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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무혼 님의 서재입니다.

메이저리그의 검은머리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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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02 14:24
최근연재일 :
2024.07.07 20:20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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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
추천수 :
35
글자수 :
38,870

작성
24.07.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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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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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3쪽

003. 제일 중요한 것은?

DUMMY

3화.


“어? 왼손잡이야?”


박종호 코치님이 화들짝 놀라며 말씀하셨다.


“양손잡이에요. 왼손도 쓰고 오른손도 쓰고. 근데 힘이 필요한 건 왼손으로 하는 편이에요.”


언제부터인지는 몰랐다.

다만 자연스레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가면서 썼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걸 받아 적을 때에는 오른손.

밥을 먹거나 뚜껑을 딸 때는 혹은 농구 같은 걸 할 때는 왼손을 사용했다.


“그렇구나. 그래서 오른손으로 던지고 있던 거구나. 그럼 우리 왼손으로도 던져볼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씀하셨다.


코치 선생님과 대화를 하는 동안 우리 근처로 몰려 온 많은 학생들.

다 내 또래 아이들이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여러 쌍의 눈들.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놀라움 아니면 감탄인 것 같았다.


‘내가 잘 던지는 거라서 놀란 거겠지?’


생각을 하니 몸 전체에 힘이 불끈 솟았다.

더욱 잘 던지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네. 좋아요. 코치님, 근데 왼손용 글러브는 없는 거예요?”


오른손에 끼고 있는 글러브를 빼서 왼손에 껴보려고 했다.

하지만 큰 구멍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글러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치님께 조심스레 물어봤다.


훽 하고 고개를 돌려 옆에 계신 다른 코치님을 쳐다보시는 박종호 코치님.


“김 코치, 우리 왼손용 글러브 있나?”


“아니오.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시며 내게 말씀하셨다.


“이거 어쩌지? 왼손용 글러브는 지금 없어서. 일단 글러브 끼지 않고 던져볼까?”


‘글러브를 끼고 던진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배운 대로 던지고 싶은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심.

하지만 금방 마음을 바꿔 먹었다.


지금 없는 글러브가 금 나와라 뚝딱! 하고 외친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왼손용 글러브보다 더 중요한 건,

왼손으로 공을 던져보는 것이기도 했고.


오른손으로 던진 공의 속도는 105km.

왼손으로 던지면 아마 110km 가까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하니 얼른 공을 던져보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네. 좋아요.”


말을 하고 왼손으로 공을 쥐었다.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실밥의 감촉.

까끌까끌한 것이 익숙하지 않은 감촉이지만 이유 없이 웃음을 흘리게 만들었다.


진하게 떠오르는 웃음을 머금은 채로 왼손으로 던지는 공.


처음에는 가볍게.

그리고 점점 강하게.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배운 크레센도처럼.


“우와.. 쟤 누구야?”

“엄청 빠른데? 어디학교야?”

“헐. 중학생 형인가?”

“바보야, 중학생 형들은 이 시간에 여기 없지.”


공을 던질 때마다 들리는 구경하는 학생들의 목소리.

더욱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게 하는 힘을 주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던지고 오늘 끝낼게.”


‘벌써 끝이라고?’


이제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는데...


주르르륵.

등과 이마에서 흐르는 땀.

물론 체력을 꽤나 썼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너무 너무 많이 아쉬웠다.


“코치님, 조금 더 던져보면 안 될까요?”


슬쩍 의견을 말했다.


코치님이 기특하다는 웃음을 머금고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셨다.


“어차피 공 오늘만 던질 거 아니고 이제 평생 던질 건데.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는 건 좋지 않아. 오늘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던지고 내일부터 잘 나와서 또 던지자.”


결국 코치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야구 선수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던질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대신 오늘 나한테 허락된 마지막 한 구.

남은 힘을 쥐어짜서 가장 강하게 던질 생각이었다.


“동현아!! 나 제일 세게 던질 거야. 그러니까 잘 받아줘.”


지금까지 내 공을 잘 잡아줬던 동현이.

하지만 고개를 계속 돌리면서 공을 잡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주의를 줬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동현이가 말을 했다.


“어? 지금보다 더 세게 던진다고?”


어? 도망가려는 거 같은데?

슬금슬금 옆으로 이동하는 거 보니.


“동현아, 아주 잘하고 있어. 내가 보니까 너 소질 있는 거 같으니까 조금 더 노력해보자.”


조금씩 움직이던 동현이가 멈춰 섰다.


포수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녀석의 표정.

