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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무혼 님의 서재입니다.

메이저리그의 검은머리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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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02 14:24
최근연재일 :
2024.07.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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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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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수 :
38,870

작성
24.07.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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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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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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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4. 이 맛에 타자 하는 거구나

DUMMY

4화.


룰루랄라♪


신발을 새로 산 것도 아닌데.

오늘 따라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퍽-퍽-

신발주머니를 리드미컬하게 발로 차며 도착한 아카데미.

제일 먼저 나를 반긴 건 코치님이 아니었다.


“안녕.”


‘요즘 감기 시즌인가?’


3월이라 오락가락한 날씨.

환절기인 만큼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었다.


그래서인지 통통한 볼이 살짝 붉게 물들어있는 동현이가 먼저 인사를 해왔다.


“응. 안녕.”


포동포동한 볼에 샐쭉 길어진 눈꼬리.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표정 덕분에 나도 덩달아 헤벌쭉 웃을 수 있었다.


나와 동현이는 투수와 포수의 관계.

배터리라고 따로 부르는 용어가 있을 만큼 친밀하게 지내야 하는 사이 때문일까?

아니면 웃으며 인사하는 동현이를 보자니 친근한 기분이 드는 탓일까?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제 처음 본 동현이가 어색하지 않았다.


아. 맞다!

생각해 보니까 어제 동현이가 내가 던진 공에 맞아 포수 마스크가 날아갔었는데...

멀쩡해 보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물어봐야지.


“너 괜찮아?”


내 질문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동현이가 나를 쳐다봤다.


“뭐가?”


“얼굴 말이야. 너 어제 마스크가 날아갈 정도로 강한 충격 있었던 거 아니야?”


씨익.

녀석이 웃으며 내게 따봉을 날렸다.


“괜찮아. 내가 보기에는 조금 살쪄 보이지만 튼튼하거든.”


이렇게 보니 왜 코치님이 동현이에게 포수를 권했는지 알 것 같았다.


본인 말대로 포동포동한 몸과 얼굴.

흔히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포수와 같이 동그란 게 안정감이 느껴졌다.


“다행이네. 혹시 충격이 커서 며칠 못 나오면 어떡하나 싶었거든.”


“히히. 아니야. 나 완전 튼튼해서 맨날 나와. 하루도 안 빠지고. 우리 엄마가 나는 공부 머리는 없다고 운동선수 해야 된다고 했거든. 나도 공부보다 나와서 운동하는 게 더 좋기도 하고.”


“잘됐다. 계속 나랑 같이 야구하면 되겠다. 너는 포수. 나는 투수. 딱 좋네.”


“나.. 포수 계속 하라고?”


계속 밝았던 동현이의 표정이 처음으로 어두워졌다.


“응. 왜 너 포수하기 싫어서 그래?”


그러자 동현이가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눈치를 보는 건가?

고개를 끄덕이고 난 후 동현이가 눈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왜?”


분명히 어제 코치님께서 그러셨다.


내가 던진 공을 잘 잡아 줄 수 있는 또래는 거의 없을 거라고.

그 공을 잡은 동현이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거라고.

비록 마지막에 공을 놓치긴 했지만 그건 그럴 수밖에 없을 공이라고도 하셨고.


“무..무서워.”


“뭐가 무서운데?”


“공. 야구공이 무서워.”


야구 선수를 하겠다는 사람이 공이 무서우면 어떡하지?


공을 던지고 치고 잡고.

그게 야구 선수가 하는 일인데.


“야구선수 하겠다며. 공이 무서우면 어떻게 야구 선수를 해?”


“아니. 그게 모든 공이 무서운 건 아니야.”


녀석이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바닥을 보며 말을 했다.


힐끔.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다시 땅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무섭나?

코치님처럼 산적 같은 얼굴도 아닌데?


물론 키는 반에서 내가 제일 크긴 했다.

그렇다고 그걸 무서워 하기에는 얘의 덩치도 만만하지는 않은데...


“그럼 뭔데?”


“네 공이 무서워. 진짜 다른 애들 공을 쳐다볼 때는 쉽게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네가 던진 공은 진짜 잡을 생각보다 피하고 싶어.”


결국 그거였나 보다.


어제 마스크가 날아갈 정도의 큰 충격.

그게 동현이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듯 했다.


‘동현이가 포수 안 하면 안 되는데...’


어제 코치님이 하셨던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내 공을 잡아줄 선수는 또래에 몇 없을 거라는 그 말이.


