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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서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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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작품등록일 :
2019.04.01 18:32
최근연재일 :
2019.04.19 21:0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368
추천수 :
16
글자수 :
88,197

작성
19.04.05 22:00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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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다시는 바다를 무시하지 마라

DUMMY

오공은 바다 속을 돌아다니다 머지않아 ‘해양 보안청 파출소’ 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대자보에는 바다는 만물의 어머니, 어족 자원 특별 단속기간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고, 거대한 소라껍데기 같은 건물 안에는 수많은 어인(魚人)들로 북새통이었다. 민원창구에는 별별 종류의 생선들이 줄을 지어 있었고 한쪽에는 네댓 명의 어인들이 아가미를 뻐끔거리며 도다리, 고등어, 새우 같은 생선을 취조하고 있었다. 민원인과 직원들이 각자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고등어 너 이 새끼, 잔멸치 왜 잡아먹었어? 엉? 산란기는 취식금지인거 몰라?


-배달시키신 분?


-새우 이 자식 봐라. 멸치만한 놈이 플랑크톤을 2kg이나 먹어치웠네. 해양생태 파괴범으로 압송 조치하겠다.


-짬뽕 배달시키신 분 없어요?


-누가 파출소 안에서 오줌 쌌어! 공중질서 안 지킬래요?


-새치기야! 청새치 새끼가 내 진주를 훔쳐갔다!!


-나가사끼 짬뽕 시키신 분 여기 없어요?


-나가 새끼야. 갈 길이 먼 오공은 한숨만 나왔다.


-여기 보안관이 누구야. 급한 볼일이 있으니 빨랑 튀어나와 봐.


방어가 새치기하려는 오공에게 한마디 했다.


-아저씨, 줄 서죠. 순번대기표도 뽑구요. 다들 바쁜 거 마찬가진데.


-회 쳐서 김 싸먹기 전에 싸물어.


-네.


오공의 거만한 태도에 불쾌감을 느낀 대왕 해파리도 끼어들었다.


-이 자식, 아가미에 바람이 들었나. 왜 이리 말이 짧아.


-해파리냉채 되고 싶지?


-네니오.


오공이 민원인들과 실랑이를 벌이자 상반신은 상어요, 하체는 사람인 어인(魚人)이 삼지창을 들고 일어났다.


-웬 놈이 소란을 피우는 거야! 어라, 해양 오염의 주범 인간 아니신가.


-지금은 미천한 인간의 모습이지만 이래봬도 화과산의 손오공 대왕이시다.


-자슥이 소금물 처마시고 맛이 갔나. 검푸른 대낮부터 헛소리야.


-지금 내가 타고 온 배가 해적의 습격을 받아 곤경에 처해있다. 너희들이 좀 도와다오.


-여기는 어류들의 민원만 받으니 인간은 꺼지시고.


-한시가 급한 일이니 접수해줘.


-저어기... 고래, 돌고래, 물개, 펭귄, 거북이, 개구리, 도마뱀, 물뱀, 양서류, 기타 유사어류 민원접수 안 받습니다. 써 있는 거 보여 안보여?


-원숭이야. 받아줘.


-허파 호흡 안 돼. 알 못 낳아도 안 돼. 우린 순수혈통만 받아. 어류도 아닌 것들이 물로 이사 오면 다 지들이 물고기인 줄 알어요.


-아랫것들이라 말이 안 통하는구만. 알았어. 내가 직접 얘기할 테니까 용왕 내선번호 좀 돌려다오.


용왕을 만나겠다는 말에 어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싸가지 없는 놈을 봤나. 용왕님이 네 친구냐? 튀겨서 고래밥 만들기 전에 썩 안 꺼질래?


상어 어인이 밀쳐내려 하자 오공은 슬쩍 피하며 정색을 했다.


-내 몸에 손대지마라. 샥스핀 베어버리기 전에 물러나는 게 좋아. 두 번 말 안한다.


-미친놈, 용왕 말고 염라대왕에게 안내 해주마!!


화가 난 상어 어인은 당장 삼지창을 들어 손오공에게 달려들었다. 오공은 잽싸게 피하고는 넥슬라이스로 어인의 목덜미를 가격했다. 어인이 풀썩,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오공은 상어 지느러미를 입으로 냉큼 물어뜯어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파출소 안에 있던 어인들은 오공의 패륜적이고도 반어륜적인 행각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오공은 기선제압을 위해 어인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너희들 용왕, 남천궁 살지? 내가 너희 용왕이랑 어? 다금바리도 먹고 어? 사우나도 가고 여의봉도 받고 다 했어! 보여줄까?