입 꼬리가 잔뜩 올라가있었고 눈은 실눈으로 변해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속담.

‘고래도 칭찬하면 춤추게 한다.’

그게 저절로 떠올랐다.


결국 녀석이 자기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퍽-퍽-

자신의 글러브 안을 주먹으로 치는 동현이가 내게 소리쳤다.


“던져! 다 받아 줄게! 헤헤!”


동현이를 믿고 투구 준비에 들어갔다.


높게 들어 올린 앞 발.

살짝 2루 쪽으로 몸을 꼬았다가 앞으로 체중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팽팽하게 당긴 고무줄을 손에서 놓듯이 뒤에 있던 상체를 앞으로 확 쏟아부었다.


“흐읍!”


손가락에서 빠져나가는 공.

한 눈에 봐도 지금까지 던졌던 공들보다 강한 공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날아갔다.


슈우우욱-


이번에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공을 바라보는 동현이.

공이 오는 곳을 향해 글러브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동현이의 움직임보다 빠른 내가 던진 공.


퍽-

동현이의 얼굴을 막아주던 마스크가 하늘로 떠올랐고,


쿵.

동현이가 뒤로 넘어졌다.


“어? 동현아!! 괜찮아?”


후다다닥.

동현이를 향해 달려갔다.


살짝 얼이 나가있는 동현이의 표정.


“와.. 하늘이 엄청 노랗네...”


**


‘진짜 내 아들이지만 미친 재능인 건가?’


늦은 밤.

침대에 누워 잘 준비를 하던 유강한이 바로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아들이 원해서 몰래 끊어준 야구 아카데미.

그곳에서 본 충격적인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탓이었다.


‘한 눈에 봐도 장난 아니던데.’


가끔 가족 나들이를 하러 찾아가는 야구장.

그곳에서 느린 구속으로 프로야구에서 생존한 선수와의 공과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토끼 같은 자기 자식이기 때문에 들어간 버프.

그걸 머릿속에서 훌훌 털어내도 비벼볼 만 하다는 게 유강한의 판단이었다.


“오빠, 뭔데 그래? 아까부터 본인이 엄청 웃고 있는 거 알아? 안 잘 거면 왜 웃는 건지 같이 좀 알자.”


윤도영의 말에 유강한이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졌다.


‘내가 웃고 있었나?’


낮에 지었던 유대한의 웃음과 똑 닮은 표정.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웃는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냥. 하루 종일 기분이 좋네.”


유대한의 말에 윤도영이 침대에서 몸을 돌려 유대한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데?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사실 대로 말하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입.

하지만 유강한이 필사적으로 참았다.


‘걸리면 또 잔소리다. 참자.’


아들과의 비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그걸 꼭 지켜야만 했으니까.


그때 불현듯 생각난 친구.

젊은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연을 맺은 야구 선수였던 김기현이 떠올랐다.


빠르게 회전하는 머리.

그가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기현이 녀석이 무슨 좋은 일 있다고 해서. 아까 통화한다는 게 까먹고 있었다. 먼저 자.”


말을 하고 윤도영이 잡기도 전에 방에서 나왔다.


힐끗.

거실에 있는 소파를 유강한이 쳐다봤다.


‘아니지. 여기서 통화하다가 혹시라도 도영이 귀에 들어가면 말짱 도루묵이지.’


결국 집 밖으로 나간 그가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곧장 전화번호부에서 찾은 김기현의 이름.

지체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이. 유강한 오랜만이네.


살짝 취기가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기현아. 바쁘냐?”


-아니. 무슨 일이야? 혹시 돈 빌려 달라거나 보증 서달라는 건 아니지?


젊은 시절 자주 어울렸던 둘.

하지만 둘 다 가정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두 사람이기에 나온 말이었다.


“그런 거 아니야. 인마. 야구 때문에 궁금한 거 있어서 전화했어.”


-그래. 뭐가 궁금해? 내가 또 전문가의 시선으로 알려줄게.


“구속 123 나오면 빠른 거야?”


낮에 던졌던 유대한의 마지막 공.

비록 제구가 안 된 공이었지만 구속은 무려 123km나 나왔다.


구속을 보고 놀란 코치가 직접 유강한에게 다가와서 말한 숫자였기에 틀림이 없었다.


-123? 사회인 야구에서는 뭐 나쁘지 않은 구속이긴 하지. 역시 너도 선수출신이라 그런지 가닥이 있어. 훌륭해.


유강한이 친구의 오해를 바로잡아 주었다.


“아니. 나 말고. 내 아들. 우리 장남이 야구 선수 하고 싶다고 해서 오늘 아카데미에 가서 공 던져봤거든.”


