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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음악 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4
최근연재일 :
2023.06.04 01:09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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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55,590

작성
23.05.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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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 누구를 위한 인터뷰인가

DUMMY

“너무 긴장하지 말고. 1부가 끝나고 제가 부르면 자연스럽게 들어오셔서 의자에 앉고 저의 질문에 대답해주시는 형식으로 하시면 되요. 혹시 질문의 방향과 달라서 하고싶은 말이 남으셨어도 나중에 발언 기회를 드릴테니까 당황하지 마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생방송 인터뷰는 처음이었기에 긴장한 진동에게 강재영 앵커가 조용한 목소리로 안심시켰다. 최근 KTBC의 데스크룸 메인앵커를 맡았는데, 똑 부러지는 저음의 말투, 특유의 장난끼 어린 눈웃음, 그리고 뿔테안경이 삼박자 시그니쳐가 되어 상당한 인기를 구가 중이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렇게 예쁘고 지적인 여자가 개인적인 궁금함이라니. 전화번호다! 전번 따기다요!]


이타지에게 최대한 조용히 입을 다물며 대답한다. 대답안하면 삐지기까지 한다. 슬슬 능력을 뺏어버리겠단 협박도 하고.


“득츠즈스유(닥쳐주세요).”


“네?”


“잘못 들으신겁니다. 궁금한거라니? 인터뷰 시작하면 물어보시지. 하...하하.”


또 나왔다. 장난을 치고 싶은 초승달 눈웃음.


‘속지말자 배진동. 저기에 홀려 넘어가서 비밀을 누설한 출연자가 수십명이다.’


누가봐도 탐낼만한 매력있는 여성이지만 배진동이 마음을 꾹 닫고 있는 이유. 강재영은 출연자들, 특히 남자출연자들의 마음을 열어 무장해제시킨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비밀을 캐내는 낚시꾼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보통 불화에 대한 가십에서 벗어나고 싶을 땐 최대한 많은 기자들을 모아서 기자회견을 할텐데. 왜 콕 찝어서 이곳을 선택하신건가요? 혹시 제 팬이세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묻는다. 저게 바로 메두사의 눈이라고! 수법이란 걸 아는데도 심장이 나대기 시작한다. 민감한 사안은 아니니까 이 정돈 대답해주지.


“가장 효율적이거든요.”


“효율적이라니요?”


“만약 제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앵커님 말씀대로 하는게 가장 좋을 거에요. 많은 신문에 실리면 그 다음에 방송이나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2차컨텐츠가 될테니까요. 하지만 전 언제 크립토나잇의 선공을 받을지 모르거든요.”


“그래서 배진동 뮤지션님이 메시지를 가장 빠르게 전파할 수단으로 저희 프로그램을 선택해주신거다?”


“네. 저는 당장 제가 만드는 상품. 그러니까 제가 앞으로 만들 음악을 들어줄 사람들에게 한정해서 이 해명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채널이 필요하거든요.”


“그게 저희 채널인 이유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진동은 그 이유를 강재영에게 설명했다.


데스크룸은 돈과 권력을 중심으로 이슈를 띄우는 게이트키핑 방식을 버리고 빅데이터 키워드를 추출해서 이슈를 선정한다. 그 이슈를 심심하게 6하원칙으로 짧게 보고하는 방법이 아니라 다각적인 방향으로 팩트체크하여 장시간 보도하고, 무엇보다 이슈에 깊게 관여된 인물을 과감히 스튜디오로 초대해 적당한 예능을 가미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젊은 사람들과 중도성향 어르신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쉽게 얘기해 기존 뉴스의 형식을 파괴하고 30~40대인 사회 핵심세대들의 구미가 당기는 구조로 만든 게 데스크룸이죠. 그리고 그 세대가 제가 타겟팅할 대상이고.”


[오마에 도무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좀 하라고 사람은 직관적이어야지!]


진동의 대답을 들은 강 앵커가 한참 말을 하지 않고 진동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뭐냐고 저 표정은. 도대체가 생각을 읽을 수가 없어서 더 불안해.’


“욕심나.”


“뭐라고요?”


진동의 되물음에 강재영은 대꾸조차 안 하고 뻔뻔히 다음 대화를 이어간다.


“뮤지션이 게이트키핑이란 단어를 안다니 신기하네요. 저도 예능프로그램 출연하면서 여러 음악인분 만나봤는데 처음인 것 같네요.”


