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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딸매지션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회차 차원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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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딸매지션
작품등록일 :
2020.05.11 10:37
최근연재일 :
2021.02.02 17: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10,985
추천수 :
227
글자수 :
502,932

작성
20.07.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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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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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혈투(2)

DUMMY

의식이 흐릿했다.


눈꺼풀이 천근처럼 무거웠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몸에 감각이 둔했다.



그러면서도 통증만큼은 선명해서,


전신이 불타는 듯 뜨겁고 아려왔다.



“하아··· 하아··· 뒤졌나?”


“···.”



주변이 조용한 와중에 마왕의 숨소리만이 고요함을 거칠게 밀어냈다.



갑자기 화가 났다.



그저 대화하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 통하니 굳이 싸울 필요도 없었는데···.



이 새끼는 망설임 없이 내게 칼을 휘둘렀고,


산 채로 파묻어 죽이려고 했다.



인간성이 아예 없는 건가?


현대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윤리관이나


인간이기에 추구해야 할 선을 생각하지 않는 건가?



아니면···.


그런 걸 계속 신경 쓰는 내가 병신인 걸까.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해 미칠 것만 같았다.



누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이 화를···


여기서 풀지 않으면,


상처 때문이 아니라 화병이 도져서 뒤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 미치겠네!


그걸 맞고도 살았다고?


몸뚱이 하나는 오지게 튼튼하다 진짜.”



경박한 놈의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저딴 놈한테 당해 이 꼬라지라니···.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분노가 심장을 움켜줬다.


주변에 피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출혈이 많은데도,


심장은 분노 때문에 다시금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분노가 심장을 타고 돌아 전신에 퍼졌다.


뜨겁게 달궈진 피가 혈관을 따라 흐르면서,


흐릿했던 시야가 또렷해졌고,


저렸던 손끝이 녹아내리듯 단번에 풀어졌다.



상처가 아물지 않아 계속해서 피가 새어 나왔지만,


그런 건 문제라고 할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처투성이가 된 덕분에···.


붉은 피가 전신 가득 묻어 새로운 힘이 솟아오르는 중이었다.



“이번엔 진짜 죽여줄게.”



마왕은 대검을 다시 들어 올려 마력을 모았고,


나는 그 행동을 뻔히 지켜보다 미소를 지었다.



“속도는.... 무게.”


“뭐?”


“통상의 3배 속도로 차여본 적 있나?”



슝-



한 번의 도약으로 공간을 접었다.



왼팔의 감각이 조금 덜 돌아왔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한쪽 팔을 못 써도,


지금 내 상태라면 놈이 뭘 하든 처바를 수 있었다.



“뒤져··· 쿠헉”



나는 놈이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놈의 얼굴에 드롭킥을 날렸다.



마왕은 내게 차여 균형을 잃고 날아가 버렸지만,


나는 거리를 내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왕이 날아가는 것보다 더 빠르게.


그가 올 장소로 미리 도착한 나는 멀쩡한 손으로 놈의 등을 쳐서 땅바닥 깊숙이 처박아버렸다.



“크으으··· 라이트닝···”


“좆까.”



놈은 바닥에 처박힌 상태에서도 수인을 맺으면서 마법을 날리려고 했지만,


나는 놈보다 한 박자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다.



“아흑!”



놈은 이번에도 턱을 맞아 주문을 끝까지 외우지 못한 채 날아가 버렸다.



펑-! 펑-! 펑-!



마왕은 시가지 쪽으로 날아갔고,


폭음과 함께 건물을 박살 내면서 계속해서 밀려나겠다.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창을 수평으로 차올렸다.


왼팔이 움직이지 않아,


창을 장전하려면 요령이 필요했다.



수평으로 떠오른 창 아래로 빠루를 집어넣어 위치를 잡고,


입으로 창대를 문 상태로 빠루를 잡아당겨 창준이 제대로 고정되게 만들었다.



“팔 한 쪽 정도로 봐줄게.”



고오오오-



호흡 하나에도 살기를 담아,


남아있는 힘을 모조리 창에 때려 박았다.



"앱솔루트 배리어!!!"


마왕이 날아간 방향에서 강렬한 마력 파장이 느껴졌지만,


“좋은 과녁이네.”


나는 웃으면서 먼지가 가득한 건물 잔해 속으로 창을 던졌다.



쒜에에엑-!


투창의 파공성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허공에 퍼졌다.



파지직 파지직!!



아까 전처럼 힘과 힘이 충돌해 마력 폭풍이 일어났고,


먼지가 걷히면서 초록색 반구가 창을 막아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으으윽!!”


마왕은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창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극한으로 압축된 힘을 넓게 퍼뜨린 마력으로 막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찌지직- 챙!



