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땅딸매지션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회차 차원 이동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땅딸매지션
작품등록일 :
2020.05.11 10:37
최근연재일 :
2021.02.02 17: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10,987
추천수 :
227
글자수 :
502,932

작성
20.08.21 18:55
조회
35
추천
2
글자
11쪽

이단 심문관

DUMMY

“잠깐 잠깐 잠깐!


의원님 지금 착각하고 있어요.


저는 살성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연기는 그만하시죠!”



쉭!



마치 짐승이 발톱을 쓰듯,


다섯 갈래로 펼쳐진 강기의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나는 뒤로 크게 뛰어 공격을 피했고,


의원은 자세를 다시 잡았다.



“무슨 이유로 기력이 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아가씨들···.


암살자의 업을 등에 지고 있더군요.


암살, 정보 은폐, 이간질···.


이런 건 당신들이 제일 잘하는 분야 아닙니까?”



정직하지만 위력적인 공격이 다시금 펼쳐졌다.



칼처럼 예리한 강기의 발톱이 급소를 노렸다.



침을 놓듯이,


첨예하게 모인 다섯 개의 발톱이 미간을 향해 날아왔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은 데려갑니다.”



의원은 미간, 인중, 명치, 성기 등 치명적인 곳을 노려 공격했고,


모든 공격엔 살기가 가득했다.



“아, 진짜! 살성인지 뭔지 아니라니까요!”



나는 두 손에 힘을 모아 강기의 발톱을 마주했다.



그그극-



강기와 강기가 부딪쳐 금속음이 울렸다.


의원은 의술뿐만 아니라 체술 또한 상당한 실력자였지만,


그래 봐야 인간 수준이었다.


당연히 인간을 뛰어넘은 날 상대할 수는 없는 법.



나는 의원이 만든 강기의 발톱을 힘으로 부서버렸고,


다리를 걸어 의원을 넘어뜨린 뒤,


목에 팔꿈치를 밀어 넣어 가볍게 제압했다.



“끄으윽···


마을 사람들은 건드리지 마시오! 죽는 건 나 하나면 충분하니!”


“하··· 진짜 답답해 죽겠네···.”



마음 같아선 눈동자와 피부색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의원은 장님이라 변장을 풀어도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의원님.


살성이란 놈의 특징이 뭡니까?”


“지금 날 놀리는 겁니까?


당신이 곧 살성이거늘···”


“아니, 그러니깐···.


절 살성으로 특정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뭘 보고 절 살성으로 특정하신 거에요?”


“말했지 않습니까,


이단 심문관 무리에서 내가 모르는 강자는 살성 하나뿐이라고···.


당신에겐···.


장님인 나한테도 보일 정도로 많은 수의 원혼이 들러붙어 있는데,


알만한 사람끼리 쓸데없는 짓 하지 맙시다.”



정확한 경과는 잘 모르겠지만,


의원은 눈이 안 보이는 대신 다른 걸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죽인 사람의 수를 생각하면···.


살성이란 이름이 잘 들어맞긴 했다.



“거참···.


이상한 데서 오해가 쌓이는데···.


다시 말하지만 저는 살성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단 심문관도 아니고요.


원치 않는 이유로 사람을 좀 많이 죽이긴 했지만,


어쨌든 당신을 죽일 생각이 조금도 없고,


필요한 건 제가 데리고 온 아가씨들이 건강해지는 거니깐,


서로 싸우지 맙시다.”


“···.”



의원이 눈을 뜨고 세상을 볼 수 있었다면 불신의 눈길을 보낼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나는 별다른 구속 없이 의원을 풀어줬다.



“그러고 보니 마을 사람들의 기척이 사라졌네요···.


다들 어디 나간 겁니까?”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기감을 돌렸는데,


사람의 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은 건 나와 의원, 그리고 소소 자매뿐.



“외모도 실력도 알려지지 않은 존재지만,


그럼에도 살성이란 이름이 붙은 건,


그가 지나간 자리에 살아남은 이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살성이라면 날 붙잡은 뒤,


목격자를 없애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학살했겠죠···.”



의원은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일어났다.



“당신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닙니다.


수많은 원혼이 달라붙은 악인을 완전히 믿는 건 바보짓이죠.



하지만 당신은 살성이 아닙니다.


진짜 살성이었다면,


마을 사람들이 빠져나갈 기회를 남기지 않았을 테니···.”


“처음부터 살성이 아니라고 말했잖아요···.


뭐.. 제가 살성인지 아닌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상관없지만요.


저는 그냥 당신과 싸우기 싫었을 뿐이고,


당신이 절 건들지 않으면 저도 당신을 건들 생각이 없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의원의 존재 자체가 귀찮았다.