“마케팅 전공했으니까요. 요즘 마케팅에서 언론 협력은 홍보 수단으로 필수니까. 궁금증이 좀 해소가 되셨나요?”


“아니요.”


“네? 그럼 뭐가 더 남은...?”


“그러니까 제 팬이라서 프로그램을 선택한 게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거 참 집요하네. 한번 말해주자.


“아...하하하. 팬도 맞아요.”


그러자 강재영이 이제 됐다는 듯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동에게 속삭인다.


“저도요.”


“예???”


그순간 멀리서 큰 소리가 나면서 강재영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스튜디오 메인홀로 걸어간다.


“이제 시작합니다. 10초뒤 큐! 5! 4!....!”


※ ※ ※


천하연 일행은 사무실에 모여서 데스크룸을 TV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이라면 쫓아갔겠지만 저 곳은 관련자 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니까.


그들은 모두 긴장했다. 진동이 무슨 이야기로 이 위기를 극복할지 미리 언질한 바가 전혀 없었으니까. 생방에서 사고라도 치거나 오해할만한 발언 한마디라도 나오면 모두 끝장이다.


“자 오늘 이렇게 연예계열사들의 불공정하고 빈약한 계약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관련해서 화제의 인물이죠. 숙자형으로 더 잘 알려진 배진동 뮤지션을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재영의 손짓에 진동이 나온다. 이렇게 많은 카메라 앞에 서본 적이 없는데 떨리지도 않네. 이것도 이타지의 능력 중 하나같다. 많은 콘서트와 방송 경험이 있으니까.


“말 돌리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과거 크립토나잇의 멤버였는데 나오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지요?”


천하연이 긴장하며 손톱을 깨문다.


‘처음부터 진실의 방이냐! 초반러쉬 오지네.’


모두가 진동의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지 집중했다.


“네. 다들 이 얘기를 듣고 싶어서 지금 이시간에 KTBC를 시청하고 계신걸로 아는데요. 당시에 저희는 DLC와 계약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네. 그런데 그때 뮤지션님만 DLC와 계약을 하지 못하고 나오신거죠. 그 이유가 뭡니까?”


“많은 분이 크립토나잇에서 저를 버렸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 발로 나간 겁니다.”


“제 발로요? 그러니까 배신당하거나 쫓겨난 게 아니다?”


“네.”


“그럼 제 발로 나가신 이유도 여쭤봐도 될까요.”


“DLC의 계약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DLC는 인디 밴드들은 상당히 선망하는 기획사 아닌가요?”


“네. 뭐 들어가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어떤 계약 내용이 문제였나요?”


“그래서 당시의 계약서를 제가 가져왔는데요. 여기 10조의 2항을 보시면. 크립토나잇 밴드의 창작활동에 대한 조항이 있습니다.”


“네. 직접 읽어주시죠.”


-----------------------------------------------------------------

제 10조 (창작활동에 대한 소속사 협력)


2. 을의 창작물에 대해 소속사는 다음의 목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가) 최종 창작물에 대한 종합적인 편곡

나) 창작과정 중 메인 및 보조 프로듀서의 교체 또는 지정

다) 창작과정 중 보조 연주자 및 코러스의 교체 또는 지정

라) 그 외 음악의 대중취향 타게팅 및 현대화를 위한 보조수단 지정

-----------------------------------------------------------------


“이게 무슨 뜻이죠?”


“그러니까 크립토나잇의 창작활동과 노래 선정을 전적으로 DLC에서 통제하겠다는 겁니다.”


“그것도 시청자분들이 와닿지 않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쉽게 정리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돈이 되는 노래를 공장처럼 찍어내서 밴드는 앵무새처럼 부르게 하겠다는 겁니다.”


“아이돌 시스템?”


“그런 셈이죠.”


“어쨌든 흥행을 보증하는 노래들을 만들어줬을 텐데 그게 왜 뮤지션님껜 문제가 됐던 겁니까?”


“제가 음악을 했던 이유는 인기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가진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니까요.”


[우-소다! 거짓말. 네놈 누구보다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이면서.]


중요한 순간이다. 팩트로 뼈를 때려도 나는 쇼를 해야한다고요 형님.


그런데 그 순간 강재영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대어를 낚은 물고기의 표정. 그건 배진동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모두 봤다.


“불안한데. 강재영이 인터뷰를 저렇게 고분고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상수의 말에 천하연이 눈에 불을 내며 대답한다.


“저게 안경여우의 특기야.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하게 유도하는 척 하지만 스스로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좋아하지.”


