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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주인공이 너무 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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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소리
작품등록일 :
2019.05.21 20:48
최근연재일 :
2019.08.03 0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21,980
추천수 :
477
글자수 :
41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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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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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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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3화 전직

DUMMY

잠깐 망설이던 벨라가 입을 열었다.


“엘프는 태어나면서 각자 하나씩의 소명을 가지고 태어나요. 제 소명은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것, 그래서 다른 엘프들은 저를 균형자라고 불러요.”


벨라의 설명에 이스틴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스틴은 게임의 세계관을 모두 탐독한, 지독한 카르마 광이었다.

그리고 카르마 속의 엘프는 아직까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숨겨진 종족이었다. 자연히 처음 듣는 이야기였고, 그것은 이스틴의 흥미를 끌었다.


“푸에블라 남작령에 있는 강에서 거대화된 개구리들 수천마리가 인간 마을을 습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쪽을 향하고 있었어요. 세상의 균형을 해칠 수 있는 일인지 조사하려고요.”


벨라의 말이 끝나자 이스틴이 부리나케 대답했다.


“거대 개구리들은 모두 해치웠어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여기 있는 우리가 가장 큰 역할을 됐어요. 헥트항의 구원자라고 불리게 되었을 정도니까요.”


속사포같이 이어지는 이스틴의 말에 벨라가 살짝 당황했다.


“여러분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아까 들었어요. 그래서 함께 가고 싶은 거예요. 여러분이 겪은 일에 대해 듣고 싶어서요. 대신 숲을 통과하는데 도움을 드릴게요. 괜찮죠?”

“네 저희야 괜찮습니다. 다만 시간낭비가 되실까봐 걱정이네요. 저흰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라서요. 하하.”


선행이 멋쩍게 웃었다. 그 모습에 벨라도 가볍게 미소를 띠었다.

그녀가 웃는 건 처음이었다.


“글쎄요. 그건 두고 봐야겠죠?”


* * *


띠링!

[쓸쓸한 미노타우르스를 해치우셨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벨라가 합류하고 이틀, 선행 일행은 크네타숲을 모두 통과했다. 선행과 유리엘은 그사이 각각 한 번의 레벨업을 통해 전직 레벨인 30을 달성했다.


“고맙습니다 벨라님. 덕분에 안전하게 숲을 지나왔어요.”


선행의 말은 사실이었다. 크네타 숲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단독 행동을 했지만, 가끔 전투음에 끌려 다른 몬스터가 난입할 때도 있었다.

벨라는 그럴 때마다 새로 나타난 몬스터를 완전히 전담함으로써 일행의 안전을 확보해주었다.


“아니에요. 덕분에 저도 즐거웠어요.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즐거웠다는 말과 달리 벨라의 목소리는 딱딱했다. 엘프라서 그러는 것인지 몰라도 그녀의 목소리는 높낮이가 없었다.

그래서 종종 나무를 대하는 느낌이 나곤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나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처음엔 너무 예뻐서 약간 설레기도 했는데···.’


선행이 생각했다. 실제로 벨라는 그가 지금까지 본 여자중에 가장 예뻤다.

현실과 거의 동일한 감각을 제공하는 게 카르마라는 게임이었다. 따라서 상대가 NPC이든 플레이어든 간에 예쁘고 매력이 있다면 자연히 마음이 가는 게 정상이었다.

선행 일행이 헥트항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거대개구리와 지독한 전투를 이어갔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만약 그곳에서 거대개구리에게 먹히고 있는 NPC들이 단순히 프로그램으로만 느껴졌다면,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싸우지 않았을 것이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이성으로서 호감이 전혀 안 느껴진단 말이지···. 저렇게 예쁜데···.’


벨라의 얼굴을 가만히 보며, 선행이 생각을 이어갔다.


“이 앞이 숲의 경계인 것 같아요. 저희는 도르시 백작령으로 갈 거예요.”


이스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심 벨라가 따라와주길 바라는 어투였다.


“네. 저는 헥트항에 남은 흔적을 조사하러 가볼 생각이에요. 여러분의 모험에 신의 선의가 함께하길.”


함께 지내본 결과 엘프가 생각하는 신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달랐다.

인간에게 신이 절대적인 존재라면, 엘프에겐 동반자이고 보다 평등한 존재에 가까웠다.

그것은 그들이 타고난 소명과도 관련이 있었다. 태생부터 존재의 이유를 부여받은 그들은 소명에 전념하는 동안엔 스스로가 신만큼이나 절대적이고 완벽한 존재라고 믿었다.

따라서 그들이 각자의 소명을 다하는 동안 우연찮게 신을 마주친다면, 그 신이 선의를 가지고 대하길 기대하는 것이 엘프가 그들의 신에게 바라는 전부였다.

이는 역설적으로 신의 뜻이 자신의 소명에 반한다면 엘프는 그마저도 싸워 이겨 내야함을 뜻하기도 했다.


