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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음악 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4
최근연재일 :
2023.06.04 01: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56
추천수 :
14
글자수 :
55,590

작성
23.06.02 21:08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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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0. 네편이니까 걱정마

DUMMY

“아직 제 질문에 대답 안 해주셨는데요.”


“예? 무슨 질문을...?”


방송국을 나서는 진동을 강재영 앵커가 붙잡는다.


“개인적인 피맥타임.”


“으에? 아니 그게 진심이었단 말이에요?”


“저 빈말이나 거짓말하는 여자 아닌데. 혹시 방송에서 그렇게 보입니까?”


“아니요 그럴리가요. 다만...”


당신처럼 예쁘고 지적이고 능력있는 여자가 평범한 남자에게 따로 술 마시자고 할 리가 없으니까.


「자신감을 가져라. 날 만나기 전까지야 지극히 평범했지만 지금은 지상 최강의 베이시스트라고.」


“그딴 걸로 여자 못꼬셔요.”


“다만...그딴...? 뭐라고요?”


“아닙니다. 그것보다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신가요?”


재연이 내 말을 듣고 피식 웃는다.


“용건이 없으면요?”


“네?”


아니 매력있으면 다야? 이거 완전 뻔뻔한 여자네.


“그래서 노입니까? 아니면 예스입니까?”


※ ※ ※


별수 없이 따라왔다. 어쨌든 언론인과 척 져서 좋을 건 없으니까. 친해지면 당연히 좋은 거고.


「가식 떨지 말라고! 그냥 좋아서 따라왔다고 솔직히 인정해. 저 여성이 눈웃음을 칠 때마다 오마에 심장이 요동친다고.」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마시자고 한 거 아닙니까?”


주변엔 온통 데스크룸 스탭 뿐이다.


“퇴근 이후니까 개인적이라는 뜻이었는데. 아? 혹시 단둘이 만나길 기대하셨습니까?”


“아니요!”


「네니요! 우하하하하하!」


이쯤 되면 그냥 한국말을 하라고.


“아까 그러셨죠? 무슨 용건이냐고.”


“정말 용건이 있으셨던 거에요? 아니 그럼 미리 말씀하시지 왜 간을 보세요.”


“용건없이도 저랑 술 마셔줄지 궁금해서요?”


“장난이시죠?”


강재영의 눈빛에 장난기가 사라지는 걸 보니 본론을 말하려나 보다.


“진동씨 아까 인터뷰에서 본인 얘기보다 미성씨 변호를 더 많이 한 거 아세요?”


“제가 말하지 않으면 미성이형은 쓸데없는 오해에 평생을 시달릴 테니까요.”


“바로 그거에요.”


“네? 그게 저를 따로 불러내신 이유라고요?”


“저와 여기있는 스탭... 아니 제 팀원들은 데스크룸에서 300명 정도의 인물들과 인터뷰를 했어요. 거기서 극명히 나뉘는 대립구도를 발견했죠.”


“대립구도?”


“네. 자기의 이익을 위해 꾸며낸 말을 하는 사람들. 아니면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정직한 말을 하는 사람들.”


“그게 절 만난 이유와 상관이 있나요?”


“진동씨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쪽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러면서도 본인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게 행동한다는 거예요. 누군가를 헐뜯긴커녕 지켜내셨죠?”


“···.”


“우리 팀은 사교클럽을 운영하고 있어요. 출연자 중 참된 삶을 사는 인물들만 선별해서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그게 사회에 선한 영향으로 피드백될 수 있게 만드는 사교 클럽입니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문제요?”


“정직한 사람들은 바보라는 겁니다. 그리고 힘이 없어요. 생겨도 오래 유지하질 못하죠.”


“어렵죠. 자고로 권력, 돈, 인기는 못된짓과 가식을 통해 얻어지는거니까.”


“그런데 진동씨는 양쪽 모두를 가졌어요. 선함과 영악함.”


나는 눈이 커지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설마 저를 거기에...?”


“네. 손 내미는 겁니다. 우리 클럽에 들어오시겠습니까?”


“저는... 지금 사회적 영향력이 1도 없는 아싼데요?”


“저는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천재적인 마케팅 능력과 음악적 감각을 동시에 갖추고 있잖아요. 세상에 누구도 자기가 만든 명품을 영업까지 잘 해내진 못해요.”


“클럽이 저에게 뭘 주죠?”


“쪼렙의 렙업 시간을 앞당겨주죠.”


“그럼 클럽이 저에게 바라는 건?”


“클럽 멤버를 지켜주세요. 오늘 미성씨를 지켰던 것처럼.”


잠시 고민했다.


