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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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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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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
글자수 :
472,916

작성
19.04.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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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0쪽

제2장 - 다시, 시작은 푸에린에서-8

DUMMY

인적이 드문 어두운 밤길을 달려, 마차가 도착한 곳은 외딴 폐가였다.

푸에린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곳곳에 버려진 건물들이 제법 있었는데 시가지 변두리에 위치한 이곳도 그 중에 하나였다. 주위로 모두 버려진 건물들이어서 주위는 어둡고 음침했다.

마차에서 내린 크루시와 중년인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남은 이들이 문을 막고 서서 그 앞을 지켰다. 곧, 창밖으로 비추던 빛이 커튼으로 가려졌다.


둥근 테이블에 가방을 올려놓으며 크루시가 앉고 중년인이 맞은편에 마주 앉았다. 먼저 안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장한 청년이 테이블 위에 위스키와 빈 잔을 올려놓고는 중년인의 옆에 뒷짐을 지고 섰다.


“주문은?”


중년인의 물음에 청년이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


“여섯 상자가 판매되었습니다.”


“여섯 상자라.....”


“고작 여섯 상자라니.”


크루시의 볼맨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무 많은 인원이 움직인 탓이다. 9할을 떼고 나면 본전도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런 크루시를 바라보며 중년인에게서 인자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목적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주군께서 이번 손해를 책임지라 언질을 주셨습니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이리 직접 몸을 움직이는 수고도 덜게 될 겁니다.”


하긴, 여기가 재배지가 된다면 굳이 상행을 쫓아 자신이 이곳에 올 일도 줄어 들 터였다.


“손해까지 책임져 줄 필요는 없소. 우리 쪽도 감수해야지. 당신의 주군이라는 분은 언제 만날 수 있는 거요?”


“이번 일이 성사되면 그대도 뵐 수 있을 거요. 그러니 소영주를 끌어들이는 일에만 전념해 주십시오.”


“곧 연락이 올 거요. 이미 약에 사로잡혀 그것 외에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하더이다. 문제는 영주이지. 영주가 그리 변할 줄 누가 알았겠소.”


코웃음을 치며, 위스키를 따라 들이키는 그를 향해 중년인이 어딘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 안되면 우리가 처리를 해주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소영주가 자리를 잡으면 여러모로 일을 도모하기가 편 할 테니까.”


“그래도 그건 최후의 일이요. 헤일론 백작의 의심을 사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중년인도 위스키 잔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대는 소영주의 마음을...”


중년인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 조용히 문이 열렸다. 흘끔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중년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로브로 몸을 가린 인영이 마치 유령처럼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섰다.

저런 자가 있었나?

채 의문이 다 풀리기도 전에, 옆 서 있던 청년의 등을 뚫고 무언가가 솟아 나왔다. 중년인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구둣발이 날아와 그의 가슴을 걷어찼다.


“잠시 기다리고.”


벽으로 날아가 쳐 박힌 중년인을 향해 한마디 말을 던진 사내가 몸을 돌려 크루시에게로 몸을 날렸다.


“누구냐?”


크루시가 자신의 검을 빼드는 순간, 그러나 이미 그의 손이 크루시의 목을 감싸 쥐었다.

목이 잡히는 순간,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온몸에 힘이 빠졌다.

숨이 막혀, 아득해지는 시야너머로 얼핏 휘날리는 붉은 색 머리카락과 미청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이것저것 많이 알려줘야겠어. 너희들.”



* * * *


상단의 상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푸에린 상회>의 앞마당을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검은 색 털이 마치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온몸을 덮고 있는 거대한 소가 끄는 수례가 일렬 로 서 있고, 이른 아침부터 나온 상단의 상인들이 그 수레에서 물건을 꺼내 다른 수레로 옮겨 가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중 커다란 검은 소, 챠우 한 마리를 돌려보내며, 땀을 닦은 세 명의 인부가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소문 들으셨어요? 간밤에 이곳 소영주가 시체로 발견 됐다는데요?”


깡마를 체구의 청년이, 깍지 않은 턱수염으로 얼굴의 반을 덮고 있는 중년의 사내에게 말했다.


“뭐?”


놀라는 그의 반응에 깡마른 체구의 청년이 마치 재담꾼이 이야기를 늘어놓기 전에 분위기를 잡듯 들뜬 얼굴로 떠들기 시작했다.


“모르고 계셨나보네, 식당에서는 다들 그이야기로 난리에요.”


눈이 마주친 또 다른 중년인이 청년에게 인상을 쓰며 소리를 죽여 속삭였다.


“그거 떠들지 마. 지금 상단연합 지부단장들이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어.”


“왜?”


턱수염 사내도 같이 목소리를 죽였다.


“이번 상행에 동행했던 상단일행 중에 몇 명이 소영주와 같이 발견 됐대. 마약이 관련 된 거 같더라고. 소문이 어떻든, 푸에린영지의 영주도 귀족인데, 그의 아들이 죽었으니 상단에서 비상이 걸렸지.”


“마약? 누굴까요?”


“넌 알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모른 척 있어.”


청년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중년인이 혼을 냈다.