창은 쉴 새 없이 돌면서 초록색 반구에 구멍을 만들었고,


반구는 오래지 않아 금이 가다 못해 깨져버렸다.



힘에 균형이 깨지면서 창이 마왕을 관통해 대지에 틀어박혔다.


그 충격이 새로운 폭발을 불러일으켰고,


가라앉았던 먼지가 다시 솟구쳐 올랐다.



“귀찮네.”


나는 먼지를 걷어내기 위해 손을 내저었다.



바람이 먼지를 쓸고 지나가자,


폐허 속에서 엉망이 된 마왕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광택으로 빛나던 갑옷은 먼지투성이로 변해 그 빛을 잃었고,


투구는 내게 하도 맞아서 우그러진 상태였다.



마왕은 오른팔로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 있었는데,


견갑이 완전히 부서져 숨어있던 맨살이 마침내 드러났다.



왼 어깨엔 딱 창만 한 굵기의 구멍이 뚫려 팔 전체를 피로 적셨는데,


왼팔은 움직이지 않는 듯 축 처져 너덜거리기만 했다.



“이걸로 너나 나나 팔 병신이네.”


“크흐으으··· 크흐으으···”


“나는 팔 병신 수준에서 끝냈으면 하는데···.


너는 더 할 생각이냐?”



마왕은 가래 끓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수인으로 답을 했다.



“리버스 그래비티!!!”



다시 펼쳐진 역중력 마법에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대화···?


하아.. 하아..


좆 까는 소리하지 마!”



마왕은 날 공중에 띄워놓고 숨을 골랐다.



“머릿속이 꽃밭이야?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쿠릉 쿠릉!!


마왕의 손짓에 따라 주변에 구름이 모이기 시작했다.



“애초에 너만 없으면,


이 세상에 내게 대적할 존재는 아무것도 없어.



내가 곧 법이고,


내 뜻이 곧 세상의 기준이 될 텐데···.


뭔지도 모를 타협점을 찾는다고 시간 낭비할 이유가 없지.



그러니깐···.


빨리 뒤져!!!”



우르릉 쿠르릉!!!



구름 사이로 마력이 모여 전기를 띄었다.


전기는 위협적으로 몸을 불려 나갔고,


내가 땅에 박혀 있을 때보다 더 거대해졌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할 걸 알고도 일부러 물어봤어.


덕분에···.


널 죽여도 죄책감은 없겠다.”



마왕은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마법을 완성하려 했지만 내가 한발 빨랐다.



나는 손을 위로 한 상태에서 마력을 모아 허공을 향해 발사했다



“파!!!!”



마력으로 이뤄진 파동력이,


추진력이 되어 중력에 구애받지 않고 허공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마왕이 기술을 완성하기 전에 그의 앞에 떨어졌고,


구멍이 난 마왕의 왼 어깨를 빠루로 내려찍었다.



“크아아아아악!!!!”



상처가 조금 아물어 겨우 피가 멈췄던 어깨에서 다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마왕은 고통을 못 참고 울부짖으면서 수인을 풀었고,


하늘에 모였던 벼락은 목표를 잃고 그대로 지상을 떨어져 내렸다.



콰과광!



벼락이 떨어지기 전에도 이미 폐허였던 북쪽 시가지 일부는,


벼락이 떨어진 이후에 백지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터가 되었다.



나는 마왕을 내 앞에 세워 전격을 받아내려고 했는데,


마법이 이상한 쪽에 떨어지는 바람에 마왕에게 전격을 맞출 수가 없었다.



“씁···.


손에 피 묻히기 싫었는데···.”



나는 말하면서도 마왕을 일으켰고,


그의 뒤통수를 붙잡은 상태에서 성벽을 향해 달려갔다.



“아으아.. 하아.. 하아..


아저씨!! 잠깐만요!!”


“···.”



마왕은 내게 붙들린 상태에서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하아.. 우리.. 대화로.. 대화로 풀어요···


저, 아저씨 말 잘 들을게요..”


“내가 조금 실수를 했네.”


“아뇨, 아저씬 잘못한 거 없어요.


우리 그냥... 대화해요.”


“좀 더 쎄게 때렸어야 했는데···


턱이 멀쩡해서 아직도 발음이 똑바르네.”



나는 실수를 통감하면서 마왕의 머리를 성벽에 박아넣었다.



“커흑!!”


“아까 내가 지면을 파고 들어갈 때 돌 맛이 인상적이더라고.


근데 나는 마법을 잘 못 쓰거든.


그래서 비슷한 경험을 하게 하려면 이런 무식한 방법 말곤 답이 없더라.”



나는 마왕의 머리를 성벽에 박아넣은 채 속도를 높였다.



