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21,055
추천수 :
2,088
글자수 :
472,916

작성
19.04.15 20:24
조회
2,048
추천
34
글자
12쪽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2

DUMMY

로브로 가려져 있었지만, 레이진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빌리스라는 상단의 검사가 오든을 도발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건 그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저자는 늘 이런 식으로 자신을 과시하며 상단을 휘어잡아 왔겠지.

싸움을 말리거나 적어도 피할 수는 있겠지만, 레이진은 그러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오든과 베네크의 실력을 제대로 검증해 보고 싶기도 했다.

오든이 밀리더라도 베테크가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터.

레이진이 자신의 옆에서 두 사람의 대치상황을 말없이 바라보며 서 있는 베네크를 올려다봤다.

아리오스 공작가를 떠난 세월이 십년 남짓이었다. 분명 젊은 나이에 오러를 느낀 천재였다고 했는데....

십년의 세월동안 완전히 검을 놓은 걸까?

자신의 경우는 어지간히 재능이 떨어졌다. 그러니 검을 놓는 것은 오히려 홀가분하게 느껴질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단전을 만든 무인은 다르다. 그때부터 그는 평범한 무인이 아니다.

그것은 타고 난, 재능이며, 하늘이 준 축복이었다. 노력으로 될 수 없는 것.

그런 행운을 그냥 미련 없이 놓아버렸다고?

적어도 앞으로의 여정에 자신이 데려갈 인재라면 모든 것을 파악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레이진이 부러진 석조기둥에 등을 기대고 느긋하게 자릴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오든의 외침이 들려왔다.


“어디 죽여 봐!”


오든이 검을 뽑는 순간, 빌리스의 신형이 앞으로 쇄도했다.

마치 말이 힘차게 달려 나가 듯, 그가, 눈 깜작 할 사이에 오든의 앞에 도달했다. 사람들이 채 놀랄 틈도 없이, 그의 애검인 바스타드소드가 공간을 갈랐다.

자신의 가슴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검을, 오든이 옆으로 비켜서며 걷어냈다. 아니 걷어 내려했다.

짱!

빌리스의 바스타드소드와 오든의 대검이 부딪치는 순간, 유리가 깨는지 것 같은 소리가 울리며, 검을 쳐낸 오든의 몸이 오히려 뒤로 두 걸음 밀려났다.

손아귀로 전해지는 통증에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데, 잠시의 쉴 틈도 없이 다시 거리를 좁힌 빌리스의 검이 횡으로 허리를 베어왔다.

오든이 다시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막았다. 자신이 어떻게 막아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펑!

이번에는 포대자루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퍼지며 오든의 몸이 다섯 걸음이나 밀려나버렸다.

마치 거대한 손이 자신의 몸을 힘껏 밀어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휘청거리며 겨우 자세를 잡고 선 오든이, 다시 검을 들어 다음에 이어질 공격에 대비하며 자세를 잡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빌리스가 그 자리에서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제법, 덩치에 어울리는 힘.

저 정도면 확실히 어깨가 올라가 있을만했다.

어지간한 검사들이었다면, 검을 놓치거나, 뒤로 나자빠져 뒹굴었겠지.

그가 몸을 풀 듯 고개를 좌, 우로 까딱이며 입을 열었다.


“남들이 자경대 대장이라고 치켜세워주니 보이는 게 없지?”


그가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보통 시골 촌뜨기들은 너처럼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나대다가 허무하게 죽는 법이지.”


그가 다시 한 발을 내딛었다.


“이제부터는 조금 다를 거다, 촌뜨기.”


그가 자신의 검을 두 손으로 잡으며, 작은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그려지는 순간, 또 다시 눈으로 쫓을 수 없는 빠르기로 눈앞에 나타 난 검이, 목과 어깨, 그리고 정수리로 이어지면 무차별적으로 날아들었다.

일반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슨 묘리가 담긴 규칙적인 검술이 아닌, 마구잡이의 몽둥이질처럼 보였다. 다만 몽둥이가 아닌 검을 들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

그렇게 날아드는 검을 겨우 쳐내고, 다시 머리를 향해 쏟아지는 두 번의 검을 막아냈을 때, 결국 허리가 꺾이며 오든이 무릎을 꿇었다.

뒤로 거의 눕다시피 허리가 꺾어진 오든의 텅 빈 가슴으로 다시 검이 찔러왔다.

오든이 검을 내던지 듯, 쳐내며 몸을 굴렸다. 그 바람에 손을 벗어 난 그의 검이 바닥을 쓸며 멀리 날아가다 멈췄다.

