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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서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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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작품등록일 :
2019.04.01 18:32
최근연재일 :
2019.04.19 21:0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370
추천수 :
16
글자수 :
88,197

작성
19.04.01 18:42
조회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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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인도 승려 다르심

DUMMY

먼 옛날, 동방의 땅. 삼장이 불경을 구하기 위해 천축국으로 향하는 긴 여정은 한 승려로부터 시작된다. 승려는 인도 출신 ‘다르심’이라 하는데 이제 막 배에서 내려 육지를 밟았다. 기나긴 여정에 몸이 상하여 얼굴은 해골 같고 옆구리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포구에는 많은 상인들이 호객 행위를 하며 이목을 끌었는데 그중엔 양아치 짓을 일삼는 건달패들도 있었다. 만만한 호구를 잡아 싸구려 물건을 팔아 폭리를 취했는데 마침 삐쩍 곯아빠진 다르심을 보자 구미가 당겼다.


-아따 행색이 석 달은 굶은 사람 같구마잉. 요게요게 가물치라 하는 놈인디 한 번 푹 삶아 잡사보쇼. 거시기에서 힘이 불끈불끈 솟아부러.


다르심이 슬쩍 보니, 고기는 전혀 싱싱하지 않은데다 퀴퀴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었다.


-승려라 고기는 먹지 않소. 나무아미타불.


이 땅엔 아직 불심이 도달한 적 없기에 사람들은 승려가 뭔지도 몰랐다.


-뭐라고라? 승려가 뭐시 당가. 거시기 그러지 말고 싸게 싸게 드릴랑게 싸게 싸게 사쑈잉.


-괜찮소. 나무아미타불.


-아이 그냥 좀 사주쑈 형씨 에? 나무타령 좀 그만허구.


장사치의 말투가 거칠어지자 다르심은 이 자가 시비조로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소 강한 어조로 말했다.


-됐다지 않소.


-에헤이, 나가 허벌나게 옥살이하다 나와서 좀 열심히 살아볼라고 항게 에? 협조 좀 부탁드려 에? 열 냥하는 거 보기 딱하니 다섯 냥에 드릴랑게요.


-어허!!


다르심이 정색하며 장사치를 쏘아보자 장사치는 움찔하였다. 다르심의 안광이 예삿 사람이 아니란 걸 순식간에 파악하기는 개뿔, 사람을 잘 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고른 협잡꾼은 계속해서 다르심의 심기를 건드렸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던 다르심은 그를 툭 밀고 나가려 했는데, 손이 미처 닿기도 전에 협잡꾼은 억!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탁! 주저앉았다.


-어이구, 나 죽네 나죽어. 이 자가 사람을 치네. 어이구 나죽소. 나죽어.


다르심은 불필요한 소동을 피하기위해 자리를 뜨려했지만 먹잇감을 노리던 건달패들이 가만 놔둘 리 없었다. 잘 짜놓은 각본에 따라 각자의 배역을 메소드 연기로 승화시키는 일만 남았으렷다.


-멸치 새끼가 안 사면 그만이지 스벌 사람을 뚜까 패부러야.


다르심은 세상을 유람하며 온갖 유형의 인간 떨거지들을 봐온지라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한 명이 지랄지랄 성화를 부리자 또 다른 한 명이 나서서 연기를 시작했다.


-에이 행님, 그래도 다짜고짜 그럼 쓰것소. 먼저 잘 타일러 봐야지라. 이러면서 다르심에게 다가와 귀엣말을 건넸다.


-20냥 주고 좋게 좋게 타협 봅시다잉.


'이걸 받어 말어.'


다르심은 잠시 고민하고 말했다.


-좋소. 그럼 타협을 봅시다.


-참말로 잘 생각했소.


그러면서 같은 패거리들에게 흥겨운 듯 외쳤다.


-말귀가 생각보다 잘 통하네잉. 20냥에 합의하기로 했으니 그만들 하시시쇼잉.


다들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쾌재를 부르고 있던 그때, 다르심이 다시 나섰다.


-생각해보니 20냥도 적소. 그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것을 드리리다.


-워매 좋은 거, 보기보다 화통하구마잉.


-내 오늘 억만금의 값어치가 있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드리리다. 일동 패거리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뭔 개소리여. 누구 말씀?


-나랏님 말씀도 안들어서 빵살이 하고 왔는디...


-쭈꾸미 같은 자슥이 장난을 치나.


이에 다르심이 웃는 낯으로 말했다.


-듣기 싫으면 이만 길을 내어주게. 법문을 듣게 되면 당신들의 수치스러운 행각을 참을 수 없을 게야. 불제자에게 이만 길을 내어주시게.


협박이 먹혀들지 앉자 협잡꾼들은 무력행사를 마음 먹었다.


-허허, 불제자란다. 니미 불알고자로 만들어줘삐라!!


이에 한 명이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들었다. 다르심은 어쩔 수 없이 인도 무예의 정수를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요가화야!!! (妖價火也, 요상한 가격에 열불이 난다)


다르심은 입에서 난데없이 불을 토해냈다. 겁을 주기 위해 일부러 비껴맞도록 쏘았는데 그만 양아치의 옷소매에 불이 붙었다. 양아치는 화들짝 놀라 펄쩍펄쩍 뛰었다.