이단 심문관들이 그를 쫓는 모양이었는데,


괜히 옆에 있다가 꼬리를 달게 생겼다.



“할 말이 더 없으면 들어가겠습니다.


아! 그건 그렇고 부엌을 좀 써도 되겠습니까?


애들 밥 좀 챙기게···.”


“···.”


의원은 굳게 닫힌 두 눈으로 조용히 날 응시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홀로 장에 내려가 쌀과 채소, 그리고 소금을 샀다.


혹시 모를 추적을 대비해 신경을 최대한 써서 움직였지만,


매의 문양을 목에 건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기에 별문제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내다 팔고 남은 고기를 잘게 썰고, 가죽에 붙어있던 지방을 냄비에 올렸다.



치이이익-



낮은 불에서 천천히 지방을 녹여 기름을 만들어냈고,


그 기름에 지방을 튀겨 풍미를 높였다.



잘 튀겨진 지방을 건져내고, 기름 위에 다진 고기를 넣어 색이 날 때까지 볶았다.



갖은 채소와 불린 쌀은,


고기가 완전히 익어 누린내가 나지 않게 한 다음에 넣었다.



남은 건 물을 넣고 충분히 끓이는 것.



쌀이 충분히 뭉그러질 때까지 끓인 다음 마지막으로 소금간을 했다.



“특제 고기죽 완성.”



나는 내가 만든 고기죽의 간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간은 맞는데 뭔가 2% 부족했다.



나는 남의 집 부엌을 몰래 뒤지면서 부족한 맛을 채울 양념을 찾았고,


생각보다 쉽게 간장을 찾을 수 있었다.



국간장 조금을 더해 다시 맛을 보자,


어머니가 끓인 쇠고기죽의 맛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알마 밑에서 요리를 배운 걸, 이럴 때 써먹네.”



나는 식기와 냄비를 챙겨 방으로 돌아왔고,


소소 자매는 금방 잠에서 깼다.



“냄새 좋다···.”


“먹고 또 자.”



빠른 회복을 위해 소화가 쉽고 영양이 많은 죽을 택했는데,


생각보다 둘이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둘은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죽을 다 먹었고,


행복한 표정으로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다.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


“먹고 자도 된다며···.”


“바로 자란 말은 안 했다.”



소교와 시답잖은 대화를 하는데 밖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계속 누워있지만 말고, 일어나서 몸 좀 풀고 다시 자.”


“당신··· 우리 엄마랑 너무 똑같은데?.”



나는 답을 하지 않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고,


밖에는 아까보다 침착한 기색의 의원이 있었다.



“당신은 혹시 바보입니까?”


“아닐··· 걸요?”


“이단 심문관이 날 쫓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느긋하게 밥이나 먹다니···.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군요.”


“그러는 의원님은 왜 남아 있는 겁니까?


근처에 이단 심문관의 무리가 있다고 했으니 빨리 도망가는 게 정답일 텐데.”


“그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저들의 목적은 나 하나뿐이니,


방에 있는 이들을 데리고 다른 마을로 가는 게 좋을 겁니다.”



나더러 악인이라고 말했으면서···.


의원은 내가 자기 일에 말려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친절히 충고했다.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호인.



츤데레 아닌 츤데레 같은 그의 모습에 살짝 고민이 되었다.


어차피 소소 자매가 기력을 되찾을 동안 이동은 제한되었고,


더 돌아다닌다고 여기보다 좋은 거처를 찾을 가능성은 작았기에,


마을에 남는 김에 겸사겸사 그를 돕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애들이 기운 차릴 때까진 움직일 생각이 없어서요.


의원님께 방해는 안 될 거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누가 당신을 걱정한다는 겁니까!


진짜 머리가 나쁜 겁니까?


좀 있으면 이단 심문관들이 찾아올 거고,


그들이 왔을 때, 당신과 당신의 일행이 내 곁에 있으면 고문을 당할 겁니다.”



의원은 화를 내는 척 또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그들을 전부 쓰러뜨리면 문제 될 게 없겠네요?”


“그걸 말이라고···!”



나는 숨겨둔 마력을 조금 풀었다.


드래곤급 물고기의 심장을 빨아먹어,


더욱더 강력해진 마력이 주변을 장악했고,


그와 동시에 의원의 피부에 소름이 올라왔다.



“감지 능력이 뛰어나시니 제가 가진 힘을 느끼셨을 겁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얻어맞진 않으니 걱정 마시죠.”


“당신은 대체···”


“피차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으니 여기까지만 하죠.


제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당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한 건 확실하니,


이단 심문관 몇이 오든 말든 아무 문제 없습니다.”