‘클럽이 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모르는 데 이용만 뒤지게 당하는 거 아냐?’


나의 대답이 지연되자 재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강재영이 진지할 때도 있구나. 잠시나마 그녀의 장난들에 대해 복수한 것 같아서 통쾌하다.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선한 클럽이라... 정말 어린애같이 유치한 발상이네요.”


“흠... 대답은 노입니까?”


“아니요. 전 유치한 거 좋아하는데요? 재밌겠네요.”


“그렇다면. 환영해요.”


재영이 내민 주먹에 흔쾌히 주먹을 부딪힌다.


“진동씨 그럼 2차는 저희 집에서 정말로 단둘이.”


재영의 눈웃음에 더해 윙크까지한다. 하지만 이제 감흥이 없다. 어떻게 습관적으로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이제 안 속습니다.”


“아닌데.”


“아닌 게 아니겠죠.”


그렇게 둘은 한참을 티격태격하다가 진동이 먼저 일어섰다. 사무실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오랜 시간을 할애할 순 없었다.


“클럽 멤버에는 저도 포함이에요.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연락하세요.”


“음... 그럼 가입 선물 하나만 주실래요?”


“좋죠. 저도 처음부터 생색내는 거 좋아하거든요.”


“사람도 찾아주실 수 있어요?”


누구냐는 재영의 물음에 진동이 씨익 웃으며 찾는 사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상수형님과 태연아저씨의 표정이 좋지 않다. 설마 인터뷰때문은 아닐거고.


“무슨 일 있어요?”


둘은 아무런 말 없이 사장실로 들어가 보라는 손짓을 했다. 상당히 불길하다. 사장실이 어째서 지옥의 협곡같은 아우라를 품고 있는 걸까.


꿀꺽. 열기 싫은 문을 억지로 열려니까 끼이익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다. 함부로 들어갔다간 무방비로 당할 것만 같아서 반만 열린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본다.


“뭐하고 있어? 들어와.”


천하연이 태평하게 이야기를 하자 안심하고 발을 안으로 옮긴 순간.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여자가 응접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바로 양연주였다. 그녀의 표정만 봐도 이 방안이 전부 얼어버릴 것 같았다.


“하연아. 얘가 왜 여기에...?”


「오-이-. 아무래도 그쪽에서도 딱히 도움을 줄 것 같진... 아니 둘 다 위험하다고!」


“어어?”


뚜벅뚜벅 걸어오는 하연과 얼음장표정의 협공에 그대로 소파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천천히 다가오는 하연과 연주의 얼굴. 낮게 깔린 속삭임.


“그래서 강재영이랑 마셨어?”


“응? 뭐...그렇지?”


“진짜 마셨다고?”


연주의 목소리가 커진다.


“흥. 그럼 그렇지. 남자한테 뭘바래.”


천하연의 비아냥.


“좋았어?”


연주의 후속타.


“좋았지... 응? 아니? 뭐가 좋아? 잘 끝나서 좋았다고!”


넋이 나가버리겠다. 그냥 나를 줘 패라고. 뭐가 문제야 도대체.


천하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됐고. 양연주씨. 이제 그쪽이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인.기.남 배진동씨 왔으니까 그만 나가주시고 둘이서 오붓하게 얘기하세요.”


하연의 말에 진동은 푼수처럼 활짝 웃으며 얘기했다.


“뭐야? 강재연씨랑 술마신 것 때문에 화난 게 아니라 연주 때문이었어? 그런 거라면 전혀 걱정 안해도 되는데.”


“나가.”


“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표정을 보았다. 상수형은 어떻게 이런 여자랑 30년을 함께 살 수 있는 걸까? 월급을 많이 주나?


쫓겨나듯이 사무실을 나왔지만 태연과 상수의 눈빛도 만만치는 않았다. 말하지 않았지만 들린다. 배신자라고? 알았어.


“연주야. 바람 좀 쐬면서 얘기할까?”


“저도 좋아요. 우리 둘만 있는 거.”


태연과 상수의 눈빛이 더 강렬해진다. 빨리 나가야겠다.


※ ※ ※


옥상으로 올라온 진동과 연주. 어찌나 기나긴 침묵을 주고받는지 야경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인다.


사무실에서 장난처럼 티격태격 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둘의 사이가 정의되거나 정리될 정도로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오빠 덕분에 크립토나잇이 된 건데.”


그녀의 말에 진동은 잠시 옛날 일을 회상했다. 지하에서 절규하는 락밴드에 들어오기에는 유달리 밝고 예쁜 여자아이. 미성은 그녀의 기타실력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받지 않으려 했지만, 진동이 설득했다.