코치님이 내게 하셨던 말을 동현이에게 말해주면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나도 학교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봤으니까.


손 들고 발표를 했을 때,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던 담임 선생님의 말 한 마디.

그것 때문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애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손을 번쩍 들고 계속해서 발표를 시도했으니까.


“이상하다. 코치님이 말씀하시기를 우리 또래 애들 중에 네가 제일 공을 잘 잡는다고 하셨는데? 무서운데 어떻게 공을 잘 잡은 거야?”


씰룩 거리는 동현이의 볼.

포동포동하게 커서 그런지 더 눈에 잘 띄었다.


“진짜 코치님이 그러셨어?”


“응. 그럼.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할 이유가 없잖아.”


“히히. 그렇지. 네가 나한테 거짓말 할 이유는 없지. 내가 어떻게 공을 잡냐고 물어봤지? 그건 간단해. 무서워도 어디로 올 지는 보이니까. 네 말 때문에 그런 건 아닌데... 나 포수 조금 더 해 볼까 해. 공을 잘 잡긴 하니까.”


**


“어, 대한이 왔니?”


어제 친절하게 말을 해주셨던 박종호 코치님이 날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셨다.


엄마 아빠가 항상 말씀하셨다.


예의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인사라고도 하셨다.


그렇기에 나는 배꼽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코치님.”


“오늘 몸 상태 어때? 막 아프고 그러지?”


나를 바라보는 코치님의 눈빛이 말을 걸어오는 듯 했다.


아픈 게 당연한 거라고.

본인도 경험해 봤다고.


“아프지 않고 너무 좋아요. 얼른 공 던지고 싶어요.”


내 대답에 조금은 놀란듯한 코치님의 표정.

다시 한 번 확인하시려는 듯 물어오셨다.


“알 안 배겼어? 어제 투구 몇 개 안했어도 처음이라 이곳저곳 알 배겼을 거 같은데?”


“저 아주 쌩쌩해요. 지금 바로 또 공 던질 수 있어요. 몇 개 던져봐도 돼요?”


‘던지고 싶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가 던질 수 있는 가장 강한 공을 또 던지고 싶었다.


내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쭈욱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그건 꽤나 신나는 일이었으니까.


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신났던 일들.


엄마 몰래 아빠와 라면을 끓여먹었던 일.

겨울에 눈썰매장에 가서 눈썰매를 타고 난 후 어묵을 먹었던 일.

계곡 가서 물놀이 후 삼겹살을 구워먹었던 일.


떠오르는 모든 일들도 물론 행복하고 좋았지만.

어제 공을 던지고 느꼈던 짜릿함은 지금 막 떠올랐던 기억들을 합친 것보다 더욱 큰 감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니. 그건 안 돼.”


코치님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셨다.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곧장 되물었다.


“코치님, 왜요? 몇 개만 던져보면 안 될까요? 너무 던지고 싶어요.”


코치님이 손을 쭉 뻗으셔서 내 머리를 헝클어트리셨다.


“네가 어떤 마음인지 잘 아는데. 안 돼. 어릴 때일수록 관리를 잘해줘야 돼. 네가 느끼기에는 5개 10개가 별 거 아닌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게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큰 대가를 치러야할 수 있어.”


코치님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큰 대가라니.

어떤 대가를 말씀하시는 걸까?


어렴풋이 생각되는 건 몸이 아플 수도 있다는 거 같은데.

지금 난 너무나도 쌩쌩한 걸.


코치님이 날 바라보시다가 다시 한 번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지금은 잘 이해가 안 되지? 네 나이에는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방금 내가 한 말 절대 잊으면 안 돼. 결국 네 몸을 잘 챙겨야 되는 건 그 누구도 아니고 너니까.”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코치님의 손길에서 하나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방금 해 주신 말씀이 정말 진심으로 날 생각해서 해주시는 말씀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토를 달 수 없었다.


12살이면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해달라고 때를 쓸 나이는 지났으니까.


“그럼 오늘 뭐해요? 코치님?”


“T배팅이라는 걸 할 거야.”


T배팅.

그게 뭔지 알고 있었다.


막대기 같은 것 위에 공을 올려두고 치는 것.

선수들의 훈련영상에서 종종 봤었다.


투구를 할 수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또 새로운 걸 해보는 거였으니까.


내 꿈인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선수가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 내 목표로 잡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

투수와 타자를 둘 다 잘하는 선수로 메이저리그에 자신의 이름을 알림과 동시에 그곳에서 손꼽히는 선수가 되었고 이번 WBC MVP가 된 선수였다.