“뒤져어어어!!!!”



가가가가가가각-



투구가 암석과 부딪치면서 불똥을 일으켰고,


돌이 금속에 갈려 나가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오오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마왕은 오른팔을 휘둘러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의 육체적 힘은 내게 비할 바가 아니라서 발버둥은 무의미했다.



북쪽에서 시작된 질주가 정문을 넘었을 때,


마왕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고.


성벽의 3분의 2 정도를 지나치고 나자, 시끄럽기 짝이 없던 금속음이 사라졌다.



나는 좀 더 힘을 내어 마왕의 목을 성벽 안으로 쑤셔 넣었고,


질주는 성벽이 끝나고 바다가 나타난 뒤에야 끝이 났다.



마왕은 미동도 없이 미약한 숨만 내뱉고 있었고,


전투는 끔찍한 흔적만 남긴 채 끝이 났다.



내 주먹을 맞고도 우그러지는 게 다였던 투구는


뒤통수 쪽만 간신히 남을 정도로 거의 다 갈려버렸고,


그 속에 숨어있던 맨얼굴은 피와 먼지로 떡이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마왕의 왼쪽 어깨는 붙어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너덜거렸고,


광택이 나던 갑옷도 여기저기 금이 가 누더기처럼 지저분했다.



“하아···.


시발 존나 힘드네···”



싸움에선 이겼지만,


나 역시 마왕처럼 너덜거리는 상태였다.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으로 움직인 결과.


상처란 상처는 다 터져버렸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이 혼미했다.



전투로 고양되었던 흥분이 가라앉고 나니,


온몸이 쑤셨고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쓰러져 자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였지만···.



“대전사님이 졌어···.”


“어떡해··· 우린 다 죽은 목숨이야···”



마왕의 동료가 한탄하는 소리에,


내가 아직 적진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었다.



나는 마법으로 물을 만들어 억지로 세수를 했고,


남아있는 버섯을 입안에 쑤셔 넣어 비어버린 몸에 최소한의 양분을 보충했다.



더럽게 맛없었지만,


그래도 뭘 좀 먹고 나니 기운이 돌아왔다.



기운을 되찾아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널브러져 있는 마왕이 눈에 거슬렸다.



“멍청한 새끼.


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해서 이 지랄이냐···.”



나는 남은 물을 마왕의 얼굴에 부었고, 물줄기에 피와 먼지가 씻겨나갔다.



“커헉!! 커헉!!!”


“···시발!”



더러운 것이 씻겨져 나간 얼굴에는 아직 앳됨이 남아있었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정도?


생각보다 더 어려 보이는 그 얼굴에 치밀어올랐던 화가 어정쩡하게 풀어졌다.



“하아···.


대체 뭔 생각으로 날 죽인다고 말한 거냐?


사람을 죽인다는 게,


그게 그렇게 가벼운 일이 아닌데···.”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싸웠고,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을 때는 진짜 죽일 생각이 가득했는데···.


나보다 한참 어린 소년의 얼굴을 보니 살의가 조금 가라앉았다.



“커흑! 커흑!


아.. 아저씨··· “



마왕은 입안 가득 들어찬 벽돌 조각을 토해낸 뒤,


온몸으로 기어 내 발을 붙잡았다.



“아까.. 죽힐 생각은 없다.. 하셨자나효···.


살려주세여.. 제발.. 살려주세여.”



입속이 엉망이라 뭉개진 발음이 새어 나왔고,


그 소리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거북했다.



“진짜 널 어떻게 해야 하냐···.”



녀석은 날 죽이려고 했다.


말하던 도중 기습을 날렸고,


하늘에 띄워 낙사를 노렸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녀석은 아까 전보다 또렷한 발음으로 살려달라 애원했다.



“그래서 아까 기회를 줬잖아.


너는 그 기회를 차버리고 날 죽이려고 했지···.”


“아니에요!


저는 아저씰 죽일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제압만 하려고 했는데···.”



버섯을 안 먹었다면···.


후라이팬이 품에 없었다면···.


아마 죽었겠지.


녀석은 얄팍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 제발 말로 풀어요.


아저씨 대화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웬만해선 나도··· 좋게좋게 가려고 했는데.


너는 정말.. 너만 생각한다."



녀석은 앳된 얼굴만큼 생각도 어렸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지 않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저 불리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해,


기껏 가라앉았던 내 속에 기름을 부어 화를 키우고 있었다.


“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잘못했다고 말했으면 마음이 조금 흔들렸을 거야.


근데 너는....


"아.. 아저씨! 잘못했어요!”


“그래.... 이런 식이니깐 답이 없다.”



나는 빠루를 높게 쳐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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