“감사해요. 벨라 님. 다음에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벨라 님에게도 신의 선의가 함께하길 기도할게요.”


이스틴이 벨라를 가볍게 안았다가 떨어졌다. 작별인사였다.

하루 남짓이었지만 이스틴은 벨라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가 워낙에 NPC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벨라가 해주는 엘프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새롭고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벨라와 이별한 일행은 크네타숲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더 북상하자 도르시 백작령 최남단에 위치한 마을, 오볼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볼로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얀톤과 이스틴은 각각 도적 길드와 마법사의 탑으로 향했다.

개인특성이 독특할 뿐, 직업은 평법한 도적과 마법사였던 그들은 각각의 직업길드에서 전직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가장 흔한 전직퀘스트 시나리오는 몇 가지는 공략법까지 인터넷에 떠돌 정도였다.


“누나는 어디로 갈 거예요?”

“나? 글쎄···. 난 계속 힐러를 하고 싶어서···. 아마 데메르 여신의 신전을 찾아가야할 것 같아.”


유리엘은 게임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힐러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런 그녀가 힐 주문에 특화되어 있다고 알려진 대지의 여신의 사제가 되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데메르 신전은 마을 바깥으로 나가서 북동쪽에 있대요.”

“응 들었어. 지금 바로 가려고. 넌 어떻게 할 거야?”

“저도 전직하러 가야죠.”


아무렇지 않은 척 대꾸했지만, 선행의 마음은 복잡했다.

전직을 하기 위해 어디로 가야할지, 이렇게 헤매다가 남은 기간 안에 2차 전직을 하지 못해서 상금을 못 받게 되는 건 아닌지 등 고민이 많아서였다.


“그래 그럼. 며칠 뒤에 보자! 무사히 잘 전직하고!”


경쾌한 인사를 끝으로 유리엘도 데메르 여신 신전을 향해 떠났다.


“혼자 다니는 건 오랜만이네···.”


홀로 남겨진 선행이 나직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내 일행과 함께 다녀서일까, 자신의 혼잣말을 들어주는 이가 없는 지금의 상황이 꽤 어색했다.


“같이 다니는 데 많이 익숙해졌나 보다.”


선행은 괜히 뒷머리를 긁적이며, 일단 전사길드로 향했다.


한 시간 후.


“아니 그러니까, 당신한테 줄만한 일이 없다니까 그러네!”

“아 그러지 말고 좀 찾아봐 주세요. 제가 이래봬도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선 강한 편이라니까요!?”

“허허 참. 우리는 강한 사람한테 일을 주는 게 아니라, 전사들한테 일을 준다고! 전사 길드니까!”

“아 나 정말.”


한참 전사길드의 NPC와 실랑이를 하던 선행이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유리엘과 헤어진 선행이 향한 곳은 전사 길드였다. 혹시 전직에 대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는 지, 애써 찾아온 선행에게 전사길드의 NPC는 냉정했다.


“정말 미안한데, 당신한테 일주는 건 내 일이 아니야. 그러니 이만 좀 나가봐. 당신 뒤로 줄 서 있잖아.”


남자의 말에 선행이 뒤를 확인 했다. 그 곳엔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선행을 노려보고 있는 전사 플레이어들이 줄을 쫙 서 있었다.


“이런···.”


무안해진 선행이 다시 한 번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하아. 정말. 어쩌라는 거야,”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쉰 선행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야 뭐 좀 줘보라고!! 나는 그냥 전사 하려고 했는데 이상한 좋은 오빠로 전직시킨 건 너잖아!”


선행은 자신을 전직시키고, 각종 직업 퀘스트를 줬던 남자 목소리의 시스템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유리엘이나 얀톤 같은 일행을 만나기 전, 선행을 가지고 노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상한 퀘스트를 던져주던 남자 목소리의 시스템을 떠올린 것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그저 맑고 쨍쨍했다. 구름 한조각 만이 유유히 선행의 머리 위를 떠다닐 뿐이었다.


“하아.”


맥이 풀린 선행이 가까운 바위에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띠링!

[전직퀘스트 ‘선택 : 흑과 백’이 발동되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오! 됐다!’


선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줘서 전직퀘스트를 내려준 것이었다.


====================

[선택 : 흑과 백]

전직퀘스트, 미달성

퀘스트 달성 조건 :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이동

좋은 오빠라는 직업을 훌륭하게 수행한 당신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 두 개의 화살표 중 하나를 향해 나아가라. 더욱 강력한 직업을 갖게 되리라.

====================


“엥? 이게 뭐야?”


선행이 눈앞에 나타난 두 개의 화살표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내어 말했다.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는 두 화살표는 각각 검은색과 흰색이었는데, 흰색이 비교적 크고 두꺼웠다.


“이걸 따라가라는 건가···.”