그런 그를 뛰어넘으려면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가 없었다.


“일단 동현이가 하는 거 보고 따라 해보자.”


허리 높이까지 올라와있는 연습기.

그곳 위에 코치님이 공을 살포시 올려두었다.


진지한 눈빛으로 야구공을 쳐다보는 동현이.

배트를 들고 거침없이 휘둘렀다.


퍽-


팡이 아니라 퍽?

방망이가 맞춘 게 공이 아닌 배팅기의 맨 위.

공을 받치고 있던 고무가 날아가버렸고 공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동현이가 눈치를 보며 코치님을 쳐다봤다.


“하하... 괜찮아. 실수 할 수도 있지. 또 친구 앞에서 보여주려다 보니까 힘이 많이 들어갔나 보네. 저거 가져와야지. 동현아?”


빠르게 날아간 고무를 들고 오는 동현이.

그걸 코치님이 받아서는 다시 연습기에 꽂으셨다.


다행히 완전히 고장난 건 아닌 모양.

다시 한 번 코치님이 공을 배팅연습기 위에 올려놓으셨다.


“긴장하지 말고. 동현아, 가볍게 쳐. 평소처럼.”


다시 한 번 스윙을 돌리는 동현이.

아까처럼 호쾌한 느낌은 없어졌다.


팍!

대신 정확하게 맞춘 공이 배팅기 위에서 날아갔다.


‘재밌겠는데?’


얼른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몇 개를 더 치게끔 하시는 코치님.

10개를 채우고 동현이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때? 대한이 할 수 있겠어?”


“네.”


긴 대답대신 몸으로 보여주는 걸 선택했다.


방망이를 들고 연습기 옆에 섰다.


“자세는 네가 해보고 싶은 대로 자연스럽게 해 봐. 일단 해보고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 줄게.”


실수를 해서 배팅기를 맞춘다고 해서 고장 나는 건 아니라는 걸 이미 봤기에 마음은 조금 가벼웠다.


착.

배팅기 위에 공을 올려놓으셨다.


‘공만 신경 쓰자.’


두 눈으로 오로지 공만을 쳐다봤다.


최고로 올라간 집중도.

야구 선수들이 경기에서 했던 자세를 취하고 거침없이 스윙을 휘둘렀다.


팍-

다행히 정확히 공을 때려냈다.


하지만 높이 뜨지 않고 직선으로 날아가는 공.


“공의 밑부분을 때려야 공이 떠. 다시 한 번 해보자.”


공의 밑부분을 때리라고?


정중앙이 아닌 공의 아랫부분.

그곳을 노리고 다시 한 번 호쾌하게 허리를 돌렸다.


까앙!!

빠른 속도로 떠오르는 공.


출렁-

쳐놓은 그물망에 걸렸다.


“와....”


짝짝짝.


동현이가 입을 벌리고 박수를 쳐줬다.


“오!! 좋았어. 그거야. 대한아, 너 진짜 야구 처음 해보는 거 맞아? 장난 아닌데? 스윙도?”


코치님도 칭찬해주셨다.


두 사람의 칭찬을 듣고나니 더욱 흥이 났다.


빠악-

다시 한 번 큰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공이 날아가다 그물망에 걸렸다.


“우리 나가서 한 번 쳐볼까?”


코치님의 말에 실내에서 실외로 나갔다.


다시 설치하는 T-bar.

코치님이 그곳에 공을 올려주셨다.


까앙-

큰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공.

실내에서 그물망에 걸리던 것과는 달리 쭉 날아가는 게 내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아!! 아깝다. 조금만 더 갔으면 홈런인데.”


이제는 완전 구경꾼 모드로 돌아선 동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조금만 더 가면 홈런이라고?

집중을 하고 한껏 힘을 모았다.


그리고 한 호흡에 내가 낼 수 있는 힘을 최대한 쥐어짜내며 스윙을 했다.


까앙!!!

지금까지 들었던 소리 중에 가장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날아가는 공.

내가 어제 던졌던 공만큼 빠른 속도로 외야를 향해 날아갔다.


“와!! 홈런이야!!”


동현이의 목소리를 듣는과 동시에 번쩍 두 손을 들어올렸다.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

그 진동보다 더 빨리 심장이 뛰는 듯 했다.


짜릿한 기분.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 또한 짜릿한 맛있었다.


‘이 맛에 타자하는 거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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