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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딸매지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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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딸매지션
작품등록일 :
2020.05.11 10:37
최근연재일 :
2021.02.02 17: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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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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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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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수도로 가는 길목

DUMMY

소교가 손가락으로 짚은 부분에는 ‘진철’이라는 이름과 함께,


다른 이들과 똑같은 4가지 항목이 줄지어 적혀 있었다.



‘위험도 상, 사살 필요도 최상, 혼란 가중치 상, 몰이 필요도 상?


뭐야 이거? 완전 흉악 범죄자 취급이잖아···.’



이래저래 온순했던 샨도와 비교했을 때 이쪽은 항목의 평가치만 봤을 때 완전 극악인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이 목록을 작성한 인간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평가치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



“나도 잘 몰라, 그냥 이단 심문관 대장한테서 가져왔을 뿐이라서···.”


“이단 심문관 대장?”


“응, 4번대 대장이란 인간이었어.”


“심지어 4번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소교와 소화는 다급해 보이는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고,


나는 둘을 억지로 눌러 자리에 다시 눕혔다.



“진정해!”


“아니, 진정 못 해!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이단 심문관 4번대라면 추적에 능한 달인들이란 말이야!


아버지가 뛰어난 전사인 건 사실이지만,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소교는 평소와 달리 매우 격정적인 모습으로 내게 소리를 질렀다.



“자. 생각을 해봐.


내가 분명 이걸 4번대 대장한테가 가지고 왔다고 했지?


그럼 내가 고개 숙여 추적 중인 대상 명단을 주십시오 하고 부탁을 했을까?”


“···.”


“아까 말하지 못한 부분인데.


어젯밤 퉁바우에 들어가서 힘 좀 썼어.


이단 심문관 4번대 전원은 물론, 영주 직속 병사들까지 전부 박살 내고 나왔어.”


“어? 뭐라고?”


“다시 말해서 4번대가 추적의 달인이건 말건 상관없이 너희 아버지를 쫓을 병력 자체가 없다는 말이야.”



소교는 물론 소화 역시 이해가 안 가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거렸다.



“그리고 옆에 비고란을 봐봐.


‘난가우에서 목격, 포위를 위해 추가 병력 필요’라고 쓰여 있잖아.


난가우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기 있는 병력만으로 너희 아버지를 못 잡으니깐,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는 거고, 그 추가 병력의 절대다수는 나 때문에 지금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야.”


“.. 다른 사람 말이라면 믿을 수 없었겠지만,


네가 한 말이니 4번대를 박살 냈다는 말은 믿을게.


하지만 위치가 특정된 상황이라면 4번대가 움직일 수 없다고 해도 다른 병력이 움직일 게 뻔해.”


“아니, 걔넨 절대 못 움직이여.”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확답을 할 수 있어?”


“내가 대제사장 목을 따버리겠다고 협박했거든.”


“미친···!”


“단신으로 성을 쳐들어가서 전 병력을 제압하고 나왔어.


다 죽인 것도 아니야. 압도적인 힘으로 죽이지 않고 살려서 제압했지.


내 무력을 증명했으니 내 말에도 힘이 실리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저들 앞에서 저들의 수장을 죽여버리겠다고 선포했으니,


너희 아버지가 나보다 더 위험한 인물만 아니라면 이단 심문관은 병력을 나누지 않을 거야.”



내가 차분하게 정리해서 말하자 굳어 있던 소소 자매의 표정이 조금 풀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잘 됐어.


너희 아버지가 잡혀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고,


거기에 어디 계신지 위치까지 알았으니 급할 일이 전혀 없어.”



나는 이불을 크게 펼쳐 둘을 둘둘 감싸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깐 얌전히 쉬고 있어.


너희가 다 낫고 움직이는 게 우리가 갈 수 있는 최대 속력이야.”


“···.”



어딘가 만화에서 봤던 대사를 내 방식대로 어레인지 해서 말하자,


소화의 표정이 살짝 붉어지기 시작했다.



‘나치곤 좀 괜찮았지?’



만족스럽게 상황을 종결하고 밖에 있는 선물 꾸러미를 정리하려는 차,


소화가 깨어있을 때 듣기 힘든 그녀의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저..”


“왜?”


“화.. 장실 좀···”


“커흠.. 미안.”



되지도 않는 표정 읽기의 실패로 살짝 부끄러워진 나는 소화를 풀어준 다음,


조용히 밖으로 나와 툇마루에 쌓인 음식을 정리했다.



