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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무혼 님의 서재입니다.

메이저리그의 검은머리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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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02 14:24
최근연재일 :
2024.07.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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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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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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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1. 아빠와 아들의 밀약

DUMMY

1화.


2023년 3월 9일.

2023 WBC 한국 대 호주 전.


“대한아, 얼른 나와. 곧 있으면 야구 시작한다.”


쩌렁쩌렁 울리는 아빠의 목소리.


그보다 더 반가운 건,

기름 냄새 솔솔 풍기고 있는 치킨이었다.


호다다다닥.

방에서 허겁지겁 거실로 이동했다.


“아들, 너 집에서 뛰면 안 된다니까. 아랫집에서 쫓아온다고.”


콩.

이마에 꽂히는 아빠의 딱밤.

분명 한 방이었지만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고작 딱밤 한 대 맞았다고 울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이건 내 신체 기관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만들어낸 눈물이었다.


“아악! 아프다고. 아빠가 딱밤 때리면 그건 살인 미수라고.”


“살인 미수라는 단어도 알아? 대한아, 너 다 컸다?”


아프다니까.

내 말은 씨알도 안 먹혔다.


하... 내가 말을 말지.

우리 아빠는 항상 저런 식이었다.


사실 다른 집 아들이었다면 분명히 아빠에게 대들었을 테지만.

우리 집에서는 불가능이었다.


190에 육박한 아빠의 키.

그리고 투포환 국가대표 출신임을 증명하는 엄청난 두께의 신체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아빠에게 덤비는 건 포기였다.


덥썩.

닭다리 한 개를 집어서 바로 입 안으로 넣었다.


오도도독.

물렁한 뼈를 이로 씹고 당기자 딸려 나오는 튼실한 살점들.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아. 맞다. 아빠. 엄마랑 민국이 거는?”


“먹고 온데. 걱정하지 말고 먹어.”


아. 그래서 두 마리만 시킨 거구나.

보통 우리가족이 치킨을 시킬 때면 3마리는 기본이었으니까.


곧이어 시작하는 야구.

팽팽하던 경기의 흐름을 바꾼 건 호주였다.


“아빠, 호주 야구 잘해?”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우리나라가 더 잘하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야구리그 중에는 세 손가락 안에 뽑히니까.”


“1등은 미국, 메이저리그고?”


끄덕끄덕.

아빠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고개만 끄덕이셨다.


“그럼 2등은?”


“2등은 저기 옆나라. 섬에 사는 나라 있어.”


아빠의 표현을 보아하니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일본.


아빠는 유독 일본에게 지는 걸 싫어하셨다.

이유는 아빠가 국가대표 때는 일본에 지면 사람들이 몰려와서 욕을 하던 탓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었나?

그래서 일본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였다.


계속 되는 야구.

결국 5회 말에 역전을 했다.


“푸하하하. 잘한다. 좋아. 그렇게 계속 가는 거야.”


목젖이 보일정도로 껄껄 웃는 아빠.

한국이 이기자 크나큰 목청을 다시 한 번 자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6회에 역전을 당하고 결국 경기는 패배로 끝이 났다.


“아우씨. 내일은 이기기 힘들 거 같은데.”


아빠가 답답한지 가슴을 두드리셨다.


[오늘 패배로 인해 뒤가 없어진 한국. 내일은 반드시 이겨야합니다. 숙적 일본을 물리쳐야만 예선을 통과하게 됩니다.]


우씨.

내가 야구 선수가 되어서 세계대회 나가버려?

확 다 이겨버릴 텐데.


**


다음 날.

오늘도 거실에서 앉아 있는 아빠.

이상한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다.


[Be the Reds]


be가 ~이 되다.

the Reds. 빨강이.

합치면 빨강이 되다?

그게 뭐지?


“아빠, 빨강이 되다가 뭐야?”


“응?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아빠의 말에 손가락으로 옷을 가리켰다.


내 손가락에 따라 이동하는 아빠의 눈동자.


“이거? 너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나라인 건 알지?”


“응. 그럼. 그건 알지.”


가끔 아빠가 텔레비전을 켜고 잘 때 한 번씩 나오는 애국가.

