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그 약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마음 속으로 깊게 다짐하는 사이 울려퍼지는 아버지의 목소리.


“이 자리에 모인 북부인들이여. 반갑다. 오늘 이 자리는 우리 가문만을 위한 축제가 아닌 모두를 위한 축제이니. 부디 마음 편히 즐겼으면 하는구나.”


“그럼 이것으로 76회 비무제 개최를 선언한다!!”


***



너무나도 오래 된 기억이라 재미가 없을 것이라 지레짐작하던 것과는 달리 참가신청을 하지 않은 과거의 나를 꾸중하고 싶을만큼 치열했고, 처절했다.


“우승자는 마카림! 마카림은 앞으로 나와서 우승소감과 함께 상금을 수여받을지 아니면 북부의 기사단에 들어갈지를 골라주시면 됩니다.”


수 많은 이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걸어나온 남자.


그 남자는 온 몸으로 자신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듯 마이크를 건네받을 때부터 손을 떨고 있었다.


“많은 이들을 제치고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될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의 경기를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북부 제 2기사단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남자의 눈이 제 2의 기사단의 단주이자 첫째. 카르츠 뎀프에게 향했다.


“허락한다. 단 대련은 부단주가 아닌 단주인 나와 직접 실시한다. 그대의 전투를 보니 나도 피가 끓어오르는군. 혹시 내가 상대라 불편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게 맞붙을 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주님!”


비무제의 꽃인 입단 시험.


입단 시험은 으레 부단주가 실시하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이례적으로 단주가 나섰다.


“와아아아!!”


이 상황은 우승자의 무력을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한 가지 볼거리를 더 제공한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른 가족들에게 자신과의 격차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번 비무제에 걸린 것이 백호비고의 출입이라 벌어진 일.’


자신만이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듯 벌레를 먹은 듯한 표정을 보여주는 나머지 이들.


전례가 없었다면 모를까. 드물긴 해도 몇 번씩이나 나왔었기에 딴지를 걸 수가 없었다.


“좋구나. 혈육 간에 비무가 있기 전 가장 성취가 높은 맏이가 분위기를 돋굴 수 있으니.”


거기에 더해 자신의 말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잘 아는 아버지조차 거들고 나섰으니 아무도 반대를 표할 수 없었다.


‘그냥 허락한다고만 하면 될 걸 굳이 성취가 높다고 표현한 걸 보면 뭔가가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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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다시 한 번 마검을 든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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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북부 비무제 24.05.14 8 0 11쪽
3 1. 북부 비무제 24.05.10 7 0 10쪽
» 1. 북부 비무제 24.05.09 9 0 14쪽
1 0. 과거. 현재 그리고 오지 않을 미래 24.05.08 17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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