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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무혼 님의 서재입니다.

메이저리그의 검은머리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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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02 14:24
최근연재일 :
2024.07.07 20:20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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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추천수 :
35
글자수 :
38,870

작성
24.07.02 20:20
조회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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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002. 나는 왼손잡이니까.

DUMMY

2화.


“안녕, 대한아? 나는 박종호라고 해. 여기서 너같이 야구 하고 싶어 하는 선수들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야.”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

아니 선생님이시지.

나를 보고 활짝 웃으셨다.


뭔가 어색해 보이는 표정.

아빠가 엄마한테 혼날 때 짓던 웃음과 비슷한 거 같았다.


다만 억지로 지은듯한 웃음 때문일까?

아니면 산적과도 같이 턱에 주렁주렁 매달린 수염이 산적 때문일까?


‘무..무서워.’


큰 덩치에 저절로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다.


힐끔.

아빠를 곁눈질로 쳐다봤다.


선생님보다 훨씬 큰 덩치와 우람한 팔뚝.

이 분이 혹시라도 산적이라 할지라도 날 지켜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조금씩 옅어지는 두려움.

조심스레 나도 인사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유대한이에요. 봉서 초등학교 5학년 1반 18번이에요.”


두려움을 티 내지 않고 당당하게 내 소개를 했다.


그러자 쑤욱 나오는 손.

생각보다 따스한 손길로 내 앞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씀하셨다.


“선생님 아니고 코치님이라고 부르면 돼. 대한아. 우리 오늘 처음 왔으니까 가볍게 나랑 공 좀 주고 받아볼까?”


어라?

내 생각과 다른데?


정식으로 처음 배우는 야구.

내 생각에는 포지션부터 나눌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공을 주고받는다니.

아니 포지션을 나누지 않더라도 최소한 마운드에 올라가서 포수에게 공을 던져볼 줄 알았는데.


‘궁금한 건 물어봐야지.’


번쩍.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학교에서 질문을 할 때 하던 대로.


“응? 대한이 왜 화장실 가고 싶어?”


“아뇨. 화장실 말고요. 궁금한 게 있어서요...”


턱수염에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쳐다보시는 코치님.


꿀꺽.

정면으로 받으니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래도 궁금한 게 무서운 것보다 싫으니까.’


“그래? 뭐가 그렇게 궁금할까? 우리 대한이는?”


코치님의 부드러운 말투.

덕분에 긴장이 풀리며 한결 편하게 대답했다.


“저 오타니 같은 투수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타자도 하고 싶고요. 근데 그런 거는 언제해요?”


그러자 코치님의 한 쪽 입꼬리가 높이 올라갔다.


‘아빠가 엄마 몰래 게임기를 사셨을 때랑 비슷한 표정이신데?’


“대한이는 투수랑 타자 둘 다 하고 싶은 거야? 메이저리그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오타니처럼?”


끄덕끄덕.


엄밀히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둘 다 하고 싶은데 오타니처럼은 아니고요. 더 잘하고 싶어요. 한국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이요.”


내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를 제일 높은 곳으로 이끄는 것.

그게 내가 야구를 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었다.


“허허허. 이 녀석 보게. 제법 당찬 각오를 하고 있네. 좋아. 그럼 일단 캐치볼을 얼마나 잘하나 한 번 확인해 볼까?”


**


‘확실히 애는 애야.’


새로 아카데미에 등록한 유대한을 보고 박종호가 생각했다.


유대한이 언급한 오타니 쇼헤이.

야구 선수를 해 본 입장으로서 말도 안 되는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생각했다.


흔히들 표현하는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재능.

그건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야구 역사에서 투수와 타자.

두 가지 모두로 이름을 떨쳤던 선수는 단 두 명.


베이브 루스와 오타니 쇼헤이.


베이브 루스가 활약한 시기는 1914년부터 1935년까지.

그리고 오타니가 프로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

99년. 약 100년의 시간을 건너 띄고서야 나온 선수였다.


단순 어린아이의 치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말.

박종호는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그가 생각했을 때 운동선수를 할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누가 뭐라고 해도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이었으니까.


물론 최고의 자리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결국 최고자리를 놓고 싸우는 다는 건,

그 자리에 대한 꿈을 꾸는 자들끼리의 대결이었다.


안전한 그물망이 쳐진 곳으로 이동하며 슬쩍 유대한을 바라봤다.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했지만 또래보다 큰 키.

그리고 타고난 프레임 자체가 동양인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물론 초등학교 때에 빠르게 2차 성징이 온 아이일 수도 있겠지만 유대한은 아니었다.


같이 아카데미를 등록하러 온 그의 아버지.