퀘스트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두 화살표 중 하나를 따라가면 다음 임무를 받게 될 것 같았다.

막막하던 마음에 한줄기 희망이 비치는 것 같았다.


“좋아 가자!”


선행은 일단 더 크고 두꺼운 하얀색 화살표를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마을의 중심부를 가리키고 있었다.

십분 쯤 걷자, 흰색 화살표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대신 검은색 화살표가 훨씬 작아져 있었다.

허공에 둥둥 떠있는 두 개의 화살표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사람들 중 몇 명은 선행을 이상한 눈으로 보았을 터였다.


“여긴가···.”


선행은 눈앞에 솟은 하얀색 신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흰색 사제복을 입은 두 명의 남자 사제가 지키고 있는 문 옆에는 크게 ‘루오의 신전’이라고 쓰여 있었다.


“들어가야 하나···.”


신전의 정문 앞에서 선행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퀘스트 이름은 ‘선택 : 흑과 백’이었다. 그리고 두 개의 화살표 중 흰색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루오의 신전이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검은색 화살표는 테네아의 신전을 가리키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선행의 선택지는 두 개, 루오와 테네아였다.


‘빛의 신인 루오의 신전에서 전직을 하면···. 아마 또다시 착하게 살아야하는 직업이 나올 거야. 그것보다는···.’


처음 선행이 좋은 오빠라는 직업을 얻었을 때, 철호는 그 직업으로 인해 선행이 나쁜 짓을 못하게 되는 패널티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줬었다.

덕분에 선행은 이벤트와 레벨업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 속 한 구석에 불안함이 남아 있었다. 혹시라도 착하게 행동해야만 하는 직업을 갖게 되면 그가 목표로 하는 다크게이머 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었다.

게다가 애초에 게임을 시작한 계기도, 이젠 나쁘게 살아보겠다는 것이었으니 굳이 지금 검은색 화살표를 외면한 필요는 없었다.


‘까만 화살표를 따라가자.’


휙. 마음을 정한 선행이 몸을 돌렸다. 기분 탓일까, 신전의 정문 안쪽으로부터 선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테네아의 신전을 찾아가는 것은 루오의 그것을 찾아갈 때와 달리 꽤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마을 밖으로 나가야만 했고, 길이 없는 숲을 헤치고 들어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화살표는 선행의 위치와 목적지를 직선거리로 이어줄 뿐, 네비게이션처럼 가기 편한 길을 안내해주지 않았다.


“여기로 들어가라는 뜻인가 본데···.”


우거진 나무를 불신의 검으로 쳐내가며 숲속으로 들어선 지 삼십분, 선행은 화살표가 없었더라면 절대 몰랐을 것 같은 동굴을 찾아냈다.

동굴의 입구는 선행의 허리정도 올 정도로 낮고 작았는데, 깊이가 있는 지 안쪽이 온통 검었다.

너무 어두워서 약간 겁이 났지만, 선행은 조심스럽게 동굴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선행의 귓가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띠링!

[테네아의 비밀 신전에 진입하셨습니다.]


챙! 긴장감이 더해진 선행이 검을 꺼내들고 서서히 안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칼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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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화 기사 19.08.02 120 3 13쪽
68 67화 정화 19.08.01 85 4 12쪽
67 66화 극복 19.07.31 95 4 12쪽
66 65화 변곡점 19.07.30 95 4 12쪽
65 64화 아픔 19.07.23 119 4 13쪽
64 63화 고백 19.07.22 125 4 14쪽
63 62화 그늘 19.07.21 100 3 13쪽
62 61화 제국 기사 검술 +2 19.07.20 130 4 13쪽
61 60화 문전박대 19.07.19 135 4 17쪽
60 59화 수도 19.07.18 111 3 13쪽
59 58화 전멸 19.07.17 107 2 14쪽
58 57화 위험한 전투 19.07.16 126 2 16쪽
57 56화 기본 19.07.14 136 3 14쪽
56 55화 깨달음 19.07.13 130 2 15쪽
55 54화 두번째 데이트 19.07.12 135 2 14쪽
54 53화 선물 19.07.11 138 2 14쪽
53 52화 데이트 19.07.10 129 2 13쪽
52 51화 입금 19.07.09 151 3 14쪽
51 50화 한달의 성과 19.07.08 148 3 13쪽
50 49화 심장 19.07.07 137 3 13쪽
49 48화 실패 19.07.06 192 3 15쪽
48 47화 광란 19.07.05 143 3 14쪽
47 46화 고민 +1 19.07.04 145 3 14쪽
46 45화 부부 19.07.03 143 3 13쪽
45 44화 루크 19.07.02 147 3 13쪽
» 43화 전직 19.07.01 153 3 12쪽
43 42화 벨라 19.06.30 174 4 15쪽
42 41화 스카웃 19.06.29 174 5 14쪽
41 40화 추방 19.06.28 170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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