-중학생이면 너무 늦게 시작한 거 아니야? 네 피지컬이면 조금 더 어릴 때 시켜보지. 너도 알겠지만 운동선수 너무 늦게 시작하면 싹 틔우기가 몇 배는 힘들잖아.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김기현의 목소리.

그걸 듣는 유강한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대한이가 던진 공이 중학교 수준이구나.’


“야, 인마. 우리 아들 초등학교 5학년이야.”


갑작스레 생긴 정적.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기에 유강한이 핸드폰에서 얼굴을 떼고 액정을 쳐다봤다.


[05:34]

[05:35]

[05:36]


끊기지 않았는지 통화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기현아, 왜 아무 말도 없냐?”


유강한이 말을 꺼내고 나서야 김기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네 아들 잘 모셔야겠다. 나중에 크게 될 놈이네. 보니까. 왼손이야? 오른손이야? 그것도 중요하다.


“왼손이야. 오른손도 100은 넘게 던지더라.”


아들 자랑에 유강한의 목소리가 저절로 커졌다.


-진짜 네 아들이라서 그런지 피지컬 하나는 타고났나보네. 초등학교 5학년이 오른손도 100 넘게 던지고 왼손도 123이나 던진다니. 완전 괴물이야. 하아.. 강한아, 왼손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말이 야구계에는 있거든? 계속 투수 시켜봐. 아니지. 무조건 투수 시켜.


“그치? 투수해야겠지?”


-당연하지. 인마. 그런 재능이 어디 흔한 줄 알아? 강속구 던지는 건 물론 훈련으로 늘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내가 감독인 야구부에서도 120넘기는 애들 거의 없어. 에이스급 애들 한 둘 정도야.


친구의 말을 들은 유강한이 입술을 씰룩였다.


-네 아들내미, 빠따는 어때? 좀 쳐?


‘그러고 보니 오늘 스윙을 한 번도 안 해봤네?’


“어? 모르겠는데? 오늘은 공만 던져 봐서.”


**


띵디디딩. 띵디디딩.

학교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급하다. 급해.’


마음이 급한 만큼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야구를 하기 위해서 아카데미에 가야했으니까.


“대한아~”


짝꿍인 가희가 친근하게 나를 불렀다.


“응? 왜?”


“학교 끝났는데 오늘 우리 집 가서 놀자. 엄마가 맛있는 과일도 준비해놨다고 너랑 같이 오라고 했어.”


3학년 때부터 쭉 같은 반이었던 김가희.

그렇기에 가희네 집에도 많이 놀러 갔었다.


평소라면 두 말 안하고 놀러 갔을 가희네 집.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야구.

어제 공을 던졌던 짜릿함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미안. 나 학원 가야돼.”


눈을 동그랗게 뜨는 가희.

갑작스레 학원을 간다는 말에 놀란 듯 했다.


“학원? 무슨 학원? 너 원래 학원 안 다녔잖아.”


“응. 갑자기 다니게 됐어.”


“무슨 학원인데? 나도 같이 가. 엄마한테 나도 학원 다닌다고 할게.”


야구 아카데미에 여자애들이 있던가?

어제 갔을 때는 없었던 거 같은데.


“나 야구 배우는데. 너도 야구 좋아해? 근데 운동이라 너랑 잘 안 어울리는데.”


내 말에 가희가 입을 삐죽였다.


그것도 잠시.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다.

아무래도 운동이랑 안 어울린다는 말 때문인 듯 했다.


“그럼 나는 뭐가 어울리는데?”


사실 가희는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햇빛을 안 받은 듯한 밀가루처럼 뽀얀 얼굴.

커다란 눈망울에 예쁜 치마를 입고 오는 게 운동보다는 인형놀이가 더 어울렸으니까.


“예쁘니까 인형놀이나 공기 같은 게 어울리지.”


어디가 아픈지 갑작스레 붉어지는 가희의 얼굴.

이렇게 된 이상 더욱더 야구 하는 곳에 같이 갈 수 없었다.


손을 뻗어 가희의 이마에 손을 댔다.


“가희야, 너 열 나는 거 같은데? 얼른 집에 가서 쉬고 나중에 놀자. 아니면 다음에 나 공 던지는 거 구경 와. 나 야구 좀 해.”


가희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


“으응. 알았어. 대신 다음에 꼭 같이 놀아야 돼.”


가희를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그럼 나 먼저 간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메고 있는 가방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흔들렸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서 야구 해야지.’


야구를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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