그렇게 들어온 연주를 ‘기타여신’이라는 수식어로 만든 게 진동이었다. 작곡한 곡에 반드시 기타 솔로의 묘기를 넣게 하고 너튜브에 꾸준히 노출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연주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유독 진동을 따르는 건 당연한 거였지만 고백하는 건 진동의 예상외였다. 하지만 열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다는 건 진동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그녀를 크립토나잇의 얼굴마담으로 이용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짓이라고 생각했다.


“오빠.”


“응? 미안. 옛날 생각좀 했네.”


“오빤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보면 몰라? 천하연이랑 있지.”


“그럼. 어디로 가는 건데?”


“넌 경쟁자한테 영업비밀 알려주겠냐?”


연주의 목소리가 슬픔에 잠겼다. 서로 다른 부모에게 입양되는 오빠에게 매달리는 여동생 처럼. 하지만 진동은 애써 태연한 척 받아친다.


“돌아와.”


“뭐라고?”


“크립토나잇으로 돌아오라고. 나 혼자의 의견 아니야. 전부 다 얘기 끝났어. 퍼플B도. 더블베이스 체제. 인정하겠대.”


“넌 오늘 뉴스도 안 봤어? 지금 와서 오도로시 고년이 날 받아주겠냐.”


한편 DLC에서 귀를 후벼파는 도로시.


“배진동 고새끼가 지금 내 뒷담까는게 분명해. 무조건 쳐 부숴버릴거야!”


연주가 고개를 저었다.


“도로시 사장도 얘기했어.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합류시키겠다고.”


진동의 손이 턱을 쓰다듬기 시작한다. 나쁜 제안이 아니다. 아니 사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가야한다. 크립토나잇은 현재 흥행 보증수표다. 게다가 본의 아니게 배진동에 의해 노 저을 물이 잔뜩 들어온 배다.


천하연쪽은? 뭐하나 진행된 것도 없고 천하연이 가요계에서 영향력이 있긴 하지만 발라드에 한정된다. 갑자기 밴드 음악을 한다고 먹힌다는 보장을 확신할 순 없다.


배진동이 마케팅쪽에 심하게 소질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결국 마케팅일 뿐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 하늘의 운명을 이길 수는 없다.


결정을 하려면 지금 빨리 해야한다. 천하연과 뭘 더 진행하게 되면 계약을 파기하기도 애매해지니까.


※ ※ ※


사장실로 돌아오자마자 하연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응? 아... 강재연씨하고는 아무일 없었어. 그냥 뭐 클럽에 들어오라고...”


“그거 말고.”


눈도 안마주치고 컴퓨터 모니터만 보는 천하연. 이래저래 사장실은 냉동실이구나.


“아... 연주랑은 뭐 옛날얘기 좀 했지. 화해도 하고.”


“그래서 크립토나잇쪽으로 가기로 했어?”


“···.”


그랬구나. 이미 연주가 이쪽 사무실에 다 얘기했던 거다. 연주는 나름대로 내가 난처해지지 않게 하려고 배려한 거겠지. 이런 얘기는 빨리 알수록 좋을 테니까.


“그래. 베이시스트니까. 발라드쪽보다 밴드가 낫지. 고향이기도 하고.”


“하연아.”


“미안해하지마. 이해해. 전쟁터에서 누가 누굴 지켜. 자기 살길 찾아가는거지.”


“이제 준비해야지.”


“그래. 넌 잘 될 거야. 아쉽네. 우리. 좋은 인연 될 수 있었을 텐데.”


“무슨 소리야. 크립토나잇 박살내고. 팝 씹어먹을 준비 해야된다고.”


순간 고개를 드는 하연의 표정이 너무 멍청해서 진동은 피식하고 웃음이 터졌다. 한참동안이나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던 하연이 뒤늦게서 말의 의미를 깨닫고 벌떡 일어났다.


“야 너 왜그래?”


가쁜 숨을 몰아쉬며 뚜벅뚜벅 진동의 앞에 걸어와선 그대로 그를 와락 껴안아버렸다. 진동은 하연을 안아주지도, 밀어내지도 못했다. 그의 어깨가 순식간에 축축해졌기 때문이다.


“흐윽. 큭...그느즈아그(가는줄 알고). 느므므스어써(너무 무서웠어).”


그렇게 냉동고였던 사무실에는 순식간에 봄이 찾아왔다.


“내일부터 시동걸자. 천하연 밴드.”


작가의말

불성실한 연재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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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운명 천하연 2 23.05.13 35 1 11쪽
3 #3. 운명 천하연 23.05.12 39 1 11쪽
2 #2. 은인 구태연 23.05.11 44 1 11쪽
1 #1. 자와다 이타지 +1 23.05.10 8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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