그 또한 아시아인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체형이었으니까.


‘진짜 이대로 큰다면 오타니랑 피지컬은 비벼볼 수는 있겠네.’


도착한 장소.

박종호가 아동용 글러브를 유대한에게 건네주고는 착용하는 걸 도왔다.


“우리 이제 캐치볼 해볼 거야.”


말을 하고 떨어지기를 5m 쯤.


“자. 받아 봐.”


가볍게 던지는 공.


착-

곧장 유대한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잘했어. 이제 대한이 차례야. 나한테 던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을 던지는 유대한.


슈욱- 퍽.

글러브 안으로 꽂혔다.


‘동 나이대의 애들보다 빠른 거 같은데?’


공을 잡는 법이나 던지는 요령 같은 걸 알려주고 시작한 캐치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던지는 강한 공.

어깨가 걱정될 정도였다.


“잘했어. 대한이 어깨 안 아파?”


공을 던져서 기분이 좋은 것인지 유대한이 빵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하나도 안 아파요. 살살 던진 거예요.”


“그래? 그럼 조금만 더 던져보자.”


그렇게 왕복 20번을 하고 나서 거리를 조금 더 벌렸다.


조금씩 늘어나는 거리.

그럼에도 여전히 강한 공을 던졌다.


‘역시 타고난 피지컬인 건가?’


보통 거리가 늘어나면 강하게 던지기 위해 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틀어지기 마련이었다.

부족한 힘을 채우기 위해 회전을 주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유대한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이 직선으로 반듯이 서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종호는 점점 흥미로워졌다.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다.’


이 녀석이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지.

캐치볼이 아닌 정식 투구폼으로.


“우리 밖으로 나가볼까? 거기서 몇 가지 더 가르쳐줄게.”


**


실내가 아닌 밖으로 나와서 제일 먼저 한 일.

그걸 바로 투구폼을 배우는 거였다.


아빠와 TV로 보던 선수들의 자세 그대로.

코치님이 시범을 선보이시며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다.


‘히히. 진짜 던질 수 있다.’


자세를 따라하면 할수록 두근거리는 심장.

이러다가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터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붕 뜨는 호흡.

콧구멍이 참을 수 없이 벌렁거렸다.


“자, 이제 던져보자.”


코치님이 공을 내게 건네주셨다.


손에 닿는 야구공의 감각.

막상 공을 잡으니까 흥분됐던 건 조금 누그러지고 잘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찼다.


“동현아, 잠깐 이리로 와봐.”


큰 목소리로 코치님이 누군가를 불렀다.


포동포동한 얼굴.

그리고 살짝 발그레해진 볼.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을 한 학생 한 명이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도착하자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는 긴장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부르셨습니까, 코치님.”


“동현아, 내가 너 안 잡아먹는다니까. 아직도 내가 무서워?”


“아... 아닙니다.”


무서워하는 거 맞는 거 같은데?


내가 아빠에게 딱밤 맞기 직전의 표정이 저러할까?

한 눈에 봐도 얼어붙은 게 티가 났다.


코치님이 쓰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오늘 새로 온 친구인데. 가서 공 좀 받아 줄래?”


“포수를 하라는 말씀이신 거죠?”


“응. 우리 이번 주부터 포수하기로 했잖아. 연습할 겸 한 번 하자.”


“네.. 알겠습니다. 가서 장비 가지고 오겠습니다.”


말을 마친 동현이 뒤뚱뒤뚱 뛰어갔다.


다시 돌아온 녀석은 장비로 무장해 있었다.


얼굴을 가리는 포수 마스크.

그리고 몸통과 다리를 막아주는 단단한 갑옷 같은 장비들까지.


‘내 공을 놓쳐도 아프진 않겠네.’


마음 편히 공을 던져볼 수 있을 듯 했다.


“아, 맞다. 깜빡하고 인사를 안 시켜줬구나. 이쪽은 오늘 아카데미 처음 등록한 유대한. 이쪽은 우리 아카데미에서 포수 포지션을 연습할 김동현. 둘이 동갑이니까 친하게 지내. 자, 둘이 악수.”


코치님의 말대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 나는 유대한.”

“응. 반가워. 나는 김동현.”


가볍게 악수를 했다.


“자, 그럼 동현이는 홈 플레이트로 가서 자리 잡아봐.”


동현이가 홈 플레이트로 뒤뚱뒤뚱 뛰어갔다.


“여기를 마운드라고 부르거든? 이쪽에 서봐.”


마운드.

투수가 공을 던지는 지역이었다.


이 정도는 아빠와 야구를 보며 익히 익혀둔 부분이었다.