***



“살면서 이렇게 놀고먹은 적은 처음인 것 같아.”


“나도 살면서 누군가를 이렇게 극진하게 먹여본 건 처음이야.”



소소 자매는 이틀 동안 뒹굴 거리면서 내가 해준 밥을 먹고 쉬었다.


그 결과 눈 밑에 가득했던 다크 서클은 자취를 감췄고,


볼살은 미묘하게 늘어난 듯 말캉말캉해 보였다.



“준비는 진작부터 끝내놨으니 너희만 올라타면 바로 출발이야.”



푸르릉-



퉁바우 영주에게 갈취해온 마차에는 두 마리 말이 힘차게 콧김을 내뿜으며 발을 굴렀다.



이 녀석들도 이틀 동안 계속해서 먹기만 한 터라,


윤기가 자르르한 털을 빛내며 빨리 마차를 끌고 싶어하는 모양새였다.




“덕분에 편히 지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뭘··· 자네가 우릴 지켜줬는데 방 빌려주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지.


그건 그렇고 난가우로 간다고 했지?”


“네.”


“딱 봐도 자네와 자네 일행이 난가우에 친척이 있을 것 같진 않으니,


이걸 가지고 가게나.”


“이게 뭡니까?”


“난가우에 사는 조카 녀석에게 몇 마디 적어뒀으니 처음 본 사이라도 야멸차게 내쫓진 않을 걸세.”



이 세계에서 여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다른 지역에 있는 친척 집으로 간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



관리라면 역에 들러 숙박을 해결할 수 있지만,


관직에 몸을 두지 않은 양민이 타지에서 잠을 자려면 반드시 친척 혹은 인척 집에 머물러야 했다.



생판 처음 보는 남이 타지에서 노숙을 할까 봐,


귀한 종이에 필체가 선명하게 남도록 적은 글귀가 묵직하게 손에 와 닿았다.



별생각 없이 사람을 구했을 뿐인데,


그 보답이 돌고 돌아 이런 식으로 나타나 왠지 모르게 가슴이 푸근했다.




“조심하게나.”


“나중에 색시들이랑 또 와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마차에 올랐다.



덜그덕- 덜그덕-



나름 잘 닦인 길이나 아스팔트 포장이 된 현대식 길만큼 평평한 건 아니라서,


울퉁불퉁한 흙바닥에 바퀴가 닿을 때마다 마차가 흔들거렸다.



‘내가 직접 달구지를 끌 땐 몰랐는데···.’



아프진 않지만 엉덩이에 진동이 계속 오니 신경이 많이 쓰였고,


마차에 걸터앉아 말을 조련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푸르 푸르르-



기운이 넘치는 두 마리의 말은 방향을 지시하는 내 통제 정도는 따랐지만,


보폭을 맞추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세세한 조절은 듣지 않았다.



엇박으로 걷는 말들 때문에 마차는 이리저리 뒤뚱거렸고,


뒤에 탄 소소 자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시부타쿠는 마차를 몰아본 적이 없구나···.”


“으..응.”


“그냥 내가 몰 게 옆에서 보고 배워.”



소교가 고삐를 잡고 얼마 안 되어 말들이 잠잠해졌고,


흔들거림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것도 다 할 줄 알고···.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많이 배웠나 봐?”


“전부 아버지한테 배운 거야.


암살 기술, 은신법, 말을 다루는 것까지 전부.”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소교의 얼굴에서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뭐하시는 분이길래?”


“이젠 말해도 되겠지···.


사실 우리 아버진 이단 심문관이야.


그것도 2번대 부대장.”


“이단 심문관이라···.


그래서 4번대가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알고 있었던 거네.”



거기에 부대장이라면 상당히 높은 직급이니,


소소 자매의 아버지가 바로 처형되지 않을 거라 자신하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잠깐만, 너희 아버지가 이단 심문관인데 너흰 대체 어떻게 사교도를 찾아다닐 수 있었던 거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아버지는 일이 바빠서 밖으로 많이 다니셨으니깐···.


우리에게 신경 쓸 시간이 적으셨지.”



소교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그녀의 답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일리 있네.


그건 그렇고 2번대는 뭐하는 집단이야?


4번대랑 7번대는 아는데.”


“4번대가 몰이를 주도하는 사냥개라면,


2번대는 사냥감의 숨통을 끊어내는 노련한 사냥꾼이라고 들었어.


수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무력이 떨어지는 4번대를 대신해


흉악 범죄자를 처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지.”



