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족쇄
원펀맨을 따라한 주인공의 현대판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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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와 함께 병원에 왔다.
“이런 괴물자식!”
“하하...”
지호가 발에 깁스를 한 채, 부목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노려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네가 공격해도 괜찮다고...”
“흠흠! 그건 맞지만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사람이 적당히를 몰라! 대련에서 사람 발을 이렇게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하냐!?”
“땡꼬로 친 건데...”
“아, 뭐가 됐든 간에 이거 봐라! 이거! 어떻게 할 거냐고!? 다리가 이래가지고 난 이제 뭐해 먹고 사냐고!”
“......”
지호가 침을 튀겨가며, 분전했다.
“그래서 내가...”
“아, 아야야! 발 아파 죽네, 발 아파 죽어! 내 바알!!”
억지다.
분명히 자기가 자신 있다고 공격하라고 해놓고는 난리다.
어이없지만 그렇게 자신 있어 하던 지호는 그 날, 내 땡꼬에 맞고 540도를 역으로 돌아 반대방향으로 10m를 날아간 후에 혼절했다.
주먹으로 치려던 걸, 혹시나 싶어 손가락으로 친 건데도 그 정도였다.
‘휴, 손가락으로 하길 잘했다.’
“책임져!!”
갑자기 책임지라니 어이가 없었다.
“뭐? 무슨 책임?”
“이제 곧 정지 기간 끝나서 자격증 다시 따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잖아. 그러니까 네가 책임지라고!”
“참나.”
병원 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놈은 술 먹고 거리에서 깽판 치다가 헌터 자격증을 정지 먹은 상태였다.
그 탓에 자숙하며, 정지기간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와의 대결로 인해 그 계획이 무산 돼버렸다는 것이다.
“그게 왜 내 탓이야? 내 손가락보다 약한 네 발 탓이지.”
“뭐, 뭐?”
지호의 얼굴이 복숭아처럼 붉게 물들었다.
“정녕 네가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지호의 안면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억지웃음.
지호가 곧장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찰칵!
“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헌터...”
“네, 여기 능력자 폭행으로 신고 좀... 읍!!”
“미친!”
빠직!
급히 지호의 입을 틀어막고 핸드폰을 뺏었다.
하지만 너무 급히 뺏은 나머지 핸드폰이 부러져버렸다.
아아~ 이 무식한 힘이 결국 또 한건 해버렸다.
“흐억! 내, 내 핸드폰! 아직 할부도 안 끝난 건데!!”
“미, 미안하다. 물어줄게.”
지호가 가자미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목발로 바닥을 마구 내려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병원 사람들 이 친구 좀 보세요. 다리 부러트리고, 핸드폰 부러트리고 완전히 사람을 머저리로 만듭니다. 머저리로 만들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아이고~ 여러... 헙!”
바닥에 주저앉은 지호를 재빨리 들춰 업고 병원 밖으로 최고속도로 이동했다.
일순 주변 사물과 사람들이 정지했다.
정수기에서 컵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허공에 멈춰섰다.
지금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은 나와 내 손에 들린 지호뿐이었다.
병원 밖, 사람이 없는 뒷골목에 지호를 내려놨다.
“후우~ 야, 제발 그런 거 좀 하지 마. 나 아직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컥!? 미, 미친! 너 순간이동이라도 한 거냐? 뭐 눈 깜짝 하니까 풍경이 바뀌어?”
지호가 경기를 일으켰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좀 빨라.” 지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이게 조금 빠른 정도냐? 너 사람 맞아?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어?”
“후후, 이 정도는 기본이지. 난 아직도 매일매일 구보 10km를 뛴다고.”
“뭐?”
“물론 처음에는 이렇게 빠르지 않았지. 하지만 난 매일매일 나를 극복하며, 시간을 조금씩 단축시켰고...”
“개소리 하지 말고!”
지호가 목발로 내 엉덩이를 쳤다.
딱!
뿌직!
“엥?”
목발이 이쑤시개처럼 힘없이 부러졌다.
“헐? 뭐야? 목발이 왜 부러져? 도대체 몸이 어떻게 돼 있길래?”
아니, 내가 할 말인데? 목발로 얼마나 세게 때렸길래 목발이 부러지는 거죠?
어쩌면 목발이 심각한 불량일수도 있지만 병원에서 그런 실수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야, 너...”
지호에게 따지려고 하자, 지호가 또다시 땡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놈이 이제는 목발까지 부수고, 아예 나를 거동도 못하게 만들려고 작정을 했네~ 작정을 했어~”
저기요?