오든의 대검을 바라보던 빌리스가 자신의 발로 오든의 가슴을 누른 채, 바스타드소드를 어깨에 걸쳤다.


“누구처럼 팔 하나만 받아가겠다.”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그가 어깨에 걸쳤던 검을 한 바퀴 돌려 잡고서 높이 쳐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베네크가 땅을 박차고 달렸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멀리서 누군가의 우렁찬 목소리가 빌리스의 검을 멈춰 세웠다.


“그만!”


당당한 체구의 노인이 뒷짐을 진 채, 서서 빌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노인의 주위로 서너 명의 사람들이 그를 중심으로 서 있었는데, 레이진이 눈 여겨 보던 익숙한 얼굴, 바이델른 상단의 단장 제록의 모습도 보였다.


“빌리스. 그만, 손을 멈추게.”


빌리스를 멈춘 노인은 이번 상단의 총 책임자이자, 라이프스 상단의 부단주인 체드로라는 인물이었다.

그의 한 마디에 빌리스가 검을 내리고 오든의 가슴을 밟고 있던 다리를 거두었다. 오만한 눈빛으로 오든을 한 번 쏘아 본 그가 지체 없이 몸을 돌려, 돌아섰다.

빌리스의 눈에 엉거주춤 서 있는 베네크와 쓰러져 있는 거대한 석조기둥에 등을 기대고서 마치 남의 싸움을 구경하 듯, 앉아있는 레이진의 모습이 들어왔다.

고개를 삐딱하게 틀며 레이진을 바라보던 빌리스의 미간이 다시 구겨졌다.

건방진 자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처를 바라며 달려와 싹싹 비는 것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무위에 놀라 덜덜 떠는 모습정도는 기대하고 있던 터라, 레이진의 시건방진 자세가 가라앉았던 심기를 다시 끓게 만들었다.

갑자기 밀려온 짜증에 다시 검을 쥔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만하면 되지 않았소?”


베네크가 레이진의 앞을 막아섰다. 그와 체드로의 눈이 마주쳤다. 그때, 빌리스! 하고 자신을 부르는 노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체드로의 한마디에, 순간 흥이 달아나 버린 그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체드로에게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선 빌리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베네크가 오든에게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오든.”


“죄송합니다.”


베네크의 굳은 표정에 오든이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다친 데는 없나?”


말없이 고개를 끄떡인 오든이 레이진에게로 다가갔다.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곁눈질로 그의 표정을 살피는데.

그의 표정 속, 어딘가, 짓궂은 미소가 흐르고 있다고 느낀 건, 착각이겠지?


“앉아, 아직 오러검사는 어렵지?”


의외의 담담한 목소리에 오든이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레이진 일행을 잠시 바라보다, 빌리스가 노인에게 말했다.


“저도 어린아이를 상대로 피를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세상 넓은 줄 모르고 나대기에 선배로써 충고를 좀 해준 것뿐입니다.”


“자네 뜻은 알겠네. 하지만 상행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분란을 일으켜선 안 되네. 가뜩이나 상단의 살해사건으로 어수선한 상황에 자네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어쩌나.”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 어디에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로에나왕국 시절, 아슬린백작의 기사였던 그는 제법 촉망받던 인재였으나, 폭급한 성정으로 인해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한 아슬린 백작은 그런 그의 기사직을 박탈하고 쫓아내 버렸다.

지금보다 오러기사의 수가 월등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때라도 오러기사는 가문의 보물과도 같았다. 그런 능력자를 내칠 정도였으니, 빌리스의 성정이 어느 정도로 난폭했었는지 알 수 있는 일화였지만, 아슬린가에 대한 빌리스의 원한 또한 깊고 깊었다.

아리오스 공작가의 외가였던 아슬린 백작에 대한 원한은 아리오스공작가문까지 이어져 그는 아리오스공작과 아슬린백작, 또 기사도를 이야기하는 덜떨어진 기사들에 대해, 특히 예민함을 보였다.

거기다 푸에린에 올 때마다, 오든의 신력을 확인했던 상단장들이 그에 대한 칭찬의 말을 몇 번, 던졌던 것이 빌리스의 심기를 건드리며 불을 붙였다.

어쨌든 그의 그런 성정을 어느 정도 아는 터라 체드로도 더 이상 길게 말을 하지 않았다.

레이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오든을 한 번 바라보고서 체드로도 상단의 일행들과 다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해프닝은 이렇게 일단락이 되는 듯 싶었지만, 일은 그리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다.



**********


일행이 호드람마을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첫날 일정은 이렇게 나름대로 순조롭게 끝이 났다.