그때 흐르면서 두 손 번쩍 든 축구 선수가 나오는 걸 보고는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이 옷이 엄청 유행했어. 12번째 태극전사라고 하면서 축구 대표팀에 힘 실어 주자고 했었거든. 축구 대표팀 서포터즈가 붉은 악마라서 red가 들어가고 뭐 그래서 나온 문구야.”


솥뚜껑만한 손바닥으로 아빠가 내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셨다.


“아빠, 근데 오늘 이길 수 있어? 일본에는 무시무시한 선수들이 많다는데.”


“어허. 운동은 말이야. 실력이 전부가 아니야. 멘탈! 이길 수 있다는 멘탈이면 못 할 게 없다고오오. 크흠.”


말끝이 떨리는 걸 보아하니.

아빠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애국가.

아빠가 얼른 심장 위에 손바닥을 대고 태극기를 바라보셨다.


척.

나도 아빠를 손을 가슴위에 얹었다.


곧이어 끝나는 애국가.

아빠에게 조심스레 물어 봤다.


“아빠, 나 야구 선수 하고 싶은데. 하면 안 돼?”


“안 돼. 너는 운동선수 할 몸이 아니라니까. 아빠가 몇 번 말 했잖아. 공부나 열심히 해.”


치. 아닌데.

학교 야구부 선생님이 너는 무조건 야구해야 될 몸이라고 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데 163cm의 키.

아빠를 따라 몸통도 친구들보다 두터웠다.

몸만 보면 6학년 형들보다도 더 컸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를 닮은 어깨.

내가 공을 던지면 쓔웅- 하고 빠르게 날아갔다.

친구들처럼 비리비리한 공이 아니라 진짜로 빠른 공이.


이럴 때를 위해 나도 미리 준비한 말이 있었다.


바로 애국심.

그걸 건드리는 거지.


내 이름 유대한.

동생 이름은 유민국.(여자애인데 이름이 남자 같다고 맨날 놀림받고 울었다.)

합치면 대한민국이었다.


국가대표 투포환 선수였던 아빠.

100m달리기 국가대표였던 엄마.

두 분의 애국심에 만들어진 이름이었다.


“아빠, 나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 국위선양. 그거 하고 싶단 말이야.”


“오. 우리 아들 공부 열심히 했나 본데? 국위선양이라는 말도 알아?”


불리할 때 나오는 화제 전환.

오늘은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수 없었다.


“아니. 말 돌리지 말고. 나 진짜 야구 선수 하고 싶어.”


딱. 콩..

이마에 폭탄이 떨어졌다.


망치로 이마를 맞으면 이러할까?

두개골 가운데가 깊이 파였을 거 같은 파워였다.


“어디 아빠한테 말 돌리지 말고라는 말을 해. 어? 아들, 머리 좀 컸다고 덤벼?”


너무나도 분했다.


씨익. 씨익.

화가 나서 가슴을 들썩였다.


여기서 더 덤볐다가는 또다시 응징이 들어오겠지?

표현하고 싶었지만 돌아올 딱밤에 무서웠다.


주르르르륵.

서러움에 양 볼에 눈물이 흘렀다.


“어? 왜 울어? 울지 마.”


당황해하는 아빠.

결국 공포를 이겨내고 하고 싶은 말을 토해냈다.


“씨이. 내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거 있다는데 왜 때려. 히익. 야구 선수 하고 싶은 게 잘못도 아니고. 흐윽. 흐윽. 내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서 국위선양하고 싶다니까.”


할 말을 시원하게 내뱉자 돌아오는 현실감각.

이대로 있다가는 분명 더 강한 딱밤이 돌아올 거란 말이지.


생존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건 바로.


호다다다닥. 쾅!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았다.


‘너무 세게 닫은 거 같은데?’


다시 한 번 문을 열고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화나서 세게 닫은 거 아니야. 바람 불어서 세게 닫힌거야.”


**


그날 밤.

대한이와 민국이가 잠에 든 시각.

잠에 들기 위해 준비하는 윤도영을 침대에서 유강한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낮에 있었던 WBC 경기.

일본에게 큰 점수 차로 패한 대한민국에 대한 생각이었다.


‘이대로라면 일본 야구랑 격차가 더 벌어질 거 같단 말이지.’


지금 대한민국야구와 점점 격차를 벌이고 있는 일본 야구.