즉흥적으로 힘을 방출했지만,


어차피 이 사람은 내 진정한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별문제 없을 것 같았다.



의원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뭔가 고민하는 듯,


계속해서 품 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길 몇 번 반복하다,


마침내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매의 문양···!”


“저는 한때 이단 심문관이었습니다.


물론 교육과 갱생을 주로 하는 7번대의 부대주였기에 사람을 해한 적은 없었지만···.


얼마 전, 추적과 암살을 전문적으로 하는 4번대로 이동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존대하되, 계속해서 나라고 했던 표현이 저로 변했다.



“신교의 뜻에 따라 민간인을 죽였습니다.


이유는 하나.


그들이 사교를 믿었다는 정보 때문이었죠.”


“···.”



의원은 고뇌에 가득 찬 모습으로 힘겹게 말을 이었다.



“한데 저는 눈을 잃은 대신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봤던 것처럼,


타인의 성향이나 상태 같은 걸 어렴풋이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죽인 사람들에게선···.


가끔 감정까지도 읽어낼 수 있었죠.”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을 사교도란 이유로 죽인 겁니까?”


“···.


당신도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겁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야기라서요.”



요즘 많이 느끼는 거지만,


신의 이름으로 죄를 덮어씌우는 건 이쪽이건 바다 건너건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선인이,


어렴풋이나마 타인의 감정이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살인 과정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었겠지···.



소소 자매의 아버지가 모종의 이유로 사교도로 몰린 상황이,


다른 이에게도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놀랄 것도 없었다.



“어쨌든 저는 항명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 의지로 신교의 울타리를 벗어났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모든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했기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부하였던 4번대 소속 추살대가 절 쫓기 전까진···.


저는 제가 자유의 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원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데,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변했다.


기감을 더욱 넓혀 마을 바깥까지 탐지를 해보니,


누군가가 주변을 포위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말을 끊어서 미안한데···.


의원님 전 부하들이 근처에 왔네요.”


“부탁이 있습니다.”



의원은 비장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었다.



“누구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설령 절 죽이러 온 사람들이라고 해도···.”


“···.”



오덕화가 날 이상하게 쳐다봤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조차 죽지 않길 바라다니···.


얼마나 호인이기에 이런 마음가짐을 할 수 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일어나세요.


어차피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나는 창과 빠루를 꺼내 바닥에 꽂아두고는 다른 무기를 품에서 꺼냈다.



“그건 뭡니까?


소재는 나무인데···.


형태는 마치.. 남근 같이 생겼습니다.”


“아아··· 이건 딜도라고 합니다.


맞으면 힘이 빠지는 무시무시한 무기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1회차 차원 이동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위그드라실 전체 지도 및 서부 지도 20.06.29 92 0 -
공지 위그드라실 동북부 지도 20.06.12 159 0 -
92 자기 합리화 21.02.02 38 0 13쪽
91 대제사장 20.12.29 24 0 13쪽
90 다들 대제사장 앞에서 봅시다. 20.12.08 32 1 11쪽
89 기묘한 동행 20.11.12 25 1 12쪽
88 유혈사태를 막으려면 같이 갑시다 20.11.02 24 1 13쪽
87 수도로 가는 길목 20.10.14 37 1 12쪽
86 풀리지 않는 실타래. +2 20.09.28 31 2 12쪽
85 혼란 가중치 최하. +1 20.09.19 32 2 11쪽
84 내가 누구냐고? +1 20.09.13 34 3 11쪽
83 명령입니다. 20.09.01 39 1 13쪽
» 이단 심문관 20.08.21 36 2 11쪽
81 착각 20.08.18 43 1 12쪽
80 변장 20.08.15 47 3 12쪽
79 빨아! 20.08.11 56 2 12쪽
78 보고 싶다. 20.08.08 40 1 11쪽
77 고래 20.08.04 43 1 13쪽
76 해치웠나... 20.08.03 40 1 11쪽
75 연기 20.08.02 40 1 13쪽
74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 20.07.30 48 2 12쪽
73 혈투(2) +2 20.07.29 46 3 12쪽
72 혈투(1) 20.07.27 38 1 12쪽
71 그럼 꼰대네? 20.07.26 36 1 12쪽
70 미안합니다. 20.07.24 58 1 11쪽
69 아... 제가 낫겠네요. 20.07.23 40 1 12쪽
68 원수 번차우 진 20.07.22 40 1 13쪽
67 유카로 성 잠입. 20.07.20 47 1 12쪽
66 Be폭력 20.07.17 43 1 13쪽
65 대모(代母) 20.07.16 42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