강재영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럼 크립토나잇은 가치를 실현하는 뮤지션이 아니라 흥행을 쫓아간 밴드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녀의 질문에 진동은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일생일대의 위기. 잘못하다간 크립토나잇이 아니라 본인이 생방송 배신자로 낙인찍히게 생겼다.


‘제 미끼를 물고 빠져나간 출연자는 한명도 없어요. 빠져나갈 생각은 포기하세요.’


재영이 하루의 보람을 느끼며 언제나처럼의 승리를 만끽하는 순간 찰나의 순간. 그때 진동의 미소가 보였다. 재영이 순간 긴장했다.


‘설마?’


“앵커님. 혹시 이미성씨. 아니 그냥 형이라고 하겠습니다. 미성이 형이 닭고기를 안 먹는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네 뭐. 얼마전 예능프로에서 치킨을 편식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미성이 형이 닭고기를 못 먹는 건. 사육장에서 닭을 나르는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순간 스튜디오의 화기애애했던 모든 스탭들, 그리고 강재영의 표정이 굳었다. 천하의 크립토나잇 보컬이 사육장 일을 했다니.


“닭발을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워서 한 번에 여덟 마리를, 하루에 몇 천마리를 트럭에 싣는 일을 했습니다. 그때 닭들이 오줌을 싸는데 그 냄새는 일주일동안 세제로 씻어도 지워지지가 않는다고 해요. 미성이 형은 치킨만 봐도 그 냄새가 올라와서 구역질이 나는거고요.”


“DLC와 계약하기 전까지는 벌이가 시원치 않으셨군요.”


“시원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마이너스였습니다. 공연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우리 연습비와 생활비는 턱도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진동은 갑자기 언질도 없이 스튜디오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그건 사전 협의된 사항이 아니라 PD가 당황하며 만류하려 했는데 강재영이 눈짓으로 만류했다.


“앵커님 죄송하지만 여기서 배를 잠깐 보여줘도 되겠습니까?”


스튜디오의 모두가 술렁였지만 강재영은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이건 대박이다. 시청률 40퍼 돌파각이야.’


“이유가 있다고 보니 선정적이지만 않게 신경써주십시오.”


진동이 배를 까자 더 크게 술렁였다. 종종 작은 비명도 질렀다.


“노숙생활을 할 때 칼에 찔렸던 상처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베이스를 뺏겼죠. 맞는 일은 다반사였고요.”


“노숙자라고 물건을 뺏기고 맞기까지 하셨는데.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못하셨습니까?”


“서울역에 있는 지구대는 문을 잠가놔요. 우리같은 사람들의 신고를 전부 처리하려면 경찰이 수천명은 필요하니까요. 그러니까 저나 미성이형은 그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던 겁니다. 돈이 없었으니까요. 성공하지 못했으니까요.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


“앵커님. 아까 크립토나잇은 가치가 아니라 흥행을 쫓는 밴드냐고 여쭤보셨죠? 질문이 잘못됐습니다. 크립토나잇은 생존을 선택한겁니다. 전 지금도 크립토나잇의 성공을 간절히 바랍니다.”


강재영 앵커가 긴 침묵을 했다. 모두들 방송사고가 났나 싶어서 PD가 화면을 잠시 끊으려고 할 때 쯤 강 앵커도 뚜벅뚜벅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나오는게 아닌가!


진동 앞에 선 강재영 앵커가 그에게 깊이 정중히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


“저의 무지한 질문으로 기분나쁘셨을 전국의 예술인분들. 그리고 오해할 수 있었을 전국의 시청자분들.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배진동 뮤지션님. 우문현답에 대해 감사드리며 마지막 질문드리겠습니다.”


“얼마든지요.”


“치킨은 이런 분위기에 좀 그렇고. 방송 마치고 저와 개인적으로 피자에 맥주는 어떻습니까?”


[부럽다 이녀석! 죽인다 코로세!]


뭐라고? 생방중에 이거 뭐야. 진심이야?


천하연의 눈에 레이저.


“미친 여우가 뭐라는 거야!”


강재연은 또다시 특유의 뻔뻔함을 내세우며 생글생글 웃는다.


“대답은 방송 끝나고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데스크룸이었습니다.”


어질어질하다. 배진동은 언제나 내일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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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버스킹으로 주작 23.05.14 33 1 11쪽
4 #4. 운명 천하연 2 23.05.13 3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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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은인 구태연 23.05.11 4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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