그걸 보는 팬 입장에서는 애가 탔다.


유강한이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 투수에 대한 부분.

대한민국은 강속구 투수가 일본 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강속구 투수의 시대.

그 시대에 순응하고 있는 일본과 다르게 한국은 여전히 성적을 위해 어린 선수들이 일찍부터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변화구를 던지는 탓이었다.


문득 생각하다 자신의 아들 유대한을 떠올렸다.


야구 선수를 하고 싶다고 우는 아들.


‘운동선수가 얼마나 힘든지는 알고 하는 말일까?’


운동선수로 국가대표까지 했던 유강한.

그는 운동선수의 길이 얼마나 고되고 인내가 필요한지 알았기에 아들이 그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도 강한이 피지컬이면 오타니 못지않을 거 같긴 한데.’


이미 또래에 비해 큰 키와 떡벌어진 어깨.

꽤나 힘을 쓸 수 있는 체형이었다.


그리고 엄마를 닮아 빠른 발까지.

투수, 타자 할 거 없이 야구 선수를 한다면 최상의 피지컬이긴 했다.


“자기야.”


유강한이 윤도영을 불렀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대한이 말이야. 야구 선수가 너무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야구 한 번 시켜볼까?”


화장을 지우던 윤도영이 손이 하던일을 멈췄다.


“미쳤어? 우리 결혼 할 때 뭐라고 했어. 운동 힘드니까 애들은 절대로 운동 시키지 말자고 했잖아.”


“알지. 그래서 우리가 태권도도 안 시킨 거잖아. 근데 아까 대한이 녀석이 울더라고. 야구 하고 싶은데 안 시켜줬다고.”


“자기가 또 딱밤 때려서 울린 거 아니야?”


이미 딱밤으로 수차례 울린 전과가 있는 유대한.

그 점을 윤도영이 꼬집었다.


“아니. 그래서 운 게 아니라 운동하고 싶은데 안 시켜 준다고 서럽다고 펑펑 울더라니까. 그 좋아하는 치킨 시켜서 냄새 솔솔 풍겨봐도 방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 오더라.”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에 빠진 윤도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안 돼. 우리 아들이지만 대한이는 진짜 미련스러워서 운동만 죽어라 할 걸? 난 그거 싫어. 봐봐. 지금 눈 나빠진 것도 태양이랑 싸운다고 계속 쳐다봐서 그런 거잖아. 미련 곰탱이 같은 놈이야.”


야구에 미친자로 통하는 유강한.

아내의 말을 듣고는 생각 했다.


‘변화구 안 던지고 직구만 죽어라 던지면 160 넘길 수 있겠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도태되어가고 있는 야구판에 아들이 한 줄기 희망으로 보였다.


아들을, 그리고 한국 야구를 위해 아내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그 정도로 하고 싶다고 하면 시켜봐야 되지 않을까? 아까 자기 인생인데 해보고 싶은 것도 못하냐고 하는데 조금 찔리더라. 그리고 시켜보고 본인이 힘들다고 하면 그때 다른 거 시켜보면 되지 않을까?”


짝.

소리나게 유강한의 등짝에 스매싱을 날리는 윤도영.


“또 이상한 소리한다. 나 몰래 어디 야구 아카데미 같은 거 보내기만 해봐. 당장에 이혼이야.”


‘그래. 이거다.’


정답을 알려주는 윤도영의 말에 유강한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허락보다 빠른 게 용서를 구하는 것.

유부남으로 살아오며 깨달은 삶의 지혜였으니까.


“그럼. 당연하지. 자기가 싫어하는데 끝까지 안 시켜야지.”


그걸로 대화는 끝이 났다.


다음 날.

유대한의 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교에 나타난 유강한.

아들의 손을 잡고 집 근처에 있는 야구 아카데미에 가서 등록을 해버렸다.


“아들,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는 거다. 하나 약속해. 절대로 포기 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네가 말한 것처럼 국위선양을 위해서 강속구 던지는 투수가 될 거라고.”


아들과 아빠.

두 사람이 그렇게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밀약을 맺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콜라.입니다.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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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제일 중요한 것은? 24.07.03 143 7 13쪽
2 002. 나는 왼손잡이니까. 24.07.02 17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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