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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서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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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작품등록일 :
2019.04.01 18:32
최근연재일 :
2019.04.19 21:0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369
추천수 :
16
글자수 :
88,197

작성
19.04.01 18:59
조회
79
추천
2
글자
8쪽

천방지축 손오공

DUMMY

-그래, 그놈이 오행산 돌무더기를 깨고나와 활개를 치는 바람에 이번엔 방장산에 가두었다. 이제 때가 되었으니 놈에게 긴고아를 씌워 주거라. 긴고아를 씌우면 봉인은 알아서 풀릴 거야. 그놈에게 삼장을 찾아오라고 하면 그 후론 알아서 할게야.


관음보살은 긴고아 사용법에 대해 세세한 것을 알려주고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자, 이제 난 간다. 너는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네 뜻대로 심신수양에 정진하거라.


그렇게 관음보살이 엣지있게 퇴장하려던 그때, 젊은 남자가 느닷없이 나타나더니 관음보살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불의의 일격에 관음보살은 소리를 질렀다.


-아얏!! 뭐야.


남자는 눈알을 부라리며 관음보살을 노려보았다.


-뭐긴, 동방예의지국 모범시민이다 새끼야. 멀리서 봤는데 보자보자하니까 어린놈의 쉐끼가 어르신한테 주먹질을 하고 삥을 뜯어?


-오해야. 삥은 안 뜯었어. 딱 봐도 어린이인 거 몰라?


-오해? 그래, 너도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나 지금 훈육하는 거지 때리는 거 아냐. 이 쉐킷! 이 쉐킷!


-아악!! 아동학대, 아학아학!!


자칭 모범시민은 주먹으로 관음보살의 머리를 쉴 틈 없이 쥐어박았다. 관음보살은 가드를 올리고 정신없이 막다가 끝내 당해내지 못하고 도망을 쳐버렸다. 관음보살이 사라지자 모범시민은 사람 좋은 얼굴로 다가와 다르심을 부축했다.


-할배, 괜찮아요? 이에 다르심은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다. 눈치 없이 친절한 새끼야.


어리둥절해 하는 모범시민을 뒤로 하고 다르심은 관음보살이 사라진 골목길을 향해 절을 했다.


****


서둘러 방장산으로 향한 다르심은 손오공이 있다는 장소를 찾아냈다. 주변과 달리 안개가 자욱한 곳이 있는 숲이 나왔는데 그 안을 헤치고 들어가자 벼랑길이 나오고 벼랑길을 지나 암벽을 오르자 넓은 평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관음보살이 말한대로 돌무더기가 나타났다. 돌무더기 안에는 웬 원숭이가 얼굴을 빼꼼, 내밀고 다르심을 노려보고 있었다. 머리털은 온통 황금빛으로 번쩍이고 눈은 사람과 같으나 토끼처럼 시뻘건 것이 한눈에 봐도 평범한 원숭이는 아니었다.


-영감, 너무 늦게 온 거 아닌가?


원숭이가 먼저 사람의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네가 손오공이냐?


-뭐? 손오공? 아직 환갑도 안돼 보이는 어린놈이 감히 스무 갑자 먹은 어르신의 존함을 함부로 불러? 제천대성님이라고 부르거라.


-듣던 대로 뻔뻔한 원숭이놈이로구만.


-아, 됐어됐어. 인간놈들 싸가지 없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용건부터 말해.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나?


-뭐 뻔한 전개 아니겠어? 누가 보냈는지는 몰라도 나한테 이것저것 부탁하고 그 조건으로 꺼내주고 한두 번 겪은 패턴이어야지 말야.


-맞다. 너의 구속을 풀어주고 부탁을 하나 해야겠다.


-헤헤, 이 몸이 이래뵈도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지. 그래, 원하는 게 뭐야?


-너무 많지만 일단은. . .


-하나만 말해. 나가면 할 일이 태산이야. 천계에 올라가면 때려잡을 놈들 투성이라고.


-원숭이 놈이 혀가 길군. 다르심은 관음보살에게 받아온 긴고아를 다짜고짜 손오공의 머리에 씌웠다.


-뭐야 이거. 왕관인가? 금빛으로 빛나고. . . 좋았어. 널 내 오른팔로 삼아주지. 근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냐. 나중에 더 크고 화려한 걸로 바꿔야겠군.


-잔말 말고 돌무더기에서 나오거라.


-뭐? 주문 같은 것도 안 외우고?


오공이 몸에 힘을 주자 돌무더기가 우지끈 하며 움직였다.


-이것봐라. 돌맹이들이 종이장처럼 가볍네? 어디 다시 한 번...