오공이 여의봉을 빼들자 어인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용궁신기(龍宮神器)인 여의봉!! 말로만 들었지 두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후선에 앉아있던 보안관 쥐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즉시 컴퓨터를 두드려 오공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고 모두에게 전파했다.


-이름 손오공!! 국가시설 무단침입, 공무방해, 공갈협박, 폭행치사, 특수절도, 재물손괴로 수배중. 200년 전 용궁에 난입하여 용왕을 포함한 신하, 군인 100명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3000억 원의 막대한 재산피해를 끼쳤음. 그것도 모자라 국보 1호로 지정된 여의봉을 훔쳐 달아났음. 국제오대양 어류협회 공식 지명 수배자. 발견 즉시 사살하고 목을 가져오면 100억의 포상금!!


파출소 안에 있던 어인들의 시선이 죄다 오공을 향했다. 어인들은 마치 로또 당첨이라도 된 것처럼 눈알을 까뒤집고 비늘을 바짝 세웠다.


-나라의 도둑!!


-국가유물을 환수하자!!!


-때려잡자 영장류!!


-수족관 38평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사기충천한 어인들이 일제히 소리 높여 오공에게 달려들었다.


오공은 예상치 못한 일에 몹시 당황하였다.


-어라, 이게 아닌데??


오공은 달려드는 어인들과 한바탕 격투를 벌였다. 무자비한 여의봉 앞에 어인들은 어묵이 되고 덴뿌라가 되고 피쉬케잌이 되었다. 여의봉이 번뜩일 때마다 파출소의 기물이 와장창, 박살이 나고 유치장의 철문이 부서져 잡범으로 잡혀있던 잡어들이 달아나버렸다. 밀물처럼 달려드는 고기떼들을 향해 오공은 선풍기처럼 여의봉을 휘둘렀다. 함께 달려들었던 보안관 쥐치는 여의봉에 연타로 두드려 맞고 쥐포가 될 지경이었다.


-보안관님 이제 어쩌죠? 보기 드물게 미친놈입니다!!


부하 어인이 말하자 보안관은 아가미를 헐떡거리며 외쳤다.


-아쿠아맨 불러 새끼야.


오공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 같은 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인들에게 유리했다. 오공은 육지 동물인 까닭에 점차 심해에서 숨 쉬기가 곤란하였다. 수압도 강한 탓에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힘이 평소의 절반 밖에 되지 않으니 공격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제길 어족이 풍부하니까 끝도 없구나. 분하지만 물러나야겠다.’


오공은 그대로 줄행랑치며 달아났다. 하지만 시간과 공력을 많이 허비한 탓에 폐에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얼마 없었다. 뒤에서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어인과 생선들이 100열종대로 따라붙으니 그야말로 중과부적. 아쿠아맨까지 온다면 이길 확률은 0프로에 가까웠다. 오공은 오랜만에 패배감을 느끼며 사색이 되었다.


-젠장할... 오늘 완전히 잘못 걸렸잖아.


오공은 다급히 영혼 이체술을 해제하는 주문을 외웠다. 눈에 쌍불을 켜고 추적하던 어인들은 오공이 눈앞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자, 엄마에게 보이지 말아야할 것을 보인 사춘기 소년처럼 온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이러면 나가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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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절대로 바다를 무시하지 마라 19.04.06 49 0 7쪽
» 다시는 바다를 무시하지 마라 19.04.05 52 0 7쪽
10 용왕찾아 해저 2만리 19.04.05 53 0 8쪽
9 바다의 낭만은 해적이지 19.04.03 49 0 7쪽
8 경국지색은 괴로워 19.04.02 62 1 7쪽
7 지옥에서 돌아온 추녀 19.04.02 61 1 11쪽
6 명부록을 고치면 인생이 바뀌지 19.04.01 63 1 7쪽
5 저승 세계 사용법 19.04.01 68 2 7쪽
4 천방지축 손오공 19.04.01 79 2 8쪽
3 죽은 삼장 구해오기 19.04.01 63 2 9쪽
2 인도 승려 다르심 19.04.01 93 3 9쪽
1 프롤로그 +1 19.04.01 152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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