그거 내가 한 거 아니거든요?
과정과는 관계없이 결과만 놓고, 피해자를 가해자 취급하지 마시죠?
처음에는 이런 캐릭터인지 몰랐는데 지호는 발이 부러진 이후로 이상하게 땡깡을 많이 부렸다.
“아니면... 원래 이랬나?”
“뭐? 뭐가 원래 이래? 내 발도 부러트리고, 핸드폰도 부러트리고, 부목도 부러트리고 이제 또 뭘 부러트릴 건데! 어? 왜 아예 목도 부러트리지 그래!”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목도... 흠흠, 아니다.
난 올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이기에 그런 상상을 하진 않았다.
조금, 아주 조금 빼고 말이다.
‘후~ 이것이 프로 진상러인가?’
어쩌면 지호는 술로 인해서 헌터 자격증이 중지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지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너, 그 눈빛!”
“무, 무슨 눈빛?”
뒷담화 하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깜짝 놀랐다.
“이런 한심하고, 의지박약이며, 진상 사기꾼인 놈을 봤나 싶은 그 눈빛!”
“......”
정확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호의 말을 들어보니, 지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난 아직 지호를 잘 몰랐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이놈이랑 연을 끊어야겠다.
“그런 거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딱 보면 딱이야! 그런 눈을 한, 두 번 보는 줄 알아?”
묘하게 논리적이고, 설득적이었다.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얼굴 표정이나, 텔레파시, 육감 등으로 읽는 것을 독심술(讀心術)이라고 안다.
그것은 천부(天賦)적인 재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 줄 알았는데 지호를 보니, 독심술은 배울 수 있는 거였다.
와! 놀라워라!
나의 불편한 마음을 알고 있다니 더더욱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어졌다.
“야, 근데 너 진짜 책임 안지면 나 농담안하고 굶어죽는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길을 가는데 지나가던 누군가가 돈을 흘리고 가서 돈을 주워줬는데 갑자기 뺨을 때리더니 ‘너 때문에 망했어.’라고 말하는 기분이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그게 무슨...?”
“이곳에는 나 챙겨줄 사람 없다고.”
지호가 무심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
‘왜 챙겨줄 사람이 없는데? 가족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 역시 그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갑자기 죄책감이 들었다.
어지간하면 적당한 선에서 물어주고 끝내려 했는데 이렇게 되면 너무 미안하다.
내 실수 아닌 실수지만 그로 인해 지호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발 나을 때까지만 좀 도와줘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언제나 코뿔소같이 앞만 보고 달리던 지호가 처음으로 처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 코가 석자였기에 쉽사리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근데 나도 딱히 널 도와줄 능력이...”
지호의 눈빛이 다시 매섭게 변했다.
“뭐? 능력이 없다고!?”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지호의 눈빛이 풀렸다.
“아아~ 난 또 뭐라고. 야, 뭐가 걱정이야? 능력도 검증 됐는데 바로 헌터 자격증 따러 가면 되지. 내가 보기에 넌 최소 A야. 어쩌면 S일지도. 다른 대단한 헌터들도 많이 만나봤지만 손가락으로 날 날려버린 건 네가 처음이라고. 자신감을 가져.”
“그, 그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B급 헌터의 일격을 손가락 땡꼬로 박살내버린 나다.
그리고 아직 한계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S급 헌터가 될 수도 있었다.
지금은 거의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코가 벌렁거리고, 가슴이 뛰었다.
“당연하지! 야! A만 되도, 정부 지원이 장난 아니야. 거기다 S면 대박이고, 인생 끝난 거지. 그 정도 능력이 있으면서 무슨 경제적인 부분을 걱정하고 있어?”
그렇다.
또 다시 수동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게 아니라 지금부터는 이 능력으로 돈을 벌면 되는 것이다.
그래! 이제 능동적으로 생각하자.
난 S급 헌터다.
곧 대한민국의 최고가 될 사람이다!
“야, 표정 보니까 너도 마음에 든 것 같은데. ‘돼지 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가볼래?”
“어? 어? 지금?”
‘돼지 뿔’이라는 게 매우 이상했지만 전개가 너무 급작스러워 그냥 넘어갔다.
“그래. 지금. 뭐 문제 있냐?”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됐네. 가자!”
“자, 잠깐!”
“아, 또 왜!”
“사실 문제가 하나 더...”
“뭐?”
손으로 한 부위를 가리켰다.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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