샨도가 한 때 몸담았던 7번대처럼 전투와 동떨어진 것도 아니고,


4번대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 그보다 상위에 있으니 정보력도 한 단계 위일 터···.



그런 집단의 부대장이 자기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를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다못해 딸들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고 그에 맞춰 재능을 일깨워주려고 암살 기술까지 직접 가르친 아버지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둘의 위험한 행동을 모르고 지나갈 일은 없다고 봐야 했다.



“너희 아버지···.


독실한 신자라고 했지.”


“맞아, 그래서 조금 답답할 때도 많았어.”



이제껏 내가 봤던 독실한 신자들은 하나같이 나사가 빠진 모습을 보여줬는데,


소소 자매의 아버지만큼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독실하다는 평가를 듣고, 노련한 사냥꾼 같은 이단 심문관이 자기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탈을 못 보고 지나갔을 거란 생각은 너무 안이했기에,


나는 그가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갔을 거란 생각을 했다.



다른 독실한 이단 심문관이었다면 딸이 사교도와 연관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겠지만, 소소 자매의 아버지는 둘의 일탈을 알고도 넘어갔다.



어디까지나 가정이다만···.



아마 소소 자매의 아버지는 내가 알던 독실한 신자와 그 궤가 조금 다를 것 같았다.




***



난가우까지 여정은 아주 순탄했다.



가벼운 동상으로 발이 묶였을 거란 내 예상과 달리,


퉁바우에 있던 이단 심문관 4번대는 전부 수도로 철수했다.



어찌나 급하게 이동했는지 척후조차 남기지 않아 괜히 신경 써서 기감을 넓힌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차는 자네들에게 맡기지.”


“맡겨만 주십시오.”



난가우까지 가는 길목 그 어디에서도 이단 심문관을 발견할 수 없었기에,


나는 샨도에게 받은 매의 문양을 꺼내 검문소 경비 앞에 내려놓았다.



신원 확인 절차는 여기서도 이원화되어 있었지만,


난가우 성에 속한 경비건 신교 소속 주술사건 할 것 없이 매의 문양을 보고 고개를 숙인 덕분에,


별다른 문제 없이 성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거 참 편하네.


신분증을 보지도 않고 안으로 들여보내다니···.”


“잠깐만!


앞에 이단 심문관들이 있어!


고개 돌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매의 문양을 집어넣어.”



순탄한 여정 덕에 긴장을 풀고 있었는데 소교의 말에 전신에 감각이 예민하게 섰다.



나는 고개를 돌려 소소 자매를 바라보면서도,


기감을 넓혀 정문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감지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매의 문양을 품 안에 넣으면서 다시 앞을 바라봤다.



“휴우···. 다행히 못 봤나 봐.”


“의외네.


퉁바우부터 수도로 가는 길목에선 이단 심문관 그림자도 못 봤는데,


그보다 남쪽인 여기에 병력이 남아있을 줄은···.”



이단 심문관들은 정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소소 자매는 숨조차 제대로 못 쉬면서 그들을 지나쳤다.



“뭔가 이상한데.”


“뭐가?”


“너희는 몰라도 나는 누가 봐도 좀 수상하잖아.


지난 전투 이후 딱히 변장을 더 한 것도 아니고,


전신 붕대에 얼굴이 다 가리는 늘어진 두건을 쓰고 다니는데 왜 그냥 보내준 거지?”


“그러게···.”



괜히 의심 사고 싶은 생각은 없어 뒤로 돌아보진 않았지만,


기감을 통해 이단 심문관들이 여전히 정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낼 수 있었다.


“뭐···. 안 들켰으면 된 거지.


그보다 이 넓은 도시에서 우리 셋이 사람 하나 찾을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안타깝지만 세 명이 따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해.


너희도 수배범이라 내 옆에서 떨어졌다간 금방 붙잡힐 게 뻔하니깐.”


“그렇다고 뭉쳐 다니는 건 너무 무식한 방법인데···.”



우리는 걸으면서 수색 방법을 논의했지만 마땅한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잠깐···.


우리 뒤에 꼬리가 붙었거든. 저 옆에 골목으로 들어가자.”


“꼬리가 붙었다고? 어떡하지? 따돌리고 도망가야 하나?”



소교가 당황하는 와중에 소화가 갑자기 옆으로 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에게 묻는 건 어떨까요? 우리보다 아버지의 행적에 대해 더 잘 알 텐데···.”


“맞네. 아는 놈을 족치는 게 더 빠르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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