“여기까지가 18.44미터야. 멀지? 근데 대한이 너는 아직 초등학생이잖아. 어린 선수들은 18.44미터를 던지기 힘들기 때문에 요기에서 던져. 여기까지 거리는 14.63미터야.”


몇 걸음 앞에 표시된 지역이 내가 던질 곳이었다.


“그럼 이 뒤에 선은 뭐에요?”


내가 던질 곳과 18.44미터 사이에 위치한 곳에도 표시가 되어 있었다.


“거기는 중학교 1,2 학년들이 던지는 곳이야. 2년 뒤에 네가 던질 곳이지. 더 궁금한 거 있어?”


코치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금은 없어요.”


“그러면 한 번 좀 전에 가르쳐 준 동작만 한 번 해볼래? 공은 던지지 말고.”


코치님의 말대로 투구 동작을 이어나갔다.


“오케이. 던져보자. 동현아!! 앉아서 받을 준비해!!”


자리에 앉은 동현이가 글러브를 중앙에 가져다댔다.


목표는 글러브.

처음이니까 힘을 좀 빼고 저 안에 넣는다는 느낌으로.


첫 공을 뿌렸다.


쭈욱 날아가는 공.

힘을 조금 빼고 던졌기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진 않았지만 동현이가 가져다 댄 글러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이스 피칭! 제구 좋았다.”


코치님이 즉시 칭찬해주셨다.


“한 번 더!”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하게.

두 번째 공을 던졌다.


다시 한 번 미트 근처로 가는 공.

힘을 조금 더 썼기 때문일까?조금 전 보다 큰 소리가 난 것 같았다.


“오케이! 나이스.”


훈련장이 떠나가라 큰 목소리를 내는 코치님.

덕분에 훈련장에 있는 내 또래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이게 최고로 강하게 던진 거니?”


살짝 톤이 높아진 코치님의 목소리.

아무래도 흥분하신 듯 했다.


“아니요. 더 세게 던지면 중앙에 넣기 힘들 거 같아서 힘을 조금 뺐어요.”


“중앙에 넣지 않아도 되니까 던질 수 있는 최대 파워로 한 번 던져볼래?”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내가 제일 세게 던지면 공이 얼마나 빠를 것인지.


말 대신 행동으로.

곧장 다리를 올리며 공을 던질 준비를 했다.


쓔우웅-

빠르게 날아가는 세 번째 공.

다만 너무 힘을 강하게 준 탓인지 공이 동현이의 마스크 쪽으로 날아갔다.


“어??”


이건 나도 예상 못한 일인데.

내 공을 잡아주던 동현이가 고개를 돌리며 글러브를 낀 손을 높이 들었다.


퍽!


“나이스 캐쳐. 동현아, 잘 잡았는데 공 봐야지.”


다행히 동현이가 공을 잡는 데에 성공했다.


‘휴. 다치는 줄 알았네.’


“코치님, 무서워요. 공이 너무 빨라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목소리로 동현이가 말을 했다.


“아니야. 잘 했어. 한 번 더 해보자. 김 코치!! 스피드건 좀 가져와 봐.”


스피드건이 뭐지?

궁금한 건 물어봐야 되는 거니까.


“코치님, 스피드건이 뭐에요?”


“스피드건? 그거 속도 재는 거야. 대한이 공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게.”


잠시 후 달려오는 어른 한 분.

김 코치님이신 듯했다.


“여기 있습니다. 코치님.”


“대한아,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있는 힘껏 최대한 던져볼래?”


“네.”


내 등 뒤에 서는 박종호 코치님.

그 옆에 김 코치님도 딱 달라붙어 계셨다.


다시 한 번 다리를 들고.

발을 앞으로 쭉 디디고 난 후 몸통을 돌리며 정면을 바라보고 공을 뿌렸다.


슈우우욱.

조금 전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가는 공.

이번에는 중앙에서 살짝 왼쪽으로 빠졌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 동현이.

그러는 와중에 손을 움직이며 미트의 위치를 바꿨다.


뻐엉.

동현이가 또다시 공을 잘 잡았다.


‘저렇게 잘 잡을 거면서 왜 눈을 감고 소리를 지르지?’


“헐.. 코치님. 제가 본 게 맞나요? 105km 나왔는데요?”

“와. 진짜 말도 안 된다.”


코치님들이 입을 쫘악 벌리셨다.


“어때? 제일 세게 던진 거야?”


“네. 오른손으로는요. 근데 왼손으로는 더 세게 던질 수 있을 거 같아요.”


나는 왼손잡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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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2. 나는 왼손잡이니까. 24.07.02 17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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