그러면서 힘을 주자 만근의 암석들이 콰지직, 움직이고 다시 한번 힘을 주자 와라락,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손오공이 돌무더기에서 뛰쳐나와 외쳤다.


-와하하하! 이게 얼마만의 자유냐. 드디어 이 몸의 시대가 왔구나!


-너를 풀어준 분이 누군지나 아느냐?


-알게 뭐냐.


-널 풀어준 분은 널 다시 가둘 수 있지.


-풀어주는 게 누가 됐건 지금부터 가두는 건 나 자신뿐이야. 근데 아까부터 제천대성에게 싸가지 없이 말을 하네. 한 번만 입 놀리면 머리를 항문에 쑤셔 넣는다.


-어디 한 번 해보거라.


-미친놈. 꺼내줘서 좀 봐줄랬더니만.


오공이 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우드득 소리를 내며 몸을 푸는 사이 다르심은 관음보살이 알려준 주문을 외웠다.


-옴마니반메훔...아브라카다브라...너때무네도라내가도칸나로벼네내가...


그러자 오공은 3천볼트 전기에 감전된 것 마냥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어서 입에 게거품을 뿜으며 무릎을 탁, 꿇고 눈알이 쏟아져 나올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으게게겍!!! 뭐야 이거!! 두통, 치통, 생리통, 엄마야 호롤롤로로롥!!


-긴고아는 바로 널 꺼내주신 분의 선물이다.


-이제보니... 이거!! 태상노군 그 자식이 만든 머리띠잖아!!


태상노군은 바로, 누구나 들어는 봤지만 읽은 자는 극히 드물다는 도덕경의 저자 노자(老子)를 뜻한다. 노자는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죽지 않고 선계에 올라 고위 신선이 되었는데 오공이 천계에서 난동을 부릴 때 금강탁을 만들어 오공을 구속한 적이 있었다. 오공은 과거의 트라우마가 새삼 떠올라 몹시 괴로웠다.


-그만...그만...잘못했어. 살려줘!! 제발!!!


-네가 천리밖에 있건 만리 밖에 있건 주문을 읽으면 넌 고통을 겪게 되지. 앞으로 내 말에 복종하겠느냐?


-동물학대!! 시베리아 허슥희야!!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구나. 널달믄이녕에다주무늘또거러내가이색희찌져져달라고! 고!


-뭐든 하겠습니드아악! 스님 제발 부탁합니드아아아!!


오공이 항복하자 다르심은 주문을 멈췄다. 오공은 눈코입, 구멍이란 구멍에서 질펀한 액체를 질질 싸질렀다.


-그래, 오공아. 이제부터 내 말 잘 듣거라. 너 당장 명부로 날아가 원영이라는 여자 아이를 찾아와야겠다.


-명부? 저승 말이요? 아 거긴 좀 껄끄러운데.


-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녀석이 무슨 나약한 소리냐.


-예전에 명부록을 건드린 적이 있어서 염라대왕이 아주 벼르고 있소.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고용주 마인드시네.


-원영은 네 머리에 있는 긴고아를 해제 해줄 사람이다. 속히 다녀오너라.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알았수. 내 후딱 다녀오겠소. 근두운!!


오공이 외치자 하늘 위 뭉게구름 한 덩어리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하나로 뭉쳤다. 그러더니 맹렬한 속도로 자율비행으로 날아와 오공 앞에 턱, 하고 멈추니 람보르기니가 부러울 쏜가. 오공은 즉시 근두운을 타고 땅을 뚫고 명계로 들어갔다. 생각해보면 좀 억울한 감이 있었다.


-명색이 주인공인데 등장 씬도 구리고 다 있는데 나만 없어BGM.


오공은 원영을 찾으러 명부로 향하는 황천길을 샅샅이 수색했다.


-원영인가 뭐시긴가 찾으면 내가 아주 혼쭐을 내줄 거야. 여자아이라고 했으니, 어디 오랜만에 장난 좀 쳐 볼까?


오공은 키득키득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다 이윽고 죽은 자들의 무리를 발견했다. 그 앞에는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가 앞장서 인솔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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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옥에서 돌아온 추녀 19.04.02 61 1 11쪽
6 명부록을 고치면 인생이 바뀌지 19.04.01 63 1 7쪽
5 저승 세계 사용법 19.04.01 68 2 7쪽
» 천방지축 손오공 19.04.01 80 2 8쪽
3 죽은 삼장 구해오기 19.04.01 63 2 9쪽
2 인도 승려 다르심 19.04.01 93 3 9쪽
1 프롤로그 +1 19.04.01 152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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