호드람마을은 인구가 천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로, 원래 로에나 왕국 때는 아리오스가문에 속한 지역이었으나, 지금의 바이일남작은 호드람마을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역병과 가뭄, 그리고 간간히 이어지는 마물들의 습격으로 인해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마을은 점점 쇠퇴해 가고 있었다.

그나마 푸에린에서 오는 상단이 두 달마다 들러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을의 앞날을 밝혀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상단으로 유지되는 것 중에 첫 번 째는 여관이었다. 다섯 개가 방이 있는 이 작은 여관에는 상단의 수뇌들이 묵었고, 남은 짐꾼들과 일반호위들은 마을 중간에 천막을 치고 자리를 잡았다.

간혹, 마을 주민의 집에 얼마의 금액을 지불하고 방을 빌려 하루를 묵어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었다.


레이진 일행도 로엠 상단의 사람들과 작은 천막 속에 자리를 잡았다.

저녁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그들의 천막으로, 숙소에서 나온 일단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 중심 인물은 로엠상단의 상단장 데일로스였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의 인영을 둘러보는 그의 표정에 어딘가 난처함이 묻어있었다.


“미안하지만 이번 상행에 맺었던 계약을 해지해야겠소.”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오든의 인상이 저절로 구겨졌다.

빌리스라는 자가 그리 입김이 셌나?

분명히 이 상행에서 로엠, 라이프스, 바이델른 세 상단은 연합을 맺고 있지만, 그것은 효율의 문제 때문이지, 이들 세 상단이 모든 상행에서 이렇듯 손발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 경쟁자 입장이 분명한 터인데 이런 일에 빌리스, 그의 눈치를 보다니 오든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리되었네. 자네가 발끈할 일은 아닌 거 같구만.”


오든이 고개를 조금 숙이고, 좋게 넘어갔다면 아예 이런 번거로운 일은 생기지도 않았을 터. 되려 데일로스가 역정을 냈다.

푸에린 상행이 연합형태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서로 목적하는 물건들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검은소금을 라이프스 상단에서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라이프스 중심의 상단행이 아니라면, 푸에린까지의 상행은 그 위험을 무릅쓰고 로엠상단이 단독으로 행할 만큼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었다. 이 상행의 단장으로서 그가 라이프스 상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부터는 알아서들 따라오시오. 상단 행에 보호비를 내고 합류하려면 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일정 금액을 내면 되오. 그 건, 가능하니, 원한다면 빌리스단장과 내일 아침에 이야기를 다시 하면 될 거요. 오늘까지의 임금은 내일 사람을 다시 보내 정산해 드리리다.”


말을 마친 데일로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소영주님 죄송합니다.”


오든은 마치 죽을죄를 지은 사람처럼 주눅이 들어 있었지만, 사실 레이진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데일로스의 말대로 보호비를 내고 상단과 같이 가도 되도, 꼭 그들과 함께 가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바이델른 상단의 제록을 살펴보기로 한 계획을 어떻게 다시 세우는가 하는 것이 조금은 번거로울 뿐이었다.


그때, 뜻밖의 인물이 그들을 찾아왔다. 바이델른 상단의 제록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의 제국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12 +1 19.04.25 1,661 30 13쪽
23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11 +1 19.04.24 1,603 29 11쪽
22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10 +1 19.04.23 1,646 32 11쪽
21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9 +1 19.04.22 1,713 28 15쪽
20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8 +1 19.04.21 1,776 31 11쪽
19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7 +3 19.04.20 1,869 34 11쪽
18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6 +2 19.04.19 1,874 33 16쪽
17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5 +2 19.04.19 1,950 36 12쪽
16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4 +3 19.04.17 1,972 32 13쪽
15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3 +4 19.04.16 1,977 33 11쪽
»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2 +2 19.04.15 2,049 34 12쪽
13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1 +1 19.04.13 2,219 38 11쪽
12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 - 9 +1 19.04.12 2,286 39 14쪽
11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8 +1 19.04.11 2,282 40 10쪽
10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 - 7 +1 19.04.10 2,426 40 11쪽
9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 - 6 +1 19.04.10 2,558 40 10쪽
8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5 +1 19.04.08 2,621 41 13쪽
7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4 +2 19.04.06 2,836 42 12쪽
6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3 +3 19.04.05 3,027 42 14쪽
5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2 +3 19.04.04 3,297 50 12쪽
4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 - 1 +3 19.04.03 3,631 40 13쪽
3 제1장 - 각성 - 2 +3 19.04.03 3,863 48 13쪽
2 제1장 - 각성 - 1 +2 19.04.02 4,861 49 14쪽
1 프롤로그-시작 +5 19.04.01 5,511 6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