“아우 왜 때리고 그래요.”


청년이 머리를 비비며 성질을 부리려는데, <푸에린 상회>의 문이 열리고 로브로 몸을 가린 인영 둘이 밖으로 나왔다.

레이진과 카렌이었다.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세 명의 인부가 일어나 다시 물건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오든이 입을 열었다.


“갑자기 도시가 어수선해 졌어요.”


오든의 말에 미소를 지어보인 레이진이 말없이 오든을 재촉해 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마약상들의 뒤를 캘 볼 생각이었다. 그, 주군이라는 자의 정체도 궁금해 졌고. 그러나 크루시라는 마약상은, 그들의 정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결국 중년인에게서 들었어야 했는데, 그는 자살용 독단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대로 죽어버렸다.

단서는 제록이라는 자.

다행히 이번 상행의 일행 중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센달에서 온, 바이델른상단의 지부장 이름이 ‘제록’이었다.

마침 당분간 그들과 동행을 할 계획이니 알아 볼 기회가 분명 있을 터였다.

그 길로 소영주의 임시거처를 찾아갔다. 소영주는 크루시가 건넨 약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소영주를 들쳐 매고 다시 페가로 가서 크루시의 검을 소영주의 가슴에 꽂았다.

생각보다 페가가 일찍 발견되기는 했지만, 폐가 전체에 뿌려놓은 마약가루 때문에 영주는 일을 크게 벌려 수사하지 못할 터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대비는 하기 위해 오든과 함께 길을 나섰다.


* * * *


베네크의 대장간은 이른 시간인데도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둥근 모양의 나무패를 베네크가 두 손으로 건넸다.


“당분간은 ‘진’이라는 이름으로 쓰시면 됩니다.”


“진”


누군가 쓰던 것처럼 잔뜩 손 떼가 묻은 암을 바라보며 레이진이 자신의 가명을 몇 번, 되뇌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레이진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의 괴리가 있기는 했지만, 전생의 이름과 비슷한 발음이어서 더 친근감이 갔다. 그를 따라 웃던 베네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에 놓인 또 다른 물건 하나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가져왔다. 붉은 천에 싸인 물건이었다.


“새로 만들어 보았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레이진이 조심스럽게 천을 풀었다.

검이었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검이기는 한데.

검은 색 검갑에 무늬하나 없는 손잡이는 또 한 누군가가 사용 한 듯, 손 떼까지 묻어있었다.

레이진이 조심스럽게 검을 잡고 뽑았다. 은은하게 검은 빛이 도는 검날이 공을 들인 티가 났다. 무게중심도 잘 맞고, 신공을 펼치기에도 그다지 위화감이 없었다. 기대 이상의 물건이 손에 쥐어졌다.


“오리하르콘인가요?”


베네크가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검술을 일찍 놓았던 소영주가 아니던가? 오랜만에, 그것도 아리오스가문의 소영주를 위해 만들다보니, 욕심이 생겨 과하게 공을 들이긴 했지만, 초심자인 검사가 쓰기에는 조금 아깝다 싶게 좋은 검이었다.

그래도 아리오스가의 소영주에게 바치는 검이니 그나마 그 이름값으로 상쇄되는 것이라 나름 여겼는데 한 눈에 오리하르콘을 알아볼 줄을 몰랐다.

오히려 적은 양으로 인해 어지간한 식견이 아니고서는 알아보기는 힘들 텐데.


“마침, 조금이지만 보관해 두고 있던 게 있었습니다.”


“귀한 물건을 받았군요.”


베네크가 어딘가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리오스공작가문이 변고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어차피 소영주님께 가야할 물건이었습니다.”



* * * *


소영주가 돌아간 자리에 베네크가 멍하니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에게 다가 온 그의 아내, 헤리가 그의 어깨 위로 손을 얹었다. 남편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물끄러미 생각에 잠긴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던 헤리가 입을 열었다.


“소영주님은 내일 떠나시나요?”


베네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해내실 수 있겠지요?”


남편이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헤리가 베네크의 앞으로 와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남편을 올려다본다.


“여보!”


아내의 불음에 그제야 눈을 들어 아내와 눈을 맞췄다. 헤리가 고운 손을 들어 베네크의 까질까질 한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분과 같이 가세요. 여보.”


아내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가져가 포개어 덮은 채, 그녀의 손을 쓰다듬던 그가 동그래진 눈으로 동작을 멈췄다.


“아리오스 공작 전하께서 변을 당하시고, 당신은 하루도 밝게 지내지 못했어요. 언제 당신이 다시 돌아올지, 방황이 언제 끝날지. 늘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 시간도 한이 없었고요.”


헤리가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요 며 칠, 소영주님을 만나고, 당신이 검을 만들면서 예전의 당신 모습을 봤어요. 내가 사랑했던 기사 베네크경.”


아내가 다시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소영주님께서 떠나시면, 당신은 또 다시 어두워지겠지요? 그러다 소영주님께서 잘못 되기 라도 하면 당신은 그 괴로움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베네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으니.


“10년 동안, 날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함께 해주었잖아요. 이제 제가 소영주님께 당신을 몇 년, 빌려드리겠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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