-으미으미 쓰벌것 좀 보소. 비싸게 주고 산 모시적삼인디 불댕이로 그을려놔야. 야들아 저 빡빡머리놈 창자를 꺼내서 목에 감아줘라잉.


그러자 일당들이 무더기로 다르심에게 달려드니 다르심도 더는 봐줄 수가 없었다.


-여래여래후안치!!! (如來如來厚顔恥, 여래를 뵈면 두터운 낯짝에 수치심이 생긴다)


이윽고 다르심의 팔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더니 양쪽에서 달려드는 무뢰배들의 복부를 가격했다.


-크어어얽!!


-후러러러럵!!!


순식간에 무뢰배 들이 배를 움켜쥐고 바닥에 고꾸라지고 뒤이어 쌍바윗골에서 굵은 피똥을 짜내며 숨을 깔딱깔딱 거렸다. 놀란 무뢰배 무리 셋이 즉시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다르심은 당황하지 않고 두 번째 초식으로 응수했다.


-요가후래임!!! (要訶後來琳 꾸짖음을 구하면 아름다운 옥소리가 찾아온다)


다르심이 외치자 큰 불이 사방에서 일어났다. 무뢰배들은 기겁하여 감히 다가가지 못하였다. 다르심의 녹록치 않은 무공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그들은 바지에 오줌을 찔끔찔끔 지리며 외쳤다.


-살려주쑈잉!!! 잘못했써라!!!


-이놈들!! 열심히 땀 흘려 일 할 생각은 않고 어수룩한 행인을 붙잡아 X같은 물건을 잘도 팔았구나. 이제 불가의 지옥불로 모두 튀겨 죽여주마!!


-어이구, 허벌나게 잘못 했쏘!!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쑈잉!!


모두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니 다르심도 더는 무공을 펼치지 않고 화염을 거두었다. 다르심은 일장 부처의 법문을 늘어놓았고 무뢰배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잘못을 뉘우쳤다. 다르심이 자리를 뜨려하자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옷소매를 잡고 아뢰길,


-조은 말씸 잘 들었슴다. 거시기 근데...


-뭐.


-불가의 무공 한 수 가르쳐 주실 수 없겠습니까요. 그 머냐. 요가화야...


다르심은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했다.


-아, 개탄스럽다. 잿밥에 눈 먼 자들에게 법문이 무슨 소용인가. 색즉지공 공즉시색이거늘. 눈으로 봐야만 믿을쏜가!!


허탈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 다르심은 무거운 걸음으로 포구를 빠져나왔다.


***


몸과 마음이 지친 다르심은 땡볕을 한참동안 걷다가 어질어질하여 작은 나무그늘을 찾아 들어갔다. 거기선 웬 여자아이가 떡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행인이 하나도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아이는 열 너댓살 정도 되어보이는데 얼굴엔 핏기가 없고 생기라곤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지쳐보였다. 여자아이는 곁눈질로 다르심을 슬쩍 보더니만 서스럼없이 떡을 건넸다.


-하나 사셔요. 맛납니다.


-얘야. 난 목이 마를 뿐이지 배가 고프진 않다. 안 산다.


여자아이는 다시 떡을 거둬들이고 멀뚱멀뚱 먼산만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조금 지나 뭔가 부시럭 거리더니 물주머니를 꺼내 다르심에게 내밀었다. 목이 말랐던 다르심은 넙죽 받아 벌컥벌컥 들이키고 캬아, 소리를 내었다.


-참으로 시원하다. 그런데 네 물을 몽땅 마셨으니 어쩐다.


-괜찮습니다. 참을 수 있어요. 그러면서 여자아이는 다시 먼산을 쳐다볼 뿐이었다. -어린 아이가 참으로 기특하구나. 넌 법문 없이도 살겠다.


-법문이요? 그게 뭡니까.


-부처님 말씀이지.


-저는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그런 건 관심 없어요.


-그래, 배가 부른 후에야 법문도 귀에 들어오지. 이름이 무엇이냐?


-원영이라 합니다.


-그래, 많이 팔거라. 난 잠시 여기서 쉬어야겠다.


-네. 저는 물건이 다 팔리면 집에 가봐야겠습니다.


목도 시원하게 축이고 땀도 식었겠다. 다르심은 그늘 밑에서 잠시 쉬다가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다 어느순간 인기척이 일어나 슬쩍, 눈을 떠보니 여자 아이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깜짝 놀란 다르심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버르장머리 없는 년!! 다르심은 크게 노하여 여자 아이의 따귀를 갈겼다. 아이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였다.


-너를 좋게 봤거늘, 감히 남의 재산에 눈독을 들여? 썩어빠진 년!!


다르심은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한참을 걸었지만 그럼에도 쉽게 분이 풀리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절망적이었다. 세상이 너무도 각박하고 험악하여 불심이 피어날 구석이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아, 삼신산에 들어가 수도정진이나 해야하나.


그러다 문득 호주머니가 불룩한 것이, 이상하여 손을 넣어보었는데 그곳에 웬 떡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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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승려 다르심 19.04.01 9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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